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폭력 -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폭력 이야기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손희주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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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고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정신적 폭력. 피해자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강도는 짐작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피해자도 폭력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과소평가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충격적인 사건 뒤에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중점을 뒀지만, <감정 폭력>에서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정신적 폭력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감정 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신적 폭력이라 하면 보통 드러내는 강한 혐오, 폭언, 모욕, 거부, 멸시 정도로 생각했는데 완고한 침묵도 폭력에 해당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행동도 감정적 무시 전략이라고 합니다.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공격적인 형태 외에도 은근한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무시와 무관심도 정신적 폭력이라는 거죠. 사실 이게 오히려 더 심각한 정서 장애를 야기한다고 합니다.


"모든 종류의 학대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 감정 폭력 


기운 딸리게 하는 사람을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지칭한 표현이 무척 공감되었는데요. 우정 문제에서 주로 등장하죠.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야비한 기술인 '가스라이팅'은 피해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학대입니다. "네 말이 맞아, 나한테 잘못이 있어.", "확실히 내가 너무 예민한가 봐."처럼 나의 잘못이라고 믿게 만듭니다. 악의가 가득한 질 나쁜 폭력, 가스라이팅은 상대와의 관계에서 권력을 쥐고 상대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쉽게 상처받는 아이와 상처 주는 부모 사례는 가해자 입장에서 읽게 되더라고요. 내 아이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폭력의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에 따라 정서적 폭력의 영향은 차이 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연인과 부부, 상사와 직원 관계뿐만 아니라 규정의 올가미에 갇힌 군대와 스포츠, 의사와 환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감정 폭력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유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재능의 한계를 깎아내리는 평가는 굴욕이라는 감정 폭력일까요, 소중한 조언일까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의 반응에 대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정서적 폭력은 심각한 결과를 남길 수 있다고 합니다. 개인에 따라 상처를 받는 형태나 폭력을 인지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본인을 피해자라고 느낀다면 자아에 대한 만성적인 폭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과 같아집니다. 진짜 감정을 드러내지 않게 됩니다.


심리적 공격자에게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요. <감정 폭력>은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방어 전략 9가지를 소개합니다. 순순히 스스로 희생자가 되려 하면 안 된다는 걸 강조합니다.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심각한 흔적을 남기는 정서적 폭력. '힘들어 죽겠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다'라는 표현은 정말 그 말대로였습니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기관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는 걸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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