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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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얻을수록 충족되지 않은 배고픔. 바로 '지혜'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지혜가 없으면 시급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말이 많은 것을 생각이 깊은 것으로 착각하며, 인기가 많은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한다고 합니다.


철학자 philosopher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필로소포스 philosophos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소유가 아닌, 중요한 것은 추구하는 행위 그 자체에 있음을 의미하는 사랑입니다. 그렇기에 철학적 여행가 에릭 와이너 작가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철학자의 경험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소유하는 지식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실천하는 지혜를 삶에 자리 잡게 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인도, 일본, 스위스, 프랑스 등에 세계 곳곳에서 열차를 타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또 읽은 에릭 와이너 작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열차' 같은 표현처럼 철학자의 말과 생각을 곱씹어 봅니다. 오로지 기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옆으로 흘러가는 풍경들, 아늑함이라는 감각 덕분에 철학적 사고 행위가 더 잘 되는 느낌입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부터 20세기 보부아르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관심을 뒀던 실용적인 철학자 열네 명을 선정해 소개합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 철학 책의 익숙한 포맷인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요약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문제를 직접 끌어옵니다.


"반드시 침대에서 나가야 하나?"처럼 등짝 스매싱 각인 질문이 이곳에서는 진지한 철학적 문제로 둔갑합니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지라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취약하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평생 늦잠을 잤다는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돈독한 형제애를 느낍니다. 마르쿠스의 《명상록》에는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이란 문구로 시작하는 글이 많다(!!!)고 합니다.


"《명상록》을 읽는 것은 곧 철학하는 행위를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것과 같다." - 책 속에서


소크라테스 편에서는 대화를 통한 질문의 힘을 강조합니다. 제이컵 니들먼 교수의 《철학의 마음》을 읽고 감명받은 저자는 교수와 직접 면담을 하기에 이릅니다. 제이컵 니들먼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고, 질문을 경험하라고 조언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등장하는 철학자가 소크라테스입니다.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경험하는 데서 오는 뜻밖의 즐거움에 매혹된다는 것. 이게 가능하려면 '어떻게'라는 질문에 관심을 두면 된다고 해요. 보통 질문의 힘을 강조할 땐 '왜?'에 집중하는데 '어떻게'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알 수 있지?처럼요.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철학은 불확실한 추측을 하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게 와닿습니다.


철학 책을 읽다가 빵 터지는 진기한 경험도 했는데 이 작가의 유머 코드가 제 취향인가 봅니다. 철학자들과의 닮은 점을 어필하는 대담함을 가진 에릭 와이너 작가. 짜증나는 인간이라는 소리를 지인에게서 듣곤 하나봅니다. 소크라테스도 그랬다면서 뿌듯해합니다. 물론 철학자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도 스스럼없이 밝힙니다. 그 지점이야말로 철학자들의 가치가 빛나는 포인트입니다. 저자의 자학 유머에 배꼽 잡는 와중에 철학자들의 위대한 말과 생각의 핵심이 자연스럽게 기억됩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철학을 어렵게 여기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합니다. 524페이지라는 두툼한 분량인데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가 기차에서 철학자들의 대표 명저를 읽고 그 핵심을 들려주는 글들은 작가처럼 리뷰 쓰고 싶을 정도로 문체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내 주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은 바로 루소가 사용한 언어다.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루소의 언어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어려운 철학적 표현과는 다르다. 멋지네, 나는 샤르도네를 한 모금 더 마시며 생각한다. 샤르도네는 정말로 책과 잘 어울린다." - 책 속에서


루소처럼 걷고, 소로처럼 보고, 쇼펜하우어처럼 듣고, 세이 고나곤처럼 아름다운 작은 것에 감사하고,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고, 몽테뉴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삶.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말과 생각은 인생에 의문이 생길 때마다 훌륭한 처방전이 되어줍니다.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의 하이라이트는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액정이 깨진 상황에서 빛을 발합니다. 우울과 불안을 줄줄이 끌어와 망연자실한 작가에게 철학자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당장 멈춰 서서 나의 생각을 의심하라고 재촉하고, 에피쿠로스는 나의 위기에 침을 뱉고, 세이 쇼나곤은 벚꽃처럼 휴대전화도 영원한 것이 아님을 짚어줍니다. 마침표를 찍은 건 니체입니다. 똑같은 이 길을 걷고 또 걷게 될 거라고. 다시 휴대전화를 어설프게 만지작거리다 매번 액정부터 바닥에 떨어뜨릴 것이라고. 영원히. 영원토록. 😱


환상적인 위트와 철학의 지혜를 만끽할 수 있었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굿즈도 어쩜 이런 센스를 발휘했을까요. 열차 티켓 책갈피는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해당 챕터마다 스티커를 붙일 수 있습니다.


열네 명의 철학자들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 소개된 유튜브 채널로 연결되는 QR코드도 있습니다. 음악과 함께하니 읽는 내내 진짜 기차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쉽게 쓰여진 철학책이라고 해서 읽었건만 그것조차 어렵게 느꼈던 분이라면 에세이 읽듯 흘러가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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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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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3월 16일, 미국 LA 한인마켓에서 15세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는 총을 맞고 숨집니다. 주스 한 병을 가방에 넣는 것을 보고 절도범으로 생각하고 잡으려 한 주인은 체격이 컸던 소녀에게 주먹으로 몇 차례 맞은 이후 카운터 뒤에 숨겨둔 총을 집어 뒤로 돌아선 소녀를 향해 발포했습니다. 이 사건은 두순자 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다음 해 LA 폭동 사태 때 한인타운의 피해를 촉발하는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스테프 차는 두순자 사건을 모티브로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Your House Will Pay)>를 내놓았습니다. 1991년과 2019년을 오가며 한인과 흑인 두 가정의 이야기 속에서 미국 사회 속 인종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들여다봅니다.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모른 척 지나가기는 너무나 쉬운 세상.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알폰소 쿠리얼의 추모 행사에 참석한 그레이스 박은 쓰라린 부끄러움과 정의로운 열정에 사로잡힙니다.


이민자 기백으로 열심히 살아온 부모 밑에서 어머니와 인연을 끊고 따로 사는 언니를 대신해 착한 둘째 딸 노릇을 하고 있는 그레이스. 한인 마켓의 약사로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가부장적인 한국 가정의 모습에 답답해하기도 하고, 이상한 긴장감이 있는 가족 분위기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가족애가 남다른 그레이스이기에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그 평화로움은 주차장에서 엄마가 총에 맞으며 산산조각 납니다. 빈민가 뒷골목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하는 중년 부인을 누가 왜 해치고 싶어 한 건지 경악스럽습니다. 하지만 언니에게서 나온 말은 충격적입니다. "엄만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레이스."


흑인, 인종, 인종차별을 암시하는 말이 나오면 긴장하는 집. 여기엔 28년 전 그레이스를 임신한 엄마가 가게에서 한 흑인 소녀를 총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레이스만 이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던 겁니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엄마를 둔 그레이스의 시점과 어린 나이에 죽었던 소녀의 동생 숀의 시점으로 진행하는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합니다. 고통을 견뎌내는 한인 가정과 흑인 가정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 갱단에 들어가는 건 허세를 부리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이었지만, 결국 교도소 생활까지 하고 나온 숀은 이제는 마음을 다잡아 성실하게 생활합니다. 교도소에 있는 사촌 형 대신 사촌네 가족을 돌보며 열심히 일합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어두움이 가득합니다. 누나의 죽음이 안긴 분노와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숀은 아주 오랫동안, 세상의 이목에 붙잡혀 있을 뿐, 한번 탁 하고 부러지는 순간 아무것도 거칠 것 없어질 감정과 싸워왔다." - 책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깡패들만 죽임을 당한다고 믿으려 하지만, 체계화된 인종차별은 무차별적이라는 걸 처절하게 알고 있는 흑인 커뮤니티. 그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하게 좌절감을 안기는 차별입니다.


과속 혐의로 체포된 흑인 로드니 킹이 4명의 백인 경찰관들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했지만, 경찰관들에게 무죄 평결이 나오자 인종 폭동으로 번진 LA 폭동. 요즘 세대에겐 낯선 이야기일 테지만 당시 4·29 폭동의 한가운데서 가게를 지켜야 했던 첫째 이모네 가족을 둔 저는 당시 식구들이 불안에 떨며 통화를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만 해도 흑인 대 한인의 구조로만 바라봤고, 흑인에 대한 두려움만 커진 채 그 이면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습니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를 읽으며 LA 폭동이 로드니 킹 사건으로 경찰이 곤경에 처하자 시선을 돌리려고 두순자 사건을 이용해 한인 사회로 분노를 터트리게 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부촌에만 있었고 한인타운은 쓰러지게 그냥 뒀습니다.


"그들은 한 몸이 되어 본능적으로 위협에 손을 뻗어 반응하는 것 같았다." - 책 속에서


엄마는 28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이제 벌을 받은 걸까요. 엄마에 대한 동정심, 분노, 사랑, 혐오가 뒤섞인 그레이스. 끔찍한 진실을 기억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면 그저 배부른 희망일까요. 공포를 가리는 희망과 행복을 구하는 그레이스의 심리를 스테프 차 작가가 내밀한 묘사로 펼쳐 보입니다.


분노를 죽이며 힘들게 일군 생활을 새로운 총격 사건이 터지며 평온이 흐트러지게 된 숀의 감정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여자가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이게 정의인가? 의문스럽습니다.


마음속 깊숙이 묻어뒀던 일이 봉인이 풀리며 두 가정의 격변이 예고되는 상황을 그려낸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아시아계 증오 범죄 뉴스가 잦은 요즘,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됩니다. 관습적으로 뿌리 깊게 박힌 차별. 가짜 평화 역시 결국 오랜 분노 앞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인종 혐오 범죄에 깃든 암울한 비극을 담은 LA 타임스 도서상 수상작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의도적 눈감기가 만연한 역사를 들추고 회피하지 않는 스테프 차 작가의 걸작 범죄 스릴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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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이 떠난다, 미식으로 세계 일주 - 음식 문화 큐레이터 잇쎈틱이 소개하는 99가지 ‘진짜 그 맛’
타드 샘플.박은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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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여행자를 위한 음식 문화 교양서 <미식으로 세계 일주>. 트위터리안이 믿고 따르는 음식 문화 큐레이터로 유명한 잇쎈틱에서 소개한 세계 음식 전문점 중 90여 곳을 엮은 책입니다.


먹다 eat + 진짜의 authentic 단어 합성어 잇쎈틱 Eathentic. 하늘길이 막힌 요즘, 그 나라에 가지않고도 그곳의 참맛을 우리 땅에서 만날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황홀해집니다. <미식으로 세계 일주>로 잇쎈틱한 맛을 만나보세요.


그리스 음식점 노스티모를 운영하며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하는 한국에 사는 미국 사람 타드 샘플과 음식 문화 전문 프로모터 박은선 저자가 함께 소개한 99가지의 한국 속 세계의 맛. 음식에 얽힌 문화와 전통, 현지인처럼 먹는 법 등을 통해 즐거운 미식 경험이 되도록 도와줍니다.


추억의 시간을 소환하는 그리운 맛, 음식이 주는 감동은 언제나 옳죠. 그 공간에 사람과 음식이 얽혀 나만의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여행지에서 겪은 감동과 같을 수는 없지만 현지의 맛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또 한 번의 감동을 선사할 겁니다. 한국식으로 입맛을 맞춘 세계 음식이 아니라 진짜 그 맛을 살린 음식점을 소개하는 <미식으로 세계 일주>. 지역 고유의 문화, 전통, 역사를 아우르는 마음이 담긴 진정성 있는 음식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시아 음식은 많이 익숙한 듯 싶어도 사실 진짜 현지의 맛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 맛을 찾기 더 힘든게 오히려 아시아 음식이더라고요. 중국식 레스토랑을 가도 한국화된 메뉴 덕분에 내가 먹는 게 진짜 현지의 맛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진짜배기 중국음식은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중식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도 첫 번째 도삭면 소개부터 홀릭해버렸습니다. "국물 한 술에 입술이 얼얼한데, 이내 깊고 구수한 풍미가 통각을 다독인다."처럼 맛이 고스란히 상상되는 맛깔스런 표현 앞에 버틸 수가 없습니다. "얄팍한 '시스루' 반죽을 입혀 튀겨내 바삭함의 격이 다르다"는 가지튀김도 끌립니다.


며칠전에 중국식 만두를 먹어서인지 만두 편을 집중 소개하는 칼럼도 반가웠어요. 저는 만두 입맛이 꽤 까다로운 편인데 사실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소스! 풍미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식초, 간장, 고추기름, 생강을 잘 활용하라고 하니 신세계를 발견한 느낌입니다.


햄버거를 먹을 때도 '빵' 맛을 따지는 저는 손수 구운 바게트로 만든 진짜 반미집을 소개하는 파트에서도 눈길을 뗄 수 없습니다. 고향의 반미를 그리워하다 손수 만들게 된 베트남 식당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카야토스트도 진짜 싱가포르 맛은 어떤지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저는 이탈리아 음식도 무척 좋아합니다. 사진만 봐도 즐거워지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청주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곳은 이탈리아 조리법에 식재료를 충청도 땅 안에서 공수하는 건강한 철학을 가진 곳이더군요. 가까우면 당장 달려갔을텐데 말입니다. 


<미식으로 세계 일주>에 소개된 레스토랑 중에 제가 가 본 곳은 한 군데도 없더라고요. 굳이 맛집을 찾아 가는 성격은 아니긴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제가 사는 지역에도 두 군데가 소개되어 있던데 멀지 않은 곳에 책에 실린 음식점이 있다니, 조만간 꼭 방문해봐야겠습니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일본 우동을 맛볼 수 있는 곳, 미식 천국 태국의 맛을 만날 수 있는 곳 등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진짜 맛이 궁금했던 그 음식들을 만날 수 있는 <미식으로 세계 일주>. 아마도 평생 여행 갈 일 없는 지역의 음식들도 만날 수 있어 미지의 새로운 맛을 상상해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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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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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작 중 볼만한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안젤리나 졸리,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아니겠어요. <시카리오>, <윈드 리버>의 테일러 셰리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화해 기대감을 안고 봤습니다. 개봉일에 맞춰 관람했는데 우리 아들도 왜 이리 영화가 짧냐고 했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어요.


화재 현장에서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트라우마로 감시탑에 배정된 공수소방대원 한나와 거대 범죄의 증거를 가지고 도주 중인 소년이 킬러와 산불을 두고 생사를 건 대결을 그린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영미 미스터리 스릴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마이클 코리타 작가의 동명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영화와 소설의 설정이 살짝 다릅니다. 우연히 범행 현장을 목격한 소년을 죽이려는 자들과 그에 맞서 소년을 보호하려는 이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스릴러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수사, 호러, 서스펜스, 추리, 액션이 환상적으로 버무려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결말까지 단번에 읽게 됩니다. 장르의 특성이 이토록 혼합이 되었는데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많은 작가들이 이번 소설은 그의 역작이라고 평할 정도로 마이클 코리타 특유의 대체 불가한 매력이 발휘된 소설이라고 합니다.


다이빙 연습을 하다가 우연히 살해 현장을 목격한 소년 제이스는 코너라는 새 이름으로 신분을 바꿔 생존 캠프에 참가하며 증인을 없애려 드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생존 기술 교관 출신의 이선은 연방보안관 출신인 경호원 제이미의 간곡한 부탁으로 코너를 지키기로 합니다.


몬태나주의 깊은 숲은 생존 캠프에 탁월한 자연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코너는 정체를 숨긴 채 캠프 활동을 하지만, 마음은 세상 어딘가에서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을 킬러의 그림자에 갇혀 있습니다. 순간순간 두려움이 솟구쳐 오릅니다.


영화에서는 한나 역의 안젤리나 졸리 배우에게 주 포커스를 맞췄는데, 원작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는 캠프를 맡은 이선의 역할도 꽤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아이를 보호하겠노라 약속한 이선과 앨리슨 부부에게 닥친 위험을 묘사하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긴박하게 진행됩니다.


코너는 안전한 은신처가 되길 바랐던 이곳도 위험하게 되자 절망적인 상황에 빠집니다. 다른 아이들과 하산하지 않고 중간에 이탈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이 영화에서는 안젤리나 졸리가 맡았던 소방대원이지요. 소설에서는 해나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국립공원 정예 삼림 소방대 핫샷 출신의 해나는 지난번 화재 때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에 빠져 지금은 깊은 숲속 화재감시탑에서 지냅니다. 소설에서는 해나의 트라우마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해나가 문득문득 급작스레 빠져드는 슬픔에 더욱 공감이 잘됩니다.


한밤중에 홀로 산속을 헤매는 코너를 발견하고 함께 이동하는 해나. 킬러들이 지른 산불이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뇌우의 폭풍도 헤쳐가야 하는 진퇴양난 속에 빠집니다. 잠적한 코너를 너무나도 쉽게 찾아내는 킬러들은 점점 다가오는데 말입니다.


영화에서도 킬러의 면면이 정말 대단했는데요.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정말 경악스러운 묘사가 줄을 잇습니다. 영화에서도 살인을 하면서 무감한 킬러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뤄졌고, 킬러 중 한 명인 니콜라스 홀트 배우의 악역 넘 좋았어요. 소설에서는 두 킬러가 형제 관계로 나오는데 둘의 대화를 보면 소시오패스들의 대화인 것처럼 오싹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뿐이었다." - 책 속에서


킬러와 화재라는 인간과 대자연의 재앙 앞에 선 소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소설을 읽었는데 어느 파트는 영화의 영상미가 탁월했고, 어느 파트는 소설의 묘사력이 탁월했고. 이번만큼은 어느 쪽이 더 좋다는 말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설정이 살짝 달라서 소설은 소설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무엇보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원작 소설에서는 영화에서 만날 수 없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부분 읽으며 정말 캬~ 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여서 더 소설의 반전에 놀랐을 수 있습니다만, 이런 독자 뺨치는 작가를 봤나.


킬러, 군 출신 생존 전문가, 산림 소방대원 그리고 목격자. 죽이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이 입체적으로 펼쳐져 드라마틱한 여러 감정을 안겨줍니다. 생존자는 그저 무사히 살아남았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재건이라는 치유의 여정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인간과 자연이 뿜어내는 볼만한 스릴이 그려진 범죄영화로만 생각했다면 꼭 원작소설도 읽어보세요. 마이클 코리타 작가가 오랫동안 갈고닦은 소재들을 한데 녹여 성공적으로 빚어낸, 여운이 깊게 남는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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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심리학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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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 것, 감정을 조절하는 일을 지속하다 보면 '나다움'을 잃는다고?! 자기중심 심리학을 제창한 일본의 인기 심리 상담사 이시하라 가즈코 저자는 <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감정 조절이라고 하면 잘 가라앉히는 결과만 생각했지, 감정 조절한다고 하면서도 실상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됩니다. 타인과 주변의 부정적인 부분만 포착해서 끊임없이 화난 상태가 지속되면 분노 조절이 되지 않습니다. 억지로 꺾어 잠재우는 건 오히려 폭력이라고 말합니다. 내 마음을 완전 무시한다는 거죠.


보통 부정적인 감정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느낀다고 합니다. 나를 위한 정보인 셈인데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조절하려고 들기만 했던 겁니다. <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는 분노, 인내, 경쟁심, 허세, 불안, 초조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줍니다.


억누르고 조절했던 대표적인 감정, 분노.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타자승인욕구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 타자승인욕구입니다. 이 상태에서 타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니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분노를 터트리게 된다고 해요. 단순히 화가 났다는 이유 말고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고 회피하면서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지 않는 것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야만 분노의 본질적인 원인을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매일 인내하며 사는 삶에 대해서도 새롭게 바라봅니다. 인내심이 강한 건 의지가 강한 게 아니라고 해요. 참고 견디는 것이 버릇이 되지는 않았는지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참는다는 것 역시 내 마음을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자신이 참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사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내 마음의 기분과 욕구에 귀 기울이는 행위입니다. 이때가 타자중심에서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지점입니다. 인내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법을 고민하게 되는 거죠. 참고 견디다 보면 감정을 억누를 수 있다고 믿어왔지만 사실 아니었다니. 이런 일이 사회적으로 만연하면 악플, 혐오 공격, 집단 공격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든 순간 바로 인지하는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차 깨닫게 됩니다. 저는 당연히 자기중심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해왔는데 <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를 읽다 보니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 상식, 규범, 규칙, 규정, 습관, 풍습을 중시한다면! 자신의 마음과 생각, 기분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자신을 맞추려 하고 적응시키려 하며 '사고와 지식'을 우선시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내 마음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올바르게 인내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셈이 되었어요. 지금까지는 의식의 눈이 결국 자신이 아닌 타인이나 겉모습을 향해있음을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기계발을 할 때도 진짜 자기 자신을 위해서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타자승인욕구의 함정은 타인과 주변 상황에 좌우되어 불안정하다고 합니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된다고 해요. 허세만 강해지고 거짓말의 족쇄에 갇힌다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모든 일을 타인 기준으로 생각하고 선택한다면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우울하고 짜증만 늘어나는 겁니다. 이 감정조차 인지하지 못하니 기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밖에 없겠죠. 부정적 사고와 감정의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영향력이 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불안에 시달린다는 건 없다고 합니다. 어떤 불안이 일었다면 하나하나에 반드시 불안해지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무시하면 그때그때 해소 못하기에 계속 막연하게 불안해지는 거죠. 이런 불안이 정착되었다면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의 사슬 속에서 진전 없는 제자리걸음을 한다고 합니다.


불안을 느낀다면 지금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걸 깨닫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막연한 사고로는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어떻게 하면'이라는 사고의 반복뿐이라고 단언합니다. 감정의 출처를 밝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장면마다 '내 감정을 깨닫는 것'의 중요성을 배웁니다.


"마음의 안식처는 바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 책 속에서


앞서 저 스스로가 자신을 중심으로 철저히 사는 삶을 살았던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는데, 빡 BTI 테스트에서도 여실히 그 결과가 드러나더군요. 저는 인내를 하면서도 두루두루 좋은 거라는 표면적인 모습을 중시하며 무작정 참아왔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내 진짜 마음을 돌아보려고도 하지도 않았던 거죠. 다들 빡 BTI 인내심 테스트 한 번씩 해보세요 :)

bbakbti.feelmgroup.com


자기중심이 되어 자기 마음을 기준으로 삼아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감정 조절 심리학 <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편협한 자기중심이 아닌 그동안 무시했던 진짜 마음을 돌아보는 자기중심이라는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본 시간입니다. 내 마음을 무시하거나 뒤로 미루지 않기 위한,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서의 감정을 살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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