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은 현실이다 - 페이스북, 알파고, 비트코인이 만든 새로운 질서
주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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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 흐름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개인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살펴보는 책 <가상은 현실이다>.

 

2019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경제 포럼(다보스포럼) 글로벌쉐이퍼 40인으로 초청받기도 한 구글 마케터(그로스 매니저) 주영민 저자가 들려주는 가상화 혁명 이야기는 기존 미래 예측 관련 책보다 훨씬 지적 충족감을 안겨줬습니다.

 

가상 기술과 관련해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데 집중했던 기존의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지금 일어나는 일에 주목합니다. 주권을 가상으로 옮기는 핵심 기술인 클라우드에 저장된 세계. 클라우드와 동기화되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를 현대의 기억상실증에 비유할 정도로 우리의 삶은 서버 기록으로 남아 휘발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3년 전 오늘'이라는 끊임없는 리마인드에 어느새 익숙해진 시점입니다.

 

 

심리화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문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가상 기술이 만들어 낸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암호화폐. <가상은 현실이다>에서는 현실과 지능, 돈을 가상화한 이것들 모두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우리의 실재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짚어줍니다.

 

<가상은 현실이다>는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가상의 삶, 인공지능의 가상의 뇌, 가치 관점의 패러다임을 연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의 돈. 세 가지 큰 주제를 살펴보며 현실이라는 공간이 물리적 실재로만 이루어진 곳이 아닌, 가상의 차원과 혼합된 이중적인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소셜미디어에서의 가상 자아를 위해 우리는 업로드 노동을 수행합니다. 채용, 신용등급도 소셜미디어 스크리닝으로 대체한다고 하니 사회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보면 가상은 허구가 아니게 된 셈입니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겁니다. 나의 실체는 현실에 있지만, 소셜미디어의 가상 자아를 위해 현실이 변한다는 겁니다. '지금 내 삶은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가?'라는 질문이 가진 의미처럼요. 봇에 의해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숫자가 권위가 된 소셜미디어에서 팩트는 희박해지고, 사회적 인정에 대한 집착은 짙어집니다.

 

 

 

최근 10년의 기술적 도약은 21세기의 남은 기간 방대한 영향력을 예고합니다. 전기가 산업 혁명을 불렀다면 인공지능은 현대 주요 산업을 지능화해 단순히 자동화가 끝이 아닌 인간의 상상 밖에 놓여 있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판단 영역에서도 인간의 퇴조가 예고됩니다. 개인의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국가적 정책 결정까지 가상의 뇌가 인간의 뇌를 대체할 거라고 말이죠.

 

인공지능의 발달은 감시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RFID 방지 기능이 있는 가방이 나왔듯 이제는 추적되지 않을 자유, 기계에 읽히지 않는 무언가가 탄생되는 시점입니다.

 

더 나아가 데이터 신분제,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수동적 세계는 로봇처럼 사고하는 인간이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유튜브에 업로드할 때 알고리즘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소셜미디어에 최적화하려는 노력은 이미 일반화된 이야기입니다.

 

 

 

물리적 실체를 갖지 않은 가상화된 통화, 비트코인은 그야말로 가치에 대한 관점을 바꿔놓았습니다. 비트코인으로 인해 변화할 것들은 상상 그 이상이었어요. 기록의 방식, 돈의 본질, 국가 형태마저도 변화시킵니다. IMF 때 비트코인 개념이 지금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봅니다.

 

<가상은 현실이다>에서 다룬 페이스북, 알파고, 비트코인은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겁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영향력은 폭발적이더군요. 모든 것이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사회에서 사생활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는 걸 느낍니다. 알고리즘의 개선, 자동화를 위해 자기모순적으로 노동함으로써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아날로그의 실재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숱한 사례 하나하나가 다 공감할 만한 것들입니다.

 

농업 혁명, 산업 혁명에 이어 가상화 혁명의 시대를 맞이한 현대. 그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를 짚어준 <가상은 현실이다>. 실재를 재조직하는 가상화 혁명을 맞이할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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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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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11년 만에 떠오른 문학 천재 루시아 벌린의 단편 선집 <청소부 매뉴얼>. 단편소설이라고 해도 인생 에세이 같은 짧은 단상들이 모여 만든 이야기들이라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미국 남서부 식당, 세탁소 등 우울함이 감도는 배경 속에서 재치와 유머 한 스푼이 담긴 글들은 달콤씁쓸함을 남깁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요. 고달픈 삶 속에서 희망만을 꿈꾸거나 비참한 자괴감에 빠져들지는 않습니다. 꾸역꾸역 사는 삶처럼 어떻게든 우리는 살아내고 있으니까요. 단편 선집 <청소부 매뉴얼>은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단편소설 작가 루시아 벌린. 국내 알려진 소설이 없어서 작가에 대해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이 책으로 루시아 벌린 작가가 레이먼드 카버, 데니스 존슨과 비견될만한 작가임을 알게 될 겁니다. 추천사를 보면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인 것 같아요.

 

<청소부 매뉴얼>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이해하려면 작가의 삶을 살펴보면 됩니다. 그의 인생 단편이 이야기 곳곳에 묻어 나오거든요. 알래스카에서 태어나 칠레로 이주, 세 번의 결혼과 이혼 후 더 이상 재혼하지 않고 네 아들을 혼자 부양하며 삽니다. 팍팍한 형편에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키웠으니 그의 직업 이력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만할 거예요.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수, 병동 사무원, 청소부, 내과 간호보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도 스물네 살에 처음 단편을 발표한 이래 계속 글을 썼습니다.

 

 

 

단편 선집에는 43편이 수록되었습니다. 나만 알고 싶은 작가였던 루시아 벌린의 작품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입니다. 한 번 읽고는 그 맛을 잘 못 느낄 때도 있을 테지만 분명한 건 가끔은 펼쳐보고 싶은 이야기라는 거예요. 강렬한 단짠맛이 아니어서 오히려 곁에 두기 좋은 이야기들입니다.

 

1인칭 서술로 담담히 끌어가는 이야기는 구질구질한 인생이지만 구원을 바라는 대신 공감을 자극합니다. 읽으면서 정말 묘했던 게 우울한 이야기 같은데도 읽으면서 우울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상황은 우울하지만 전달하는 방식의 차이가 루시아 벌린이 가진 강점인 것 같습니다.

 

단편에 담긴 진짜 에피소드를 눈치채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표제작 <청소부 매뉴얼>에서는 알리 칸 왕자가 담뱃불을 붙여줬던 일을, <H. A. 모이니핸 치과>에서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기는 식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배치해뒀습니다.

 

감각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에서 활력을 얻게 되는 단편 선집 <청소부 매뉴얼>. 에세이 같기도, 자서전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내 이야기 같기도 한 독특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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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그리스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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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유적지가 설치미술처럼 곳곳에 존재하고, 지중해 해변과 수백 개의 아름다운 섬이 존재하는 그리스. 배낭족, 신혼부부, 성지 순례자들이 들르는 그리스의 최신 여행 가이드북 <트래블로그 그리스>를 만나봅니다.

 

저는 그리스 하면 역사와 신화의 나라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저 먼 나라 이야기만 같았어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을 통해 유럽 문명의 태생지 그리스의 매력을 훅 느꼈습니다. <알쓸신잡 3>에서 방송된 그리스 편에서도 고대 문명의 산실이자 서구 문학의 기초를 세운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어요.

 

<트래블로그 그리스>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직접 보고 배우는 체험여행이자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그리스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스는 직항편이 없어 유럽 여행지 중 며칠 들르는 정도거나 일부 섬 여행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가이드북에서는 그리스 본토 여행을 쉽게 계획할 수 있도록 코스를 제시합니다. 계절별 들러봐야할 도시도 차이 있고 겨울에 운행하지 않는 페리 구간도 있어 여행계획을 잘 세워야겠더라고요.

 

워낙 많은 유적지가 있어 결정장애가 생길 지경이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반드시 봐야한다는 것들은 있답니다. 가이드북을 통해 하나하나 체크해보세요.

 

 

 

문화, 철학, 건축 등을 통해 그리스 문명을 고스란히 만끽해보는 건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이 됩니다. 신화 속 배경을 직접 만난다는 것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평생 동안 수없이 만나게 되는 그리스 신화이기에 그리스 여행 가이드북에서조차 그리스 문화와 역사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가이드북을 보면서 실제 여행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상세한 도로 루트는 그리스 아테네 여행에 특히 도움되는 것 같아요. 가이드북대로라면 혼자 여행도 거뜬할 거란 자신감이 듭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방법, 본토에서 섬으로 이동하는 방법 등 그리스 여행에 필요한 필수 정보는 기본. 그리스 주요 섬 정보들도 맘에 들었어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덕분에 국내 여행객들에게 인기 높아진 자킨토스 섬의 나바지오 비치, 영화 '맘마미아'로 인기 급상승한 스코펠로스 섬, 그리스에서 가장 큰 섬인 크레타 섬 등 섬 여행만으로도 일정을 꽉 채울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곳들이 많습니다. 청량한 기분을 선사하는 산토리니 섬도 있지요.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작가의 고향, 저마다의 매력을 간직한 크고 작은 섬들을 만끽해보는 페리 투어, 서양 문화의 시초 고대 그리스 신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땅 그리스. 그리스 문화를 이해하며 여행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찾는다면 <트래블로그 그리스>로 여행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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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그리스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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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문화를 이해하며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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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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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대작 <레드 퀸> 시리즈. 완결되지 않은 소설이지만 3부가 곧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1부 '적혈의 여왕' 편을 읽었습니다.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적절하게 1부의 주요 스토리를 마무리 짓고 있어 이만하면 기다릴만한 시리즈더라고요.

 

레드 퀸 시리즈가 황금가지 블랙 로맨스 클럽 시리즈에서 나오는 거여서 틴에이저 풍의 가벼운 느낌일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단지 기우일뿐. 인물들의 명확한 캐릭터, 스토리 전개, 세계관 등 전반적으로 대작이 될 만한 요소를 다 갖춘 판타지 소설이네요. 빅토리아 애비야드 작가가 25살 때 레트 퀸 시리즈 첫 편이 출간되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붉은 피로 태어나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한 '적혈'과 각양각색 초능력을 가지고 신처럼 군림하는 은색 피를 가진 '은혈'. 비천한 신분의 적혈과 고귀한 존재로서의 은혈 간의 괴리가 큽니다.

 

<레드 퀸>은 적혈들의 피로 치르는 은혈들의 긴 전쟁이 이어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17살이 되어서도 직업이 없으면 (이 직업을 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 죽음이 예정된 전쟁터로 징병당하는 적혈.

 

적혈 소녀 메어의 오빠들도 전쟁터에서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생을 살고 있고, 메어 역시 조만간 징병 당할 위기에 처해있지만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호의로 은혈들의 궁으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되는데.

 

갑작스럽게 가족들과 헤어졌지만 메어둥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은혈 왕자의 약혼녀를 뽑는 기이한 시합이 펼쳐지는 날이라 열심히 움직여야 합니다.

 

은혈들이 각자의 고유 능력을 펼치는 싸움 방식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즉사하지만 않는 수준이면 말끔하게 치료하는 힐러 은혈들도 있으니 무자비한 결투가 될 수밖에요. 가문의 세력과 은혈 개인의 능력이 합쳐져 정치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서기 위해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일어나고 휘말려든 메어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순간, 갑자기 능력이 발현된 메어. 적혈이라면 절대 나타날 수 없는 능력이 메어에게서 나타난 겁니다. 도대체 메어의 정체가 뭔지 경악스러워하는 은혈들에게 잡힌 메어는 씻나락 까먹는 제안을 받게 되죠. 둘째 왕자와 약혼을 하라니요. 초능력을 가진 적혈을 곁에 두고 그들의 장기 말처럼 이용되는 메어.

 

은혈 왕가의 일원이 되는 조건으로 메어는 소중한 이들을 전쟁터에서 빼냅니다. 하지만 셋째 오빠는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오빠의 편지를 다시 읽으며 추억을 기리다 불현듯 깨닫는 사실 하나가 있었는데, 적혈들이 은혈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반란군 진홍의 군대에서 쓰는 말을 오빠의 편지에서 만난 겁니다. 오빠도 그들의 일원이었다는 걸 알게 된 후 메어는 자신의 위치에서 적혈 반란군, 진홍의 군대를 돕게 됩니다.

 

메어와 약혼한 둘째 왕자는 사악한 왕비의 아들이면서도 생각 외로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이었고, 왕의 뒤를 이을 왕세자는 메어를 궁에 들어오게끔 도와준 바로 그 남자였습니다. 배다른 형제인 첫째 왕자와 둘째 왕자 사이에서 메어는 사랑을 꿈꾸는 여자이기도 하고 적혈들의 삶에 분개하는 전사이기도 합니다.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편에서는 팍팍하게 살던 평범한 적혈 소녀의 성장기 서막인 만큼 좌충우돌 과정이 많습니다. 한심한 행동을 보일 때도 있지만 다 밑밥이겠죠.

 

철저한 신분 계급으로 힘과 권력이 한 곳에만 집중되었을 때 벌어지는 최악의 사회를 보여준 <레드 퀸> 시리즈는 <헝거게임> 시리즈, <레드라이징> 시리즈의 플롯과 유사합니다. 약간의 뻔함은 있지만, 각각의 매력 포인트가 확연히 살아있어 식상함은 못 느꼈어요. 헝거게임의 캣니스, 레드라이징의 대로우 그리고 레드 퀸의 메어. 태생부터 갈려져 불평등을 당연시 여긴 시대에서 고군분투한 그들의 성장기에서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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