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 - 1만 시간의 법칙을 깬 거인들의 61가지 전략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 외 옮김 / 토네이도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2017년 아마존 통합 베스트셀러 1위에 빛나는 책이어서 급관심 가진 책입니다.
알랭 드 보통, 세스 고딘, 말콤 글래드웰, 파울로 코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들과 구글, 픽사, 넷플릭스 등의 창업자와 CEO 등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 200명을 팀 페리스 쇼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시킨 저자, 쫌 대단한걸요?! 팟캐스트 비즈니스 분야 최초 다운로드 수 1억 회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이들을 타이탄이라 지칭하고, 그들의 성공과 지혜 그리고 건강에 관한 루틴과 습관을 분석한 책입니다. 강박적인 노트 수집가인 저자의 습관 덕분에 탄생한 책이기도 하군요. 18살 이후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팀 페리스 저자는 그가 깨달은 인생의 비결이 담긴 노트를 과감히 공개합니다.




단순한 인터뷰에서 그치지 않고 타이탄들과 함께 운동하고 요리하고 시도 때도 없이 문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탄생한 노트. <타이탄의 도구들>은 모든 노트를 지배하는 '최후의 노트'라고 단언할 정도로 지혜로운 도구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타이탄에게는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목표를 품고 있더란 겁니다. 하지만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소소한 디테일'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담대한 목표에 비해 실천은 매일의 작은 습관, 태도, 즐겨하는 질문들, 독서법 등 사소한 것에서 자신만의 루틴과 전략을 만들어낸 겁니다. 

뛰어난 사람이라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단지 한두 개의 강점을 극대화했을 뿐입니다. 밑줄 그으세요. 한두 개의 강점!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 타이탄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 <타이탄의 도구들>. 타이탄은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막힌 아이디어의 출구를 어떻게 찾는지, 문제 해결을 위한 습관은 무엇인지 등을 세세하게 알려줍니다.

타이탄들은 하루의 첫 60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명상을 하기도, 아침 일기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에 많은 시간을 쓰지는 않습니다. 하루 10분 7일 지속하는 걸 목표로 작게 시작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작은 성공 맛보기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을 조작하는 겁니다. 

승리하는 아침을 만드는 5가지 의식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한 다섯 가지 스킬이 있는데, 재미있는 건 타이탄들도 꼬박꼬박 매일 하는 건 아니라고 해요. 대신 최소한 매일 한 가지 이상은 해치웁니다. 사소하지만 중요 포인트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 같은 주제는 사실 자기계발서 성공학 분야에선 꽤 흔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으면서 식상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새로운 생각을 하게끔 툭 건드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인상 깊은 부분 두어 가지 소개하자면. 인재를 찾을 때 낮 시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시키는 일을 하고 있을 테니 퇴근 후와 주말에 매달려 하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밤 시간과 주말에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하고 싶은 일 목록, 일명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영화감독 케이시는 싫어하는 일의 목록을 지워나가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최고의 성과 도구 61가지는 생각 외로 알찼습니다. 타이탄들은 이렇게 하더라 식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저자도 직접 해보니 정말 좋더라 혹은 더 새로운 방법도 있더라 식의 조언으로 이어집니다. 명상하면 좋다로 끝내지 않고 명상 분야 최정상에 오른 이들의 유튜브 영상을 소개하거나, 타인에게 어떤 문제에 대해 얘기해야 할 때 언어를 최대한 긍정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을 공부하라는 등 바로 찾아보고 스킬을 써먹을 수 있는 팁을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SNS 팔로우 수에 목숨 건다면 진정한 팬 1,000명을 이야기하는 글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때도 숫자보다는 진정한 팬에 초점 맞춰야 합니다. 당신이 만드는 건 뭐든지 사주는 이들로 정의할 수 있는 진정한 팬이거든요. 이제 1,000명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지죠. 진정한 팬의 하루치 임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자극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하나둘씩 실천하는 과정에서 드는 두려움과 불안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까지 언급하고 있어 좌절감을 이길 수 있는 바탕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연소 정년보장 교수인 옥스퍼드대 철학교수 윌 맥어스킬의 말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열정을 쫓아라!는 끔찍한 최면을 집어치우라고 합니다. 뜨거운 가슴, 열정으로 극복하는 대신 이성적인 측정 기준을 제시합니다. 

외식 시간이 두 시간이라면 5분 정도는 어느 식당으로 갈지 결정하는 데 쓰죠. 우리가 평생 일하는 시간에 적용해보면 8만 시간쯤 된다는데, 8만 시간의 5퍼센트인 4,000시간 혹은 2년 
(4,000시간은 실제 166일이지만 24시간 꼬박 연속으로 쓰는 게 아니니 2년 정도로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정도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데 쓰라고 합니다. 궁지에 몰려, 시간에 쫓겨 열정 따위를 마법처럼 외치며 괴롭게 살아가는 일은 최소한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위한 습관까지 다루고 나면 결국 <타이탄의 도구들>은 건강한 삶 속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본질적 문제에 다다릅니다. 타이탄들의 방법을 61가지로 크게 나눠 소개하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정한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1등의 몫. 쉬운 목표가 아닙니다. 대신 두 가지 이상 일에서 상위 25퍼센트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한 가지 기술만 가진 사람들의 리더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은 오히려 후자입니다. 

내 인생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는 심플하지만 단단한 루틴과 습관을 알려주는 책, 타이탄의 도구들. 앞으로 성공학 스킬을 다룬 책 소개할 때 이 책을 필수 책으로 권할 만큼 저는 만족스럽게 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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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로맨스 소설은 소장용으로 웬만해선 간직하지 않는 편인데, <나 여기 있어요>는 책장에 벌써 자리 잡았습니다. 소설 내내 남녀 간 대화 없이도 이렇게 달달한 로맨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2015 프랑스 새로운 인재상 수상 작가 클레리 아비 작가의 로맨스 소설 <나 여기 있어요 I'm Still Here>.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와의 러브스토리라고 해서 처음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후 남녀 간의 꽁냥꽁냥 스토리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다지 신선한 느낌은 없는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흡인력에 푹 빠져 무척 즐겁게 읽은 소설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지 20주. 깨어난 지 6주.
엘자의 의식은 깨어났지만 이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상상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시간들을 '고치를 빌려 사는 번데기처럼' 홀로 보낸다는 걸 상상하니 오싹해집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나 여기 있다고.

 

 

 

동생의 사고로 병원에 왔다가 엘자의 병실로 잘못 들어간 티보. 하필 그날이 엘자의 생일인 걸 알고 생일 축하 뽀뽀를 하질 않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을 풍기는 엘자에 끌려 그 병실에서 낮잠을 자질 않나... 뻔뻔하지만 유쾌한 티보의 행동은 그린라이트가 반짝반짝~!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뭘 바라는지는 알아.

 

감각은 없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엘자는 티보가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유일하게 새로운 것이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흥밋거리입니다. 웃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 사람입니다.

 

애증으로 가득한 동생 때문에 오는 병원이지만 엘자를 생각하면 병원 면회 가는 일이 즐거운 티보. 병원 갈 때마다 엘자의 병실에 들립니다. 티보에게 그곳은 피난처이기도 합니다. 거의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서 자기도 모르게 위안을 받고 절실하게 깨어나길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낮잠을 자죠. 이제는 딱딱한 의자 대신 과감하게 엘자의 침대 한편에 누워 자는 티보. 그를 느끼지 못해 더 애가 타는 엘자는 그의 체온만이라도 느끼고 싶습니다. 눈을 뜨라고 명령하는 생각만 하면서 정신 훈련을 할 정도입니다.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새벽, 청소 아주머니가 엘자의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일이 생깁니다. 엘자는 라디오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티보도 엘자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만 정작 의사들은 믿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력으로 숨도 거의 못 쉬는 엘자의 연명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처합니다. 회복될 확률은 고작 2퍼센트도 안 된다며 의사의 공식 선고까지 받은 상황에서 가족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엘자는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믿어 주는 유일한 사람, 티보를 꼭 보고 싶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뜨고 싶다.

 

 

 

안타깝게도 동생의 자살로 절망에 빠진 나날을 겪는 티보. 뒤늦게서야 엘자의 연명 치료 중단 소식을 듣게 됩니다. 중단하는 바로 그날에 말이죠. 이미 늦었을지 모르는 시점입니다.

 

<나 여기 있어요>는 엘자와 티보 간의 직접적인 대화는 없지만 각자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네요. 상황상 분명 절절한 안타까움으로 가슴 아릿해야 하는데, 담백하게 절제한 감정과 소소하게 한 번씩 치고 들어오는 유머가 별미입니다.

 

엘자의 병실에서 꼬박꼬박 낮잠 자는 티보는 병원 매트리스의 편안함을 격하게 칭찬하며 단잠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 부부의 아기를 봐주면서 유모차 펴는 법을 몰라 씨름하는 모습 등 은근 허당 기질이 엿보이더라고요. 사실 읽는 내내 이런 남자 남편감으로 최고라고 할 만큼 아기의 대부 역할은 엄지 척! 해줄만했어요. 엘자 역시 살아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의사를 두고 분노의 태풍이 몰아닥치는 상황에서 "저 인간 다리몽둥이가 부러지게 해주세요." 하며 순간 풋~ 웃음을 주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눈물바람나게 해 마음이 불편해지는 로맨스류는 두 번 읽지는 않는데요, <나 여기 있어요>는 소소한 웃음과 심쿵할만한 달달함 그러면서도 심장이 저릿해지는 안타까움까지 그 균형이 절묘해서 한 번 읽고 난 후 다시 읽어 볼 정도였어요. 외전이 필요해!!! 외치게 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나는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
지금 당장은, 내가 가장 제정신으로 저지른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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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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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 엽기적인 제목을 봤나. 벚꽃 만발 달달한 표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제목이라니.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면 저 제목을 읊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련해진답니다.

 

2016년 일본서점대상 2위, 일본 독자가 읽고 싶은 책 1위 등 2016년 일본 출판계 각종 상을 휩쓴 라이트노벨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선배 작가의 눈에 띄어 빛을 본 소설이라는데 만화판, 영화판으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독자 반응도 폭발적입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열일곱 살 사쿠라에게서 나온 이 말을 듣자마자 카니발리즘 소설인가 싶어 흠칫.

신체 어딘가 안 좋은 곳이 있을 때 다른 동물의 그 부분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든지, 영혼을 가질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카니발리즘이 행해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췌장에 생긴 병으로 1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쿠라. 얼마 남지 않은 생이지만 학교에서는 유쾌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어 그 누구도 그녀의 사정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 '나'에게 공병문고라는 비밀노트를 들켜버립니다. '나'는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유일한 클래스메이트입니다.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나'의 이름. 그녀는 '비밀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 '사이좋은 클래스메이트' 등으로 부르고, 친구들 역시 '음울해 보이는 클래스메이트', '눈에 잘 안 띄는 클래스메이트' 식으로 불러요.

여기서 '나'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 관심 없고 타인과 거리를 두는 '나'. 반면 그녀는 친구가 많고 인간관계 폭이 넓습니다. 나와 그녀는 모든 것이 정반대입니다. 불가피하게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후로는 그녀에게 휘둘리며 끌려다니게 됩니다. 

 

 

 

 

그녀의 밥이 되어 주말 외출도 함께 하고 1박 2일 여행도 하게 되지만, 죽음과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과 행동을 하는 그녀를 볼 때면 죽음의 두려움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녀가 왜 나 같은 사람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건지 의아할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결정권에는 고분고분~

 

둘의 대화를 보면 은근 재미있어요. "죄송하지만 자살하기 위한 밧줄을 찾고 있는데요, 역시 외상을 입고 싶지는 않아요. 그럴 경우에는 어떤 타입의 밧줄이 가장 무난할까요?" 하며 자살용 밧줄을 점원에게 묻는 것처럼 그녀는 깨는 행동을 할 때가 참 많습니다. '또렷이 들려오는 그녀의 약간 머리가 돈 듯한 질문'이라고 평하는 '나'.

독자 입장에서는 둘의 관계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순수함이 깃든 채 어른 놀이를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미래가 없는 그녀의 옆에 있어도 죽음을 의식하지 못했던 '나'는 그녀의 가방에서 주사기와 수많은 알약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 지진이 난 듯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로에게 왜 끌리는지 깨닫지 못하는 상태였어요. 갑작스레 입원하게 된 그녀를 두고 죽음의 두려움이 점점 커지기도 합니다.

 

퇴원 후 만나기로 한 그날. 그녀를 기다리면서 '나'는 비로소 내 감정을 깨닫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은 '나는 실은 네가 되고 싶었어.'였다는 것을. 그동안 그녀에게 끌려다닌 게 아니라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더 이상 휩쓸리는 풀잎 배 따위가 아닌, 나와는 정반대인 그녀를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투병일기가 아닌 공병(共病)이라고 이름 붙인 노트에는 병이 든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기로 한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의 고등학생 소녀가 소년을 만나 풋풋한 사랑을 하다 죽는 이야기라는 결말이 예측되는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았어요.

 

시작과 끝은 예상할 수 있지만 뻔한 전개도 아니었고 개성 넘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덕분에 유쾌하게 읽기도 눈물 흘리기도 했습니다. 가슴에 와 닿는 문장도 많아요. 은둔형 외톨이 소년과 긍정덩어리 소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어리고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그녀를 만난 그날, 내 인간성도 일상도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가 가져와준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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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美學 미학 - 비우며 발견하는 행복, 나와 친해지는 시간
본질찾기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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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비움의 생활에 도전하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비우는 기술만 열심히 따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책이 있어요. 일상 속 행복을 찾는 진정한 미니멀라이프 에세이 <생활의 미학>.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도는 동안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를 느끼고, 느려도 깊이 있게 즐기는 살림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봄맞이 대청소는 하루 만에 모든 공간을 하는 게 아니라 요일별로 공간 정리합니다. 월요일엔 달빛처럼 빛을 내는 조명 청소, 화요일엔 불을 지피는 가스레인지 주변, 수요일엔 물이 많은 욕실, 목요일엔 나무 소재 물건을, 금요일엔 금속으로 된 전자제품을, 토요일엔 현관과 베란다. 이렇게 요일이 의미하는 것과 비슷한 것을 청소하는 거죠.

 

 

 

청소를 수월하게 하려면 비우기가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비워진 공간은 절로 청소하고 싶은 욕구도 높아지고요. 저희 집에도 부엌 찬장을 꽉 채운 건 그릇과 반찬통인데요. 손님용 그릇을 치워버리고 내 가족이 최고의 그릇에 먹겠다는 기준을 잡고 나니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손님용 그릇을 위해 부엌 공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요. 부피 차지하는 토스터 대신 석쇠를 이용해 식빵을 굽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환경에 관심 가지게 됩니다.

 

잉여의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지는 않은지 둘러보세요. 언젠가 쓸 물건에 대한 자기만의 엄격한 기준을 세우면 비누, 치약처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용품까지 미리 한가득 쌓아두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있을 것이 다 있다'라는 말 자체는 의미 없이 공허하다. 만족이란 것은 있을 것이 다 있어서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라, 만족하는 법을 알기에 만족하는 것이 아닐까." - 책 속에서

 

 

 

감성 사진과 찰떡궁합인 사계절 요리 이야기도 있어요. 봄에는 오징어젓갈을 담고, 여름엔 토마토소스와 오이피클을 만들고, 가을엔 야채 말리기와 사과잼을, 월동준비로 유자청, 겨울엔 레몬청까지. 제철 식재료로 그 시기에 만들어야 할 것들을 알려주네요. 계절의 변화에 충실하게 따라가는 모습입니다.

 

 

 

아날로그 방식도 좋지만 지치는 한여름에 굳이 수건 삶느라 뜨거운 불 옆에 있기보다는 적당히 문명의 이기를 이용할 때도 있고, 소소하지만 나만의 사치를 누리는 취향 저격 물건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비우기의 본질은 내 안의 결핍감을 들여다보며 나만의 모습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고 묻습니다. 그저 트렌트에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절약을 위한 절약은 자칫 인색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조언합니다. 왜 비워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행위에만 전념하다 보면 '나'로 사는 삶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거죠.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것에 미니멀라이프의 본질이 있습니다.

 

 

 

육아에 관한 지론도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 내가 나를 키워나가는 의미더라고 합니다. 아이는 결국 부모를 통해 자라니까요. 부모의 생각을 아이와 자주 소통하며 나누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육아라고 합니다.

 

비움의 목적은 '나를 아는 것'으로 귀결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으려면 내가 지향하고 있는 나를 확인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비우고, 요리하고, 살림하는 평범한 일상. 필요와 여유의 그 공간에서 온전한 '나'로 사는 삶을 이야기하는 일상모음집 <생활의 미학> 덕분에 마음이 한결 넉넉해진 기분입니다. 

 

똑같은 평범한 일상인데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지. 책을 읽는 내내 미니멀라이프의 종결자가 가진 여유로움이 저한테까지 고스란히 다가오라고요. 간소한 삶을 추구하기에 남긴 물건의 애착은 더욱 높아집니다. 모든 것이 사랑받는 물건들로 채워진 공간,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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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 당신이 믿는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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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교양 지식을 담은 뇌섹시대 맞춤형 책이지만, 일반적인 책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모든 주장을 철저히 의심하라."를 바탕으로 내가 알던 것이 궁극적인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류 학설을 객관적이고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죠. 논쟁거리가 될만한 주제가 가득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근거 없이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 증거와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주류 학설에 이의 제기합니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은 우리 주변의 미지의 영역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합니다.

콜럼버스 이전 고대 신대륙과 구대륙 간의 교류, UFO, 초심리 현상, 고대 전지, 생명 진화, 첨성대,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주제에 따라 관심 없었던 분야라면 많이 낯설만한 것도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양자역학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어 저는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습니다. 그 파트는 아직 내가 이해할 때가 아닌가 보다 싶어서 언젠가 다시 읽기로 하고 이번엔 슬슬 읽고 넘겼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코카인, 니코틴 성분을 함유한 식물이 자생하지 않는 곳이라는군요. 지금까지 정석은 콜럼버스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 디딘 후에나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 미라에 코카인·니코틴 성분이 검출되었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단순 오염, 가짜 미라 등의 논란은 해소된 상태를 전제로 합니다. 다양한 가설을 살펴보다 보면 결국 콜럼버스 이전에 이미 신구 대륙을 오가며 교역했을 거라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교역을 했을 거라 추측할만한 폴리네시아인의 미스터리에 관한 이야기는 유럽 중심 세계사를 뒤흔들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공약으로 UFO 정보 공개를 내걸었을 정도로 미국은 UFO에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 성인의 51퍼센트가 UFO 실재를 믿는다는군요. 11퍼센트는 직접 목격했다고 하고요. UFO가 집중적으로 출몰했던 시기도 있었고, 로즈웰 사건처럼 온갖 음모론이 나올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50년대 UFO를 직접 목격했다고 알려져 있고, CIA 국장까지 지냈던 부시 대통령은 미국 국민들은 UFO와 관련된 진실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 말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여전히 미스터리로만 남은 UFO의 진실,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결론은 없지만 단순 음모론과 추측을 넘어 문서를 바탕으로 UFO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20세기 대표 정신과학자 프로이트, 물리과학자 아인슈타인. 이들도 말년엔 초심리학에 관심 가졌다는데?! 프로이트는 텔레파시 부정론자에서 긍정론자로, 아인슈타인은 텔레파시 책의 서문을 쓰기도 했다네요. 텔레파시 실험은 우연의 확률을 크게 넘어서야 의미 있죠. 미스터리한 결과를 보여준 실험들을 소개합니다. 

아인슈타인 에피소드에서는 원자 폭탄 이야기로 넘어가길래 의아했는데요. 핵폭탄 연구 실험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아인슈타인이 배제된 걸 설명하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또 다른 유명 과학자 파울리가 배제된 이유 때문입니다. 당시 파울리 효과라고 불릴 만큼 파울리가 참여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미신'이 있었거든요. 이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다윈 자연선택설을 자연선택의 원리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 맹성렬 저자는 철저히 반대 이론을 펼칩니다. 생명 진화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해준다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계적 환원론으로 무장한 현대 진화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기도 한데요. 더 이상 가설 수준이 아닌 원리 수준으로까지 확고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거죠.  저도 이 부분은 저자의 의견에 공감해서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저자는 수많은 우연의 연속보다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아주 효율적인 생존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것을 아닌지 의견을 제시합니다. 생명체는 기계가 아니기에 생명 진화의 효율성에 관한 주제는 알면 알수록 어렵네요. 특히 슈뢰딩거의 생명현상과 양자역학의 관련성 제기 이후부터는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가 감당하기에는 더욱 어렵더라고요.

 

 

 

세계, 동양 최고의 천문대로 알려진 첨성대. 하지만 이설의 등장 이후 첨성대를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토착 종교와 불교 신앙이 표현된 우물설, 별이 아닌 태양과 관련됐다는 가설, 불교적 상징물일 뿐이라는 설 등 다양한 이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천문 관측 상설 천문대가 아니라 점성술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하는 절충설이 가장 유력한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맹목적으로 천문대라고 알았던 첨성대의 새로운 논란도 흥미진진한 주제였어요. 

 

 

 

노벨상 수상자인 천재 물리학자 조지프슨은 생물학자와 신경생리학자가 모인 자리에서조차 초능력 타령을 할 만큼 초능력 현상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당시 비틀즈도 초월 명상에 빠졌었고 세계가 초월 명상 붐이기도 했다는데요. 조지프슨은 이 문제를 양자역학으로 풀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해요.

 

이 파트에서는 양자역학 이야기가 어려워서 절망했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책 제목만으로는 솔직히 가십 수준의 내용이 아닐까 하고 너무 쉽게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교양 수준에서 다룰만한 용어가 아닌듯한 낯선 용어가 많네요. 양자역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해할듯합니다.

 

평소 크게 관심 없거나 어려워했던 분야는 역시나 어려웠어요. 초중반 정도까지는 무척 흥미롭게 읽었어요. 지금 이해하지 못한 파트는 언젠가 '아, 이게 이런 얘기였구나.'하고 이해할 날이 오리라 기대합니다. 어쨌든 합리적 의심을 하며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부분이 의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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