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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개봉작 중 볼만한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안젤리나 졸리,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아니겠어요. <시카리오>, <윈드 리버>의 테일러 셰리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화해 기대감을 안고 봤습니다. 개봉일에 맞춰 관람했는데 우리 아들도 왜 이리 영화가 짧냐고 했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어요.
화재 현장에서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트라우마로 감시탑에 배정된 공수소방대원 한나와 거대 범죄의 증거를 가지고 도주 중인 소년이 킬러와 산불을 두고 생사를 건 대결을 그린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영미 미스터리 스릴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마이클 코리타 작가의 동명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영화와 소설의 설정이 살짝 다릅니다. 우연히 범행 현장을 목격한 소년을 죽이려는 자들과 그에 맞서 소년을 보호하려는 이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스릴러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수사, 호러, 서스펜스, 추리, 액션이 환상적으로 버무려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결말까지 단번에 읽게 됩니다. 장르의 특성이 이토록 혼합이 되었는데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많은 작가들이 이번 소설은 그의 역작이라고 평할 정도로 마이클 코리타 특유의 대체 불가한 매력이 발휘된 소설이라고 합니다.
다이빙 연습을 하다가 우연히 살해 현장을 목격한 소년 제이스는 코너라는 새 이름으로 신분을 바꿔 생존 캠프에 참가하며 증인을 없애려 드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생존 기술 교관 출신의 이선은 연방보안관 출신인 경호원 제이미의 간곡한 부탁으로 코너를 지키기로 합니다.
몬태나주의 깊은 숲은 생존 캠프에 탁월한 자연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코너는 정체를 숨긴 채 캠프 활동을 하지만, 마음은 세상 어딘가에서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을 킬러의 그림자에 갇혀 있습니다. 순간순간 두려움이 솟구쳐 오릅니다.
영화에서는 한나 역의 안젤리나 졸리 배우에게 주 포커스를 맞췄는데, 원작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는 캠프를 맡은 이선의 역할도 꽤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아이를 보호하겠노라 약속한 이선과 앨리슨 부부에게 닥친 위험을 묘사하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긴박하게 진행됩니다.
코너는 안전한 은신처가 되길 바랐던 이곳도 위험하게 되자 절망적인 상황에 빠집니다. 다른 아이들과 하산하지 않고 중간에 이탈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이 영화에서는 안젤리나 졸리가 맡았던 소방대원이지요. 소설에서는 해나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국립공원 정예 삼림 소방대 핫샷 출신의 해나는 지난번 화재 때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에 빠져 지금은 깊은 숲속 화재감시탑에서 지냅니다. 소설에서는 해나의 트라우마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해나가 문득문득 급작스레 빠져드는 슬픔에 더욱 공감이 잘됩니다.
한밤중에 홀로 산속을 헤매는 코너를 발견하고 함께 이동하는 해나. 킬러들이 지른 산불이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뇌우의 폭풍도 헤쳐가야 하는 진퇴양난 속에 빠집니다. 잠적한 코너를 너무나도 쉽게 찾아내는 킬러들은 점점 다가오는데 말입니다.
영화에서도 킬러의 면면이 정말 대단했는데요.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정말 경악스러운 묘사가 줄을 잇습니다. 영화에서도 살인을 하면서 무감한 킬러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뤄졌고, 킬러 중 한 명인 니콜라스 홀트 배우의 악역 넘 좋았어요. 소설에서는 두 킬러가 형제 관계로 나오는데 둘의 대화를 보면 소시오패스들의 대화인 것처럼 오싹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뿐이었다." - 책 속에서
킬러와 화재라는 인간과 대자연의 재앙 앞에 선 소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소설을 읽었는데 어느 파트는 영화의 영상미가 탁월했고, 어느 파트는 소설의 묘사력이 탁월했고. 이번만큼은 어느 쪽이 더 좋다는 말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설정이 살짝 달라서 소설은 소설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무엇보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원작 소설에서는 영화에서 만날 수 없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부분 읽으며 정말 캬~ 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여서 더 소설의 반전에 놀랐을 수 있습니다만, 이런 독자 뺨치는 작가를 봤나.
킬러, 군 출신 생존 전문가, 산림 소방대원 그리고 목격자. 죽이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이 입체적으로 펼쳐져 드라마틱한 여러 감정을 안겨줍니다. 생존자는 그저 무사히 살아남았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재건이라는 치유의 여정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인간과 자연이 뿜어내는 볼만한 스릴이 그려진 범죄영화로만 생각했다면 꼭 원작소설도 읽어보세요. 마이클 코리타 작가가 오랫동안 갈고닦은 소재들을 한데 녹여 성공적으로 빚어낸, 여운이 깊게 남는 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