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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전문적인 용어도 쉽게 풀어주고 있고, 주제나 문체가 교양과학서로 참 좋은 수준입니다.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과 그 연구를 바탕으로 한 뇌공학.
지난 50여 년간은 우주 개발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뇌공학의 시대입니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혁신적인 신경기술 개발을 통한 뇌 연구 프로젝트에 10년간 매년 3,000억원이라는 엄청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요. 뇌공학 연구는 연구 과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기술이 또다른 공헌을 하기도 합니다. 거짓말 탐지, 뉴로 마케팅, 정신질환 진단 등 여러 분야에 활용 가능합니다.
SF 영화 장면이 허황한 이야기가 아닌 이미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면?!
현재 뇌공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뇌공학의 발전 방향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임창환 뇌공학 연구자가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에서 친절히 알려주네요.
『 만약 우리의 뇌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단순하다면 우리는 너무 단순해서 결코 뇌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이안 스튜어트 』

기계로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읽는다?
일명 드림레코더라고 부르는 이것은 상상할 때 발생하는 신경 신호 해독 원리를 이용한 거라네요. 사지마비 환자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과도 같죠. 실제 이 기술은 어느 정도 가능하고 환자에게 이식한 사례도 제법 있더라고요.

출력이 가능하면 반대로 입력도 가능하게 될 테고요. 생각이나 꿈을 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기게 되는 거죠. 꿈도 저장하고 꺼내보는 것이 미래엔 가능할 겁니다.
기계가 사람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면 거짓말까지 읽어내게 됩니다. 아직은 오류가 있기에 맹신은 금물이지만요.

뇌공학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다양한 사례가 나와 있어요.
실험 사례를 보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표면적인 그 말 그대로 되는 세상이 오겠더라고요.
하지만 저자는 현재 뇌공학 연구의 한계도 토로합니다.
그는 뇌-컴퓨터 접속기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비용대비 경제적 효과가 낮아 연구지원이 낮은 분야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읽었던 폴 파머의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연설집 내용이 생각나네요. 아직도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느니 비용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요. 상상력의 한계가 얼마나 큰 피해를 일으키는지 말입니다.

뇌공학이 발전하면서 세상은 SF 영화에서나 보던 것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계가 사람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데 일단은 성공하기도 했고요.
현재 뇌공학의 화두는 '감정'이라고 하네요. 우리 몸은 감정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고 뇌의 신경신호에서도 미세한 감정 변화를 찾을 수 있다고 해요. 게다가 이제는 전자공학, 반도체 기술 발달로 작은 칩 하나로 가능하고요.

이것은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미 뇌는 처음 300밀리 초 이전에 감성적 반응을 나타내는 원리를 이용한 뉴로마케팅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 반응을 읽어내면 객관적인 선호도를 알아낼 수 있죠. 사람의 잠재의식과 감정을 읽어 마케팅을 활용하는 뉴로마케팅의 향상이 예견됩니다. 저자는 가까운 미래에는 영화 고를 때도 수치화된 평점 대신 영화의 몰입도와 공감도 그래프를 보며 선택할지도 모른다고 해요.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에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네요.
공부하는 머리가 타고나는 것이라는 것 ㅠ.ㅠ 신경과학계 내부에서는 그게 어느정도 정설이라고 해요. 공부하는 뇌 부분은 80%, 극복 가능한 부분 20%. 이보다 더 차이가 크게 나면 났지 줄어들진 않는 듯. 사회적 파장 때문에 순화시켜 발표해온다고 하네요. 그렇지 않으면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무기력이 팽배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연습이 실력을 향상하는 비율이 평균에서 단 1%만 높이면 인생을 180도 바꾸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
전류 자극을 통해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뇌 조절 기술이 있다네요. 전류 자극을 주면 기억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1주일 정도 효과가 있고요. 다만 장기간 사용시 부작용 연구가 부족해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이게 널리 사용 가능한 날이 오면... 수험생은 다 이걸 쓸테니 시험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뀌게 되겠군요 ㅎㅎ
인간의 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아직 10%도 되지 않는다고 하죠. 하지만 10년 뒤에는 어떨까요.
뇌공학 분야의 발전은 다른 분야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에 융합 연구가 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기술발전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니 실용화 가능성도 커질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윤리적 문제가 항상 뒤따르게 될 겁니다. 인류의 행복을 위한 기술이기에 앞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기도 합니다.
알면 알수록 우리의 뇌에 감탄하게 됩니다.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는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뇌공학의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