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지음,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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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반복하고 실패하고 헤매는 시간을 겪다 보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욕망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반된 감정 속에서 매일을 어찌어찌 살아가는 일상입니다.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는 발레 전공자의 이야기입니다. 여덟 살 때 발레 학원을 시작으로 무용과 입학, 발레단 활동을 하다 이제는 대학 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정옥희 저자는 하나의 직업군이자 사회 현상으로서의 발레에 대해 관찰해 온 풍경을 들려줍니다. 무언가를 전공한다는 것의 보편적 경험이기에 예체능 전공자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발레에 대한 지식을 얻는 건 덤입니다.


말 대신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발레. 새로운 언어를 감지한 이들이 무용수가 됩니다. 그들의 움직임은 섬세하고 매혹적인 언어와도 같습니다. 무용수들은 움직임으로 소통하고 생각합니다. 몸에 축적된 감각은 오래 기억되어 나이가 들어도 음악만 들으면 자동 반응을 할 정도라고 합니다.


정옥희 저자는 일찍 목표가 들어앉은 삶을 살았습니다. 꿈을 찾지 못하고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하는 많은 학생들과 달리 무용과를 목표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발레단 입단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이처럼 딱딱 목표가 정해져 있는 삶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론 중간에 바꿀 기회가 있을 때 두려움에 멈추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기 마련입니다.


세계적인 몇몇 대단한 발레리나가 아니고서야 발레를 전공한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마침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른 발레계 소식이 있더군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파리오페라발레의 수석무용수가 된 한국인 박세은 발레리나가 위상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명성 있는 발레리나는 1% 부자를 보는 것처럼 뭔가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프로페셔널 발레단의 군무 무용수로 활동했던 발레 전공가인 저자의 목소리가 평범한 우리들의 삶과 맞닿아있어 공감이 큽니다.


발레 하면 너무나도 완벽한 동작에 마리오네트처럼 인형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 정확한 동작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되니 앞으로 발레를 관람하는 눈이 달라질 것 같아요.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콩쿠르를 거치며 온갖 일들을 겪으면서 웬만해선 흔들림 없는 프로페셔널로 성장하기까지 그 여정을 펼쳐 보입니다.


학생 신분으로 중국 광저우 발레단에 입단해 1년을 지냈을 때의 경험도 파란만장합니다. 그때의 경험은 한국에 돌아와서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했을 때 발휘됩니다. 다국적 무용수들은 외국인 노동자와 같습니다. 그들의 어려움, 외로움, 고립감을 헤아릴 줄 알게 됩니다.


프리마 발레리나만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군무 무용수는 일부러 신경 써서 바라보지 않는 이상 그저 배경으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던 저자는 그렇기에 오히려 조금 더 성숙한 관찰자가 되어 발레를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전체가 하나처럼 움직이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군무 무용수는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감각이 고도로 발달된 존재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프로의 정신은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해 달려온 우리나라 무용 전공자들은 특히나 대학 생활하면서 우울증을 많이 겪는다고 합니다. 1년에 겨우 몇 명만 뽑는 프로페셔널 발레단에 입단하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니 요가나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거나 대학원 진학을 하기도 합니다.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다가오는 발레. 사람들은 발레를 좋아한다는 기호를 내세우고 싶어 하면서도 발레 무용수에 대한 냉소와 혐오가 가득한 현실을 거침없이 지적하기도 합니다. 임신은 은퇴라는 공식이 있다시피 하다 보니 엄마 발레 무용수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도 친정 엄마 찬스가 없는 한 육아와 병행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프로로서 품질 유지를 위해 그토록 완벽주의와 성실함을 지켜온 발레 무용수의 삶이 임신과 동시에 단절되는 겁니다.


발레가 등장하는 만화, 영화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발레에 대한 기본 지식과 더불어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합니다. 발레 취미 1도 없는 저조차도 포인트 슈즈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하더라고요.


<방구석 미술관> 책에서 드가의 발레 작품을 소개할 때 알게 된 발레리나의 역사 속에 자리했던 성 노동자로 전락했던 어두운 시절을 저자 역시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루이 14세가 발레를 직접 출 정도로 사랑했기에 그 덕분에 발레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는군요. 그럼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철저한 외모지상주의, 낡은 인권 감수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냅니다.


초심자가 프로가 되기까지 그 여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 자기 파괴적으로 달리는 것은 다름을 짚어줍니다. 프로에겐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니까요. 그만두지 않고 지금의 일을 치열하게 해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애증의 파노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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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파이 스키 스쿨 1~2 세트 - 전2권 책이 좋아 3단계
스튜어트 깁스 지음, 김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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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는데 스파이물의 공식들이 뻔하면서도 끊을 수 없는 매력 때문에 사랑하는 장르물입니다. 정통 스파이물의 멋진 요원 캐릭터에 심쿵하기도 하고, 코미디로 비튼 스파이물 역시 그 나름대로 허당끼를 만끽할 수 있어서 재밌고요. 흥미로운 건 영미권에선 키즈 스파이물도 무척 많다는 거였어요. 어린이 첩보 액션 소설 <스파이 스키 스쿨>도 스튜어트 깁스 작가의 '스파이'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전작 <스파이 스쿨>, <스파이 캠프>, <악당 스파이 스쿨>에서 스파이를 키우는 비밀 학교에 다니는 벤의 모험기를 담은 스파이 시리즈. 이번엔 정식 스파이 임무를 맡아 스키장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선보이는 <스파이 스키 스쿨>입니다. 앞의 책을 읽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는 전혀 무리가 없지만, 읽고 나면 너무 재밌어서 전 시리즈를 다 읽고 싶어질 거예요. 스파이 시리즈는 '책이좋아3단계'에 해당하는데 초등 고학년이 읽기 좋은 책입니다. 스파이 하면 떠오르는 기밀문서. 영화에서는 지령 전달 후 자폭하는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우리 아이도 그런 장면들 정말 재밌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급비밀 기숙학교인 스파이 스쿨에 다니는 벤. 사실 벤은 스파이에 특출난 재능을 가진 아이는 아닙니다. 사건에 얼결에 개입하면서 너무 많은 비밀을 알게 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정식 학생이 된 케이스였거든요. 한편 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스파이 훈련생 에리카는 집안이 대대로 첩보원 출신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온갖 훈련을 받아왔습니다. 얼음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선 넘사벽 존재입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듯한 벤과 에리카는 전작에서도 얽히고설키는 관계입니다. 스파이물에서 빠질 수 없는 공식 중 하나가 로맨스이기도 한데 풋풋한 청소년 로맨스도 기대하세요. 그나저나 이번엔 무슨 사건이길래 아직 부족한 게 많은 훈련생 신분인 벤이 작전의 핵심 요원이 되었을까요.


<스파이 스키 스쿨>의 악당은 전혀 빈틈이 없는 레오 청이라는 인물입니다. 중국에서 갑자기 미국행을 하면서 분명 음모를 꾸미고 있건만 구체적인 정보를 CIA에서도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마침 딸 제시카의 스키 강습을 위해 스키장으로 온 레오 청. 그런데 CIA도 못한 일을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 시점에서 들려주는 스파이 훈련기는 꽤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흥미진진의 연속입니다. 작전 수행 직전 들떠(?)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그 나이대의 평범한 일상이 엿보여 실감 납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재능이 없어 기죽기 일쑤였던 벤이 성장하는 과정도 한 방의 무언가가 아니라 소소한 것들에서 성취를 얻어내며 자신감을 얻어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각자의 장점이 팀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함께 할 때 필요한 자세와 태도를 사건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도 합니다. 티격태격 싸움이 끊이질 않고 삐거덕대면서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파이 스키 스쿨>. 아이들의 모험, 액션 그리고 로맨스 한 스푼이 엮어가는 이야기를 스튜어트 깁스 작가의 흡인력 있는 스토리 덕분에 흥겹게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사실 자연스럽지 않은 소재인데도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적당한 유머와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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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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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 2세대로 공구 생태계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공구 큐레이션 업체 '공구로운 생활' CEO 정재영 저자의 책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다채로운 이력과 경험을 지닌 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생활 애호 에세이 브랜드 '라이킷' 시리즈 아홉 번째 책으로 나왔습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은근한 경시와 편견이 자리 잡은 3D 직업군 중의 하나가 공구상일 겁니다. 창업 트렌드 최전선에서 일하던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가 퇴사하고 공구상이 된 데는 15년간 트럭으로 43만 킬로미터를 주행하며 공구상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환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구는 1도 모르던 사람이 얼결에 공구상을 운영하다 보니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청계천 공구 상가는 명실공히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본 곳일 겁니다. 청계천 공구 상가에 찾는 물건이 없으면 우리나라에 없다고 보면 된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고 보니 단순히 소비자 입장에서 가정용 공구 정도 몇 가지만 아는 게 다인지라 공구상의 역할이 뭔지 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적재적소적시에 공장단지에 필요한 제품이 들어가야 하는 공구. 공구 상가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카탈로그 들여다보며 제품 명칭 좀 아는 걸로 끝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품질의 공구와 실제 결제하는 사업체 모두가 합리적으로 만족할 만한 공구를 선택해야 하고, 최상의 품질을 지닌 공구를 기술자에게 추천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마케팅 및 유통에 취약한 제조사를 도울 수도 있어야 합니다. 공구 상가는 신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역할이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요즘은 집수리 서비스가 있어 간단한 수리도 직접 못하겠다 싶으면 서비스 업체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겨우 한 번 정도 쓸까 말까 한 공구를 굳이 준비해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됩니다. 흔한 드라이버조차 없는 집이 많습니다. 한편 DIY 작업에 취미 있는 일반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어 공구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집에 하나쯤 갖추면 좋은 공구를 콕 짚어 알려줍니다. 특히 집들이 선물로 공구를 선택하면 중복 확률이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공구라고 해서 흔히 생각하는 투박함만 생각하면 오산. 공구가방만 하더라도 멋스러운 제품이 많더라고요. 튼튼한 데다가 실용성도 있으니 운동 용품이나 캠핑 장비를 넣기 좋다며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공구 브랜드 하면 생각나는 건 일본, 독일산 정도인데 브랜드 및 제품 모델마다 장단점이 있어 사용자에게 잘 맞는 걸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이름난 브랜드가 최고인 건 아니더라고요. 국위 선양하는 국산 브랜드의 위엄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생판 모르던 공구 세계에 진입 후 나이 지긋한 기술자들 틈에서 업신 당하기도 하면서 그 세계에 제대로 스며들기까지 공구상으로서의 일상을 담은 글들이 흥미진진합니다. 지방에 납품하러 가는 트럭 안에서는 프리미엄 결제한 유튜브 영상을 음성으로 들으며 가는 젊은 공구상. 온 힘을 다 쥐어짜내어 당장 뭔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걸 공구상의 세계에서 배우며 유연한 조절력을 얻습니다. 다양한 일을 경험하며 공구상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웁니다. 공구상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 세상에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요.


콘크리트 벽에 나사를 박아야 할 때 어떤 드릴을 써야 하는지, 줄자는 어떤 걸 사야 하는지, 수두룩한 장갑의 쓰임새를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이 시원하게 해결해 줍니다. 안전복, 안전화, 장갑처럼 안전과 편의성을 위해 착용하는 것들의 정보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정보들이라 읽는 맛이 좋았습니다. 니트릴 장갑을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요리용으로 사용할 땐 식품용 인증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기도 했어요. 살 때 솔직히 전혀 그런 부분 생각도 못 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을 낯설어하는 공구 중의 하나인 버니어캘리퍼스는 소라게 쉘을 재는데 유용한 제품이라 잘 사용 중이기도 하고요. 작업하다 답답해지기 일쑤였던 저렴한 공구세트에 들어있는 공구는 내구성이 썩 좋지 않다는 말에도 폭풍 공감합니다. 공구는 그저 가격만을 따지기에는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게다가 단품으로 구입한다 해도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진 않은 가격대이면서도 쓸만한 제품을 추천하고 있어 도움 됩니다.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로 공구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과 실용적인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공구들의 쓰임새를 세세하게 알게 되니 안전하고 즐겁게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무척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 가능한 공구를 소개할 때는 신세계 느낌이더라고요.


기술자가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듣고 추천해 주는 공구상의 역할을 보니 공구상이야말로 큐레이터의 원조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생산자와 상생하며 소비자의 즐거운 공구 생활을 돕는 공구상. 가업을 잇는 2세대 공구상으로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공구상이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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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 - 모든 일에 무기력한 당신이 열정을 불태우게 되는 비법!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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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것도 귀찮고, 일, 공부, 가사, 운동, 미용 등 일상의 모든 일에 권태로움을 경험해보셨나요. 강도의 차이일 뿐 살면서 한 번은 찾아오는 것 같아요. '모든 게 귀찮다'는 생각에 매사 무기력하게 만드는 의욕 상실. 무작정 회피한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생활을 이어나가려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아서 결국 악순환의 연속에 빠지게 됩니다.


무기력한 일상만큼이나 삶을 좀먹는 게 있을까요. 직장인 A는 초보 시절 성취감과 만족감이 무척 높았지만, 언젠가부터 회사의 기대가 부담스럽고 거대한 조직의 부속품이라는 자괴감만 들며 의욕 상실의 늪에 빠졌습니다. 12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전업주부가 된 B는 처음엔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의 모습에 무기력의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의욕 상실로 무기력이라는 틀 안에 갇힌 이들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지친 나머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심리학의 권위자 나이토 요시히토 저자는 의욕을 잃어버려 만사가 귀찮다고 느끼는 감정을 박멸하는 심리 테크닉을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에서 소개합니다. 누구나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에 초점을 둔 방법들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괴롭고 힘들다는 감정은 자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습관화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 일이라도 손에 잡지 않으면 곧장 지루함을 느끼는 타입이라면 기다리게 되는 시간을 다른 일을 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현명함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간단한 취미 하나로도 떨어진 의욕이 새로 솟아나기도 하니까요. 선택지가 너무 많아 망설이게 될 때 의욕이 가라앉는 악순환을 겪는다면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자기만의 원칙을 정하면 도움 됩니다. 이렇게 조금 번거로운 일이지만 투덜대봐야 소용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미래의 성가신 일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적용해볼 수 있는 노하우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은 세계적인 심리학자들의 논문 및 저서를 바탕으로 60개의 의욕 충전법을 알려줍니다. 다양한 심리 기법이 총망라되어 있으니 자신에게 잘 맞는 테크닉을 부담없이 시도해보기 좋습니다. 만사가 귀찮다는 생각에서 단번에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의욕이 솟아나게 하는 작고 쉬운 행동이 더해지면 적어도 더 깊은 악순환에 갇히는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의욕을 상승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20%만 전력을 다하라는 조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파레토의 법칙을 이렇게 적용하니 흥미로웠어요. 어떤 일이든 20%에서 대부분의 성과가 나온다는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드 파레토가 제시한 이 이론을 비즈니스에서든 개인 차원에서든 적용해보는 겁니다. 물론 '대충 이 정도만' 식으로 얼렁뚱땅은 아니어야 할 겁니다. 저자는 파레토의 법칙을 우선순위와 연결합니다. 에너지를 탈탈 소진하기보다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20%의 일에 전력을 다하는 방식으로 밸런스를 조정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최근에 읽은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에서는 고치고 싶은 말버릇이 있지만 힘들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본받고 싶은 사람의 말을 반복해 들어보라는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을 따라하는 걸 의식적으로 해보는 거죠.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에서도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면 좋다고 합니다. 잡스를 흠모한 저커버그는 잡스가 하루에 일하는 시간까지 따라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처럼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흉내 내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사회 인지 학습 이론의 핵심적인 요소로 '모델링'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물론 단순히 흉내내는 것만으로는 능력자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책에서 짚어주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노력을 해봐도 의욕이 없다면? 그래도 여전히 의욕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법칙을 소개합니다. 의욕을 상실한 자신을 어떻게든 움직이게 하기 위한 심리 테크닉을 소개한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 하지만 그나마도 귀찮아 죽겠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짚어주는 책입니다.


어떨 때는 행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훌륭한 전략일 때도 있음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클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출구 전략'이라 부르는데 봉사활동, 조기축구 등을 하는 것이 귀찮아 죽겠다면 그만둔다는 선택지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멈춤이 있는 삶이 포기하지 않는 고집보다 나을 때가 있습니다.


미룬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듯 얼른 해치우고 홀가분해지자, 어떤 일은 무리를 해서라도 해내자 식의 해법도 있는가 하면 '될 대로 되라 효과' 같은 심리학의 재미있는 용어를 등장시켜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내 문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만날 수 있는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심리학>. 땅에 떨어진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힘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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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곰 아저씨 상상그림책 2
바네 코스투라노프 지음, 신유나 옮김 / 옐로스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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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어디든 소중히 들고 다니던 물건이 있나요? 애착 물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스누피 친구 라이너스의 담요입니다. 꼬질꼬질한 담요가 되었는데도 놓질 못하죠. 애착 인형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되었을 정도로 특별한 물건에 접촉하는 애착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입니다.


<나의 곰 아저씨>는 어린 시절 최고의 단짝 친구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2019년 독일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에서 주는 화이트 레이븐 상과 2019년 마케도니아 출판사협회 최고의 일러스트 어린이책을 수상했습니다.


커다란 곰 아저씨가 꼬마 소녀를 포근히 품어줍니다. 보통날도 특별한 날도 언제 어디서든 곰 아저씨와 함께입니다. 낮이든 밤이든, 계절의 흐름에 따라 곰 아저씨와 꼬마 소녀가 세상의 경이로움을 함께 만끽합니다.


맑은 날 햇살을 맞이하면서, 바람을 맞으면서, 하늘의 달을 바라보면서 매일매일을 곰 아저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즐거운 일에만 함께하지는 않았습니다. 몸이 아플 때에도 곰 아저씨는 꼬마 소녀 곁에 묵묵히 있습니다.


부드러운 분위기의 일러스트가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풀어주는 느낌이에요. 무덤덤할 것만 같은 곰 아저씨의 깨알 표정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그날이 옵니다. 아이들은 한순간에 쑥 자란다고들 하죠. 절대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유아기 행동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집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게 유년 시절의 추억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곰 아저씨도 어느 날 혼자 남겨졌습니다. 꼬마 소녀는 이제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또래 친구와 노는 게 더 즐겁습니다. 뒤에 남겨진 곰 아저씨는 이제 꼬마 소녀에게 잊히는 걸까요. 결말은 상상한 것보다 더 만족스러울 거예요.


그림책 <나의 곰 아저씨>는 소녀와 곰의 관계 변화를 그림으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불안과 두려움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존재였던 커다란 곰 아저씨. 어쩌면 부모의 존재도 곰 아저씨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가 성장하고 자립하면서 부모의 역할은 옅어지지만 그렇다고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 무엇이든 간에 사랑을 품은 존재가 내 유년 시절을 지켜줬다는 고마운 느낌을 가져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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