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 스탠포드는 왜 그들에게 5년 후 미래를 그리게 했는가?
댄 자드라 지음, 주민아 옮김 / 앵글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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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정작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는 <파이브>.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데 필요한 영감을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라이팅 북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인 댄 자드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라고 합니다. 하루 한 번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파이브>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책입니다. 처음엔 흔한 라이팅 북으로만 생각하고 펼쳤다가, 개인적으로도 무척 고마운 책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시점에서 딱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었거든요.

 

자책하게 하거나 본성을 바꿔서 뭔가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내 안에 있는 본질을 끄집어내도록 방향을 잡아줄 뿐입니다.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하는 물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5년 · 260주 · 1,820일 ·2,620,800분.

왜 5년일까요.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이 방향의 각도가 인생 전반을 바꾸기 위한 성과로 나타나는 데는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성공한 기업 10퍼센트와 실패한 기업 90퍼센트를 가르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행하는 개인적인 선택인 가치와 삶의 좌표를 만들어 주는 작은 약속이나 커다란 목적인 사명. 5년 프로젝트는 가치와 사명 찾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생각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가치와 사명을 어떻게 만드는지 다양한 명언과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지향하는 삶의 목표를 생각할 때 워라밸도 생각해야 합니다. 일, 운동, 종교, 친구, 연애, 여행 등 내 삶을 이루는 작은 파이 조각들의 균형과 조화를 맞춰야 합니다. 삶에 부족한 요소를 직접 작성해보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행동과학으로 설명하는 습관 책 <무조건 달라진다>에서도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파이브>에서도 목표를 작은 단위로 쪼개는 걸 중요하게 다룹니다.

 

 

 

내 삶을, 내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파이브>. 내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고 있습니다. 미래를 꿈꾸지만 결국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끊임없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파이브>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5년 후 전혀 다른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과제에 그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어 원하는 '행동'하게 하는 책입니다.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시간은 끝내고, "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묻기로 방향을 이끌어줍니다. 장애물이 있다면 포기 대신 실행 가능한 차선책을 얼마든지 고민해볼 수 있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킵니다.

 

앞으로 5년. 지금 그대로 머물러 있겠다는 의지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하는 <파이브>. 지금 이 모습이 싫어서는 아닙니다. 삶이란 시간을 거치면서 매 단 계마다 배우며 성장하는 여정이기에 무기력하고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매 페이지 단조롭지 않게 다양한 편집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카르페 디엠을 실천하면서 내 세계를 확장하는 법을 알려주는 <파이브>. 까짓것, 한 번 해보지 뭐! 생각이 든다면 이제 시작입니다. 5년 후 내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는 게 지금까지는 두려웠다면, 이제는 즐겁게 상상할 수 있게 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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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달라진다 - 의지 따위 없어도 저절로 행동이 바뀌는 습관의 과학
션 영 지음, 이미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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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다짐과 계획, 잘 지키고 있는지요? 이미 실패로 돌아간 것도 있을 테지요. 매번 실패만 해서 아예 계획 따위 세우지 않았던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심삼일을 끝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습관 책을 읽어도 그때뿐이라면 이번엔 방향을 바꿔볼까요. <무조건 달라진다>에서는 사람마다 평생 바꾸기 힘든 '핵심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본모습'을 바꾸지 않고서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계획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심리적인 힘을 행동과학으로 설명합니다.

 

 

 

션 영 저자는 인간 행동을 자동 행동, 열정 행동, 일반 행동이라는 세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자각하지 못해 쉽게 바꾸기 어려운 자동 행동, 스스로 설득하며 자각하는 열정 행동,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일반 행동입니다.

 

행동 자체는 이렇게 구분 가능하지만, 그 행동을 하고 싶은 이유의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는 저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단순히 습관 형성만 고집하다가는 실패하게 됩니다. 습관 형성은 끝까지 해내는 힘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갈 수 있을까요. 저자는 7가지 힘을 소개합니다. 행동의 사다리 만들기, 커뮤니티에 의지하기, 우선순위 결정하기, 쉽게 만들기, 뇌 해킹, 매력적인 보상, 몸에 깊이 새기기. 자신이 결심한 목표가 자동 행동, 열정 행동, 일반 행동인지 구분한 다음 그에 맞는 7가지 프로세스를 더하는 겁니다.

 

 

 

행동의 사다리 만들기를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꿈과 에너지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꿈, 목표, 단계를 철저히 구분해 일주일 이내 달성 가능한 수준의 아주 작은 계획을 세워야 하는 거죠.

 

변화의 원동력은 자기 효능감입니다. 이때 무엇을 성취했는지 일깨우며 격려해야 제대로 작동한다고 해요. 실현 가능한 아주 작은 단계나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지 묻습니다. 사실 계획했던 것이 지금 당장 행동할 수 있는 작은 것이 아닌, 먼 꿈은 아니었는지 말이죠.

 

 

 

우리는 쉬운 일을 계속 실행하게 됩니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금세 무언가를 그만두는 사람이라면 7가지 힘 중에서 '쉽게 만들기'에 집중하세요. 장애물을 치우는 방법을 배우면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게 됩니다.

 

과학에서 다루는 환경 통제, 선택 제한, 로드 맵 같은 3가지 영역에서 일을 쉽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쉽게 만들기와 관련한 사례 중 입을 옷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여성의 경우 보통 하루 15분 정도 소요한다네요. 평생 동안 총 1년 정도를 입을 옷 결정하는 데 시간 쓴다는 말이 됩니다. 매일 1~2분만 쓴다 해도 꽤 많은 시간 투자하는 셈이 되더라고요. 이 경우엔 선택 제한이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일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동기부여가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습니다. 정신을 리셋하는 심리적 기술인 뇌 해킹. 자기 대화 대신 뇌 해킹이라는 방법으로 변화를 끌어내 볼까요.

 

로그인할 때 사용하는 비밀번호를 변화하고 싶은 메시지 형태로 사용하는 사례는 무척 흥미로웠어요. 영원히 담배를 끊자는 메시지가 담긴 quit@smoking4ever를 비밀번호로 바꾸는 식입니다. 이렇게 행동을 바꿈으로써 마음이 뒤따르게 됩니다.

 

 

 

그 외 나를 끌어당기는 사회적 자석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법, 가장 절실하게 바꾸고 싶은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는 법, 엄청나게 매력적인 보상이란 어떤 것인지, 원하는 행동 패턴을 내 것으로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기부여된 이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기술이 소개됩니다.

 

행동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손톱 물어뜯기, 구부정한 자세를 고치는 데에는 뇌에 깊이 새겨진 패턴이라 동기부여만으로는 고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경우나 새로운 취미, 외국어를 배우고 싶을 때처럼 자각하거나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에 변화주고 싶을 때는 또 어떤 힘이 필요할까요.

 

흥미로운 점은 개인의 습관, 목표를 넘어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판매자라면 어떻게 고객이 반복 구매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와 관련된 문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 기업 활용 사례까지 다룹니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힘과 끝까지 해내는 힘을 동시에 얻는 과학적인 습관 솔루션 책 <무조건 달라진다>. 바꾸고 싶거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에 7가지 힘을 많이 이용할수록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고 합니다. 단순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일 테지만, 과학적 증거를 내세운 이론 수준을 넘어 다양한 적용 사례가 꽤 현실적으로 도움 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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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교육력 -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9
사이토 다카시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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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들에게는 독서법 책으로 유명한 사이토 다카시. 그래서인지 그의 본업이 교육학자라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교육 방법을 연구하는 사이토 다카시의 '가르치는 법'에 관한 책 <교육력>. 이 책은 직업상의 선생님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인생살이 자체가 배움의 장입니다.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는 가르치는 사람의 교육력에 달린 중대한 문제입니다.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게 바로 교육입니다.

 

사이토 다카시는 교육의 기본을 '동경'이라고 합니다. 마음 끌리는 것이 있으면 노력하고자 하는 향상심이 생깁니다. 무언가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과 같은 벡터가 동경입니다. 교육의 가장 기본은 배우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겠죠. 이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 자신이 동경을 강하게 가져야 합니다. 경험적 지식을 쌓았다는 장점은 남긴 채 신선함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인 동시에 배우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좋은 선생님이라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할까요. 그러고 보니 선생님이 싫어 그 과목도 싫어한 경험이 떠오릅니다. 그다지 의욕 없어 보이는 선생님도 떠오릅니다.

 

선생님이라면 가르치는 보람이 가득한 삶을 꿈꿀 겁니다. 가르침 받는 쪽에서 '해보고 싶다', '엄청 재미있을 것 같다', '마구 호기심이 생기는걸' 정도의 의욕이 생긴다면 얼마나 뿌듯하겠어요. 강제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야말로 보람을 느끼지 않겠어요. 좋은 선생님의 조건은 무엇인지 <교육력>에서 만나보세요.

 

 

 

사이토 다카시는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기를 그만두면 교육력은 떨어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자기가 배움을 통해 기쁨을 얻은 경험이 있어야 잘 가르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재조명해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연구자적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사고·논리를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진 물음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교과서를 해체해 학생에게 전할 만큼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전문적 역량과 인간적 매력도 있어야 합니다. 이 외에도 가르치는 사람에게 중요한 역량들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따지지 말고 그냥 해'가 아니라 해당 지식을 기억할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려면 문맥력도 갖춰야 합니다. 학생 신분일 땐 중요하지 않지만 사회에서 체감상 8할의 비중을 차지하는 절차력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도 강조합니다. 개인의 재능보다 관계의 힘을 믿고, 응답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법을 좋아했던 터라 이 책에서 간간이 등장한 독서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독서의 중요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소설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수준 높은 문학을 맛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말처럼 교양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독서 교육을 강조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 중요한 역량을 살펴보다 보니 배우는 자세 또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어요. 남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인 적극적으로 수동적인 자세. 이것이 배움의 자세였습니다.

 

한 가지만 뛰어나면 틀에 박힌 역할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힘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 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이토 다카시 저자는 가르치는 사람의 자질을 논함으로써 결국 교육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회에 파고들지 못하는 사람을 배출하는 이 시대의 교육을 비판하고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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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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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시리즈 <눈보라 체이스>에 이어 읽은 <연애의 행방>.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연애소설이라니 뜬금없다 싶었어요. 뭔가 맹숭맹숭 심심할 것만 같았죠.

 

설렘 가득한 유쾌발랄 <연애의 행방>을 읽고 나면 그런 소리 쏙 들어갑니다. 전적으로 미스터리물 마니아라면 미스터리는 1도 나오지 않는 <연애의 행방>에 호불호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읽는 내내 빵빵 터졌어요.

 

 

 

어느새 환갑을 맞이한 히가시노 게이고. 스노보드 타는 모습이 프로필 사진으로 나오다 보니 여전히 젊은 작가로만 생각됩니다. 하긴. <연애의 행방>을 읽다 보면 삼십 대 작가로 생각될 만큼 무척 젊은 소설입니다.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이번 소설에서 빛을 발휘하네요.

 

 

 

썸 타는 남녀 간의 데이트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 배경은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입니다. <눈보라 체이스>의 배경이 된 스키장이기도 합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남녀 여덟 명이 등장하는 <연애의 행방>. 도쿄에서 직장생활하는 도시인들입니다. 겨울 스포츠 시즌을 맞이해 스노보드를 즐기는 가운데 싹트는 러브러브. 겔렌데 마법이라 해서 스키장에서 만나면 이성이 실제보다 몇 십 퍼센트쯤 더 멋있어 보이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뻔하게 밀고 당기는 겔렌데 러브 스토리는 아닐까 걱정했는데, 리얼 반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배꼽 잡을 준비해야 합니다.

 

 

 

스노보드 마니아 작가답게 스노보드 용어도 제법 등장합니다. <눈보라 체이스>와 <연애의 행방>을 읽고 나니 '스노보드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슬쩍 나올 법도 하네요.

 

 

 

남녀 8인. 그들은 단순히 직장 동료이기도, 비밀연애 중인 관계도 있습니다. 서로가 처음부터 모두를 다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약혼녀가 있음에도 바람피운 남자 덕분에 얽히고설켜 나중엔 서로를 다 알게 되긴 하지만요.

 

좋은 관계로 발전할만한 타이밍을 눈앞에 둔 한 남녀. 그들이 탄 곤돌라에 합승하게 된 여자 4인조 중 한 명이 하필 그의 약혼녀인 겁니다. 현장에서 제대로 걸리는 건가요.

 

고글에 페이스 마스크까지 착용하면 잘 못 알아보는 복장이라 어찌어찌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싶었건만. 바람피우는 상대 여자와 그의 약혼녀가 고교 동창인 건 또 뭡니까. 약혼자 사진을 보여주려는 장면에서 절묘하게 멈춘 작가의 끊어치기 신공. 결혼 준비가 진행되는 중에 약혼녀를 속이고 독신생활의 마지막 불장난을 지르려 한 남자의 운명은 과연? 이 곤돌라 안에서 약혼녀와 일행이 나눈 대화가 배꼽 잡으니 기대하며 읽어보세요.

 

 

 

한편 도쿄의 호텔에서 일하는 동료 일행 다섯 명의 스토리도 흥미진진합니다. 플레이보이와 비밀연애하느라 애타는 커플, 비밀연애하다 곧 결혼을 앞둔 커플, 그리고 만년 실연남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단편소설처럼 이어집니다.

 

그중 만년 실연남 '히다'와 소설 첫 장면에서 불륜남의 파트너였던 '모모미'의 사랑찾기는 꽤나 장기전입니다.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하고, 대반전의 서프라이즈를 충족할만한 프러포즈를 계획했다가 눈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선수를 빼앗긴 만년 실연남. 멘털만큼은 정말 강하네요, 이 남자. 매번 회복은 잽싸게 합니다. 그러다 스키장에서 하는 단체 소개팅인 겔팅에 참석했다 만난 모모미에게 고백했다가 이번에도 거절당한 신세.

 

인성 좋은 히다는 연애 숙맥입니다. 모모미도 히다가 싫은 건 아니지만, 분위기 파악에 서투른 히다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이 부족해 계속 망설이게 됩니다. 소설 속 다른 이들은 모두 사랑의 결실을 맺었지만 히다와 모모미 둘만큼은 오픈 결말입니다. 독자 좋을 대로 상상해도 그 어느 쪽도 다 괜찮을 만큼 독특한 결말이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에 따라 어울리는 색이 다르듯, 나에게 꼭 맞는 색깔을 찾아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남녀 여덟 명의 주파수 맞추기 <연애의 행방>. 연애하는 방식, 사랑을 찾는 과정이 다이나믹하면서도 현실적입니다. 누구는 책임이 뒤따르는 결혼을 피하고 싶어 하고, 누구는 연인을 위해 한발 양보하며 맞춰주는 사랑을 하기도 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는 인연 찾기 과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몽글몽글한 감정이 샘솟습니다.

 

앞서 읽은 <눈보라 체이스>는 조금은 어정쩡한 장르여서 개인적으로는 아예 미스터리가 훅 빠져버린 본격 연애소설 <연애의 행방>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덧셈과 뺄셈을 거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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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본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보랏빛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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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작품 번역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김정숙 번역가의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 완역본 <명암>. 2년 전 처음 <명암>을 읽었을 때 느낌이 지금도 선명할 정도로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의 역작입니다. 처음엔 미완 소설이라는 것에 찝찝함도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더 곱씹을 만한 여지를 준 소설이었어요.

 

미완임에도 어마어마한 분량인 <명암>. 19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나쓰메 소세키 최후의 장편소설입니다. 집필 중 타계한 나쓰메 소세키. 2016년은 <명암> 탄생 100주년이자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2017년은 나쓰메 소세키 탄생 150주년이 된 해였습니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해 그동안 열네 작품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비유와 비평이 깃든 그의 소설은 메이지에서 다이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겪은 개인, 가족, 사회, 국가의 규범과 가치를 고민하게 합니다.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공감되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풍자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B급 코드 냄새를 풍긴 <도련님>, 사색의 묘사가 돋보인 <풀베개>, 이후 소세키식 연애관이 등장하는 <산시로>, <그 후>, <문>에 이르는 소세키 전기 3부작,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 등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명암>은 이전의 소설에서 보여준 인간 심리, 마음 작동의 흐름 묘사가 신의 경지에 이릅니다. 그동안 은근히 무시하던 여자 비중을 <명암>에서는 제대로 다룹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달라졌어요!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말이죠.

 

신혼부부 쓰다와 오노부를 중심으로 친지, 친구, 첫사랑까지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아침드라마로 딱 좋은 가족소설입니다. 그동안 나쓰메 소세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캐릭터였는데,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경제관념 부족한 남편 '쓰다' 만큼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물이었어요. 아내에게 체면은 어찌나 챙기려 드는지, 거짓말이 먹혀들자 득의양양해하는 쓰다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 푹푹.

 

 

 

<명암>은 아내 오노부의 내면 묘사가 볼만합니다. 그녀는 결혼 상대를 스스로 선택했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신세대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반년 만에 쓰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집니다.

 

결혼하고서도 여전히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받는 쓰다. 그렇다고 백수는 아니고 직장을 잡아 일을 하긴 합니다. 하지만 체면치레용 씀씀이에는 못 미치는 벌이인지라 아버지에게 돈을 못 받게 되자 아내에게 면이 안 선다며 골이 난 거죠.

 

 

 

아내 오노부를 대할 때면 자상한 남편이라기보다는 조금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남편이기도 합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자기를 버리고 친구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왜 자기를 버렸는지 이유를 명쾌하게 알지 못해 사실 첫사랑에게 애태운다기보다는 미련이 남은 겁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 인물이 몇 있는데 그들의 부추김이 결국 흥미진진해지는 코스에서 소설이 딱 끝나버린 첫사랑과의 재회 장면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오로지 사랑하는 거야.
그리고 사랑하게 만드는 거야.
그렇게만 하면
행복해질 가망은 얼마든지 있는 거야. - 책 속에서

 

아내 오노부는 스스로 선택한 결혼이었던 만큼 결혼생활이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내가 행복한 것은 자기 안목으로 자기 남편을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전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면 여자가 남자를 다룰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백하는 것만 같아 자존심 상한다 이거죠.

 

이러니 찰떡처럼 사이좋은 부부인 척 행세하면서도 오노부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합니다. 남편 쓰다를 사랑한 만큼 쓰다에게 한껏 사랑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돈을 못 주겠다는 아버지 대신 여동생이 빌려주겠다 하니 자존심 상한 쓰다. 마침 아내가 돈을 융통해와서 이번엔 아내와 손발이 좀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다 여동생에게 제대로 한소리 듣습니다.

 

쓰다와 오노부는 남의 호의에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겁니다. 돈은 갖고 싶지만 돈을 내민 호의는 필요 없다는 식의 행동을 한 쓰다와 오노부에게 여동생이 일장연설하는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하네요.

 

 

 

2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시누이에게 당하는 오노부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일었는데, 이번에 읽을 땐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남편이란 아내의 애정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해면동물에 불과한 걸까."며 공허함에 사로잡힌 오노부의 마음은 안타깝지만,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인 셈이더라고요.

 

남편과 여동생의 대화 중에 "오빠는 언니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또 있으니까요"라는 폭탄 발언을 엿들은 이후 더 불안해진 오노부. 절대 사랑을 추구한 오노부에게 의심이라는 한 조각이 들어차게 되니, 앞으로 오노부의 행보가 어떨지. 이쯤 되면 정말 막장드라마로 전개될 법 합니다.

 

 

 

김정숙 번역가의 <명암>은 기존에 읽었던 것과 살짝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역시 번역가에 따라 읽는 맛도 달라집니다. 김정숙 번역가는 조금 더 청년들의 화법을 많이 사용한 느낌입니다. ~했네 대신 ~했어, ~하는 건가 대신 ~하는 거지? 식으로요. 아이고, 아이~ 같은 추임새도 곧잘 등장해 조금 더 아기자기 발랄하게 읽힙니다.

 

<명암>의 부제를 '완전한 사랑'이라 붙여도 될 만큼 절대사랑을 꿈꾸는 오노부를 통해 부부간의 사랑, 행복의 실체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명암이 교차하는 풍성한 인물 라인도 한몫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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