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전문적인 용어도 쉽게 풀어주고 있고, 주제나 문체가 교양과학서로 참 좋은 수준입니다.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과 그 연구를 바탕으로 한 뇌공학.

지난 50여 년간은 우주 개발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뇌공학의 시대입니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혁신적인 신경기술 개발을 통한 뇌 연구 프로젝트에 10년간 매년 3,000억원이라는 엄청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요. 뇌공학 연구는 연구 과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기술이 또다른 공헌을 하기도 합니다. 거짓말 탐지, 뉴로 마케팅, 정신질환 진단 등 여러 분야에 활용 가능합니다.

 

SF 영화 장면이 허황한 이야기가 아닌 이미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면?!

현재 뇌공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뇌공학의 발전 방향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임창환 뇌공학 연구자가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에서 친절히 알려주네요.

 

『 만약 우리의 뇌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단순하다면 우리는 너무 단순해서 결코 뇌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이안 스튜어트

 

기계로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읽는다?

일명 드림레코더라고 부르는 이것은 상상할 때 발생하는 신경 신호 해독 원리를 이용한 거라네요. 사지마비 환자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과도 같죠. 실제 이 기술은 어느 정도 가능하고 환자에게 이식한 사례도 제법 있더라고요.

 

 

 

출력이 가능하면 반대로 입력도 가능하게 될 테고요. 생각이나 꿈을 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기게 되는 거죠. 꿈도 저장하고 꺼내보는 것이 미래엔 가능할 겁니다.

기계가 사람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면 거짓말까지 읽어내게 됩니다. 아직은 오류가 있기에 맹신은 금물이지만요.

 

뇌공학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다양한 사례가 나와 있어요.

실험 사례를 보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표면적인 그 말 그대로 되는 세상이 오겠더라고요.

 

하지만 저자는 현재 뇌공학 연구의 한계도 토로합니다.

그는 뇌-컴퓨터 접속기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비용대비 경제적 효과가 낮아 연구지원이 낮은 분야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읽었던 폴 파머의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연설집 내용이 생각나네요. 아직도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느니 비용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요. 상상력의 한계가 얼마나 큰 피해를 일으키는지 말입니다.

 

 

뇌공학이 발전하면서 세상은 SF 영화에서나 보던 것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계가 사람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데 일단은 성공하기도 했고요.

  

현재 뇌공학의 화두는 '감정'이라고 하네요. 우리 몸은 감정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고 뇌의 신경신호에서도 미세한 감정 변화를 찾을 수 있다고 해요. 게다가 이제는 전자공학, 반도체 기술 발달로 작은 칩 하나로 가능하고요.

 

 

 

이것은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미 뇌는 처음 300밀리 초 이전에 감성적 반응을 나타내는 원리를 이용한 뉴로마케팅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 반응을 읽어내면 객관적인 선호도를 알아낼 수 있죠. 사람의 잠재의식과 감정을 읽어 마케팅을 활용하는 뉴로마케팅의 향상이 예견됩니다. 저자는 가까운 미래에는 영화 고를 때도 수치화된 평점 대신 영화의 몰입도와 공감도 그래프를 보며 선택할지도 모른다고 해요.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에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네요.

공부하는 머리가 타고나는 것이라는 것 ㅠ.ㅠ 신경과학계 내부에서는 그게 어느정도 정설이라고 해요. 공부하는 뇌 부분은 80%, 극복 가능한 부분 20%. 이보다 더 차이가 크게 나면 났지 줄어들진 않는 듯. 사회적 파장 때문에 순화시켜 발표해온다고 하네요. 그렇지 않으면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무기력이 팽배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연습이 실력을 향상하는 비율이 평균에서 단 1%만 높이면 인생을 180도 바꾸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

전류 자극을 통해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뇌 조절 기술이 있다네요. 전류 자극을 주면 기억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1주일 정도 효과가 있고요. 다만 장기간 사용시 부작용 연구가 부족해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이게 널리 사용 가능한 날이 오면... 수험생은 다 이걸 쓸테니 시험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뀌게 되겠군요 ㅎㅎ

인간의 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아직 10%도 되지 않는다고 하죠. 하지만 10년 뒤에는 어떨까요.
뇌공학 분야의 발전은 다른 분야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에 융합 연구가 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기술발전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니 실용화 가능성도질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윤리적 문제가 항상 뒤따르게 될 겁니다. 인류의 행복을 위한 기술이기에 앞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기도 합니다. 

 

알면 알수록 우리의 뇌에 감탄하게 됩니다.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는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뇌공학의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 메르세데스.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의 그 메르세데스 맞아요. 표지의 핏비가 오싹오싹합니다.

 

 

 

공포, SF 미스터리의 거장 스티븐 킹 작가가 드디어 추리소설에 도전했습니다. 작가 생활 40년 동안 500여 편의 책을 내면서 첫 탐정 추리소설이라니 기대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게다가 제대로 흥했네요. 2015 에드거 최고 장편소설상을 수상했습니다.


 

 

 

채용박람회에서 일명 묻지마 테러가 일어났어요.

교묘한 방법으로 훔쳐 낸 메르세데스로 피에로 가면을 쓴 채 사람들에게 달려든 거죠. 새 삶을 희망하는 실업자들이 모인 채용박람회가 아수라장이 됩니다. 범인은 유유히 종적을 감춥니다.

 

 

 

 

시간이 흘러...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호지스에게 편지 한 통이 옵니다.

경찰생활을 은퇴하고 폐물이 된 심정으로 텔레비전만 보며 무기력한 날들을 보내는 호지스. 여덟 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를 남긴 메르세데스 킬러를 잡지 못하고 은퇴한 게 마음에 걸렸던 차에 범인의 편지를 받고 자신도 모르게 삶의 의욕을 찾게 됩니다.


 

 

 

호지스는 그의 손으로 직접 메르세데스 킬러를 잡고 싶어하지요.

편지를 경찰에게 넘기지 않고 스스로 범인을 쫓게 됩니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범죄에 사용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주인은 키를 차에 꽂은 채 내렸다는 의심을 받다 결국 자살을 했는데, 경찰에서 벤츠 주인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돈 많고 허세 부리는 미망인으로 삐딱하게 바라본 시선도 한했습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은퇴 경찰 호지스와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디의 시선을 오가고 있어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스물여덟 살 브래디는 IT 기사면서 아이스크림 트럭 장사를 하는 두 직업을 갖고 있는데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브래디의 상상 속 범죄 역시 정말 끔찍합니다. 그걸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재난 영화처럼 여기면서요.

 

 

 

 

원래는 잊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이 메르세데스 킬러라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평정심이 흔들리는 브래디.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디는 이 도시 역사상 가장 엄청난 흉악범을 잡지도 못했는데 명예롭게 은퇴한 호지스에게 반감을 갖지요. 호지스가 자살하게끔 종용하는 편지까지 보내고, 은밀한 인터넷 채팅 사이트로 유도하며 그 나름대로 실행에 옮깁니다.

 

 

『 비정상적인 인간들은 자기가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남들이 알아차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 - p213

 

 

 

 

브래디의 집 지하실은 그만의 공간입니다. 통제센터 같은 이미지의 지하실에서 그는 창조자 겸 파괴자가 됩니다. 보조키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메르세데스의 주인을 교묘한 방법으로 자살로 이끌기도 했고, 차량을 훔칠 때 사용한 기구도 그의 발명품입니다. 은퇴 경찰 호지스의 주변 인물을 처리할 때도 그의 발명품이 사용되고요.


브래디의 범죄는 충동적입니다. 절대 잡히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진 않습니다. 일단 저지른다는데 더 의미가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사건 때도 어떻게 경찰에게 잡히지 않고 탈출할지 확률은 반반인 상태로 실행하기도 했고요.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테러를 소재로 삼은 소설입니다. 희생자들과 아무런 관계도, 동기도, 반복도 없는 범죄였기에 묻지마 범죄는 희생자들에겐 더욱 날벼락 같은 사건이 되는 거지요.


스티븐 킹은 '현실의 공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공포를 만들어낸다'며 '공포는 사회가 우리에게 억제하라고 부단히 요구하는 감정들을 운동시킬 기회를 제공한다'고 그의 책 「죽음의 무도」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범죄 역시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죠. 사람들은 은연중에 폭력, 공포 등에 끌리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브래디는 실행에 옮겼고, 그는 그 사건을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짜릿한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사회적 가면 속에 감춰진 브래디의 폭력성을 보니 스티븐 킹의 말처럼 자신 내면을 들여다보며 반면교사 삼을 만한 부분이 있었어요.


스티븐 킹의 첫 추리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고전 추리소설 형식에서 크게 벗어난 건 없습니다. 정통 방식으로 접근했네요. 범인의 편지와 채팅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갑니다. 다만 형사 혼자만의 힘이 아닌 주변 인물의 도움이 사건해결에 상당히 큰 작용을 하고 있어요. 형사느님 수준까지는 아닌 보통 인물인 호지스의 캐릭터 성격은 그래서 더 실감 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의 힘 -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이명옥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욕망 덩어리 인간. 긍정적 욕망은 삶의 에너지가 되지만 나쁜 욕망은 삶을 갉아먹지요.

욕망에서 벗어나고자 해도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착한 욕망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욕망을 갈망케 하여 착한 욕망을 축소시키거나 파괴하는 나쁜 욕망이 있다." - 말렉 슈벨

 

예술, 문학, 인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욕망.

<욕망의 힘>에서는 최고의 그림 전문가, 이명옥 관장이 소개하는 83개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가진 수많은 욕망을 보여줍니다. 그중에는 나쁜 욕망도 있고, 착한 욕망도 있습니다.


『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의 기쁨은 허망할 정도로 짧고,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는 늘 허기진 상태로 남아있다. 』 - p8


 

 

예술 작품으로 욕망을 간파하고, 그 욕망에 대해 문학 작품 속에서 찾아낸 문장을 함께 소개하는 구성으로 진행하는 <욕망의 힘>은 욕망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어렵고 난해한 해석 따윈 없습니다. 그저 작품을 보는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을 조금 깊이 들여다보는 셈입니다.

 

욕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랑'. 원초적 욕망이지요.

그런데 화가 대부분은 남성 화가여서인지 작품에 드러난 여성을 하나의 존재 자체로 놓기보다는 남성관으로 바라본 시선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성이 그린 누드화, 여성이 그린 여성의 에로티시즘은 정말 남성화가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더라는 겁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투여한 가짜 욕망이 아닌 진짜 욕망 또는 여성 내면이 투영된 작품들을 보며 그제야 다르긴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남성들이 만든 전통적 여성상의 틀을 깨고, 여성의 자의식과 정체성을 추구하는 작품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고독, 야수성, 탐욕, 절망, 집착, 애도, 자유, 희망 등... 우리가 때때로 표출하는 또는 가슴 깊이 숨겨진 욕망은 참 많습니다. 작품을 통해 나의 숨겨진 욕망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득인 것 같아요.

시각적 이미지는 백 마디 말보다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듯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욕망의 힘> 표지 작품이기도 한 노세환 작가의 「신데렐라 구두에 대한 고정관념의 한계라는 작품은 의외였어요.

그저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의 욕망을 표현한 것인가 싶었는데 숨은 의미는 표면적 의미보다 훨씬 심오하네요. 빨간 페인트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빨간 페인트가 굳어가는 과정인 이 작품은, 비판적 관점 없이 수용하는 작태를 꼬집어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가 아닐 수 있고, 가짜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해요.

 

착한 욕망을 표현한 밝은 작품도 많지만, 나의 욕망 중 어떤 코드가 맞았는지 이 그림이 자꾸 눈에 아른거리네요. 게르스틀의 자화상 작품인데 그림을 보자마자 눈물이 그렁대는 눈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웃음을 보이는 사람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마음이 많이 욱신거렸어요. 이 작품의 화가인 게르스틀은 생애 마지막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을 끝으로 자살했습니다. 삶을 끊어내는 욕망과 그 힘으로 삶을 살아내겠다는 욕망 사이에서 그가 선택한 욕망의 힘을 생각해봅니다. 


멋진 작품과 가슴을 두드리는 명문장이 함께하며 인생 공부를 하게 만드는 <욕망의 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만드는 힘을 생각하게 해 나쁜 욕망의 집착을 버릴 수 있게 이끌어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 -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폴 파머의 메시지
폴 파머 지음, 조너선 바이겔 엮음, 박종근 옮김 / 골든타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국적, 계층, 언어, 인종을 초월해 기회와 책임이 공평하게 분배된 세상을 꿈꾸는 21세기 슈바이처, 폴 파머를 아시나요. 세상을 바꾸는 의사 폴 파머는 이 책에서 빈곤층을 노리는 질병에 고통받는 약자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는 각종 의대 졸업식, 여러 공식 행사 등에서 한 연설을 모았습니다. 의대 학생뿐만 아니라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적 정의를 말하고 있답니다.


 

 

빈민 소외층에 의료혜택을 주기 위해 설립된 파트너스 인 헬스 PIH.

현재 PIH와 하버드의대 교수로 활동하는 폴 파머. 그가 이렇게 세상의 상처인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은 의대 졸업 후 아이티에서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을 겪은 영향이 컸습니다. 그리고 그가 깨달은 메시지를 미래를 일궈나갈 청년들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연설로 남기고 있네요. 주어진 시간 안에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그의 연설은 무겁지만 유쾌합니다. 그리고 깊은 울림을 줍니다.


『 가난한 사람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만 해도 혁신가나 모험가로 인정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 - 2008 옥스퍼드 대학교 스콜세계포럼 연설 중 (p70)

 

폴 파머는 의학의 가치를 재정의합니다.

끝없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 할 존재로 환자를 돌봐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의학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에게 말이지요. 최고의 의술을 비축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의사로서 성공은 가난한 환자들을 얼마나 잘 보살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영혼이 마취되면 의학의 가치가 싸구려로 전락할 위험에 있으며 실제로 그런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 - 2001 브라운 의대 졸업식 연설 중 (p47)

 

비용-효과성이 없다는 핑계로 소외된 사람들.

평등을 추구하는 탁월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폴 파머가 말하는 의학의 미래와 방향은 이렇듯 '치료받을 권리'를 바탕으로 합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사회적 불평등. 폴 파머는 과학과 기술이 이룩한 성과를 이 땅의 모든 사람과 나눠 가질 방법을 우리는 왜 모르는가? 하고 묻습니다. 상상력의 한계가 얼마나 큰 피해를 일으키는지 절실하게 경험한 그로서는 현실적, 지속 가능, 비용 효과적이라는 이 세 단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 의사가 된다는 것이 새벽 세 시엔 분명히 힘들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환자가 되는 것보다 힘든 일은 아닙니다. 』 - 2003 하버드 의대 졸업기념행사 연설 중 (p141)


 

 

오랫동안 심각한 빈곤에 시달려 온 지역에 발생한 자연재해를 겪은 아이티 사례는 장기적인 동반자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려줍니다. 환자를 의뢰인이나 고객이 아닌, 건강한 삶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할 때 의학과 공공보건의 혜택이 그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요. 불평등 시대에 빈곤층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과학적 진보는 유명무실하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폴 파머.

그들도 깨끗한 물, 안전, 치료받을 권리, 배고프지 않을 권리 같은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의 확장이 필요한 개개인의 역할, 환자의 삶과 병에 걸리는 사회적 배경을 파악해야 하는 사회의학의 역할, 동반자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그의 도전 속에서 발견한 가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뭉클하게 만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 백 마디 불통의 말, 한 마디 소통의 말
김종영 지음 / 진성북스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통 vs 소통

소통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하고 듣기에 대해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데다가 자판만 두드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불통의 시대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불통의 시대에 필요한 수사적 소통을 이야기하는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책은 수사학이란 무엇인지, 수사학이 왜 소통에 필요한지,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어떻게 써먹을지 알려주고 있어요.

 

수사학修辭學은 고대 아테네에서 태동한 무려 2,5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유물 같은 학문이 글로벌 시대에 실용적으로 쓰이게 되다니. 수사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수사학의 알레고리'라는 목판화 속에 엄청난 스토리가 담겨 있더라고요.

수사학의 본래 의미를 밝히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 가운데 여자가 수사학의 여인입니다. 그 주변으로 로마 최고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시민대법전을 완성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도덕윤리 사상가 세네카, 역사가 살루스티우스, 웅변가 키케로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수사학이 여러 학문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뜻이라네요.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수사학의 의미는 그저 꾸며주고 장식하는 언어적 표현 방식을 뜻하는 수준이지만, 서구의 수사학은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이라는 세 가지을 모두 다루고 있다 합니다.


 

 

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철학자들이 수사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소개하는데, 키케로와 퀸틸리아누스의 수사학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었어요. 키케로는 말의 기술보다 말하는 사람에게 더 비중을 두며 이상적인 연설가의 덕목을 강조했고, 퀸틸리아누스는 말을 잘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해 정신의 모든 덕성을 갖춘 인간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사학이 그저 리더의 자질로 필요한 기술이 아닌, 불통의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임을 인류 최고의 서사시 일리아스, 각종 명연설, 개그콘서트까지 들여다보며 수사적 소통의 위력을 알려준답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수사적 소통은 상대의 생각을 바꾸게 하고 자신의 견해를 관철하려는 설득지향의 수사학이 아니라, 참다운 소통을 모색해 소통을 지향하는 수사학입니다. 

생각과 말과 행위를 조화시키는 소통 학문인 수사학. 리더나 정치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 능력인 수사적 소통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글을 쓸 때와 큰 줄기는 비슷합니다.

먼저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생각의 발견이 우선입니다. 논거를 발견하는 거죠. 다음으로 이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 그리고 생각과 말이 만나는 표현 단계로 언어에 옷을 입히면 내용을 장악해 기억하고 목소리와 몸짓 등을 활용해 전달하는 것. 이것이 수사적 소통의 원리랍니다.

 

 

이런 수사적 소통의 원리를 잘 적용한 글도 소개합니다.

윈스턴 처칠이 영국 수상으로 취임하며 했던 명연설, 스티브 잡스의 연설, 대통령의 공식행사 연설, 변호사의 변론 등 단계마다 꼼꼼히 소개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더군요. 다양한 사례를 읽으면 읽을수록... '불통'하면 대표적인 누군가가 자꾸 떠올라 씁쓸함이...

 

 

 

『 "저 사람이 진정 우리의 리더일까?"라는 회의가 밀려올 때 두 가지만 떠올려보자. 우선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누구를 위한 말인지 따져보자. 듣는 사람을 위한 말이라면 지도자일 확률이 높다. 자신을 위한 말이라면 대개 선동자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마음 상태를 잘 관찰해보라. (중략) 마음이 편안해지면 지도자일 확률이 높다. 복수나 증오 따위의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선동자일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 - p60~61

 

듣는 입장뿐만 아니라 내가 말을 할 때도 상대방이 이런 식으로 받아들일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먼저 세계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이곳에서 여러분의 졸업식에 참석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태어나 대학 졸업식을 이렇게 가까이 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제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3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고요. 그저 3가지 이야기입니다."

 

수사적 소통 원리의 시작 단계 사례로 소개한 스티브 잡스의 연설 시작 부분인데, 있어야 할 것은 모두 있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 명문대학'이라는 말로 청중의 호감을 사고, 세계적인 CEO가 대학을 안 나왔다고 말하니 청중의 관심을 끌게 되고, 자신이 앞으로 펼칠 이야기를 3가지로 압축해 청중의 몰입을 끌어내고 이해를 돕고 있다고 하네요.

 

사안과 연설 목적에 따라 재치있는 연설의 사례로 소개한 뉴질랜드 의원의 연설은 참 독특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유쾌한 연설을 정치판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서 부럽기도 했고요.

 

자신의 의견을 말로 표현하며 남들과 소통하는 사람인 수사적 인간.

말을 잘할 뿐 아니라 정신의 모든 덕성을 갖춘 진정한 수사적 인간으로 거듭나야 할 시기입니다. 용기의 심리학으로 알려진 아들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는데, 사회적 삶에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해법으로 참다운 수사적 소통의 중요성은 더 강해질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