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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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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들리는 아이,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아라이가 법정의 수화 통역사로 활동하며 생긴 일을 다룬 <데프 보이스>.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농인 사회를 재조명했다면, 후속작 <용의 귀를 너에게>에서는 발달 장애 아동의 영역까지 파고들어가 소통으로서의 언어란 과연 무엇인지 짚어주는 의미 있는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주제는 절대 가볍지 않지만 범죄 스토리를 담아서인지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 술술 잘 읽히면서도 깊은 감동은 고스란히 전달되는 멋진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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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이 피고인인 강도 사건의 사법 통역을 맡게 된 아라이. 범행 당시 범인이 '돈 내놔'라고 목소리를 냈다는 피해자의 진술 때문에 농인의 발화 가능성이 관건인 사건입니다.
데프 보이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청인들은 짐작만 할 따름이겠지요. 농인이 발성하는 명료하지 않은 목소리, 데프 보이스. 한때는 농인들에게 음성 발성을 강요한 교육이 일반적이었기에 교육을 받았다면 간단한 발음은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농인이 사회에 나와서 곤란하지 않도록 구화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 청인들의 편견을 꼬집습니다.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수화로 생활하는 농인, 조금이라도 들리는 중도난청자, 어느 시점까지는 들렸던 경험 있는 중도실청자 등 우리가 한데 묶어 말하는 농인들 간에도 다양한 사고방식으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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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농인에게는 음성 언어가 그들의 '언어'가 아니라는 점을 짚은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수화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었어요. 한국어에 비교해보자면, 주로 청인이 사용하는 음성한국어에 수어를 하나하나 대응한 수지한국어와 농인들이 사용하는 한국수화는 다른 거라는 거죠.
농인들에게는 일본수화, 한국수화 쪽이 그들의 언어입니다. 이런 점은 수화를 다른 언어인냥 농인을 외부인처럼 대하며 언어적 소수자로 생각하는 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농인만을 노린 농인 범죄 집단 사건 등 농인 범죄 외에도 <용의 귀를 너에게>에서 큰 줄기가 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함묵증을 가진 발달장애 아동에게 수화를 가르칠 기회가 생긴 아라이. 소리를 듣고 말도 할 줄 알던 아이였지만 입을 다물어버린 소년과 수화로 소통을 하면서 아이는 '용의 귀'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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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에 쓰이는 聾(농)은 용의 귀라는 의미입니다. 뿔로 소리를 감지하는 용에게 귀는 필요 없습니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발달장애 역시 부모의 애정에 따라 예방과 개선이 된다는 식으로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 탓으로 돌리는 교육학자 이야기는 분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방과 개선 사항이 아닌 것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니 이상한 사회가 되는 겁니다.
코다이면서 코다의 세상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일본 시사회 날 만난 마루야마 마사키 작가와 이길보라 감독. 청인이면서 수어를 배워가며 농인 사회를 실감나게 그려낸 작가와의 대화에서 나눈 이길보라 감독 본인의 에피소드가 <용의 귀를 너에게>에 등장해 찡한 감동이 더해집니다.
농문화에 대해 조금은 알게 해준 <데프 보이스>, <용의 귀를 너에게> 소설을 모든 청인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