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 자신의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트리시 홀 지음, 신솔잎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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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글을 잘 쓰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인생의 대부분을 에디터로 살아온 트리시 홀의 글쓰기 가이드 책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Writing to Persuade)>을 읽어보세요. 업무나 학업 때문에 글쓰거나, 정서적·심리적인 이유로 글쓰는 이들, 에디터가 되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20년 넘게 <뉴욕타임스>에서 일했던 트리시 홀. 피처 기사 면과 세계 최고의 기성들이 글을 기고하는 외부 기고 면을 총괄·감독하는 Op-Ed 에디터로 활동했습니다. 오늘날 짧은 형식의 설득하는 글을 지칭하는 Op-Ed. 하나같이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원고를 매주 1,000편 이상 검토, 수정하는 과정에서 유명인들이 쓴 복잡한 문장과 시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형편없는 글을 보며 놀라워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오피니언 글쓰기는 전달력 높은 글이어야 합니다.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에서는 글쓰기와 편집에 대해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글쓰기의 기본 법칙을 알려줍니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트리시 홀 저자. 청소년 시절부터 교내 신문에 글을 썼고, 버클리대학교 기자와 에디터 활동을 하며 저널리스트로 성장합니다. 문법에 엄격했던 선생님의 훈련법은 귀중한 경험이 되었고, 여성 기자의 차별이 심했던 1970년대 여러 소규모 신문사 기자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갑니다.


책 초반에 그의 경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조력자와 멘토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보수주의, 진보주의 매체를 구별하지 않고 경력을 쌓은 데다가 자신의 스타일과 정반대의 사람에게서도 조언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추후 도움이 될 유용한 기술을 단 한 가지라도 발굴할 수 있다면 세상에 어떤 직업도 가치 없는 일은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학교든, 일터든, 어디에 속해 있든 주변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뉴욕타임스>에는 떨어졌지만 <월스트리트저널> 에디터로 합격한 트리시 홀은 기사를 리라이팅하는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최고 언론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원고를 고쳐 쓰며 나보다 글을 못 쓰는 이들도 있다는 것에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니, 저자는 천상 에디터로서의 감각이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서른두 살 때 1면에 기사를 올리기도 하면서 에디터와 기자 보직을 오가다가 드디어 <뉴욕타임스>에서 경력을 이어갑니다.


신문 에디터들은 추상적으로 더 나은 글을 추구하고자 함이 아니라, 독자들이 정보를 빠르고 능률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만드는 일에 초점 맞춰야 합니다. 유명인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너무 뻔하고, 읽기 괴로우며, 이기적"인 원고를 보내오면서 수정은 허용하지 않는 기고가가 있는가 하면, 셰릴 샌드버그, 애덤 그랜트, 조너슨 프랜즌처럼 훌륭한 기고가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설득하는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원칙을 정리합니다.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은 생각을 전달하고 타인을 설득하는데 유용한 조언들과 함께 글쓰기 원칙 기저에 자리한 심리 작용도 다룹니다.


오피니언 글쓰기는 청중이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기에 청중을 존중하고 공감하면서 유의미하고도 긴요한 글로 감정을 건드려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충분히 알 것 같아서 대신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꾹 참는 훈련을 하면 경청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쉽게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야기를 한결 강력하게 해줄 세부적인 이야기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거라고 합니다. 나만의 경험을 활용해 보편적인 주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에디터의 개입이 필요 없는 원고였다는 스티브 잡스의 동생인 소설가 모라 심슨의 글을 예시로 소개합니다. 


청중과의 관계성 형성을 시작으로 타인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감정을 건드리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합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메시지에 반응하는 인간의 편향성을 이해하면 수월합니다. 논픽션 글도 감동과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스토리텔링 기법 향상에 도움 된다고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목격하고 들었던 일을 적어보면서 왜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는지 그 이유를 써보라고 합니다. 그 외 인터뷰할 때 참고하면 좋은 팁, 조사와 팩트 체킹에 유용한 팁, 매체에 자신의 글을 제안하는 법, 전문가가 말하는 설득력 높이는 방법 등 글쓰기에 유용한 팁들이 쏟아집니다.


세상과 관계를 맺는 오피니언 글쓰기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높여보세요. 설득력과 문체를 겸비한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책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트리시 홀이 정리한 설득하는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원칙을 잘 구현한 게 바로 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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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팅클! (윈터 에디션) - 단짝 틴틴이와 팅클이의 명랑한 하루 틴틴팅클! 1
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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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SNS에 연재하며 화제를 모은 냥툰 틴틴팅클!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출간된 윈터 에디션으로 틴틴팅클의 매력에 빠져봅니다. 고양이 캐릭터로 표현하고 있지만, 스토리 소재는 인간의 일상다반사를 바탕으로 합니다.


2019 네이버 웹툰 루키단편선 <고양이편의점>으로 데뷔한 난 NAN 작가는 반려 고양이들의 일상에서 영감받아 틴틴이와 팅클이 캐릭터를 그렸다고 합니다. 고양이들이 다투자 화해하라는 심정으로 그린 <화해 편>을 시작으로 17만 명의 사랑을 받은 인스타툰 틴틴팅클! 사랑스러운 틴틴이와 팅클이 팬이라면 표지 안쪽에 미공개 툰이 수록되어 있어 소장 가치를 뽐내는 윈터 에디션도 놓치기 힘들 것 같아요.


부끄러움을 타고 조금은 소심하지만 천상 천사 같은 틴틴이. 노는 거 좋아하고 장난꾸러기이지만 은근 속 깊은 팅클이. 그 외 고양이 색깔을 짐작할 수 있을만한 이름을 가진 흑임자, 백설기, 콩물 등의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딱 우리 초등학교 시절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감성을 가진 분들이라면 내 얘기라고 할만한 소재들이 가득합니다. 지우개 반 잘라서 친구랑 나눠 쓰기, 방학 숙제 몰아서 하기,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가기 등 추억 돋는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국민학교 시절을 경험한 이들 역시 도시락이 아닌 급식 먹는 것만 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입니다.


요즘 생파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생일파티한다는 걸 처음 들었을 때 문화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때는 집에서 했었고 초대 카드도 미리 준비해 친한 친구들에게 돌렸는데, 아이들이 많이 (선물을 들고) 참석하면 당시엔 무척 자랑스러워했던 것 같아요 ^^;; 현실판 학교에서는 소외되는 아이들도 있고, 왕따도 있겠지요. 그런데 틴틴팅클!에서는 모두가 행복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세우거나 서운한 마음을 품고 끝나는 이야기가 없어요.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틱한 갈등을 굳이 넣지 않고 있거든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친구 사이 틴틴팅클. 거창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소소한 이야기의 매력이 무척 좋아요.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할머니와 사는 콩물이 에피소드인데요. 허리가 아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가 부끄러웠던 콩물이는 비 오는 날 유모차 없이 힘든 발걸음으로 우산 가지고 학교로 마중 나온 할머니의 모습에 나름 반성하지요. 그런 콩물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동생이 저학년반에 있어 함께 등하교하고, 이것저것 귀찮아도 챙겨줘야 했다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틴틴팅클!이 내 이야기라고 다들 끄덕이는 이유 중 하나가 맞벌이,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다가 저마다 다른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 아닐까요.


78편의 에피소드와 함께 빵빵 터지는 후일담 컷이 수록되어 꿀잼입니다. 그땐 그랬지~ 추억을 되살리느라 머릿속이 엄청 활발하게 움직이는 기분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소중한 기억들인데 당시엔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었지요. 지금 나의 하루하루도 후일 되돌아보면 다시없을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텐데 하는 생각에 괜스레 울컥해지기도 합니다.


꼭 그런 애가 있었지~ 하면서 학창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틴틴이와 팅클이의 작명 비화를 비롯해 작가 후기를 통해 틴틴팅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비하인드스토리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으엉니~ (언니), 미아내 (미안해) 같은 말투도 정말 귀엽고, 아침먹고 땡 해골바가지의 눈이 생각나는 틴틴팅클의 눈도 깜찍 그 자체입니다. 시선에 따라 선 방향이 달라진다는 게 포인트더라고요.


냥툰이면서도 일상툰으로 우리 모두의 추억 일기와도 같은 <틴틴팅클!>. 명랑발랄 하면서도 말랑말랑 가슴 따스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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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 당신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방법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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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심리를 지배하고 조종하며 괴롭히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 임상심리 전문가이자 플로리다 최고법원 가사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상담실과 법원에서 가스라이팅 가해자와 그 피해자들을 만나온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박사의 책으로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배워봅니다.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기고한 '가스라이팅의 열한 가지 위험 신호' 글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지만, 가스라이팅 정보가 부족한 현실을 깨달으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스라이팅 연구는 깊게 이뤄지지 않아 미국 정신의학회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는 아직 가스라이팅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실입니다.


<가스라이팅>은 다양한 유형의 가스라이팅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어떻게 간파할 수 있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시나리오별로 짚어주는 책입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1938년 연극 <가스등(Gas Light)>, 1944년 영화 <가스등(Gaslight)>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미쳐가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남편은 깜박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가스등이 아내에게는 깜박거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내를 교묘하게 심리적 지배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해자, 즉 가스라이터는 매혹적인 썸남 혹은 썸녀일수도 있고, 직장의 동료, 이웃, 친구,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라며 당신을 괴롭히는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남녀관계에서 남성만 가스라이팅 가해자로 바라봤던 편견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가스라이터는 성별에 관계없이 분포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설득과 다른 점은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조종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통제야말로 가스라이터들이 갈망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전략으로서의 통제. 그것이 가스라이터의 일상이자 삶의 방식입니다. 어떤 가스라이터들은 너무도 노련해서 전문가들도 놓치기 쉬울 정도라고 합니다.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은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자신을 탓하며, 상대방에게 기회를 준다면서 관계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런데 정말 섬뜩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스라이터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가스라이터에게서 벗어나려면 관계를 끊는 게 최선이라는 걸 <가스라이팅>에서 강조합니다.


사랑받고 존중받는 사람이 아닌 물건 취급하는 가스라이터. 연락을 끊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식으로 버림받을 것 같은 낌새를 느끼면 다시 흡입 착수하는 '후버링'을 자유자재로 하기도 합니다. "네가 그렇게 예민하다니 유감이야."라는 말을 하며 사과도 하지 않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이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가스라이터에게서 벗어나려고 할 때 가스라이터는 피해자의 죄책감을 자극해서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친구와 가족을 이용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합니다. 다시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하며 피해자를 구슬리는 사람을 '날아다니는 원숭이'로 일컫는데, 가스라이터 가해자 뿐만 아니라 이용되는 사람 역시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스라이터와는 품위 있게 헤어지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가스라이팅>에서는 가스라이터들이 어떻게 희생자를 선택하는지, 첫 만남에서 감지할 수 있는 적신호를 세세하게 짚어줍니다. 관계가 지속된 이후엔 벗어나는데 고통이 큰 만큼 초기에 잘 걸러내고 적신호를 감지하면 재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사실 연애 초반에는 콩깍지가 씌이는 시기인 만큼 꽤 힘들긴 할 테지요. 게다가 가스라이터는 너무도 평범하게 정상인 척 행동할 줄 압니다. 하지만 가스라이팅 피해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짚어주기에 가스라이팅 적신호들을 꼼꼼히 챙겨 읽게 되더라고요.


보호심리는 소유욕으로, 위로는 통제로, 자신감은 공격성으로, 열정은 폭력 성향으로, 솔직함은 무례함으로, 자신감은 경멸로 변질되는 가스라이터의 모습을 생각하면 오싹해집니다. 저자는 심취와 사랑의 차이에 유의하라고 조언합니다. 뇌의 속도를 조금 늦추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보다 가슴을 따르게 되는 실수를 하며 경고 신호를 무시하게 되니까요.


직장 내 괴롭힘의 상당수가 가스라이팅입니다. 동료를 희생시키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가스라이터. 괴롭힘을 증명하기엔 부족할 정도로만 딱 괴롭히는 데다가 보고를 올려도 여전히 그곳을 다닌다면 결국 피해자가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직장 내 가스라이팅입니다.


데이트폭력으로 목숨까지 잃는 사건이 뉴스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요즘. 성적 괴롭힘,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같은 학대적인 관계도 가스라이팅입니다. 미투 운동으로 희생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스라이팅은 사각지대입니다.


<가스라이팅>에서는 학대적인 관계를 정리하기까지의 단계를 짚어줍니다. 절대 다시 돌아가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음 학대의 강도를 높이는 꼴입니다. 가스라이터는 결코 진심 어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둘이서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단호히 버려야 합니다.


가스라이팅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정치, 사회, 소셜 미디어 가스라이팅도 있고, 과격 단체나 사이비 종교의 가스라이팅도 있습니다. 갈등으로 가득한 우정을 뜻하는 프레너미(frenemy)에서는 아무것도 얻는 게 없으며, 그런 친구는 감정 뱀파이어일 뿐이라고 알려줍니다. 가스라이터의 자기애적 욕구는 밑 빠진 독이라는 걸 일깨웁니다.


내 안에 존재하는 가스라이터에 대한 이야기는 흠칫하게 만듭니다. 사실 읽으면서 어떤 행동은 나도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우리 아이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언행을 하진 않았을까 두려웠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가스라이터가 아닐까 고민한다면, 대체로 가스라이터가 아닐 거라고 안심시킵니다. 가스라이터들은 앞서 얘기했듯 결코 자기 탓을 하지 않으니까요.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고 극복하고 치유하는 여정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심리적 응급처치를 하며, 마음챙김 명상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일들을 차근차근 해내다 보면 결국 괜찮아지는 날이 올 거라고 저자는 응원합니다.


사키스 박사의 <가스라이팅>은 가스라이터를 알아챌 위험 신호, 상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전략 등에서 가스라이터가 상황별 실제 사용하는 말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 쏙쏙 이해되었습니다. 읽으면서 헉! 소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가스라이팅인지도 모른 채 넘어갔을 만한 상황을 겪었을지도요. 가정, 직장 등 일상생활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가스라이터. 가스라이팅에 관한 것만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가라는 옛말을 잘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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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꼬까언니
김정아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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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돌아왔다!는 부제가 주는 기대감만으로도 은근하게 긍정적인 힘을 안겨줍니다. 소울싱어즈 리더 김정아의 인생 여정을 담은 에세이 <잘나가는 꼬까언니>. 매일 죽고 싶을 정도로 과거의 상처에 매달리며 자기 연민에 빠졌던 시절을 뒤로하고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기까지 성장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16년 전에 썼다는 프롤로그를 공개하는 것부터 인상 깊었어요. 사람이 이렇게도 최악일 수 있구나 싶을 거라며 반발심 가득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글을 소개하며 그때를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난다고 고백합니다. 당시 이불킥할만한 감정 폭탄을 뱉어냈음에도 이제는 그 시절의 감정을 너그러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제는 긍정의 힘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꼬까언니. 버림받는 고통과 온갖 아픔들이 없던 일이 될 순 없겠지요.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좌절한 채 머무르지 않고, 지금에 이른 모습에 뿌듯한 감사를 할 수 있기까지. 점점 살기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게 해준 인생에 힘이 되어준 사람과 에피소드를 <잘나가는 꼬까언니>에서 만나보세요.


낳아준 부모님이 있고, 키워준 부모님이 따로 있다는 꼬까언니. 명확하게 사정을 밝히진 않지만, 어림짐작할 수 있는 정도로는 알려줍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가정 상황과 소통의 부재, 가난은 깊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안겨줬고 이단의 사슬에 매여 허덕였던 시간을 안겨줬습니다.


소원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지 않고 한집에서 사는 것'처럼 헤어짐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움으로부터 적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누군가 자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 시절을 날개 꺾인 새로 표현했습니다.


세상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조차 짜증 났던 시절의 에피소드 중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막대사탕을 물고 있으면 말을 못 하고 버벅대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말을 걸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 막대사탕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겐 막대사탕이 상대로부터 차단하는 벽이 되기도 하다니. 어쩌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그만의 적극적인 방법이었을 것 같아요.


굳게 닫힌 마음은 상황이 만든 걸 테지요. 그렇기에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들의 목소리는 얼떨떨하면서도 깊은 위로가 됩니다. 책 속에서 들꽃과 지미라고 부르는 이들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 일조합니다. 친부모를 비롯해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앙금이 진하게 있던 16년 전의 프롤로그와 달리 조금씩 사랑의 언어를 건넬 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과 그런 사랑을 일상에서 소소하게 실어준 사람들 덕분입니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는 말이 그들로 인해 진정 와닿게 됩니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게 되자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됩니다.


한국형 블랙 가스펠을 대중화한 소울싱어즈를 결성해 오랜 세월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거의 그림자를 상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CCM 장르의 음악인이다 보니 글에서 종교 색채가 묻어 나오지만 사랑과 믿음,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입니다.


살다 보면 후회하는 일들이 많아 아파하고 회상하게 되지만, 조건 없는 사랑은 여전히 어색하다고 고백하지만. 과거에 묶여있지 않고 늘 새로운 아침을 열며 잘 살아내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꼬까언니. 정지해 있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쌓여 현재의 모습에 이르러 날개 꺾인 새에 머무르지 않고 날아오르게 되었고, 이제는 바람을 탈 줄 알게 되었습니다.


삐뚤빼뚤 투박한 그림인데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뽐내는 그림은 그의 성정과 꼭 닮았구나 싶더라고요. 서툴지만 마음을 다해 꾹꾹 눌러쓴 글처럼 깜찍하기까지 한 그림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스스로에게 "잘 살았다."라고 말할 줄 알게 된 꼬까언니의 인생이 담긴 글귀가 고통으로 짓눌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막막한 이들에게 문을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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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 미래소년 코난 스티커 컬러링
일과놀이콘텐츠랩 지음 / 북센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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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SF 모험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은하철도 999, 이상한 나라의 폴, 플란다스의 개 등과 함께 80년대 당시 공중파에서 방영된 명작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되겠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미래소년 코난>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인 만큼 다들 이름은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일 겁니다. 어린 시절엔 코난이 제 취향은 아니었는지 당시에 대충 봤던 모양인지, 캐릭터는 기억하는데 스토리가 가물거립니다.


라나를 업고 달리는 코난의 모습으로 스티커 컬러링을 시작하네요. 그러고 보면 코난은 라나를 데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놀라운 체력을 가졌답니다. 라나는 미리 채색된 상태로 있어 코난만 스티커 조각을 붙이면 됩니다. 가뿐하게 시작할 수 있겠어요.


코난 시대 배경이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한다는 거 아시나요. 과학의 남용으로 파멸한 인류. 대부분 지구를 떠나지만, 지구에 남겨진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을 일궈나갑니다. 그곳에 코난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소녀 라나가 바다에서 떠내려오고, 아직 인류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에너지가 부족한 지구에서 태양 에너지 사용 기술을 얻기 위한 세력이 등장하죠.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은 무기와 환경재앙이라는 설정 속에서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더 큰 의미를 안기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미래소년 코난의 주인공 코난의 체력은 넘사벽입니다. 심장 떨리게 하는 장면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이는 코난을 응원하게 됩니다. 청순미 가득한 라나는 텔레파시 능력을 가진 신비한 소녀입니다. 덕분에 위험에 처하기 일쑤인데 어찌나 마음이 강인한지. 체력 넘사벽 코난과 정신력 넘사벽 라나의 조합이 멋지네요. 체력 하면 말썽쟁이 포비도 빠질 수 없죠.


<스티커 컬러링 미래소년 코난>에서는 주인공 코난을 비롯해 라나와 포비에 이어 다이스 선장이 등장합니다. 제멋대로에다 악당의 면모를 가졌으면서도 코난의 조력자로 중요한 인물이지요. 미래소년 코난의 개그 담당이기도 합니다. 당시 로봇을 타고 다니던 모습이 어찌나 인상 깊었는지 저 장면은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린 포즈가 실려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바탕지 번호와 스티커의 번호를 잘 맞춰 붙이다 보면 어느새 완성하는 스티커 컬러링. 미래소년 코난 편은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편이라 스티커 컬러링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파이널 프레임, 미공개 아트워크, 오리지널 드로잉 등이 수록된 <스티커 컬러링 미래소년 코난>. 서비스 스티커까지 있어 잘 오려두고 보관했다가 다이어리에 붙여도 될 것 같아요. 북센스 컬러링북 시리즈는 모든 페이지에 절취선이 있어 뜯어 사용할 수 있어 편하게 스티커 컬러링을 할 수 있어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중 별다른 준비물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티커 컬러링의 매력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접해보세요. 마블 시리즈, 디즈니 시리즈 등 좋아하는 캐릭터로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보세요.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을 스티커 컬러링북으로 만날 줄은 생각 못 했는데, 이 책을 접하고 나니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즐거워 다른 명작 애니메이션들도 얼른 출시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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