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레시피 - 맛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이야기가 된다!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북스레브쿠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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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연희동 요리 선생님으로 친숙한 요리 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의 『아버지의 레시피』. 한 셰프의 삶, 한 가족의 역사,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적 전환이 모두 녹아 있는 식탁 아카이브라 할 만합니다.


저자의 아버지 나카가와 다모쓰는 도쿄제국호텔에서 프렌치 요리를 다루던 셰프였고, 쇼와와 헤이세이를 가로지른 요리 인생을 살았습니다. 히데코는 아버지의 빛바랜 레시피 노트를 따라가며 스무 편의 에세이와 서른일곱 편의 레시피로 아버지의 삶을 재현합니다.





맛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이야기가 된다는 부제처럼, 요리는 단순히 음식이 아닌 이야기의 매개체가 됩니다. 레시피를 빌미로 한 사람의 일생을 복원해 내는 감동적인 프로젝트이자 세대를 건너뛰며 전해지는 맛의 DNA를 추적한 흥미진진한 요리 에세이입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옥수수 크림수프의 기억입니다. “내가 장성해 해외를 돌아다니며 살게 되자 아버지는 옥수수 크림수프 레시피를 적어 항공우편으로 보내주었다… 내 아이들은 아버지의 옥수수 크림수프를 이유식으로 먹었고, 그 맛은 대를 이어 전해졌다”라고 회상합니다.


옥수수 크림수프는 아버지가 부치는 안부 편지의 다른 이름이었던 겁니다. 종이 위의 레시피는 국경을 건너고 세대를 이어 가족의 정서적 유대를 보존하는 도구가 됩니다.


아버지의 요리 인생은 오믈렛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도쿄제국호텔의 주방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아침 식탁에 맞추기 위해 끝없는 달걀 요리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요리란 손맛의 영역을 넘어 집념과 수련의 산물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가 레시피를 따라 하며 무심히 완성하는 한 접시에도 사실은 수십 년의 땀과 연구가 켜켜이 쌓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저녁은 셰프의 삶에서는 종종 부재의 시간으로 기록됩니다. 부재 속에서도 직업적 헌신이 어떻게 가족의 기억 속 상징으로 전환되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가슴을 두드립니다. 시간이 흘러야만 깨달을 수 있는 사랑의 형태를 완벽하게 포착합니다. 아이에게는 아버지의 부재가 서운함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야 그 부재 속에 담긴 희생과 사랑의 무게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딸 사이의 기술 전수 장면이 등장할 때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소고기는 말이지, 굽기 두 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둬야 한단다”라며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말은 생애의 지혜와도 같습니다. 프라이팬의 열기 위에서 전수되는 것은 기술이지만, 그것을 감싸는 것은 부성애입니다. 히데코가 결국 아버지의 길을 선택한 것도 이 순간들 덕분일 겁니다.





늘 대단한 요리만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평범한 간식마저도 따뜻한 이야기가 됩니다. “아빠가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베를리너 튀겨주신대!”라는 어머니의 말은 어린 딸의 하루를 환희로 채웁니다. 여기서 요리는 미슐랭급의 복잡한 기술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부지런히 튀겨내는 한 조각의 빵에서 더 큰 의미를 얻습니다.


“지칠 때면 아버지와 함께 굽던 향긋한 애플파이 냄새를 떠올리며 힘을 내본다”라고 말하는 딸. 요리는 삶의 복원력을 일깨우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기본기부터 실패하기 쉬운 포인트, 가정에서 응용하는 비법까지 아낌없이 공개한 서른일곱 편의 레시피가 반갑습니다. 옥수수 크림수프, 햄버그스테이크, 로스트 치킨, 애플파이 등 아버지와 딸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요리들입니다. 재현의 차원을 넘어, 오늘의 부엌에서 재해석된 레시피입니다.


글과 사진이 함께 빚어낸 『아버지의 레시피』. 주방의 구석구석, 재료가 익어가는 순간, 오래된 노트의 질감까지 고스란히 포착한 칠십여 컷의 사진은 맛을 상상하게 합니다. 요리를 삶의 언어로 이해하는 시간, 세대를 잇는 전승의 힘을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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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 인생 9할을 웃음으로 버틴 순자엄마의 65년 인생 내공 에세이
순자엄마(임순자)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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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웃음으로 삶을 버틴 65년, 순자엄마가 전하는 인생 두 번째 막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유튜브 채널 순자엄마를 통해 128만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임순자 씨의 인생 고백록이자 세월의 기록입니다. 65세라는 나이에도 거침없는 입담과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여성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4세부터 시작된 순자엄마의 사회생활부터 유튜브 스타가 되기까지의 65년 인생을 세 개의 계절로 나누어 전개됩니다. 충북 충주의 가난한 소녀 시절에서 시작해 서울 공장에서의 고된 노동, 결혼과 육아, 그리고 유튜브 스타로 변모하기까지 이어집니다.


"힘들어? 옘병!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이 직설적 한마디에 순자엄마의 삶의 태도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에서는 삶의 역설적 유머와 고통의 정직한 기록이 공존합니다.


첫 번째 계절은 '버팀'의 역사입니다. 열네 살에 사회에 뛰어든 순간부터 저자는 단 한 번도 인생이 호락호락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퍽퍽한 고구마 같은 시절도 결국 자산이 되었습니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중엔 별거 아닌 일에도 감사하게 된다며, 바람 한 줄기에도 웃음이 나고, 걱정 없이 뜨끈한 밥 먹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워진다고 말이죠. 고생 끝에 다다른 깨달음이자 체험에서 길어 올린 철학입니다.


버티면 언젠가는 다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소극적인 견딤이 아닌 적극적인 생존 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들에 대한 감사함이야말로 순자엄마만의 생존법입니다. 죽을 일만 아니면, 뭐든 하라는 조언은 투지를 넘어 자신이 걸어온 길을 관통하는 인생 원칙입니다.


고생을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 고생이 훗날 어떤 형태로든 되돌아온다는 믿음은 현재의 어려움에 매몰되기 쉬운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 줍니다.





두 번째 계절. 젊음의 고생을 지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자 비로소 인간관계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순자엄마는 살아보면, 혼자 있으면 안 되는 때가 있더라고 고백합니다. 젊을 때는 홀로 버텨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과 함께 웃고 울어야 인생이 덜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보여줍니다.


사람 사이 푸느냐 묶느냐는 나 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관계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두는 이런 태도는 꼭 배워야 할 중요한 지혜입니다. SNS 시대에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특히 의미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순자엄마의 철학은 소박하면서도 깊습니다. 착하게 산다는 게 뭐 별거냐며, 착함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기꺼이 베푸는 태도이고, 이 태도가 결국 사람을 이어주고 인생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걸 짚어줍니다.





세 번째 계절은 순자엄마가 50대 이후 깨달은 삶의 지혜들로 가득합니다. 순자엄마는 힘을 줄 땐 제대로 주고, 힘을 풀 땐 확실하게 풀어보라고 말합니다. 악착같이 살아온 이가 도달한 균형의 철학입니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경지, 그것이 노년의 멋진 자유입니다.


특히 며느리와의 관계는 멋짐이 폭발합니다. 권위적 시어머니의 전형을 거부하고, 편안한 관계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세대를 잇는 관계에서 갈등이 아닌 웃음으로 다가가는 순자엄마입니다.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는 고난의 기록이지만 동시에 웃음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그 웃음은 버티고 견디고 마침내 여유로 도달한 무게 있는 웃음입니다.


불안에 대한 관점도 와닿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들면 그냥 내가 배가 불렀나 보다 해. 지금 잘되고 있으니까 떨어질 걱정을 하지. 그래도 얼마나 좋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라는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되어줍니다.


아들 쫑구와 며느리 유라의 편지를 읽으며 순자엄마의 배려심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받을 만한 인품을 가진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겁나도 해봐야 안다", "포기한다고 지는 건 아니야" 같은 말들은 나이를 핑계로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버티는 힘을, 중년에게는 도전의 용기를, 노년에게는 여전히 즐길 수 있는 삶의 가치를 전합니다. 무엇보다 순자엄마의 목소리는 '나도 이렇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줍니다.


순자엄마의 경험담 하나하나가 삶의 각 단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습니다. 유튜버이자 엄마, 아내, 봉사자로 살아온 임순자 님의 삶은 평범함 속에서 오히려 특별해집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인생 철학서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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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느린 작별
정추위 지음, 오하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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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치매에 걸린 남편과의 일상을 담은 『아주 느린 작별』. 출간 즉시 대만을 눈물바다로 만든 화제작입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대만의 언어학자 정추위 교수는 68세의 나이에 40년 동반자를 잃어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그저 감동적인 치매 간병 에세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합니다. 상실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의 의미를 재구성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철학서에 가깝습니다.


수학 교수였던 남편 푸보가 치매를 진단받은 순간, 부부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저자가 정년 2년을 앞두고 맞닥뜨린 현실은 평생 연구해온 언어가 무력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주 느린 작별』에서 그는 연구자가 아니라 돌봄의 주체로서 서 있습니다. 





매일 아침 커피와 함께 대화로 하루를 열던 두 사람의 루틴은 무너집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예전처럼 열렬히 반겨주는 눈빛은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언어를 연구해온 사람이 언어의 소멸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다는 아이러니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더 이상 "여보"라는 호칭조차 듣지 못합니다. 언어는 소통의 매개였지만 동시에 사랑의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68세의 나이에 24시간 간병인이 되어야 했던 돌봄의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화장실의 대참사, 밤마다 반복되는 불면. "심호흡하자, 심호흡. 절대로 흥분하면 안 돼. 그이는 환자잖아."라며 스스로를 달래는 문장은 돌봄이 지적 훈련이 아니라 감정의 전쟁임을 보여줍니다. 언어학자가 수십 년의 연구로 다룰 수 없었던 영역이 바로 이 '말 없는 소통'의 장이었던 겁니다.


하루를 버틴다는 말이 이런 의미가 될 줄 몰랐을 겁니다. 치매와의 동행에서 약을 먹이는 것도, 외출을 설득하는 것도 전투입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승자는 없습니다. 오직 버틴다는 사실만이 기록됩니다.


남편의 기억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너질 일만 남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간병 과정에서 자신의 삶이 소진되어 가는 것을 직면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과정이야말로 사랑의 또 다른 얼굴임을 깨닫습니다. 언어로 다 설명되지 않는 무언의 헌신 말입니다.


남편의 기억은 급격히 무너져 내립니다. 아내를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 착각합니다. 이 짧은 인사는 결혼 생활 전체를 잊어버린 채 건네는 가장 잔인한 언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억의 유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딸의 위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엄마, 너무 슬퍼 마세요. …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아빠를 사랑하고 있으면 돼요."라고 말이지요.


저자는 언어 대신 감각, 기억 대신 현재의 태도를 붙잡습니다. 결국 사랑은 반응이나 기억으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유효한 감정임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사랑이 언어 이전의 행위이자 본능임을 증명합니다.


정추위 교수의 학문적 배경은 이 기록을 독특하게 만듭니다. 평생을 언어학 연구에 바쳤지만, 남편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것은 언어의 상실이었습니다. 학문의 도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 언어가 사라진 뒤에도 남는 감정과 관계의 심연을 마주한 것입니다.


『아주 느린 작별』은 언어 이후의 세계를 탐구하는 학자의 보고이자, 인간 존재를 언어로만 정의할 수 없음을 드러내는 생생한 사례집의 가치를 지녔습니다. 돌봄의 종착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회복입니다. 위급 시 자신을 돌봐줄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그간 외면해 온 치료를 받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의 무게를 덜어내기로 결심합니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와의 작별을 마주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상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질문을 건넵니다. 치매로 인해 모든 기억을 잃은 배우자를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가? 그 사랑의 근거는 무엇인가? 언어와 기억의 종말 이후에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 깊은 여운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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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법칙 - 장벽을 허물고 관계를 변화시키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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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수천 명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나눌 사람은 드뭅니다. 손절과 차단이 관계의 기술로 미화되는 시대, 진정한 연결은 오히려 사라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은 심리학과 뇌과학,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실패하는지 분석합니다. 전작 『기대의 발견』에서 플라시보 효과의 과학을 탐구했던 그는 신작 『연결의 법칙』에서 인간관계의 과학적 본질을 해부합니다.


『연결의 법칙』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며 회복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13가지 법칙을 소개합니다. 


미국의 장수 연구에서 발견된 건강과 장수의 7가지 요인 '알라메다 7'은 건강 습관의 대표적 기준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여덟 번째 요인을 추가했습니다. 다름 아닌 사회적 연결이었습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인맥이 넓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사람과의 유대가 상처 회복과 면역력 강화, 심지어 치매 예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적 고립은 외로움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심장병 위험이나 조기 사망률과 직결되는 요인입니다. 우리가 서로 연결될 때 단지 기분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저자는 공유 현실(shared reality)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둡니다. 인간은 같은 경험과 의미를 나눌 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을 구축합니다. 마음이 통한다는 표현이 비유가 아닌 과학적 사실임을 보여줍니다.






평소 첫인상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했나요? 실제로 상대는 우리의 호의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연결의 문은 생각보다 훨씬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나는 내성적이라 사람들과 잘 못 어울려'라는 자기 규정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외향성과 내향성은 인간관계를 결정짓는 절대적 요인이 아닙니다.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도 의도적인 시도로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외향적인 사람조차 잘못된 직관 때문에 오히려 관계 형성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성격이라는 신화라 명명하며, 관계의 질은 타고난 성격보다 학습 가능한 기술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합니다.


관계의 가장 큰 장벽은 차가운 무관심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잘못된 확신인 겁니다. '저 사람이 날 싫어할 거야'라는 추측은 대부분 근거 없는 자기중심적 사고일 뿐입니다. 인지적 편향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대화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관계의 무대라고 합니다. 말을 이어가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짧은 침묵은 친밀감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반가울 겁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화술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대화를 유연하게 이어가는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하며, 적절한 질문이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합니다.


관계를 단단히 묶는 접착제는 돈도, 권력도 아닌 감사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진심 어린 칭찬과 고마움의 표현은 상대방의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관계를 장기적으로 강화한다고 합니다. 감사 표현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의 행복감도 커진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감사는 이기적이지 않은 동시에 가장 이기적인 전략이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딜레마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모든 관계에서 불가피하게 등장하는 거짓말, 은폐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지나치게 엄격한 진실주의는 관계를 피폐하게 만들 수 있으며, 때로는 작은 비밀이 관계를 보호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지혜입니다.


그 외에도 질투하지 말고 함께 기뻐하기,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나쁜 감정 치유하기, 싸우지 않고 토론하기 등 연결을 유지하는 법칙들을 짚어주며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온라인 관계도 오프라인 못지않게 의미 있는 유대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플랫폼이 아니라 사용법입니다. 온라인에서도 감사, 공감, 진정성의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혼자가 편할 때일수록 연결이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연결의 법칙』은 뇌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를 종합해 관계의 본질을 증거 기반으로 해석한 과학적 보고서입니다. 외로움이 세계적 전염병처럼 퍼져가는 시대에 이 책은 관계 회복을 위한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따뜻한 처방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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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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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조선 후기 지도 제작자 고산자(古山子) 김정호. 그는 한 세기 앞서 빅데이터의 개념을 몸소 실천한 학자였습니다. 평생을 바쳐 전국을 답사하며 산줄기, 물줄기, 고을과 도로, 나루터와 봉수대까지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1861년 철종 때 완성된 『대동여지도』입니다.


가로 3.8m, 세로 6.7m에 달하는 거대한 전도(全圖)였지만, 접으면 책처럼 휴대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더라도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압도적인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축척, 거리 계산, 기호 사용 등 실용적인 지리정보 시스템(GIS)의 원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지도를 우리가 직접 읽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자로 빼곡히 적힌 지명, 현대와는 달라진 표기법, 흑백의 제한된 정보가 장벽처럼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진선출판사의 『한글 대동여지도』는 그 어려움을 돌파합니다.


한국 지도 제작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지도학자 최선웅과 백두대간을 종주한 산악·답사 전문 기자 출신 민병준 저자가 손을 맞잡고 펴낸 성과물 『한글 대동여지도』. 두 전문가의 합작은 지식과 체험이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입니다.


『한글 대동여지도』는 전국 11,677개 지명을 한글로 병기했습니다. 낯설었던 고을 이름이 지금의 어느 지역에 해당하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각 지도마다 해당 지역의 지형과 인문지리를 간략히 개관해 두었기 때문에, 지도만 펼쳐도 국토가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한글 대동여지도』는 원본을 65%로 축소해 만들되, 김정호의 원래 의도를 최대한 살렸습니다. 그리고 원본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대동여지도』에는 빠져 있던 독도(우산도)와 거문도(삼도)를 추가 표기했으며, 일부 잘못된 지명도 교정했습니다.


지도란 과거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메시지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김정호가 19세기 국토의 효율적 이해를 위해 지도를 제작했다면, 『한글 대동여지도』는 역사적 유산을 현대적 의식으로 재해석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도성도, 경조오부도로 시작해 백두산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모든 구석을 훑을 수 있습니다. 각 도엽은 미시적 세부를 보여주면서도, 전체를 연결했을 때 거대한 그림이 완성됩니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쾌감이 동반됩니다.


조선 시대 교통로의 배치가 흥미로웠습니다. 봉수와 역참의 위치를 보면서 통신망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군사적 요충지가 어디였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오늘날 고속도로망이나 철도 노선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한글 대동여지도』는 국토를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디지털 지도 앱으로 손쉽게 길을 찾는 세상에서 왜 종이 지도를 다시 들춰야 할까요?


종이 지도는 단순한 길찾기가 아니라 공간의 총체성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길 위에 있는 나를 넘어, 국토 전체 속에 내 자리를 자각하게 합니다. 김정호가 원했던 모두가 국토를 이해하는 시대, 『한글 대동여지도』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이 책의 독창성은 제책 방식에 있습니다. 원본 『대동여지도』와 동일하게 22첩, 122도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분리하여 이어 붙이고, 병풍처럼 접어 펼칠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모든 도엽을 연결하면 가로 2.44m, 세로 4.14m의 대형 전도가 완성됩니다. 집 안 거실 벽을 가득 메우는 빅 월맵이라 할 만하지요. 아이들과 함께 우리 고장의 위치를 찾아보고, 조선 시대 도로망을 따라 여행 코스를 상상하는 순간, 지도는 살아 있는 역사 교재로 변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색연필이나 수채 물감으로 산과 강, 도로와 경계를 칠하면서 나만의 대동여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목판 인쇄본이라 흑백 지도였던 대동여지도를 당시에도 용도에 따라 직접 채색해서 활용했다고 합니다. 컬러링북처럼 색칠을 하다 보면 평면적으로 보이던 지도가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동여지도에 표시된 방점을 통해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 방안표를 이용한 축척 이해, 각종 기호의 의미 파악 등을 통해 지도 읽기의 기초도 탄탄히 다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한양 성곽 안의 모습을 담은 도성도라든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60년 전의 지도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습니다. 스마트폰 지도 앱에 의존하다 보면 전체적인 지리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운데 『한글 대동여지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물줄기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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