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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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영화 노트북 원작소설 작가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새로운 로맨스 소설 <나를 봐>. 가슴 두근대는 달달 로맨스는 물론이고 서스펜스까지 맛볼 수 있는 로맨스 스릴러입니다. 작가의 19번째 소설인 <나를 봐>는 분량도 상당한 편인데 늘어질 만한 타이밍이 찾아오겠다 싶으면 긴장감을 팍팍 안겨주는 센스 있는 작품이에요. 미스터리 스릴러 요소만 놓고 봐도 만족스럽고 제 취향에 잘 맞아떨어졌어요.

 

 

 

교내에서 세레나를 지켜보는 의문의 남자. 세레나의 언니 마리아는 물론이고 가족들 신상까지 파악한 그의 의도가 무엇일지 궁금증과 싸한 기운을 안기며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나를 봐>는 기본적으로 로맨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영화 노트북을 봤다면 이번 주인공들은 기존 캐릭터들보다 조금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절제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무신경한 듯 다정다감한 속내를 알아가는 과정이 볼매입니다.

 

통제 불능 시기를 거치며 문제어른으로 살아온 콜린. 뒤늦게 마음잡고 제2의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는 남자입니다. 세레나와 같은 강의를 듣는 늦깎이 대학생 신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분노가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평소에 그 에너지를 운동에 미친 듯 쏟아붓는 타입이죠. 강직하고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격이지만 그 또한 매력적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늦은 시간, 으슥하고 외진 도로에서 타이어 펑크난데다 휴대폰까지 들고 있지 않아 곤경에 처한 마리아(세레나의 언니)를 도와주면서 그들의 인연이 시작합니다. 문제는 하필 그날 격투기 경기를 치르느라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라는 것. 이쯤 되면 뻔한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날 정도의 장면이 연상될 겁니다.

 

 

 

봐주기 힘들 정도의 몰골로 다가오는 남자를 맞닥뜨린 마리아는 웬 미친놈이 오는 줄 알고 기겁할 법 합니다. 마리아는 불운한 연애사 전적, 상사의 성희롱 문제 등 연애와는 그다지 연이 없는 여자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엔 법적으로 문제도 있고 온갖 결함을 가진 남자가 마음속으로 스며드니, 이번 연애의 향방도 블랙홀 수준입니다.

 

니컬러스 스파크스 작가의 매력은 심쿵하게 만드는 대사에 있는데요. 매 작품마다 인생 문장이 하나씩 발견될 정도로 두근대게 하는 섬세한 표현이 <나를 봐>에서도 나오지 않을 수가 없죠.

 

 

 

평소 "그렇군요."라는 무신경한 듯한 추임새만 하던 콜린이 긴긴 대사를 내뱉을 땐 독자도 마리아가 된 것처럼 가슴 벅차게 될 것 같아요. 마리아 표현대로 콜린은 자석 같은 남자입니다. 본 모습을 깡그리 드러내고 이런 날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식의 콜린, 정말 묘한 마성의 매력을 뿜어냅니다.

 

로맨스 만으로도 소설 한 권 분량이 나올 정도인데, 여기에 첫 장면에서 등장한 의문의 남자가 펼치는 파멸의 복수가 더해지니 긴장감을 놓을 수 없습니다. 복수의 배경이 무엇인지, 복수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과정에서 내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는 남자에 대한 콜린의 분노는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뻔한 전개가 되는 듯하다가도 뻔하지 않은 반전을 보여주며 읽는 맛을 끌어내는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니컬러스 스파크스 작가의 세심한 표현은 압권이에요. 불필요한 대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인물들 하나하나에게 할애하는 비중이 큰데, 그것조차 지루하기보다는 인물들에게 더 감정이입이 잘 되는 방향으로 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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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도 웃던 날들 - 차가운 세상에서 뜨겁게 웃을 수 있었던
정창주 지음 / 부크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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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좌충우돌 고해성사 돌직구 에세이'라며 책 뒤표지에 박힌 문구는 한 점 거짓이 없었습니다. 이토록 똘기 가득한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나만 보는 일기장 속 내용 같은 수준의 에피소드도 등장하는데, 설마 이런 것도 책에 실을 수 있는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욕먹거나 논란이 될만한 내용도 아슬아슬한 수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드러낸 에세이 <분노도 웃던 날들>.

 

서른한 살 직장인의 현재와 스무 살 대학시절의 추억을 그리며 현재와 과거를 오갑니다. 장면 전환이 빠른 편이지만 흐름이 툭 끊기기보다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될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이어져 읽는 맛 좋았어요.

 

 

 

민증에 잉크 말랐다.

빠꾸 없이 달려야지!

- 과거

 

나 지금

똑바로 살고 있는 거 맞아?

- 현재

 

 

 

 

'그땐 참 좋았었는데'라고 떠올릴만한 추억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정창주 저자의 '그때'는 대학시절입니다.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는 과거의 이야기들을 붙잡아올려 서른한 살에 되돌아보는 그 시절 이야기 <분노도 웃던 날들>.

 

아들을 안 키우고 있었으면 애어른 남자들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텐데, 웬만한 건 놀랍지도 않은 아들 키우는 맘이다 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은연중에 공감하며 읽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언어를 고스란히 내보이는 게 처음엔 거북했지만, 그만큼 망나니 시절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좌절하고 실망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간신히 어른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남 일 같지 않아 공감하며 읽을 독자가 많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놈들은 몰라도 나만큼은, 무조건 잘 살 줄 알았다."라는 말에도 동의할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요즘은 그런 근자감조차도 일찌감치 사라지는 사회에 산다는 게 씁쓸합니다. 시골 깡촌 출신이 in 서울을 했으니, 앞으로 쭉 잘 나갈 것만 같았던 기대감으로 충만했던 그 시절.

 

 

 

하지만 처참히 박살 나는 나날들의 연속. 특별한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데 포인트가 있어요. 뻘짓만 하던 시절과 생각이라는 게 좀 있는 시절이 자연스럽게 대비되니 욕하면서 읽다가도 폭풍공감하는 등 변화무쌍한 감정을 오갑니다. 현재의 삶에서 끄적이는 사회생활 에피소드만으로 끌어나갔다면 뻔한 에세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만화 그림체 삽화가 곳곳에 있어 상상 그 이상의 모습으로 시각화해 보여주니 그것도 볼매였어요.

 

자기 과시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재수 없는 발언을 숱하게 해댄 그 시절을 본인도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인 에피소드들이니 재미만큼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사람 심리가... 멘탈 제대로 털린 그 시절 이후 현재의 삶은 얼마나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게 사실이잖아요? 어떤 면에선 기대한 것과 비슷하고, 또 다른 면에선 기대 이상인 것 같아요. 똘기 충만했던 그때 그 시절이 없었더라면? 물론 개과천선했다 식의 교훈용 에세이는 아니라는 걸 잊지 마시고요.

 

놀라움과 신선함을 마지막까지 선보입니다. 이번 책으로 과거 이야기를 다 풀어놓은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은 알고 읽었는데도 소설 다음 편이 궁금한 것처럼 다음 이야기가 진심 궁금해서 책 덮으며 순간 허탈해지기도 했어요.

 

재수 없어 진저리 치다가도 묘하게 정감가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위로와 공감을 주는 위안용 멘트 대신 블랙코미디 같은 청춘 시절을 보여주는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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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하나 엄마의 행복 연습 -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엄마들을 위한
리사 드럭스만 지음, 박선령 옮김 / 니들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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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가 건강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세상만사의 진리지만, 정작 엄마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함께 돌보는 방법을 모릅니다.

 

나는 행복하고, 나는 건강하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한 달에 하나 엄마의 행복 연습>.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엄마를 역할 모델로 삼는 아이들이 자기 관리와 행복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도 하고요.

 

 

 

매월 한 개씩만 도전해보세요. 워크북 구성으로 실천하기 좋게 길잡이 역할 잘해주는 책입니다. 12가지 주제는 영유아맘부터 고딩맘까지 두루 적용 가능한 엄마 맞춤 제안입니다. 1년 후가 기대되지 않으세요?

 

몇 가지 도구 중 인상 깊은 것 중의 하나가 인생 바퀴라는 거였어요. 인생의 다양한 측면들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겁니다.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다면 둥근 바퀴 모양이 나올 테지만, 비뚤어진 바퀴라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생각만으로 짐작하던 것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좀 더 목적을 갖고 살아가는 데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 엄마 CEO 리사 드럭스만 저자 역시 일과 모성 사이에서 균형 잡는 것에 실패한 전적이 수두룩했다고 합니다. 육아를 하다 도움 된 프로그램에 열정을 쏟다가 되려 육아에 소홀해진 경험도 겪었다고 하고요. 그 과정에서 경험한 조언과 요령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하나씩 다가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잡히는 기분입니다.

 

무엇보다 12가지를 한 번에 다 하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하는 거니, 결과적으로는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은 그 주제에 관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고 되돌아보는 업데이트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원하는 것보다 낮은 점수가 나온 삶의 영역은 매일 10분씩만 시간을 더 들여보라고 조언합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내가 전념하고 싶은 일이 뭔지 깨닫게 되면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끝낼 수 있게 됩니다.

 

나 자신을 위해 그날 뭘 할지를 목록으로 간단히 기록하는 방법도 마음에 들었어요. 매일 계속 똑같을 이유는 없습니다. 항상 최신 상태로 목록을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시간 관리 주제 같은 건 일반 자기계발서에서도 다루는 주제지만 엄마 맞춤 워크북으로 만나니 더 실감 나네요.

 

건강한 식습관 사수! 한정된 시간 안에 생산적인 운동! 신체적 건강에 관한 주제도 빠질 수 없겠죠. 엄마가 아프면 집안이 마비될 것으로 짐작되는 우리 집만 상상해봐도... 재앙 수준입니다. <한 달에 하나 엄마의 행복 연습>에서는 엄마 맞춤 운동 스킬도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가족 간의 유대감 키우기와 관련한 주제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 생활에서 부족해진 의사소통, 소속감과 관련한 조언을 새겨들어야겠더라고요. 구시대 유산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우리 집의 전통과 가훈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행복, 건강, 균형 잡힌 삶을 살아나가는 게 가족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걸 이야기하는 <한 달에 하나 엄마의 행복 연습>. 전업주부는 평균 주 96.5시간을 일한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엄마는 최고 잡일 담당자가 아닌, 최고 엄마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리사 드럭스만 저자.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이야말로 엄마에게 필요한 훈련입니다.

 

엄마의 재충전 시간을 가져보세요. 바쁜 엄마 대신 행복한 엄마가 되는 연습을 함께 해볼까요. 이해만으로 그치지 말고 실행하는 데 도움 주는 워크북 육아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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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말 공부 - 무조건 성공하는 회사를 만드는
고야마 노보루 지음, 안소현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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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 후 무사시노에 입사해서 일하다 독립해 자신만의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있는 고야마 노보루. 무사시노에 재입사 후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죽어가던 회사를 살려 지금까지 회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15년 연속 수익 증가를 이뤄내며 성공 가도에 올려놓은 그의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요.

 

 

 

"모두 사장인 내 탓입니다."

사장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는 책임자로서 자리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그저 입으로만 사과하면 책임 회피일 뿐. 이 말이 뜬금없는 말도 아니라 아주 당연한 건데도 주변에 그렇지 않은 사장들이 많다는 게 문제죠. 사원의 급여를 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장의 마인드를 가진 저자의 말이 놀랍게 다가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의 말공부>는 당연하지만 잊고 있는, 사장의 기본 마인드를 일깨우는 책입니다.

 

사장의 말에는 사장의 경영 원칙과 사고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조직의 방향과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내가 하는 말에도 내 가치관에 스며들어있듯 말이죠. 환경과 직원 탓 대신 자신의 말버릇을 돌아봐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합니다.

 

돈이 벌리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사장의 말 습관, 잘나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언어 습관은 생생한 현장 경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장의 말하기에 관해 짚어줍니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조언이 많습니다. 중소기업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기는 어렵지만 변화를 따라갈 수는 있다고 다독입니다.

 

 

 

<사장의 말공부>에서는 조직 관리에 필요한 시스템과 소통 방법,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 필요한 기술 등을 통해 사장의 경영 노하우와 말하기 기술을 한데 보여줍니다. 현장 정보를 사장의 귀에 빠르고 정확하게 올라오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노하우, 다수결 대신할 수 있는 의견 취합 등 알짜 팁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사람의 성장에 시간과 돈을 아껴서는 안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능력 부족인 사원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데 주목한 겁니다. 그가 사장으로 있는 무사시노는 한 사람의 열정을 뽑아먹을 대로 뽑아먹는 회사가 아니라는 게 느껴졌어요. 자기투자에 아까워하지 않듯, 사원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사원들이 바라는 복리후생 (기본적인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테니스 코트를 만든다든지...) 대신 회사가 망하지 않고 성장해 연봉을 올려주는 게 오히려 이득이고 그걸 사원들에게 납득시키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에 사람을 적응시키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게 된다. #책속한줄

 

절대 망하지 않는 회사 만들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준 <사장의 말공부>. 돈을 버는 것보다 최우선에 두는 경영방침이기도 합니다. 뭘 해야 한다보다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사항들에 주목합니다.

 

'사장의 말공부'라는 제목 때문에 사장의 위신에 걸맞은 (?) 스피치에 관한 내용일까 생각하고 읽었는데 경영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장의 말은 경영 마인드가 담긴 것이기에 당연한 것이겠죠. 어려운 경영 전략서 아니라 최강의 현장 전략으로 정평난 강연을 하는 저자의 책이어서 딱딱하지 않고 읽는 재미도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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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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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들리는 아이,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아라이가 법정의 수화 통역사로 활동하며 생긴 일을 다룬 <데프 보이스>.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농인 사회를 재조명했다면, 후속작 <용의 귀를 너에게>에서는 발달 장애 아동의 영역까지 파고들어가 소통으로서의 언어란 과연 무엇인지 짚어주는 의미 있는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주제는 절대 가볍지 않지만 범죄 스토리를 담아서인지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 술술 잘 읽히면서도 깊은 감동은 고스란히 전달되는 멋진 소설이에요.

 

 

 

농인이 피고인인 강도 사건의 사법 통역을 맡게 된 아라이. 범행 당시 범인이 '돈 내놔'라고 목소리를 냈다는 피해자의 진술 때문에 농인의 발화 가능성이 관건인 사건입니다.

 

데프 보이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청인들은 짐작만 할 따름이겠지요. 농인이 발성하는 명료하지 않은 목소리, 데프 보이스. 한때는 농인들에게 음성 발성을 강요한 교육이 일반적이었기에 교육을 받았다면 간단한 발음은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농인이 사회에 나와서 곤란하지 않도록 구화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 청인들의 편견을 꼬집습니다.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수화로 생활하는 농인, 조금이라도 들리는 중도난청자, 어느 시점까지는 들렸던 경험 있는 중도실청자 등 우리가 한데 묶어 말하는 농인들 간에도 다양한 사고방식으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농인에게는 음성 언어가 그들의 '언어'가 아니라는 점을 짚은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수화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었어요. 한국어에 비교해보자면, 주로 청인이 사용하는 음성한국어에 수어를 하나하나 대응한 수지한국어와 농인들이 사용하는 한국수화는 다른 거라는 거죠.

 

농인들에게는 일본수화, 한국수화 쪽이 그들의 언어입니다. 이런 점은 수화를 다른 언어인냥 농인을 외부인처럼 대하며 언어적 소수자로 생각하는 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농인만을 노린 농인 범죄 집단 사건 등 농인 범죄 외에도 <용의 귀를 너에게>에서 큰 줄기가 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함묵증을 가진 발달장애 아동에게 수화를 가르칠 기회가 생긴 아라이. 소리를 듣고 말도 할 줄 알던 아이였지만 입을 다물어버린 소년과 수화로 소통을 하면서 아이는 '용의 귀'를 만납니다.

 

 

 

농인에 쓰이는 聾(농)은 용의 귀라는 의미입니다. 뿔로 소리를 감지하는 용에게 귀는 필요 없습니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발달장애 역시 부모의 애정에 따라 예방과 개선이 된다는 식으로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 탓으로 돌리는 교육학자 이야기는 분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방과 개선 사항이 아닌 것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니 이상한 사회가 되는 겁니다.

 

코다이면서 코다의 세상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일본 시사회 날 만난 마루야마 마사키 작가와 이길보라 감독. 청인이면서 수어를 배워가며 농인 사회를 실감나게 그려낸 작가와의 대화에서 나눈 이길보라 감독 본인의 에피소드가 <용의 귀를 너에게>에 등장해 찡한 감동이 더해집니다.

 

농문화에 대해 조금은 알게 해준 <데프 보이스>, <용의 귀를 너에게> 소설을 모든 청인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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