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N 빨강머리N
최현정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달콤살벌한 세대를 살아가는 어른아이를 위한 에세이 빨강머리N.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강도는 다르겠지만, 무조건 어딘가에서 빵 터지거나 눈물 찔끔 포인트 있는 책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헤치고 살아내는 빨강머리 앤이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을 오마주해 빨강머리N을 탄생시킨 저자는 직장 생활하는 카피라이터입니다. 을 of 을이라고 밝힌 프로필을 보니 이 시대 우리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게 눈에 보이네요. 9의 고통에서도 1의 짜릿함 때문에 사는 빨강머리N 이야기. 그 1이라도 가지고 싶어 열정 쏟는 청년들은 이마저도 부러울 테지만요.

 

 

 

소심하게 앙탈 부리는 거라지만 그래서 더 공감됩니다.

참아야 했던 말, X팔려서 못했던 말, 스스로도 외면했던 말을 빨강머리N은 기어코 하니까요.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포부는 가당키나 한 것일까.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신 특별한 조연이 될 것이라는 빨강머리N. 흙수저로 이 세상을 살아내는 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세상에 위로를 건네겠다는 분수 넘치는 목표가 있던 것도 아니다. 팍팍한 당신의 일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다." - 책 속에서
 

 

 

직장, 연애, 꿈, 가족, 인간관계에서 을 of 을인 빨강머리N. 왜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결혼은 무슨 돈으로 할까, 줄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 믿을 구석도 없으면서 공부는 왜 안 했는지, 금수저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이런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녹록잖은 세상을 살아갑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씁쓸함. "솔직히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어야만 한다."는 말에 격공하게 되네요.

대책없는 긍정론으로 세상을 살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힘들어져 버리고, 도대체 평균은 어디에 있는 건지, 중간이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빨강머리N의 목소리에는 시니컬한 매력이 있습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알잖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말하는 빨강머리N.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닌,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이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빨강머리N의 파격적인 한 마디 한 마디가 자기비하 발언 같을 때도 있어 그렇게까지 생각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게 현실이니까. 그게 지금의 우리니까. 그래서 더 공감하게 되는 이 웃픈 현실. 에라이~

 

"괜찮아. 너만 병신이 아니란다." 이 시대 어른아이들에게 하는 이 말은, 괜찮지 않은 어른아이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하는 일말의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빨강머리N은 지금 이 시대를 이해하는 코드입니다. 한편으로는 말괄량이 삐삐가 이 시대로 온다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기성 사회에 일침을 놓았던 엉뚱하면서 기발한 매력을 뽐내던 삐삐에게는 더 힘든 세상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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