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
박준석 지음, 이지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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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폐 질환을 앓고 있는 박준석 군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 쓴 글들을 엮은 책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 고통 속에서도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만 한 살때 가습기 살균제로 폐가 터졌고 그 흔적을 평생 안고 가야합니다. 폐 기능의 약 50%를 잃었고, 후유증으로 천식을 앓는 준석 군은 일상 활동은 물론이고 학교 생활에도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폐가 필요한 일은 정말 많지만, 숨이 딸려 운동을 잘 못하고 풍선 부는 것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2019년 국회 의사당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여덟 가지'란 글을 낭독한 준석 군은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기업과 이를 허가한 사람들의 잘못을 짚어냅니다.


병원 생활이 잦다보니 학교도 자주 빠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듭니다. 신체적 피해는 정신적 피해로 이어집니다. 스포츠 경기를 잘 하지 못하니 '너 때문에 졌다'고 아이들이 말할 때면 정말 속상합니다. 


치료 과정도 힘듭니다. 치료법은 없는데다가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항생제 주사 맞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아프잖아요. 몸도 작고 살이 없어 주삿바늘은 더 고통스럽니다. 찌를 곳이 없을 정도여서 이마에 놓기도 했다고 할 정도라니 짠합니다. 할 일은 많은데 툭하면 입원하니 속상합니다. 


수련회 갔다가 아프면 안 되니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습니다. 지레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가족 모두가 힘들어합니다. 죄책감, 울분, 모욕적 경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절망에 빠질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픈 것은 우리 탓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탓도 아닙니다. 양심적이지 않은 어른들 때문이니까요. 


이제는 힘든 나날들 속에서도 행복 한 줌을 잘 잡아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문안 오는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도움의 손길을 주는 친구의 마음에 감사할 줄 압니다. 그래도 날카로운 한 마디에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 



잘못된 것은 똑부러지게 말 할 줄 알지만, 아이다운 순수한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행 가서 와이파이 잡히면 좋아하고, 지루한 병원 생활 중 유튜브 보는 재미를 즐길 줄 아는 아이입니다. 


환경에 관심 많아 과학자도 되고 싶고, 역사를 좋아해 역사학자도 되고 싶은 준석이는 폐질환으로 힘든 나날들 속에서도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아왔습니다. 박물관에서 어린이 도슨트로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고, SBS 영재 발굴단에 지식 영재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준석이의 독후감을 보면 생각이 깊은 아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나는 어른이 되면 아이를 믿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많은 사람이 세상의 옳지 못한 행동을 깨달아야 한다.' 같은 목소리를 낼 줄 압니다.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는 성장하는 준석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약한 호흡기를 가졌고 그것 때문에 한계를 가진 일들이 분명 있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힘을 모아 역경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준석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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