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크아트 컬러링북 - 아날로그 감성의 분필 그림과 레터링
발레리 맥키언 지음, 김아영 옮김 / 솜씨컴퍼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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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분필을 이용한 초크아트를 컬러링북으로 만날 수 있네요.

아날로그 감성의 분필 그림과 레터링 <초크아트 컬러링북>.

컬러링북에서는 진짜 분필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반 컬러링북처럼 색연필, 마커, 파스텔, 젤펜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면 됩니다.

 

 

 

먼저 초크아트 아티스트 발레리 맥키언의 초크아트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카페에서 초크아트 메뉴판이나 그림을 볼 때면 감히 한 번 해볼 생각조차 안 했었거든요. 분필로 음영까지 표현하는 작품이라.. ㅎㅎ 그런데 이렇게 초크아트 컬러링북으로 접하니 그저 쓱쓱 칠하기만 했는데 초크아트 필이 제대로 나서 그 결과물에 저도 모르게 으쓱으쓱~

 

 

 

초크아트 컬러링북은 한쪽엔 글귀, 다른쪽엔 컬러링 도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마커를 사용해도 뒷면 도안을 사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없어서 좋아요.

 

 

 

식물 위주의 도안 32가지가 실려있습니다. 보타니컬 컬러링북이죠.

초크아트는 검은 배경에 색칠하는 거여서 명도 낮은 색은 티가 잘 안 나기도 하더라고요. 이왕이면 검은 배경에 묻히지 않는 색을 선택하는 게 포인트~

 

 

 

 

초크아트 컬러링북 컬러링만큼 쉬운 것도 못 봤네요. 하얀 부분만 칠하면 됩니다.

색연필, 형광펜, 사인펜, 마커, 젤펜, 파스텔 등 어떤 채색 도구라도 다 사용할 수 있어요. 검은 바탕이어서 대충(?)해도 실수한 티가 전혀 안 나는 게 완전 매력입니다.

 

 

색연필로 초크아트 컬러링 완성

 

 

 

초크아트 컬러링북 초판 한정으로 들어있는 킵캄 컬러링 노트.

손바닥만한 Keep Calm 컬러링 노트도 완소네요.

 

 

 

킵캄 컬러링 노트 미니 도안에도 색칠해봤어요. 슥슥~ 순식간에 완성! 작은 건 작은 것대로 깜찍하네요.

 

 

검은 배경이라 완성작을 보면 스크래치한 느낌도 있고, 아날로그 감성도 풍깁니다.

평소 컬러링 한 번씩 몰입하는 편인데, 초크아트 컬러링만큼 손에 힘 빼고 한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대충 막 칠해도 결과물은 깜~짝 놀랄 만큼 멋진 작품으로 탄생해서 만족도가 너무너무 좋아요.

그동안 꼼꼼히 칠하느라 힐링이 아닌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은 막손들!

초크아트 컬러링의 환상적인 매력에 빠져보세요. 막손도 금손으로 보이게 하는 초크아트 컬러링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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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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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어느 단계에나 선물이 숨어 있다.

 

20대 청년 시절만 삶의 절정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만으로도 30~40대 여자 마음을 쓰담쓰담 해주네요. 40대 남인숙 작가가 말하는 젊음을 잃어가는 대가로 얻고 있는 좋은 것들은 무엇일까요. 그저 나이 먹음에 우울해 하지 말고 앞으로의 행복 성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밝고 열린 생각을 북돋게 하는 책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그 시절이 좋았지.' 하는 생각보다는 '요즘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남인숙 작가는 경험의 축적이 전에는 무관심하던 것에서 새로움을 느끼게 하더라고 합니다. 그런 작은 변화들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며 만끽하는 기쁨을 누리라고 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여자 공감 에세이에요. 묵직한 제목이지만 커피 한 잔 놓고 수다 떠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답니다. 조언이랍시고 무게 잡지도 않고요. 그녀의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재미와 감동, 공감을 건져내는 맛이 아주 좋았던 책입니다.


제목에 담긴 의미는 이번 생을 충실히 살고 있기에 다음 생에서까지 똑같은 역사를 이룰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의미더라고요. 다음 생에는 카사노바처럼 살 수도 있을 테고,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연애를 할 수도 있고. 그게 더 재미있지 않겠냐고요. 그만큼 지금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소소한 행복감을 누리며 사는 일상이 모여 내 삶이 되는, 일상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학창시절 친구가 평생친구라는 말. 약육강식 성적순 학교에서 정말 그게 가능한지 묻기도 합니다. 실상은 억지로 맞춘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고요. 오히려 사회에 나와서 관심사가 맞아 알게 된 사람 중에 평생친구가 생기더라는 말에 저도 살포시 공감하네요.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학창시절 이후의 삶이 더 긴데, 굳이 우정친구라는 이름으로 스트레스받거나, 그걸 내 아이에게도 강요하거나... '나는 동창생 중에 마음에 맞는 사람이 없어' 하며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마음을 나눌 친구는 학창시절에만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황금기라는 말이 와 닿네요.


일하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답답한 현실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남인숙 저자는 이왕이면 두 개의 방을 가지라고 합니다. 직장과 가정 두 군데서 동시에 스트레스받기도 하겠지만, 말 붙이기도 조심스러운 아이, 내 맘 같지 않은 남편. 이럴 때 나만의 방이 두 개 이상 있으면 생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이죠. 하지만 워킹맘으로서 살아내는 삶, 만만찮은 일이긴 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매일같이 눈물 쏙 빼는 일이 다반사죠. 그럼에도 하나의 방보다는 두 개의 방이 낫다는 것. 젊은 여성분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어찌 보면 우리는 우리가 바랐지만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아쉬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알고 보면 우리의 손에 닿는 것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온 결과로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 책 속에서


 

후회 없이 삶을 사는 비법은 바로 후회하지 않고 사는 것이겠죠.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 순 없지만. 후회를 안 한다는 것은 내 선택이 능동적이어야 하고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생각에서 가능한 겁니다.

 

"예전에는 목표, 꿈이라는 말과 여가 시간, 자유, 치열함 등의 단어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겠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해서 그 속도에 맞춰 뜀박질하기보다는 반대로 천천히 가며 핵심을 거두어들이는 것. 그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무색하게 만들 우리만의 지혜일 것이다." - 책 속에서

 

 

곱게 나이 드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표정, 자세, 손의 움직임, 걸음걸이, 목소리, 말투 등 애티튜드의 힘을 강조합니다. 이건 오히려 경험이 쌓여 중년의 매력녀들이 갖춘 아름다움이기도 하죠. 스스로를 대접하며 자신감 있게 사는 삶, 40대에 그게 제대로 발휘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 것인가, 나이'만' 들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 책 속에서

 

 

 

 

"'좋은 사람'이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의도하는 대로가 아니라 부모의 됨됨이를 따라 자란다." - 책 속에서


사춘기 딸을 키우며 아이에게는 '완벽'한 엄마의 모습을 원한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의 에피소드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피곤하고 짜증 나는 일도 많지만,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들을 찾아 실천할 줄 아는 게 어른이라는 것. 그런데 이런 생각조차 왜 남편들은 덜 하는 걸까요 ㅎㅎ 남편들에게도 꼭 쥐여주고 싶은 책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육아, 남편, 친구, 직장 등 여자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권태로운 삶이라 하지 말고, 결혼기념일을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날이라 생각하지 말고. '사는 의미가 없어'를 달고 사는 지긋지긋한 이 삶에 숨어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려는 마음. 그거야말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잘 살아낼 첫 발걸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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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N 빨강머리N
최현정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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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한 세대를 살아가는 어른아이를 위한 에세이 빨강머리N.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강도는 다르겠지만, 무조건 어딘가에서 빵 터지거나 눈물 찔끔 포인트 있는 책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헤치고 살아내는 빨강머리 앤이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을 오마주해 빨강머리N을 탄생시킨 저자는 직장 생활하는 카피라이터입니다. 을 of 을이라고 밝힌 프로필을 보니 이 시대 우리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게 눈에 보이네요. 9의 고통에서도 1의 짜릿함 때문에 사는 빨강머리N 이야기. 그 1이라도 가지고 싶어 열정 쏟는 청년들은 이마저도 부러울 테지만요.

 

 

 

소심하게 앙탈 부리는 거라지만 그래서 더 공감됩니다.

참아야 했던 말, X팔려서 못했던 말, 스스로도 외면했던 말을 빨강머리N은 기어코 하니까요.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포부는 가당키나 한 것일까.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신 특별한 조연이 될 것이라는 빨강머리N. 흙수저로 이 세상을 살아내는 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세상에 위로를 건네겠다는 분수 넘치는 목표가 있던 것도 아니다. 팍팍한 당신의 일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다." - 책 속에서
 

 

 

직장, 연애, 꿈, 가족, 인간관계에서 을 of 을인 빨강머리N. 왜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결혼은 무슨 돈으로 할까, 줄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 믿을 구석도 없으면서 공부는 왜 안 했는지, 금수저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이런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녹록잖은 세상을 살아갑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씁쓸함. "솔직히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어야만 한다."는 말에 격공하게 되네요.

대책없는 긍정론으로 세상을 살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힘들어져 버리고, 도대체 평균은 어디에 있는 건지, 중간이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빨강머리N의 목소리에는 시니컬한 매력이 있습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알잖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말하는 빨강머리N.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닌,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이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빨강머리N의 파격적인 한 마디 한 마디가 자기비하 발언 같을 때도 있어 그렇게까지 생각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게 현실이니까. 그게 지금의 우리니까. 그래서 더 공감하게 되는 이 웃픈 현실. 에라이~

 

"괜찮아. 너만 병신이 아니란다." 이 시대 어른아이들에게 하는 이 말은, 괜찮지 않은 어른아이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하는 일말의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빨강머리N은 지금 이 시대를 이해하는 코드입니다. 한편으로는 말괄량이 삐삐가 이 시대로 온다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기성 사회에 일침을 놓았던 엉뚱하면서 기발한 매력을 뽐내던 삐삐에게는 더 힘든 세상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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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철학사전 - 한눈에 보고 단숨에 읽는
다나카 마사토 지음, 이소담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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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을 읽고 싶긴 한데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이해될듯하다가도 점점 꼬이며 정리 안 된다면 <일러스트 철학사전>이 보조역할 톡톡히 해낼 것 같아요. 철학 사전이라는 역할 외에도 철학 입문서 그 자체로도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고대 탈레스에서 시작한 철학이 중세, 근세를 거쳐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철학자 87명, 그들의 사상 187개가 600여 컷의 일러스트로 설명된 책 <일러스트 철학사전>.

크게 인물 편과 용어해설 편으로 나뉘었고요. 철학자 소개와 철학자를 대표하는 명언, 주요저서를 소개한 인물 파트에는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 용어해설 페이지를 덧붙여 찾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요.

용어해설편에서는 용어 의미, 어원, 구체적 예, 대립 개념이나 사상을 소개합니다. 모든 설명이 일러스트화 되어 있어 직관적으로 와 닿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 또는 아리송한 개념을 일부러 먼저 찾아보며 이 책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아... 이렇게 공부했었더라면 ^^ 고대 철학으로 가면 현재 패러다임과 다른 상태에서 나온 사상이 많아 추상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기에 지금까지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런 추상적 개념을 일러스트로 만나니 꽤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네요. 중세 철학에는 예수도 등장하는데요. 중세 특성상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용어와 이전 철학자들의 용어를 비교 설명하기도 해 도움되었어요.

 

그러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용어가 나오며, 철학이 신학의 시녀에서 벗어나는 근대적 철학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기존의 보편적 진리 대신 내게 진리인 진리라는 사상이 팽배해진 시기입니다. 평소 문학책을 읽다 보면 도스토옙스키, 카프카, 카뮈는 실존주의 작가니 뭐니 하는 말, 잘 이해 못 했어요. 읽을 때는 이해되는 척하다가도 돌아서면 설명 못 하겠고 ^^; 도대체 실존주의가 뭐니? 그럴 땐 실존에 관한 부분을 찾아 읽으면 끝. 일반 사상과 무관하게 지금 현실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을 '실존'이라 합니다. 객관적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진리를 추구하는 입장이라는 거죠.

 

읽다가 지쳐버리는 철학으로만 생각했다면, <일러스트 철학사전>이 그 꼬리표를 많이 없애줍니다. 일반 사전처럼 용어설명만 간략히 했다면 그것도 더 이해하기 힘들었을 텐데, 이 책은 그 중간쯤에서 잘 자리 잡고 있어요.

 

 

 

철학 한번 알아볼까? 하는 일반인이라면 고대 철학 초반만 열심히 파헤치다 흐지부지해져 3천 년 서양철학사에서 현대 철학 쪽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예요. <일러스트 철학사전>은 현대 철학 비중도 적절히 맞춰 요즘 철학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기 좋은 구성입니다. AI 시대를 맞이하면서 유전자 조작, 장기 이식, 인공 장기, 존엄사 등 기존의 인간, 가족, 자유, 죽음 등의 개념을 새롭게 생각해 볼 시기인 만큼 현대 철학 상식 전반을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단편적으로만 습득하다가 전반적으로 쭉 흐름을 살펴보니 고리타분한 철학이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하는 철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직관적인 일러스트가 이 정도라면 읽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고요. 긴 세월의 철학사 흐름을 잡을 수 있는 <일러스트 철학사전>. 한 권쯤 소장해두면 써먹을 데 있을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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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문장 - 책 속의 한 문장이 여자의 삶을 일으켜 세운다
한귀은 지음 / 홍익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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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인생에 숱한 장애물이 있지만, 그것을 뚫고 나갈 '자아'를 성장시키는 것. 바로 책 속의 한 문장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여자의 문장>은 한귀은 교수의 성장일기와도 같아요. 그녀가 위로받은 책 속의 한 문장은 어떤 것이고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그 과정에서 사유하는 모습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삶에서 피하려고 책 속으로만 묻혔었다는 고백. 제가 책에 몰입하게 된 이유와도 닮아있어 더 끌렸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삶의 결정적 순간은 고요히 시작되었고, 텍스트의 문장이 진실이 되는 때는 그것이 읽는 이의 삶과 만났을 때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여자의 문장>은 행복, 관계, 분노, 사랑과 이별, 노화, 일상의 사물, 숙명에 관한 여성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실제 삶 속으로 가져온 책 속의 한 문장으로 등장하는 책들은 철학,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에요. 읽어 본 책이 나오면 더 반갑기도 했는데, 그녀의 밑줄은 어느 부분에 그어졌는지 비교해보는 맛도 있었네요.

 

 

 

삶에도 실험이 필요하다는 말은 사랑과 일로 꽉꽉 채워 빈틈없는 생활을 하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려고 꺼낸 말입니다. 성취감 자체도 삶을 즐기게 하는 데 한몫하지만 <파우스트>, <담론> 등 책 속의 한 문장을 소개하며 지나친 노력을 버릴 줄도 아는 삶의 태도를 누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100퍼센트를 모두 채우려고 허덕이는 사람은 중요한 진짜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다고 해요. 오히려 모자람 때문에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문장을 통해 유희 정신을 발동시켜 내 삶에 작은 실험을 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요. 생각외로 그 작은 실험은 지레짐작했던 불안의 수치에서 벗어나 '별것 아니네' 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행복이든, 관계든, 사랑이든... 자신의 아픈 역사와 상흔에 내재한 의미를 찾으면 훌륭한 피드백이 된다는 것. 두려워서 피할 게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태도로 사는 것 (p93), 그런 피드백을 얻으려면 역시 사유와 성찰의 과정을 얼마나 잘 겪어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전 손택은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서로 어긋나지 않고 균형을 이룬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산 인물들을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할 수 있는 에너지는 미미하지만, 자신의 삶을 바꾸는 매치포인트는 될 수 있다고 해요. 수많은 가면을 갖추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인간. 자신의 내면과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되겠어요.

 

이것은 나이 든 여자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노화와 관련한 주제에서도 일맥상통하는데요. 글에 문체가 있듯 사람에게 내재된 문체는 외적인 것과 더불어 내적인 어떤 것이 겉으로 배어 나오는 것이기에... 아름다움의 영역은 방대하다는 것,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도 삶에서 필요한 것 같아요. 성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짓는 얼굴과 주름진 얼굴로도 멋진 아우라를 뿜었던 오드리 헵번 중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지는 말할 필요 없겠죠.

 

"삶의 결정적인 순간은 방향이 영원히 바뀔 때 항상 드라마틱하거나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삶의 순간들은 가끔씩 믿을 수 없을 만큼 이목을 끌지 않는다. 조용히 진행된다. 그리고 이 환상적인 침묵 안에 특별한 고결함이 있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

 

책 외에 영화의 한 문장이 소개되기도 합니다. 내면의 진정한 변화는 겉으로 보이는 신체 나이도 바꿔버리는 것을 이야기  하는데요. 나이가 들어도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데 필요한 것은 내면의 변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일상의 사물이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을 이야기한 파트도 신선했어요.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 대신 동물, 사람, 사물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 보라는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 구절을 인용하는데요. 저자는 팬티, 베개, 머리핀 등을 통해 일상의 단상을 읊습니다. 고결한 무엇인가로부터만 깨달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자의 인생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는 시기에 겪는 다양한 문제도 언급하는데요.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아이로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워 겪게 되는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임 기너트의 <부모와 십대 사이>를 인용하며 내 생각을 투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어요.

 

​그저 책을 읽어내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내 삶에 끌어들이는 것. 책을 읽고 사유, 성찰한다는 것이 막막한듯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여자의 문장> 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 간접체험을 이제 직접 느껴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네요.​ 삶이 문장과 만나는 순간을 느껴보는 것,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하는 문장을 만나려면 먼저 책부터 가까이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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