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예찬 - 정원으로의 여행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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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서, 철학 책 저자로만 알고 있었던 베를린 예술대학 한병철 교수.

정원사가 되었다?!

 

 

 

우리는 땅에 대한 경외심을 모조리 잃었다.
더는 땅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

- 책 속에서

 

 

 

베를린의 혹독한 겨울에도 1년 내내 꽃이 피는 정원을 가꾸기로 마음먹은 한병철 교수. 롤랑 바르트가 죽은 어머니에 대한 애도를 담은 <밝은 방>에 묘사된 겨울정원은 그가 비밀의 정원을 가꾸기로 결심한 까닭을 잘 보여줍니다.

 

죽음과 부활을 위한 상징적인 장소인 겨울정원. 생명을 파괴하는 추위마저 견디고 피어나는 꽃이 가득한 겨울정원은 그저 마법 같고 동화 같은 이미지가 다가 아닌 시간을 넘어서는 초월성을 드러냅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점점 더 잃어가고 있는 현실감. 정원은 몸의 느낌을 되돌려줬습니다. 모니터보다 정원이 훨씬 더 많이 세계를 포함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완전히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뭇가지에서 새로운 생명이 깨어나기도 하고, 비루해 보이던 식물도 찬양받아 마땅한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난생처음 땅을 팠던 3년 전에는 몰랐던 경이로움. 이제는 정원에서 영감을 받고 행복감을 맛봅니다. 이 모든 것은 땅에서 비롯됩니다.

 

 

 

<땅의 예찬>은 땅의 신비로움, 아름다움, 고귀함의 품격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칸트, 하이데거, 니체 등 철학자들의 글귀가 더해져 그저 정원사로서의 기록으로만 그치지 않아 저자만의 색깔이 담긴 정원일기가 탄생되었습니다.

 

나무가 죽었을 땐 자신이 피를 흘린다고 생각하며 애도했고, 추운 밤이면 함께 고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죽음과 탄생이 뒤섞이는 정원입니다.

 

소통할 것이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우리는 고요함과 침묵을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의 소음 대신 정원에서는 고요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오히려 점점 현실과는 멀어집니다. 하지만 정원은 현실을 다시 찾아줬습니다.

 

비밀의 정원을 가꾸며 체득한 땅과 자연을 향한 사랑 고백서 <땅의 예찬>. 땅을 본질을 잊음으로써 우리가 잃은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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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헛소리 -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 유사과학 과학이라는 헛소리 1
박재용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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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아닌 주장이나 이론을 일컫는 유사과학.

선풍기 사망설은 애교 수준! 과학인 듯 과학 아닌 유사과학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넘어 경제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심지어 신체적 위해라는 해악을 끼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고의적'으로 퍼진다는 사실에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과학이라는 헛소리>에서는 완전한 거짓말이거나 진실로 보이는 거짓말인 유사과학이 어떻게 상업적, 정치적, 종교적 목적으로 퍼지는지 살펴봅니다.

 

 

 

건강과 관련한 사례는 상상 그 이상이네요. 건강에 나쁜 건 아니지만 효능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는데요. 무엇보다 스스로도 그런 광고를 100% 믿지 않고 걸러서 받아들인다고 생각했었는데도, 하나하나 따져보니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끄덕끄덕했던 경우가 수두룩하더라고요. 모 방송에서 수소수 물맛을 처음 맛본 연예인이 감탄하길래 그 때문에 물맛과 효능을 순간 동일시해버리기도 했었죠.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나 피부를 좋게 한다는 화장품 등 하여간 몸에 좋다고 하는 건 왜 이리도 많은지. 연구 결과를 인용하는 광고는 그 연구 결과가 학술지에 논문 발표되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신뢰성 지닌 학술지에 발표되지 않고 그저 언론을 통해 발표하거나 책이 나오는 경우에는 몸에 나쁠 리는 없다 해도 효능은 의심해야 한다고 말이죠.

 

 

 

글루텐 프리 식품, 카세인나트륨, 사카린, MSG 등 공포 마케팅을 이용한 사례도 짚어줍니다. 전자레인지 돌릴 때 앞에 서 있지 말라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거예요. 휴대폰 전자파 차단 제품도 한때 붐 일었었죠. 휴대폰 오래 하면 거북목, 시력저하 등으로 위험할 뿐이라네요.

 

어려운 수학 공식, 과학 용어를 동원하면서 왜곡과 가십이 섞인 엉터리 사이비 과학은 더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이용한 유사과학 중 일부는 신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거예요. 인슐린을 한 번 맞으면 평생 맞아야 한다느니 암은 칼을 대면 번진다느니 하는 사례처럼 말이지요.

 

온갖 속설, 민간요법, 대체의학 등에서 잘못된 의학 지식이 유포된 경우 백신 반대 운동처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의학과 관련된 건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이라 특히 합리적 의심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 중 고민을 많이 한 경험이 있어 <과학이라는 헛소리>에서 천연물질과 화학합성물의 차이를 짚어준 코너는 특히 유용했습니다.

 

천연 원료 1%만 들어있어도 천연 유래, 천연 원료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아세요? 나머지 99.9%는 그들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합성비타민으로 채워져 있다는 거죠. 알약, 가루, 캡슐 형태라면 어차피 화학 공정이 들어가는 거고, 화학 합성 비타민이 질이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천연비타민이 더 나은 경우는 비타민 E가 합성비타민에 비해 흡수율이 2배 정도 더 높다는 것뿐, 대부분은 합성비타민이 흡수율도 좋습니다. 진짜 천연 비타민을 섭취하려면 야채와 과일을 생으로 먹는 걸로 충분하다고 설토합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대에 싼 가격에 품질을 낮추는 결과를 낳은 화학공정. 그 과정에서 화학제품은 질 낮은 제품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김으로써 이런 일이 벌어져도 의심을 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혐오에 과학을 들먹여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한 유사과학은 몸서리칠 정도네요. 진화론의 외피를 둘러싼 성차별이 무척 많습니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노동착취, 인종주의, 우생학, 골상학 등 역사적으로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자의 성적 지향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은 사례는 끔찍할 정도였어요.

 

인종 우열 이론은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것으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확률과 우연의 문제를 과학이라는 이름에 끼워 맞추는 사례가 많습니다.

 

 

 

유사과학하면 종교 문제가 빠질 수 없죠. 창조과학, 지적 설계론... 하물며 아직도 지구 평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인 학회가 있을 정도입니다. 과학인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경우 일반인은 쉽게 수긍해버립니다. 저자는 그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인지 살펴보라고 합니다. 과학인이라고 해도 다른 분야 학문에 대해선 잘 모를 수밖에 없다는 걸 짚어줍니다. 

 

<과학이라는 헛소리>는 '과학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과학은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행위가 아닙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 개연성 있는 가설을 설정하고 관측과 실험을 통해 가설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과학입니다.

 

우리는 권위를 맹신하는 탓에 전문가의 말이라면 덜컥 믿어버리게 됩니다. 과학이라는 탈을 쓴 허무맹랑한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사실 저자가 짚어주기 전까지는 전혀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사례도 부지기수였어요. 특히 교과서에서도 실린, 예쁜 말 미운 말이 식물 성장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한 팩트는 충격적이네요.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인 유사과학, 비과학, 반과학의 사례를 팩트체크한 <과학이라는 헛소리>. 검증하고 검증하는 태도, 적극적으로 속지 않으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알려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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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 택시대학 정태성의 끝나지 않은 도전
정태성 지음 / 천그루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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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22년 차 택시기사이자 비전택시대학 총장 정태성 저자의 책 <천칙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감동과 용기,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는 휴먼 다큐 스토리입니다.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 상식에 태클 제대로 거는 삶을 몸소 실천한 분이시네요. 

 

 

 

통곡의 날도 많았고 가슴 벅찬 일도 많았던 파란만장한 인생을 걸은 정태성 택시기사님. 누구나 저만의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소소한 일상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고 싶은 이들에게 공감과 격려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만큼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게 없던 삶. 그러다 보니 열정도 자신감도 없어지고 실패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장기매매까지 생각할 정도로 나락에 빠지며 희망의 싹조차 없었던 기나긴 시절. 인생에 리셋 버튼이 있다면 과감하게 누르고 싶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30대 중반 신용불량자 신세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 첫 성공 체험이라고 할 수 있는 택시운전자격 시험이 재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택시회사에 취업하고 첫날 14시간을 운전하고 받은 5만 원. 그렇게 돈만 벌었던 전형적인 생계형 택시기사로 살았습니다. 

 

택시운전기사로 살며 온갖 행태를 다 겪었습니다. 이유 없는 욕설, 폭행은 기본. 긴장과 불안의 연속의 나날들이 이어졌지만, 고비가 있을 때마다 온정 베풀고 격려해준 고마운 승객들을 생각하며 이겨냈습니다. 이런 승객들 덕분에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국가대표 택시기사가 되기로 합니다. 해당 분야의 일류가 되기 위해 선진택시문화를 배웁니다. 일본에서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MK택시, 런던의 움직이는 랜드마크 블랙캡은 세계 넘버원 택시 서비스를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MK택시회사에 외국인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신입사원 연수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단순 견학이 아닌 정식 연수를 받는다는 건 끝없는 두드림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습니다. 명문 옥스퍼드 대학 박사학위 받는 만큼이나 어렵다는 런던의 택시운전 자격증 덕분에 택시기사의 천국이 된 런던도 방문했습니다.

 

초속성으로 배출되는 한국의 택시기사 시스템 대신 몸으로 체험으로 가슴으로 느끼며 배운 일본과 런던의 택시 서비스를 카피하는 것을 넘어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한국에서 남이 하지 않는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운 대로 실천하는 가운데 온몸으로 깨닫는 체험적 교훈이 진짜 배움이기에 도전, 또 도전했습니다. 

 

 

 

나다운 직업관은 나의 이야기가 담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나만의 가치관이 담긴 직업철학이다. - 책 속에서

 

선진택시문화를 배우며 택시기사로서의 마인드와 직업관도 굳건해졌습니다. 택시운전은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직업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택시기사를 하는데 무슨 대학이 필요해?"

그런 세상에 의문을 품고 직접 만든 비전택시대학. 택시운전이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혼자만 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겉모습이 아닌 인간 본연으로 평가받는 사회, 각자의 꿈과 직업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는 데 동료들과 함께 걸어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힘든 시절을 겪었기에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생각하는 공감력이 있는 정태성 저자. 자신만의 경험담으로 강연하면서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깨닫는 직업관을 설토합니다. 

 

 

 

<천직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책 표지를 보자마자 의아해했던 사진이 있습니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차량에 택시표시등이 있다니! 사양산업이라는 택시운전을 새롭게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택시기사의 사회공익적 역할에 대해선 솔직히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기사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말뿐인 희망이 아닌 진정성 엿보이는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택시운수종사자들에게 도서를 후원하는 책사랑 택시 캠페인을 진행하며 '독서하는 택시기사' 그 모습만으로도 택시기사 스스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단계인 천직을 뛰어넘어 공동체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전설이 되고 싶다는 정태성 택시기사님의 한 걸음 한 걸음.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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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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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의'라는 뜻을 가진 암보스 ambos.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암보스>는 몸이 뒤바뀐 두 여자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황금가지의 새로운 단행본 레이블 '수상한 서재'의 첫 작품으로 선보일만한 강렬한 소설이었어요. 표지만으로도 이미 싸한 기운을 팍팍 풍기는 영혼 체인지 소설이란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 엄마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해버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시작하는 <암보스>. 연쇄살인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입니다. 

 

 

 

한편 병원에서 깨어난 신문기자 이한나. 소설 속 주요 화자입니다. 취재하던 화재 현장에서 위험에 처했던 상황이 마지막 기억입니다. 그런데 옥상에서 투신자살 시도해 병원으로 온 것으로, 게다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육체적으로도 말이죠. 이한나의 몸은 어디로 간 걸까...

 

가족의 빚으로 고통받아온 기자 이한나와 달리 가족은 없지만 많은 유산을 받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작가 강유진. 둘은 정반대의 사고방식과 삶을 살아왔습니다. 한나와 유진은 죽음을 앞두고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이미 인연이 있었습니다. 자살 사건을 취재하다 자살에 이르게 한 동기부여가 된 소설을 쓴 작가 유진을 본의 아니게 곤란하게 했던 기자로서 말이죠.

 

기묘한 건 유진의 소설에서 이미 영혼 체인지 소재를 다뤘고, 현재 상황과 꽤 비슷하다는 겁니다. 소설에서처럼 분명 1년 뒤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는 확신을 하며, 서로의 몸을 하고서 둘은 1년간 이대로 살아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한나와 유진은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인물이었어요. 경제적 문제가 있었지만 사회적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기자 한나,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늘 집안에서 생활했던 작가 유진.

 

가치관은 물론이고 가족, 사회적 관계, 외모와 건강, 성격 등 모든 것에서 극과 극을 달립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몸이 뒤바뀌기 전 둘 다 죽기로 결심했던 것뿐.

 

언제가 될지 몰라도 다시 되돌아갔을 때 영향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1년간의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미묘한 성격 변화를 눈치채기도 합니다. 

 

 

 

 

1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 유진의 몸으로 살고 있는 한나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드는데. 진짜 자기 몸이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한나의 몸으로 산 유진이 죽어버린 겁니다. 연쇄살인의 수법과 닮은 이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한나의 몸으로 활동한 유진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밀이 하나둘 드러납니다. 

 

 

 

한나의 몸으로 죽은 유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은 완벽하게 대조되는 두 여자의 삶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서로가 바뀐 역할에 충실하자고 약속했으면서도 그 이면에 담긴 속내는 서로를 잡아먹는 폭탄 돌리기였습니다.

 

경제력, 외모, 직업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살로 내몰 정도로 외로움과 두려움에 시달렸던 작가 유진과 달리 오명도, 외로움도 모두 감내할 만하다 여기며 세상의 눈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은 기자 한나. 서로가 갈구하던 것을 몸이 뒤바뀌면서 얻은 셈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뒤바뀔 거라는 한계점이 가져다준 심리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분량 더해서 각자의 심리 변화를 그들의 목소리로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촉 좋은 형사의 추리로 진행하는 부분이 살짝 아쉽긴 했어요. 대신 초현실적인 소재를 현실적으로 끝내려고 억지 부리지 않아서 오히려 결말은 상큼하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없던 걸 가지려고 노력하는 대신 지금의 나를 버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준 소설 <암보스>. 영혼 체인지 소재 자체는 익숙하지만 결말 예측이 쉽사리 힘들 정도로 상황을 꼬아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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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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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상식 넓히고 싶은 일반인과 장차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의 필수 책 <POP IT UP!>. 남무성 평론가의 전작, 20세기 팝뮤직의 획을 그은 록의 역사를 담은 <Paint it Rock 페인트 잇 록>으로 방대한 록 세계를 맛봤는데 이번 책도 기대 이상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내 귀에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면~ <POP IT UP! 팝잇업>을 읽고 나면 감상한다는 것과 즐긴다는 것의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 강화성이 노래 하나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음악적 노하우가 배어 있는 깨알 정보들로 가득한 맛깔난 대사가 일품인 <POP IT UP!>. 그저 뮤지션과 노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작곡, 작사에 초점 맞춘 책입니다. 

 

늘 우리 곁에 함께하는 동반자 대중음악. 한 번 듣고 마는 노래, 계속 듣고 싶은 노래, 다운로드를 하거나 음원을 구매하고 간직하고 싶은 노래.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POP IT UP! 팝잇업>에서는 1970년~2016년 빌보드 차트 1위 노래를 분석해 히트곡의 비밀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판매수익을 올렸던 노래를 분석해 그 노래들이 갖고 있는 비법도 살펴보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비틀즈의 대중음악 작곡법에 대한 창의적 노하우를 언급하는데 비틀즈의 음악적 업적은 정말 알면 알수록 대단한 것 같습니다.

 

 

 

남무성, 장기호 공저자들은 요즘 음악 공부를 하지 않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자칫 우리나라의 음악 수준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는데 말입니다. 

 

문학적 가치는 글의 논리, 창의성, 완성도에 있듯 음악적 가치도 음의 논리, 창의성, 완성도에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음악가는 리듬, 멜로디, 화성을 동시에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다 한두 곡 만드는 걸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음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는 방법론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책에서 소개한 명곡들을 분석해보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줍니다. 자기 생각대로 음악을 끌고 가기 위한 계산 방법인 작곡. 하나의 정답이란 건 없기에 작가의 창의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POP IT UP! 팝잇업>은 실전 화성 교재 역할까지 합니다. 화성 원리는 일반인이 봤을 때 외계어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숨어 있는 스케일 이야기는 음악적 심리효과를 이용한 영화음악 사례로 설명해 흥미로웠어요. 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거죠.

 

 

 

평소 음악과 친하지 않은 제가 읽어내기엔 딱딱한 내용이 있었지만 만화 형식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국내외 뮤지션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캐릭터 특징을 어쩜 그리 잘 잡아냈는지.

 

대중적이라 대중음악이라 부르면서 정작 우린 얼마나 음악을 알고 있을까요.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기본 상식 정도는 알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 만들기 <POP IT UP! 팝잇업>.

 

좋은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대중의 역할을 짚어주고, 작법을 위한 기초 이론으로 실용음악 교재 역할까지 하는 음악 입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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