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의 역사 - ‘다빈치’부터 ‘타이타닉’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인류사, 2022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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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의 과학이라 불리는 유체역학. 인류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순간에도 물과 공기처럼 '흐르는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미세 유체역학 연구자 송현수 박사는 술과 음료, 영화와 스포츠, 동식물 등 일상생활 속 유체역학을 쉽게 풀어낸 <커피 얼룩의 비밀>,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을 통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줬다면, <흐르는 것들의 역사>에서는 역사 속 숨은 유체의 과학을 짚어줍니다. 


유체역학은 물과 공기처럼 흐르는 것의 과학입니다. 고대 로마가 제국으로 군림하게 한 숨은 역할을 한 것 역시 유체역학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문명이 발달한 곳은 큰 강 유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물은 농경 사회를 이루고 집단으로 거주하게 된 인간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대도시 역시 큰 강을 끼고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전체의 존폐가 걸린 물 공급. 로마의 건축 기술은 수로 건설에 활용됩니다. 당시 로마 시민 1인당 1일 물 사용량은 약 180리터로 오늘날 이탈리아 1인당 물 사용량 234리터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바로 수로 덕분이었습니다. 


물을 멀리, 깨끗하게 보내야 하는 수로는 건축학과 유체역학의 결과물입니다. 기원전 312년 최초의 수로를 건설한 이후 5세기 동안 총 11개 수로를 완공한 로마. 수로 길이가 서울 둘레길의 5배나 되는 수준이라니 놀랍습니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공공 목욕탕을 856개나 지을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트레비 분수처럼 분수도 천여 개 이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빈치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유체역학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과학과 예술 두 분야 모두 족적을 남긴 다빈치의 노트에는 심장과 판막에 대한 기록, 물의 흐름과 움직임을 연구하는 수력학에 대한 실험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장과 동맥 내 혈류 흐름을 이해한 다빈치 덕분에 혈류역학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고, 빠른 물줄기가 어떤 장애물에 막혀 느려질 때 갑자기 튀어 오르는 수력 도약 역시 다빈치의 관찰력이 빛을 발휘했습니다. 


경제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촉매제가 된,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토목공사였던 후버댐 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마어마한 콘크리트가 사용되었는데 시멘트가 굳는 것 역시 유체역학으로 설명해 줍니다. 오늘날 미국 서부 지역의 식수, 농업, 상업용수로 사용되는 20세기 공학을 상징하는 후버댐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흐르는 것 중 물보다 끈적끈적한 점성을 가진 당밀과 관련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보스턴 당밀 홍수 사고입니다. 건물 14채가 무너져 내리고 21명이 사망한 비극을 남긴 정체는 무시무시한 태풍이 아니라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정제하고 남는 액체인 당밀이었습니다. 당밀을 보관하던 탱크가 터져 파도처럼 쏟아지면서 추운 날씨에 굳어져 당밀에 사람들이 갇히게 됩니다. 당밀 제거만으로도 수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점성 유체와 관련한 유체역학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기와 관련해서는 인류 최초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비록 12초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비행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당시 비행 실험에 활용한 장치 중 풍동은 오늘날 공기역학 실험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고 합니다. 곁가지로 흥미진진한 부가 지식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는데요. 오늘날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2.5%를 담당하는 비행기 이야기 나오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신기술을 활용한 연구 상황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무탄소배출 항공기가 언젠가는 상용화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자신이 만든 영화 타이타닉의 오류와 검증을 위해 도전한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다큐멘터리에서는 유체역학이라는 자막이 숱하게 등장합니다. 마침 이 책에서 타이타닉의 비극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놀이로만 생각했던 물수제비 뜨기에도 어마어마한 원리가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원리를 이용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물수제비처럼 이동해 독일의 댐을 폭파하게 한 도약 폭탄을 발명합니다. 물수제비 뜨기의 물리학이라니 정말 놀랍네요. 더 놀라운 건 이 물수제비 뜨기 원리가 우주선의 대기권 진입 각도 계산에도 활용된다는 거였습니다. 


원자폭탄의 상징과도 같은 버섯구름은 유체역학적 결과물이고,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원인이 유체 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둘레 6.4mm에 불과한 부품 오링 때문이라는 것 등 양날의 검이 되는 기술에 대한 교훈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역사적 순간에 작용하며 때로는 문명의 도약과 위기를 헤쳐나가는 발판으로, 때로는 사고의 비밀을 파헤치며 기술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숙고하게 한 <흐르는 것들의 역사>. 유체역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역사 사건을 접하니 낯설기만 했던 유체역학이 한결 가깝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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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프랑스 한 달 살기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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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 파리와 여유롭게 한 달 살기 하기 좋은 남프랑스 소도시 곳곳을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북 <프랑스 한 달 살기>. 서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 프랑스로 떠나봅니다.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 연인의 도시로 불리는 파리는 프랑스에서도 북부 쪽에 치우쳐 있어 남프랑스와 함께 여행하려면 일정 배정을 잘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이드북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도시는 파리와 남프랑스 도시들이지만, 파리 중심 북부 일정과 중부 및 남프랑스와 연계한 일정을 모두 알려주고 있습니다. 도시 이동 간 여유 시간을 잘 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남프랑스 도시에서 머물더라도 파리만큼은 꼭 다녀오고 싶은 제 마음을 딱 반영한 책 같아요. 낭만에 도취되는 도시 이미지가 강한 파리의 명소들을 놓칠 수 없죠. 랜드마크 에펠탑을 곳곳에서 바라보고 싶고, 센 강의 유람선도 타보고 싶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섭렵해 보고 싶습니다. 





여러 박물관을 잘 관람하는 팁도 상세하게 소개되는데요.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너무 기쁜 나머지 유리 피라미드 사진을 찍느라 시간 보내지 말고 표부터 사라는 조언처럼 실용적인 팁이 가득합니다. 오후에는 2시간 이상 대기 시간이 생길 수도 있으니 오전 일찍 가야 할 곳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사진 찍는 에펠탑을 뻔하지 않게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팁도 알려줍니다. 빡빡한 일정으로 여기저기 이동하기 바쁜 관광객 모드가 아니라 파리지엥처럼 여유를 즐기며 파리를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파리의 인공해변도 흥미로웠어요. 원래 1~2개월씩 장기 휴가를 떠나던 파리 시민들이 경기가 좋지 않은 이후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생기면서 위로하고자 조성한 인공해변이라고 합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인공해변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지네요.


<프랑스 한 달 살기>에서는 파리 외에도 칸, 아비뇽, 니스, 몽펠리에, 앙티브, 마르세유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파리 한 달 살기도 좋지만 남프랑스에서 즐기는 한 달 살기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중세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아비뇽, 남프랑스 대표 휴양지 니스 등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낯선 여행지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는 한 달 살기 하기 좋은 곳들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칸 영화 축제가 열리는 도시 칸의 뜻밖의 고풍스럽고 평화로운 분위기도 매력적이고, 지중해의 독립 공국으로 프랑스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는 모나코의 색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부자들의 관광지라 불릴 만큼 화려한 공국의 매력이 독특하게 다가오네요. 


여행자에게 나눠주는 로컬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프랑스 한 달 살기>. 파리와 소도시를 여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면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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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왜 왔니?
임유섬.권혜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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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의 "나보다 더 귀여운, 신이 내린 꿀소설!"이라는 추천사가 딱이다 싶을 만큼 참 예쁜 스토리를 만났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마녀> 등 글로벌 흥행작 한국 대표 영화사에서 글로벌 IP 기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판 브랜드 페퍼민트오리지널을 론칭해 영상화하기 좋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구에는 왜 왔니?>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SF 소설 <제3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책입니다.


읽는 내내 드라마로 꼭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했다고 하네요.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드라마 연출을 준비하고 있는 임유섬 작가와 예고 시절 사제지간인 권혜원 웹소설 작가가 함께 소설로 각색했습니다. 소설과 찰떡궁합인 일러스트로 표지를 장식한 김지현 일러스트레이터의 조합이 상큼발랄한 느낌을 더해주네요.


우주신 안드로메다 황제는 은하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성인 지구를 쓰레기로 뒤덮은 인간을 벌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퍼뜨려도 살아남는 인간들. 결국 인간의 생식능력을 없애기로 하는데...





생식능력을 없애는 물질을 직접 테스트하려고 막내 공주 수정이 지구로 옵니다. 이미 지구에 잠입해 오랜 세월 동안 약사로 살고 있는 외계인 미자는 공주님과 함께 그 물질을 약국 손님들을 대상으로 실험하지요. 하지만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소아청소년과 의사 진석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비건을 하고 바다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몸소 실천하는 훈남입니다. 진석 때문에 실험이 벽에 부딪힌 수정. 진석의 정체를 캐내어 분석하기 위해 그에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바로 연애를 통해서요. 


열심히 지구인들의 연애 방식을 스파르타식으로 배워보지만, 진석의 마음에 들기 참 어렵습니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저는 외계인만 아니면 돼요."라고 하질 않나, 옛사랑의 그늘에서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진석입니다. 꼰대 기질이 튀어나오는 진석과 10년 전 유행어를 신조어인 줄 알고 쓰는 수정 외에도 <지구에는 왜 왔니?>는 그야말로 캐릭터 맛집입니다. 국내 유일 외계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작전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수색요원 병구, 보는 사람들마다 진석의 아버지인 줄 착각하게 만드는 노안 소유자이자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춘규 등 개성만점 인물들이 펼쳐내는 사이드 스토리도 즐겁습니다. 


"이거 하나 버린다고 지구가 멸망을 해? 종말이 와? 환경충들. 유별나 아주. 하는 짓이." - 책 속에서


진석과 수정의 로맨스가 중심이지만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모두 지구 환경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구로 오자마자 지구환경평가 보고서를 읽는 수정의 모습에서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용기가 쓰레기 산과 섬을 이루고 만 지구의 암담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행히 진석과 춘규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요. 


"없애야지. 인류는 벌레와 다를 바가 없다. 자기 집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었어. 그리곤 화성에 다른 집을 짓겠다는 미친 놈들이야." - 책 속에서


예쁜 사랑을 꿈꾸는 수정과 진석의 연애 전선에 장애물이 이토록 많은데 과연 그들은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사랑과 환경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재를 재밌게 버무린 <지구에는 왜 왔니?>. 코믹 요소를 절묘하게 배치해 매 장면마다 한 번씩은 폭소가 터졌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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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도감 - 캐릭터로 이해하는
스즈키 도모노리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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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에는 수백조 개가 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무려 1.5kg이나 된다고 합니다. 두루뭉술하게 대표적인 몇 가지만 알고 있던 미생물 세계였다면 <캐릭터로 이해하는 미생물 도감>을 통해 놀라운 지식 정보를 얻게 될 겁니다. 


우리는 미생물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유용한 좋은 이미지와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이미지로 말입니다. 그런데 평소엔 유익하다가도 해를 끼치는 것으로 바뀌는 미생물도 있습니다. 피부나 콧속에 있는 표피 포도상구균처럼요. 평소엔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노화 억제에 도움 되는 미생물이지만 체내에 침입하면 감염증을 일으킵니다. 


<캐릭터로 이해하는 미생물 도감>에서는 미생물이란 무엇인지, 종류와 특징을 구분해 도감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미생물 특징을 잘 살린 캐릭터들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도쿄이과대학교에서 미생물을 연구하는 스즈키 도모노리 교수는 우리 인간 생활과의 관계에서 미생물이 작용하는 방식을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다 함께 보기 쉽게 흥미로운 캐릭터와 풍부한 도표, 사진 자료를 통해 설명합니다. 


미생물은 세균, 고세균, 진균 등으로 불리는 진화적인 조직을 가진 생물입니다. 이 책에서는 바이러스도 등장하는데요. 팬데믹을 겪게 한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는 세포를 갖고 있지 않아 물질과 생물의 중간적 존재이지만, 생물의 세포에 기생해서 증식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이 책에서 함께 소개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표피 포도상구균처럼 늘 인간과 함께하는 미생물부터 만나볼까요. 우리 피부에 존재하는 포도상구균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황색 포도상구균처럼 독성이 매우 강한 미생물도 평소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피부나 자연계에 널리 분포해있지만, 상처를 통해 증식한 대량의 황색 포도상구균이 음식을 만들 때 달라붙어 체내에 들어가면 식중독을 일으키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린 사람의 피부에는 이 황색 포도상구균이 많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유익균과 유해균의 습성을 모두 가진 균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피부를 보호하는 아크네균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지나치게 증식하면서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여드름균이 되는 겁니다. 건강한 사람은 감염되어도 발병되지 않는 것처럼 면역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양치질을 빼먹기 일쑤인 아이라면 뮤탄스균 페이지를 놓치면 안 되겠습니다. 충치균이라고 흔히 부르는 바로 그것입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중 고질병처럼 떨어지지 않는 진균도 있는데 무좀의 원인인 백선균입니다. 조건이 맞으면 몸에 달라붙은 뒤 1~2일 이내에 각질층에 침입해 감염되고, 증상이 가라앉은 것 같아도 각질층 속에서 활동을 삼가고 있을 뿐 재발이 쉽다고 합니다. 독감 예방 접종을 했는데도 A형, B형 다 걸리고 신종플루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고루 걸려본 경험이 있는 우리 아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차이를 이번 기회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칼럼 코너에서는 해당 미생물과 관련한 더 깊은 내용을 만날 수 있습니다. 표피 포도상구균이나 황색 포도상구균처럼 피부 상재균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데 상재균은 손을 흔들기만 해도 공기 중에 쉽게 날아 올라가서 주위 사람에게 붙는다고 해요. 악수하거나 대화만 해도 상재균을 서로 교환하는 셈입니다. 반려동물과도 비슷한 상재균을 가진다니 재미있습니다.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 중 미생물과 관계가 있는 것도 많습니다. 장내 환경을 건강히 하는 데 필요한 유산균은 신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 덕분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생태계 기반을 유지하는 고마운 미생물들을 만나보세요. 게다가 곰팡이를 계기로 항균제가 개발된 것처럼 미생물이 만드는 의약품이 생명을 구하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연구가 진행 중인 미생물들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새로운 의약품은 물론이고 석유를 대체할 연료를 만드는 미생물 개발에 관한 내용은 특히 놀라웠어요. 현재 인류가 발견한 미생물은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미생물의 1퍼센트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어떤 보물이 숨어 있을지 과학기술의 발달이 발견할 미생물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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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의심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철학적 대화 실험
리 매킨타이어 지음, 노윤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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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졌습니다. 우리 아들이요. 음모론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는데 자기도 꼭 읽어야겠다고 합니다. 이해 불가능한 사고방식으로 꼬투리를 잡으며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집단을 봐온 터라 저도 이 책에서 얻고 싶은 목표가 있었고요. 결론은 제목처럼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거였습니다.​​ 


과학철학자 리 매킨타이어는 <과학적 태도: 과학 부정론과 사기와 유사 과학으로부터 과학을 수호하기>라는 책도 쓴, 과학 부정론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증거보다 감정, 이념을 앞세워 행동하는 과학 부정론자들과 이번에는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눕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는 웃지 못할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


1950년대 대형 담배 회사들이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성공적인 여론몰이로 무력화하면서부터 시작된 과학 부정 현상. 다른 과학 부정론자들마저 불편하게 만든다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부터 진화론, 백신, 기후변화, GMO 문제 등 수많은 이슈에 과학 부정론자들이 생겨납니다. 문제는 이들이 워낙 강경해서, 혹은 단순히 무지해서 과학 부정론자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며 과학계나 주류에서 외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잘못된 정보가 방치되면 오류가 가속화되면서 이를 바로잡지 않는 것이 결국 가장 나쁜 선택이 된다는 거죠. 이 책은 잘못된 사실을 믿는 이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


재미있는 건 과학 부정론자들은 예외 없이 다섯 가지 일반 논증의 오류를 범한다고 합니다. 증거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에 집착하고, 논리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는 사실만을 선별하는 체리피킹을 하고, 가짜 전문가들에 의존하고, 과학에 대해 불가능한 기대치를 주문하고, 비논리적인 사고를 고수합니다. 누군가의 신념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리 매킨타이어는 다섯 가지 오류를 바탕으로 과학 부정론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보편 전략을 직접 실행해 봅니다.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가하면서 말이죠. 


그곳에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인종, 계층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확신에 찬 신념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합니다. 몇 명과 대화를 나눈 저자는 능력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그들이 과학적 사유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아무도 전향시키지 못하고 아내에게 줄 굿즈만 삽니다. ​​다행히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게 한 건 평평한 지구론을 설파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을 만났을 때입니다. 그가 하려는 일이 바로 저자가 하려고 했던 일이니까요. 그는 조용히 들어주고, 존중을 보여주고, 대화에 호응하고, 신뢰를 쌓으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작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된 셈입니다. 




과학 부정론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믿음이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작용을 이해해야 했습니다. 사람의 신념이 형성되는 방식을 알아야 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 정체성, 가치 등이 결합되어 신념으로 굳어져 갑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신념을 그의 의지에 반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념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도 분명 있습니다. 그 사람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일이기에 무시하고 창피를 주고 적대시해봤자 얻는 것은 없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오늘날 가장 크고 중요한 과학 부정론의 하나는 기후변화 부정론입니다. 이 역시 증거는 차고 찼으니 결국엔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자신들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이 유전적으로 변형된 식품이라는 걸 모른 채 GMO 반대자가 된 이들도 있습니다. 기후변화 이슈에는 확고한 과학적 주류이지만 GMO는 반대하는 과학자 친구와의 대화도 흥미진진합니다. 과학 부정론의 가장 최신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입니다. 백악관이 지휘하는 과학 부정론 캠페인이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 실시간으로 우리는 봤습니다. 저자는 코로나19 부정론과의 싸움에서 유효했던 방법들을 하나씩 짚어보며 교훈을 건져올리기도 합니다. ​​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불편해합니다. 이 책에서 등장한 과학 부정론자들을 보면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건 효과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모욕, 창피 주는 일도 무익합니다.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도록 신뢰감을 쌓아 공감과 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대화에 나설 때 그들에게 의심의 기회를 만들어주어 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도록 할 수 있다는 걸 저자가 직접 실천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석하고, 석탄 광부들과 식사를 하고, 물에 잠기고 있는 몰디브로 가서 현지인들을 만나고, GMO를 불신하는 친구들과 토론하는 등 오늘날 중요시되고 있는 이슈에 몸소 뛰어들어 그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나간 저자의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책입니다. 과학 부정론자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결국 이 책은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기도 합니다. 온갖 미디어의 가짜 뉴스가 판치고 정치적 왜곡이 일어나는 불신의 문화 속에서 살아남는 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그저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이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다면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좌절도 하면서 지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제목처럼 생산적인 대화를 끌어낼 기회를 맛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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