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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ㅣ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판타지 대작 <레드 퀸> 시리즈. 완결되지 않은 소설이지만 3부가 곧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1부 '적혈의 여왕' 편을 읽었습니다.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적절하게 1부의 주요 스토리를 마무리 짓고 있어 이만하면 기다릴만한 시리즈더라고요.
레드 퀸 시리즈가 황금가지 블랙 로맨스 클럽 시리즈에서 나오는 거여서 틴에이저 풍의 가벼운 느낌일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단지 기우일뿐. 인물들의 명확한 캐릭터, 스토리 전개, 세계관 등 전반적으로 대작이 될 만한 요소를 다 갖춘 판타지 소설이네요. 빅토리아 애비야드 작가가 25살 때 레트 퀸 시리즈 첫 편이 출간되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붉은 피로 태어나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한 '적혈'과 각양각색 초능력을 가지고 신처럼 군림하는 은색 피를 가진 '은혈'. 비천한 신분의 적혈과 고귀한 존재로서의 은혈 간의 괴리가 큽니다.
<레드 퀸>은 적혈들의 피로 치르는 은혈들의 긴 전쟁이 이어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17살이 되어서도 직업이 없으면 (이 직업을 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 죽음이 예정된 전쟁터로 징병당하는 적혈.
적혈 소녀 메어의 오빠들도 전쟁터에서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생을 살고 있고, 메어 역시 조만간 징병 당할 위기에 처해있지만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호의로 은혈들의 궁으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되는데.
갑작스럽게 가족들과 헤어졌지만 메어둥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은혈 왕자의 약혼녀를 뽑는 기이한 시합이 펼쳐지는 날이라 열심히 움직여야 합니다.
은혈들이 각자의 고유 능력을 펼치는 싸움 방식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즉사하지만 않는 수준이면 말끔하게 치료하는 힐러 은혈들도 있으니 무자비한 결투가 될 수밖에요. 가문의 세력과 은혈 개인의 능력이 합쳐져 정치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서기 위해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일어나고 휘말려든 메어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순간, 갑자기 능력이 발현된 메어. 적혈이라면 절대 나타날 수 없는 능력이 메어에게서 나타난 겁니다. 도대체 메어의 정체가 뭔지 경악스러워하는 은혈들에게 잡힌 메어는 씻나락 까먹는 제안을 받게 되죠. 둘째 왕자와 약혼을 하라니요. 초능력을 가진 적혈을 곁에 두고 그들의 장기 말처럼 이용되는 메어.
은혈 왕가의 일원이 되는 조건으로 메어는 소중한 이들을 전쟁터에서 빼냅니다. 하지만 셋째 오빠는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오빠의 편지를 다시 읽으며 추억을 기리다 불현듯 깨닫는 사실 하나가 있었는데, 적혈들이 은혈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반란군 진홍의 군대에서 쓰는 말을 오빠의 편지에서 만난 겁니다. 오빠도 그들의 일원이었다는 걸 알게 된 후 메어는 자신의 위치에서 적혈 반란군, 진홍의 군대를 돕게 됩니다.
메어와 약혼한 둘째 왕자는 사악한 왕비의 아들이면서도 생각 외로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이었고, 왕의 뒤를 이을 왕세자는 메어를 궁에 들어오게끔 도와준 바로 그 남자였습니다. 배다른 형제인 첫째 왕자와 둘째 왕자 사이에서 메어는 사랑을 꿈꾸는 여자이기도 하고 적혈들의 삶에 분개하는 전사이기도 합니다.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편에서는 팍팍하게 살던 평범한 적혈 소녀의 성장기 서막인 만큼 좌충우돌 과정이 많습니다. 한심한 행동을 보일 때도 있지만 다 밑밥이겠죠.
철저한 신분 계급으로 힘과 권력이 한 곳에만 집중되었을 때 벌어지는 최악의 사회를 보여준 <레드 퀸> 시리즈는 <헝거게임> 시리즈, <레드라이징> 시리즈의 플롯과 유사합니다. 약간의 뻔함은 있지만, 각각의 매력 포인트가 확연히 살아있어 식상함은 못 느꼈어요. 헝거게임의 캣니스, 레드라이징의 대로우 그리고 레드 퀸의 메어. 태생부터 갈려져 불평등을 당연시 여긴 시대에서 고군분투한 그들의 성장기에서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