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기념하라 - 카체트에서 남영동까지, 독일 국가폭력 현장 답사기 보리 인문학 2
김성환 지음 / 보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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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체트에서 남영동까지, 독일 국가폭력 현장 답사기 <악을 기념하라>. 두꺼운 책이지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홀려 읽었습니다. 독일이 과거사를 어떤 방식으로 청산하고 있는지 우리 과거사 청산과 비교해 보며, 시민운동과 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소위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 때 시위로 서울대 제적을 당하고 징역살이를 했던 김성환 저자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서 20대를 보내고, 이후 역사 편집자로 출판계에 몸담았습니다. 현재는 남영동 대공분실 인권기념관추진위원회 상임 공동 대표로 한국의 독재 과거사 청산을 위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6년에 공산주의자들의 반체제 활동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조사 시설입니다. 놀랍게도 이 건물은 한국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이 설계했었고, 더 경악스러운 점은 애초부터 고문을 위한 시설로 건축되었다고 믿을 만한 점들이 설계도면에 표시되었다는 겁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폭력을 당했습니다. 1985년 515호에서는 민청련 사건으로 김근태가 10여 차례 물고문과 전기 고문을 당했고, 1987년 509호에서는 서울대생 박종철이 고문사 당한 곳입니다. 그런데 김근태 고문방은 텅 빈 채 아무것도 없습니다. 국가폭력이 자행된 다른 시설들도 이미 재건축되어 흔적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한국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문 수사의 현장이 바로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그 무렵 독일 방문을 계기로 독일에는 나치 과거사를 성찰하게 하는 장소가 많다는 걸 목격합니다. 독일의 나치 과거사 청산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독일과 폴란드 곳곳에 남아 있는 나치 및 동독과 관련된 수많은 기념관과 박물관을 탐방하게 됩니다. 


과거사 청산 문제를 떠올리면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독일 총리는 수차례 사과를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기에 민족성의 차이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사실상 독일의 과거 청산 역사를 살펴보면 초반엔 일본과 전혀 다를 건 없었다고 합니다. 독일도 전범에 대한 강력하고 깔끔한 청산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68학생운동, 1980년대 미국의 홀로코스트 방송을 계기로 일어난 반성운동, 1980년대 역사 수정주의 논쟁, 1990년 독일 통일 후 일어난 동독 과거사 청산 논의 등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이 보태진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독일 국민들은 당시 스스로 히틀러를 지지했었고 묵인했었습니다. 우리도 스스로 대통령을 선출했고, 독재와 폭력·학살에 눈을 감았습니다. 여기서 독일로부터 배워야 할 게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화운동은 정파적 이데올로기로 전락해버렸지만, 독일은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과거사 청산은 변하지 않는 고정된 상수라는 겁니다.


<악을 기념하라>에서는 나치의 반인류 범죄를 증명하는 장소를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메르켈 총리가 사죄한 장소로 잘 알려진 다하우 강제 수용소 기념관은 최초의 강제수용소입니다. 나치당 정권 초기에는 좌파 사회주의 타도를 목적으로 구금 시설용으로 만들었지만, 2차 대전 때부터 유대인 절멸 정책으로 표적 삼았다고 합니다.


김성환 저자는 기념관 조성에서 장소성의 중요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발키리 작전이라는 쿠데타 계획이 실패하고 주모자 5명이 처형된 장소에는 현재 청동 인물상과 총살 집행자들의 자리인 길고 낮은 청동 단이 놓여 있습니다. 그곳에 서 있을 때 그 장소가 주는 공포와 슬픔이 혼재된 감정을 느낄 겁니다.


모든 수용소의 모델 하우스 격인 작센하우젠 수용소는 현재 날 것 그대로의 나치 과거와 직면하도록 복원해뒀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기념관을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신축하는 것보다는 기본적으로 원형을 보존하는 게 원칙입니다. 폐허 같은 공간은 오히려 의도적 설계인 겁니다. 기념관은 가해자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공포의 지형도 기록관도 인상 깊습니다. 친위대 본부, 비밀경찰 게슈타포 본부, 중앙안보국이 사용하던 건물이 있던 자리를 기념하기 위한 담론이 30여 년 가까이 이어졌었고, 시민운동으로 무리한 복원을 하지 않은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된 여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잘못된 복원은 공포 체험관 같은 느낌뿐이며 역사의 무게를 날려버리게 됩니다. 지금은 달라졌다지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무리한 복원 사례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악을 기념하라>는 독일 현대사,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이해하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합니다. 중앙정보부, 보안사 같은 기관의 흔적이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실체가 보존된 유일한 공간인 남영동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남영동 보존을 위한 시민운동을 통해 2023년 6월 (가칭) 민주인권기념관이 개관될 예정이지만, 그 여정이 참 파란만장했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청이 퇴거하도록 시민운동을 벌였고 건물 신축 관련해서도 부침이 참 많았지만, 이 건물과 시설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 시민 사회에서의 공론화가 필요하기에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부동산 사업과 만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는 걸 경고합니다. 기념관이 세워지면 기념관 교육과 관련한 방향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 역시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해 짚어줍니다. 국가폭력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바람이 잘 실천되도록 앞으로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을 주목해야겠습니다.


아픔을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악을 기념하라>. 상처를 드러내고, 기억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독일 나치 과거사 청산 사례를 통해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하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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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 클락워크 도깨비 - 전3권 고블 씬 북 시리즈
정지윤.남유하.황모과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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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의 바탕이 되는 소설, 웹툰 등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다양한 감성과 취향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탄탄한 문학 세계를 갈구하게 됩니다. 특히 SF, 호러, 판타지, 미스터리 등 장르소설에 거는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도서출판 들녘의 새로운 문학 브랜드 '고블'의 런칭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고블 씬 북 시리즈 시즌 1에서는 중편 분량의 소설 세 권을 내놓았습니다. 장르의 맛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감동과 주제가 가진 깊이가 장편 못지않은 옹골찬 스토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독립출판물로 단편을 출간하기도 했던 편집자 출신 정지윤 작가의 첫 데뷔작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기술 발달로 세상이 바뀌는 시점. 그 경계를 넘어선 이들과 아직 넘지 않은 이들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다룬 이 소설은 충분히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 실감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인체에 삽입해 시각, 청각에 직접 간섭하게 하는 감응형 생체칩인 텐서칩. 고도로 발달된 스마트폰이 몸속에 있는 느낌을 상상해 보세요. 생체칩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이르자 생체칩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자 기술보호구역을 만들어 기술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됩니다.


얼핏 상상하는 것처럼 감옥 같은 곳이 아니라 일반 주거구역에 위치한 아파트 단위로 설정되어 있으니 위화감은 덜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기술보호구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에 남은 곳은 베니스힐 아파트뿐입니다. 텐서칩 없이는 외부에서의 생활이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베니스힐 아파트에 사는 고등학생 요한은 단순 사고사가 아닌 것 같은 친구의 죽음 때문에 방황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과외 선생님의 도움으로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나서는데…


텐서칩을 반대하고 베니스힐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 그들에겐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었습니다. 보호구역이 가진 흑막을 밝혀가는 과정을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여정은 통쾌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라노벨 제목처럼 챕터마다 서술형으로 된 소제목을 붙였는데 풍자하는 듯한 반어법이 꽤 맘에 들었습니다. 발달된 증강현실이 상용화되었을 때 충분히 일어날 법한 근미래 이야기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옳든 그르든 세상이 나아가는 방향을 거스를 때, 과연 인간다운 생활이 유지될 수 있을까. 요즘 방역패스와 관련한 이슈의 고민과도 맞물린 주제이기에 더 생생하게 와닿는 소설입니다.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자·과학소재공모전 우수상 남유하 작가의 소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겨울의 눈부신 은빛을 배경으로 스산한 푸른 수염 동화 분위기도 슬며시 나기도 하는, 판타지와 호러를 오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입니다.


어느 해부터 겨울이 길어지더니 봄이 오지 않습니다. 일 년 열두 달 추위에 짓눌려 사는 마을이지만, 주변 검은 숲의 석탄 개발 사업 덕분에 스미스 씨네 공장을 다니며 마을 사람들은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얼음장을 마치고 슬픔에 빠진 소녀 카야. 죽은 사람의 영혼이 가족과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 이곳은 죽은 이를 얼음 속에 보관하는 얼음장 관습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눈을 뜰 것만 같은 생생한 모습의 얼음관을 집에 두는 거지요.


그런데 스미스 씨가 엄마의 얼음관을 팔라고 합니다. 정원에 둔다고 말입니다. 팔지 않으면 아버지가 실직하게 되니 결국 엄마의 얼음관을 스미스 씨네 정원을 장식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좀 싸해집니다. 신사인 척 가면을 쓰고 다니는 스미스 씨의 음험한 계략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카야의 성장기 서두만 읽은 아쉬운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2편, 3편 등 카야와 은빛 늑대의 활약이 더 기대되네요.


한국과학문학상 대상·2021 SF어워드 수상자 황모과 작가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스팀펑크 소설 <클락워크 도깨비>. 고종 시대 궁궐을 밝힌 전등과 노면전차 등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말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와 산업화 아래에서 많은 부침을 몸소 겪었던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도깨비라는 판타지 요소까지 버무려진 흥미로운 스토리입니다.


대장장이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연화에겐 매일 밤 씨름을 하는 도깨비 친구 갑이가 있습니다. 조선의 마지막 도깨비입니다. 도깨비는 사람들이 믿어줘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경복궁에 휘황찬란한 불이 나타날 정도니 도깨비의 시대는 끝이 났음을 갑이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화는 한밤에도 전등을 밝힐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낮에 갑이가 활보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고 믿습니다. 갑이와 함께 경성으로 간 연화는 근대화를 몸소 경험하는데…


<클락워크 도깨비>에서는 불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이 큽니다. 산업화 동력으로서의 불이라는 직접적인 의미도 있고, 마음의 분노와 뜨거운 기운의 원천이 되는 불이라는 양가적인 의미가 등장합니다. 제국시대를 살아내며 남의 불을 밝히기만 했던 이들의 삶을 깡통이라 부르는 인조노동자에 빗대기도 하고, 누군가 꺼뜨리려 할 때 더 빛나는 혼불이 되어 타오르기도 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역동적이면서도 너무나도 가슴 아픈 그 시절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고블의 첫 번째 시리즈로 출간한 세 권을 읽고 나니, 고블의 방향성이 MZ 세대가 좋아할 만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볍고 얇은 판형인 고블 씬 북 외에도 앤솔로지, 장편소설,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낼 거라니 고블 브랜드를 눈여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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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걸음의 힘 - 소소한 루틴을 단단한 멘탈로 만드는
미리암 융게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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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좋아지는 방법의 한끗 차이를 알려주는 책 <딱 한 걸음의 힘>. 행동치료 전문 심리치료사 미리암 융게는 지금의 상황이 불만족스럽고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발걸음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작은 습관, 마이크로 해빗의 힘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책은 작은 걸음이 뭔지 확 와닿는 실천적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성공은 매일의 습관이 낳은 결과물입니다. 오늘의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과거의 습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도움이 되지 않은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그 과정에는 수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딱 한 걸음의 힘>은 가장 저항이 적은 길을 안내합니다.


목표에 1퍼센트 더 가까이 다가서는 작은 걸음, 마이크로 해빗이 어떻게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걸까요. 먼저 작은 성공의 의미를 일깨우고, 작은 승리 하나하나의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구분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변화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변화가 있어야 시야를 넓히고 지평을 넓힐 수 있다." - 딱 한 걸음의 힘


습관은 일상을 조직하여 안정감을 주는 루틴입니다. 습관은 편안한 안전지대입니다. 문제는 나쁜 습관도 참 많다는 겁니다. 안락한 습관 모드는 행동 변화를 힘들게 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최근에 읽은 천인우 저자의 <브레이킹 루틴>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갈구하며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위해 애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뇌가 자동항법 모드일 땐 주변을 다 놓치게 된다고 합니다. 바꾸지 않으면 바뀔 것도 없는 겁니다. 계속 지금의 불만족만 유지될 뿐입니다. 도전하는 것이 겁나는 건 당연합니다. 이때 도전에 대한 불안의 정체를 깊이 들여다보면 변화가 싫어 습관을 지키려 드는 나의 속내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왜 변화를 바라는지 스스로 납득이 안되면 변화 실천 의지 없이 그저 바라는 말만 내뱉고 마는 겁니다.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닌, 운동하고 싶은 이유 즉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내야 합니다. <딱 한 걸음의 힘>에 소개된 습관을 바꾸고 싶은 이유를 자문하는 질문을 참고해서 실천 의지를 단단히 만들어보세요.


과거의 생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갈아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자명하지만, 안전지대를 벗어나 성공하는 이들 역시 분명 많습니다. 목표는 방향을 정해주지만 지속성이 있으려면 체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목표로 가는 것을 즐길 수 있게, 새로운 습관이 삶의 일부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려줍니다.


미리암 융게는 특히 마음챙김을 중요시합니다. 판단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마음챙김을 목표 계획 달성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목표로 향하는 집중력을 위해 필요한 마음챙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정적인 푸념만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방해되는 습관을 찾을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모든 습관은 배우기보다 버리기가 더 힘든 법입니다. 대안 없이 바로 끊어버리기 힘들지요. 새로운 행동을 최대한 자주 쉬지 않고 반복해야 합니다. 새로운 행동이 자리잡으려면 매일의 루틴이 필요합니다. 실패해도 후퇴는 아닙니다. 흔히 알려진 습관 형성의 기준점으로 21일을 들지만 사람에 따라, 습관에 따라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3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습관이 단단해져 완벽한 습관이 되려면 작은 발전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며 끊임없이 의욕을 북돋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짜증, 분노, 실망 등 부정적 감정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실패와 실망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이미 알려준 게 있습니다.  마음챙김입니다.


이 책에 관심을 둔다는 건 자신에게서 행복과 만족을 방해하는 걸림돌을 발견해서일 겁니다. 해묵은 습관의 원인을 캐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새로운 습관을 꾸준히 반복하고, 보상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자리잡기까지 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기돌봄에 대한 이야기 <딱 한 걸음의 힘>. 


내가 취약한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대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문제를 감정으로 대하지 않고 중립적인 자세로 바라보는 마음챙김이 가능할 때 작은 습관의 성공이 수월해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심리학과 뇌과학을 바탕으로 습관의 기술을 알려주는 습관 훈련 심리 워크북입니다. 많은 걸 한 권에 압축적으로 담은 에센셜 가이드북인만큼 습관에 관한 기본서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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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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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장이 천 개의 말보다 더 충실한 시대의 증인이라 믿는 천주교 사제 장동훈 저자의 <끝낼 수 없는 대화>. 이 책에 등장하는 명화는 성서적 소재의 종교화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한 세속화입니다. 보편적 문화로서의 그리스도교가 협소한 의미의 종교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거치는 역사 속에서 세속 안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작품은 인간에 대한 저마다의 깊이대로의 고뇌와 질문을 안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궁극의 질문에 닿는 명화 이야기 <끝낼 수 없는 대화>에서는 미술사적 혁신이 아닌 '지금, 여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를 찾는 것에 집중합니다.


먼저 현대 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그에 부응하는 명화를 소개합니다. 미국 사실주의 대표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특유의 무심함 속에 헛헛함과 고독이 느껴지는 그림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동훈 저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쉼 없이 부유할 뿐인 인간의 모습을, '깃들지 못함'이라는 인간 존재의 비참함을 발견합니다.


정치 신념의 표현으로서의 프로파간다와 그에 반하는 저항 미술 역시 선전 예술이라고 부릅니다. 흥미롭게도 프랑스 혁명이 선택한 건 단순명료한 고전주의였습니다. 모범적 작품으로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마라의 죽음> 같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다가올 시대가 요청하는 시민적 덕목의 청사진이 필요했던 겁니다.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해도 반드시 진실과 부합하진 않습니다. 현실의 요구에 순응하기도 하지만, 타협할 수 없는 신념과 닿을 수 없는 이상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혼란스러운 멕시코 사회에서 기획한 국가 주도 예술 프로젝트에 디에고 리베라가 합류합니다. 정부청사로 사용 중인 국립궁전의 <멕시코의 역사> 벽화는 정부 주도 문화운동의 전형적인 모습이자, 정치적 이상의 종교적 표현입니다. 현실은 그림과 달랐으니까요.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한 작품들이 이어집니다. <바벨탑>, <무죄한 영아들의 학살> 등을 그린 브뤼헐은 짐짓 평화롭게 보이는 풍경 속에서 현실에 대한 저항과 정치적 비판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바짝 다가가야 그제야 무엇인지 알 수 있기에 더 끔찍하고 더 해학적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곡절에 귀 기울여보라는 인간성에 대한 호소를 담은 작품들을 대면하다 보면, 일상을 짊어지고 전진하는 무명씨들에게 보내는 응원이 되기도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중 <최후의 심판>에서는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인간의 숙명에 대한 고찰을 만날 수 있고, 도미에의 작품들에서는 도시의 화려함이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고된 일상과 허무를 견디고 살아가는 도시민의 애환을 위로하는 따스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카스틸리오네는 선교사로 중국 황실 화가로 살면서 정작 직접적 선교 활동은 배제된 채 궁정에서 주문한 그림을 그려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비종교적인 일에 열성을 다했던 건 지름길이 아닌 한참을 걸어야 하는 에움길 역시 선교라는 본연의 목적에 가닿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거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처럼 성과 속, 교회와 세상을 첨예하게 나누는 이원론을 뛰어넘어 역사를 더욱 인간답게, 세상을 더 낫게 하는 것이 오히려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프리카 난민들의 목숨이 사라져간 바다에 꽃을 던지며 애도하고 무관심의 세계화라는 비극에 애통해했던 것처럼요.


한국 화가의 작품도 등장합니다. 홍성담의 판화와 민중미술의 선구자로 전해져오는 오윤의 작품들이 인상 깊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 고발이 아니라 현실의 조금 앞쪽, 잃어버렸지만 잃어버리지 말았어야 했던 것들과 그래서 되찾아와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현실과의 대화를 지향하는 민중미술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제, 이념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만나봅니다. 방황하는 거인의 모습을 그린 고야의 작품들에서는 확실한 아무것 없이 환멸과 희망을 거듭하며 더듬거려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대패질하는 사람들>처럼 적나라한 현실감으로 고된 노동의 현장을 담아내며 현실로 눈을 돌린 작품들도 있습니다.


격변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삶을 위한 예술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만나는 시간 <끝낼 수 없는 대화>. 작품이 스스로 건네고 있는 영감에 귀 기울여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전염병 종식과 박멸만이 모든 담론을 집어삼킨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여기' 꼼짝없이 갇힌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길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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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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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 마크 라이너스가 2007년에 내놓은 <6도의 멸종>은 대표적인 환경 도서로 자리 잡으며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펼쳐 보인 묵시록과 같은 이 책의 반향은 어마어마했었는데요. 이 책을 바탕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제작, KBS 환경스페셜 <지구의 경고>(2021) 제작, 그리고 EBS 다큐프라임 <여섯 번째 대멸종>(2021)에서도 저자 마크 라이너스가 등장해 수많은 이들에게 기후변화의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표지에도 사용한 줄무늬는 레딩대학교 에드 호킨스 교수가 제작한 "가열화 줄무늬"그래프입니다. 1850년부터 2020년까지의 지구 평균 온도를 색으로 나타냈습니다. 세로줄 한 줄은 1년입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 하락분이 클수록 진한 파란색, 상승분이 클수록 진한 빨간색입니다. 한국도 나와있으니 https://showyourstripes.info/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작 <6도의 멸종>에서 2045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훨씬 빨리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기후변화의 시계가 예상보다 더 빨라졌습니다. 현재는 전작이 출간될 당시보다 더 비관적인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바닷가에 풍력 발전소가 세워진 모습이 예전보단 눈에 띄지만, 여전히 한국은 세계 4위의 석탄 수입국에다가 화력 발전소 의존도가 높습니다. 지구에 쌓이는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를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세계에서 유명한 기후 온난화 그래프인 킬링 곡선은 매년 배출량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배출된 탄소는 우리 일상에서 나옵니다.


2050 탄소중립(탄소 배출 양과 제거 양이 같은 상황) 목표를 달성하려면 변화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더딥니다. 여전히 배출량이 제거량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2050을 기준으로 삼는 건 이때 순배출량이 0에 수렴되어야 그나마 1.5℃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처럼 변화없이 유지한다면 2030년대에는 2℃, 2050년대에는 3℃, 2075년쯤엔 4℃ 상승폭을 예상한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 조부모 세대보다 1도 더 뜨거워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기온이 이미 상승한 겁니다. 그 여파는 오늘날 지구의 모습입니다. 매년 해양 상층부에는 6제타줄 에너지가 쌓이는데 이는 1초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3개가 바다에서 터지는 에너지와 같다고 합니다.


북극곰은 기후변화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평년보다 20℃ 이상 높았던 북극을 본 것처럼 여름철에 얼음이 얼지 않는 북극의 첫해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목격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생태계가 재구성되면서 야생동물들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북극의 극단적인 온난화는 그저 얼음이 녹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사율 높은 눈과 얼음 대신 바닷물이 생겨났기에 태양열 흡수량은 증가하게 됩니다.


결국 일단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 가속화가 될 일만 남았고 막기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되먹임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기후붕괴에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2℃가 오르면 북극의 영구 동토층에서 발생하는 탄소 방출 되먹임은 3℃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고 합니다. 일단 시작되면 악순환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빙하가 소멸되면 일어나는 악영향은 이 외에도 무수하게 많았습니다. 단순히 얼음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균형이 깨지는 일입니다.


3℃가 되면 세계 식량 위기, 열대우림의 붕괴, 해수면 5미터 상승 등을 예측합니다. 문명 붕괴 단계에 진입하는 겁니다. 이미 세계의 일부 지역 기온은 51.1℃까지 치솟아 극심한 폭염을 경험했습니다. 이 기온도 3℃ 상승한 세계에선 시원한 여름의 기온이 되는 겁니다.


4℃가 되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구의 모습이 됩니다. 물론 인간이 멸종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살인적인 더위라는 묘사를 하지만 진정한 살인적인 더위를 맞이하게 됩니다. 지구가 한증막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때쯤엔 해수면도 30~40미터 상승합니다.


5℃가 되면 거주 가능한 공간이 지금의 10분의 1만 남을 거라고 합니다. 그동안 생긴 기후 난민들은 이때쯤 생존해 있을까요. 6℃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뿐입니다. 대부분의 연구도 여기까지 가는 건 종말론자로 낙인찍히기에 꺼릴 정도입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기온 상승폭은 2℃라고 합니다. 겨우 2℃라니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에 도달하려는 의지가 없는 현실입니다. 1.5℃만이라도 유지하려면 2030 감축안으로 알려져 있듯이 10년 안에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합니다. 15년 전 마크 라이너스 저자는 이미 예측했지만, 2015 파리 협정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은 미온적입니다. <6도의 멸종>은 더 빨라졌고, 이제는 최종 경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직시하는 것과 선택지가 있음을 분명히 알려주는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생각했던 것보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지금은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의 주인공처럼 실천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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