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과학이다 - 하버드 행동 과학자 겸 데이트앱 개발자가 분석한 연애의 과학
로건 유리 지음, 권가비 옮김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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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내 연애는 왜 자꾸 실패하는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야 할 책, 하버드 행동 과학자이자 데이트앱 개발자 로건 유리가 들려주는 연애 코칭 <사랑은 과학이다>.


사랑은 타고난 본능이 맞지만 연애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좋은 인연이란 '만드는 것'이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랑을 만나고 관계를 지속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배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튼튼한 관계를 만들려면 의도적인 사랑을 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우리가 취한 일련의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로서의 '의도적인 사랑'을 뜻합니다. 연애하는데 있어 나쁜 습관을 인식하고, 데이팅 테크닉을 교정하고, 관계를 결정지을 중요한 대화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랑은 과학이다>. 어떻게 사랑을 찾아내고 오래 지속시킬 수 있을지 연애학과 행동 과학을 이용해 알려줍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연애를 가로막고 있는 나의 성향을 파악해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 성향이 연애 생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면 그동안 실패한 연애 패턴이 이해될 겁니다. 내가 무엇의 의욕을 느끼는지, 무엇에 헷갈리는지, 무엇에 꺾이는지를 연애 성향 테스트로 발견하게 됩니다.


동화 속 사랑의 힘을 믿는 낭만형, 확실한 사람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기를 기다리는 극대형, 연애할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하는 주저형. 세 가지 연애 성향의 특징을 설명하고,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이때 행동 과학의 마인드셋 개념이 등장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태도와 기대가 우리가 할 경험의 맥락이 되고, 그 경험은 다시 우리가 정보를 해석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연애의 단계마다 이 마인드셋이 파급력을 발휘합니다.


심리학자 르네 프라니욱은 소울메이트 마인드셋과 문제 해결 마인드셋이라는 연애와 관련한 마인드셋을 소개합니다. 낭만형 사람들은 소울메이트 범주에 속하는데, 올바른 짝을 찾으면 관계가 만족된다는 마인드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기다리려고'하지, 사랑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게 됩니다. 기대감으로 초반엔 관계를 빠르게 진척시키다가도, 난관을 만났을 때 문제를 극복하려고 애쓰느니 차라리 관계를 포기해버리고 맙니다.


반대로 문제 해결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연애를 훨씬 잘 해나갑니다. 관계가 부진해지면 포기하는 대신에 관계 회복에 필요한 일을 합니다. 자신이 낭만형 연애 성향인데 연애를 오래 하고 싶다면, 문제 해결 마인드셋을 갖춰야 가능해집니다.


왜 특정 유형 사람들에게 매료되는지, 지난 연애가 왜 제대로 안됐는지, 왜 특유의 나쁜 습관이 생겨서 고통을 겪을까요. 불안 애착형, 안정 애착형, 회피 애착형으로 설명하는 애착 이론이 적용됩니다. 밀착감을 갈망하지만 진전은 안 되는 불안형은 안정형을 만나면 따분하게 느끼는 탓에 무던한 안정형과의 연애에 실패하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짧은 연애가 아닌 인생 반려자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이 책에 관심이 있겠죠? 함께 삶을 가꿀 사람을 선택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 대부분 편파적이고 왜곡된 평가를 내린다고 합니다. 돈, 외모, 비슷한 성격, 공동 취미를 우선시하며 평가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특징이나 공동 관심사에 집중하는 겁니다. 표면적인 특징이라든지 상대를 처음 만난 순간 쉽게 식별되는 자질보다 더 중요한게 따로 있는데 말입니다.


안정된 정서와 친절함, 의리, 성장 마인드셋, 나의 긍정적인 면을 드러나게 하는 성격, 잘 싸우는 기술, 어려운 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는 능력 등이 더 중요하다고 해요. 연애 중에 혹은 적어도 몇 차례는 더 만나야 드러나는 것들입니다.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오래 지속되는 연애에서 뭐가 날 행복하게 해 줄지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몇 장으로도 사람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이제는 이해하게 됩니다. 표면적인 프로필로 평가 내리며 연애 쇼핑하는 디지털 데이팅의 함정을 피하는 대신 이점을 누리도록 돕는 제대로 된 데이트 앱 사용법을 익혀야 합니다.


저자는 앱을 보고 사람의 특성을 읽는 작업이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합니다. 진짜 짝을 만나면 바로 그 순간 불꽃이 튈 것이다, 스파크는 언제나 좋은 거다, 스파크가 있다면 그 관계는 성장 발전한다는 대표적인 연애 미신이 왜 틀렸는지 짚어줍니다. 괜찮은 상대를 골라내는 데이팅 기본값을 설정하는 방법과 마인드셋 전환을 통해 더 나은 선택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도와줍니다.


커플이 다음 단계로 넘어설 때 확고한 결단으로 진행하거나 반대로 어물쩍 넘어가기로 진행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관계를 규정하고 동거 문제를 다루는 법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는 법을 배운다면 계속 나아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누군가에겐 동거가 결혼을 보증하는 분명한 신호로, 누군가에겐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균열을 알아차릴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연애가 불만스러울 때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테스트, 헤어지기로 결정 내리는 과정, 연민 어린 이별을 하는 법,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법 등 이별 컨설팅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결혼해도 될까 고민처럼 중대한 결정은 서둘러 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하면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부분을 확인하며, 각자 원하는 바가 달라도 기꺼이 타협할 마음이 있는지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책에서는 6개월 정도 하룻밤에 한 가지 대화를 나누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어떤 때는 대화가 잘 통하지만 어떤 때는 벽이 생긴 것 같을 때도 있을 겁니다. 관계는 항상 변하는게 본질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우리의 성장과 변화 역시 멈추지 않음을 안다면 유연한 관계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언제 사람을 만나러 나갈지, 누구와 데이트할지, 잘못된 상태라면 어떻게 인연을 끊을지, 제 짝을 만났다면 언제 정착할지 등 그때그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랑은 과학이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는 사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의도하며' 사랑해야 가능하다는 걸 일깨워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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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사람
문기현 지음 / 작가의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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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라져도 모를 시간 앞에서 하염없이 살아가는 틈의 이야기들 <하얀사람>. 문기현 작가의 전작 <감정일기>에서 깊은 감정의 소중함을 들려주며 매번 느끼는 감정들 속에서 추억하는 삶의 시간을 이야기했다면, <하얀사람>에서는 틈으로 표현한 삶을 들려줍니다.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자리를 뜻하는 '틈'. 나의 틈, 타인의 틈, 현실의 틈, 슬픈 틈, 변하지 않는 틈처럼 수많은 틈에서 살아가는 우리. 어떤 틈은 보호막이 되지만, 어떤 틈은 자아를 파괴하는 틈이 되기도 합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끼여 버렸다. 어느 틈인지 모를 정도로 나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 하얀사람 


틈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하얀사람>. 살아오면서 겪어온 삶의 무게가 가벼운 이는 없을 겁니다. 틈 사이에서 헤매면서도 여전히 어느 틈에나 껴 있는 저마다의 삶. 조금 더 나를 잘 살아내지 못했던 현재에게 미안해하기도, 과거를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지 못해서 슬퍼하기도 하면서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였기에 괜찮은 오늘이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슬퍼하는 틈의 기록이 펼쳐집니다.


하얀사람이라 일컫는 '그녀'의 틈 안에서 살아갈 때 따스한 기운을 얻는 작가. 궁색한 기억이라지만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과 감정이 오롯이 숨 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엄마입니다. 가끔은 누나도 등장하고, 돌아가신 이모도 등장합니다.


외면했던 것들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음을 깨달으며, 그로 인해 다시 나를 찾고 있는 작가는 엄마와 누나의 걱정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깨달으며 그녀들의 틈에서 잘 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늘 어딘지 모를 갈림길에 서 있는 틈 사이에서 헤매는 것 같은 불안함. 불안한 감정에 지배당하느라 스스로도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힘듦을 잘 살아내면 결국 그렇게 살아왔던 삶이 나의 무기가 된다는 믿음을 안겨준 그녀의 말처럼 짙은 감정의 결을 오롯이 바라보며, 재생과 치유의 시간을 가집니다.


글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그것은 온전치 않은 자아를 꺼내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은 틈이 만들어 놓은 인간적인 선물"이라며 마음이 불안해지고 생각이 짧아질 때면 세상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책을 펼쳐듭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그들의 장단에 맞춰서 살아가야 하는 틈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익숙해져 버리면서 나의 틈이 사라짐을, 자아가 파괴당하는 시간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나의 백지에 타인의 흔적이 남는 겁니다. 하얗게 모든 것을 다시 백지화시켜버리며 하얀 사람이 되려고 애를 써도, 여전히 나의 백지에는 '하얀 한 줄'이 남겨져 있습니다. 


반대로 하얀 백지이기 때문에 더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하얀 백지에 무엇을 채울지 말입니다. "살아갈 것인가 혹은 살은 채 죽어 갈 것인가". 무수한 고뇌와 함께 어떠한 삶을 살아낼지 고민합니다. 산다는 건 어느 틈에 껴있다는 의미입니다. 틈은 나의 시간이자, 나의 이유입니다.


나라는 자아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잘 맞추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얀 백지 위에 크고 작은 선을 그려가는 삶. 나와 당신, 세상의 틈을 성숙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하얀사람>. 여전히 불현듯 불안한 감정이 찾아와 아파하지만,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매만진 전작 <감정일기>가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게 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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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하여
한정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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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만큼 복잡미묘한 감정을 낳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엄마와의 관계에서 풀어나가는 소설 <엄마에 대하여>. 한정현, 조우리, 김이설, 최정나, 한유주, 차현지 소설가가 모여 완성한 테마소설로 여성 소설가 6인의 에세이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의 엄마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70~80년대 대중가요에서 모티브 삼은 스토리는 엄마 세대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효과를 톡톡히 보여줍니다.


어느 날 아주 어릴 때 떠난 생물학적 어머니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나나. 귀하라는 호칭으로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이메일은 나나가 그동안 고민해왔지만 스스로의 마음조차 확신할 수 없어 결론 내지 못했던 결혼관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 계기가 됩니다. 이성애와 특정 나이대를 대상으로 한 결혼제도. 정상 가족에서 벗어나면 사회에서 배제됩니다. 결혼을 하면 여성은 돌봄과 희생을 당연시 요구당합니다. 엄마가 되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걸어왔던 길을 엄마가 됨으로써 놓아버리게 됩니다.


한정현 작가의 <결혼식 멤버>는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 나나의 생물학적 어머니가 내디딘 인생을 보여줌으로써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 가족이 아니더라도 여성 서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모성애보다는 주체적 삶을 선택한 엄마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관계를 이토록 멋지게 뽑아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성 서사 소설이기에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조우리 작가의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은 엄마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보게 합니다. 여행 가느라 출국하는 날, 엄마가 맹장수술을 하는 바람에 친구 상미를 대신 보호자로 보내고 여행길에 오르는 '나'. 상미가 기타를 치는 엄마의 공연 영상을 보내주면서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됩니다. 엄마가 노래 부르는 걸 즐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통기타를 치다니. 게다가 공연까지 하다니.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엄마가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게 됩니다. 엄마를 내가 태어나고서부터 이 세상에 존재한 사람처럼 생각해오진 않았는지, 사회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엄마상에 가둬놓고 바라본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김이설 작가의 <긴 하루>는 젊은 작가의 소설로만 생각하고 읽어내려가다가 이런 깊은 맛을 낼 줄 아는 작가라니! 하며 다시 한번 이력을 살펴봤습니다. 70년 대생 작가여서 제가 공명한 포인트를 작가가 잘 끌어낸 거로구나 이해되더라고요. 노모를 모시고 사는 유순은 취업 못한 채 서른을 앞둔 딸이 집을 나가버린 일 때문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사귀는 사람한테로 간 듯하지만 번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남자와의 결혼을 반대해왔기에 마음이 복잡합니다. 유순 그 자신도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했다가 결국 홀로 아이를 키워온 탓에 자식만큼은 자신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지만 "반갑고 두려운 마음에 선뜻 전화를 받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 애달프게 다가옵니다.


"인생이란 시련의 파도를 넘어가는 과정이었지만 누군가는 그 파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 긴 하루 中


최정나 작가의 <놓친 여자>는 헬리콥터맘의 전형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아들의 첫 데이트 장소에 데려다주고 몰래 둘의 만남을 지켜보기도 하고, 식사 자리에 깜짝 선물까지 보내는 부부. 자식을 위한다는 생각에 하는 습관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니 도를 넘어선다는 게 보입니다. 나 역시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며 하는 행동이 그렇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유주 작가의 <우리 만남은>은 뉴욕에서 딸을 만나기로 한 석희의 여정을 통해 수없이 엇갈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뉴욕행 비행기 자리가 나지 않아 간신히 단체여행 코스를 따라 움직이며 뉴욕으로 가게 된 석희. 그 과정에서 단체관광객들에게 은근한 따돌림을 받는데. '내가 뭘 잘못했지.' 하며 생각해 봐도 자신은 누구 엄마라고 소개하는 대신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했고, 직업과 여행의 목적을 밝힌 것뿐입니다. 단체 관광객들 틈에서 혼자 독방을 써가며 힘겹게 여행했다는 엄마의 추억이 모티브가 된 <우리 만남은>. 평소 엄마와의 모습과는 다른, 낯선 곳에 있는 엄마를 상상해보는 시간이 됩니다.


차현지 작가의 <핑거 세이프티>는 겉으로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모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열두 살 때 부모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이후 언제나 그녀의 탓으로 돌리는 나. 이 소설에선 엄마라는 단어를 그녀로 대체합니다. 딱 그만큼의 관계라는 걸 보여주지만,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죽음까지도 생각한 그들은 다른 듯 닮았습니다. 그녀를 용서하지 못할 만큼의 증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함께 산다는 것, 그 복잡하면서도 지독한 갈등의 이면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언제나 감정적으로 와닿습니다. 엄마의 불행, 나의 불행에 서로의 책임이 없음에도 함께 엮이기 일쑤이고 대물림되곤 합니다. <엄마에 대하여>는 그런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비춥니다. 물론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한 채 엄마라는 정체성만 남긴 여성이라고 해서 불행으로 끝나진 않습니다. 소설 속 엄마들의 모습은 엄마에 대해 가졌던 단편적인 (어쩌면 딸이 바라는) 엄마상이 아닌, 엄마에게도 수많은 서사가 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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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 이야기 - 세상에 없던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경동.여산 지음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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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바일 결제가 없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최초의 결제서비스 삼성페이. 한국 최초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개발한 김경동과 전략 기획가 여산 공저자가 삼성페이 개발 과정에 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PG사에서 병역특례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별다른 스펙 없이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삼성카드사에 입사해 모바일 결제의 절대 강자로 만들겠다는 꿈을 펼친 저자. 처음엔 모바일 카드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당시엔 비자 계열과 마스터 카드 계열이 충돌되어 동시 발급이 불가했던 시스템이어서 한국 최초로 멀티 브랜드 카드 발급을 목표로 삼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결제 현장에서 매장에 결제 단말기가 보급되지 않아 결제 상점이 없는 모바일 카드가 되면서 유명무실해집니다.


그러다 신세계 그룹과 함께 특별한 솔루션을 개발하게 됩니다. 미국 아마존 원클릭 결제를 국내 버전으로 원했던 신세계의 요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부 보안 정책상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이 아직 시작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러자 포커스를 바꿔봅니다. 왜 지금 결제 시스템이 불편한가에 집중해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이 시기에는 공인인증서 없이는 결제를 할 수 없었는데, 쇼핑하다가 결제가 불편해서 쇼핑을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겁니다. 결국 본인 휴대폰 인증 기반 간편결제 프로세스를 완성합니다. 한국 최초의 휴대폰 인증 결제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원클릭 결제가 아닌 간편한 결제로 한국 상황에 맞게 보완해나간 겁니다. 이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원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2013년 전후에는 전자지갑 시대입니다. 모바일 결제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로 이관되어 저자도 삼성카드사에서 삼성전자로 이직했을 때입니다. 통신사, 금융사, 유통사에서 멤버십카드를 담은 스마트월렛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통신사 계열을 제외한 카드사들은 앱카드를 내놓기 시작합니다. 앱카드는 한국 모바일 결제 확산의 핵심 인프라가 됩니다.


간단히 몇 줄로 끝나지만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에 카드를 넣는다는 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위험 요소가 많았고, 앱카드는 카드 정보가 카드사 서버에 저장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PC에서 주문하고 모바일로 결제하는 방식이 대세였기에 카드사 앱카드를 담은 삼성월렛에서 모바일 간편결제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최강의 전자지갑이 된 셈입니다. 때마침 인터넷 쇼핑도 PC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기획자 노트 코너는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결제의 본질을 고민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결제는 결국 쇼핑의 결과입니다. 결제에만 집중해서는 혁신의 폭과 깊이가 한정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고객이 결제 이전에 쇼핑을 하고 싶게 만들고, 재구매까지도 이어지는 매커니즘을 고민해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쇼핑의 흐름 속에서 삼성월렛이 결제 전후 쇼핑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당시엔 절반의 성공을 낳거나 실패한 프로젝트들이 있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고 이후 최대 최고 난도의 과제 도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NFC 결제 사업자들이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도 성공 못했던 일 말입니다.


삼성월렛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2년간 쌓아올린 결제 시장 환경에 대한 노하우, 카드사들과의 원활한 협업 관계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며 삼성페이 서비스 과제에 올인합니다. NFC 결제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해준 MST 기술 덕분에 스마트폰 안에 MST 안테나를 내장해 깔끔하게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게 된 삼성전자. 2015년에 드디어 휴대폰을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되는 삼성페이를 완성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장애물이 많았습니다. POS와 MST 결제 신호 간에 오류가 뜨는 등 현장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경험하며 해결하는 데 온 힘을 쏟은 정신없는 몇 개월을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삼성전자 임직원이 정작 삼성페이를 쓰지 못했던 겁니다. 법인 휴대폰과 법인 카드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해결책은 나왔지만, 개발 실무자들이 법인 폰과 카드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보니 사전에 고려 못한 웃픈 비하인드입니다.


논리적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추측보다 문화적 익숙함에 더 영향을 받는 결제. 3개월 치 광고비를 초기 1개월에 몽땅 몰아넣을 정도로 대중에게 소개했고, 다행히 모바일 카드 결제가 플라스틱 카드결제와 동일한 패턴으로 사용되면서 결제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삼성페이 때문에 경쟁사 제품에서 갤럭시폰으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삼성페이 이야기>는 삼성페이 성공 요인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동시에 아쉬운 점까지 생각해 봅니다. 삼성페이는 결제 수단인 카드와 계좌를 담은 컨테이너입니다. 어떤 카드여도 삼성페이에 등록하면 모바일 결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카드 대신 스마트한 매체로 이동한 거죠. 하지만 장점은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수익 없는 삼성페이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말입니다.


이 고민을 삼성에서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저자는 2019년 퇴사와 동시에 모바일 간편결제 솔루션 기업 올링크를 창업하며 결제 고객과 결제 매장을 선순환시키는 결제 기반 마케팅 플랫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삼성페이를 만들며 조금씩 채워나간 꿈을 자신이 추구하는 꿈으로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발걸음입니다.


지금까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장애물을 뛰어넘은 삼성페이. 이제는 누구도 매장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결제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이루기까지의 여정을 만날 수 있었던 <삼성페이 이야기>. 세상에 없던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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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친환경이 뭔가요? - 오늘부터 시작하는 에코 라이프
조지나 윌슨 파월 지음, 서지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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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7월 지구 표면 온도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달했다고 합니다. 역대 가장 뜨거운 7월을 보낸 겁니다. 지구 온도 상승폭의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이 예상보다 10년가량 앞당겨졌다는 기사가 최근에 올라오기도 했었죠.


기업에서는 ESG 경영을 앞세우고, 일반인들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관한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지만 진정한 친환경적 삶이 뭔지, 그 올바름의 기준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 직장, 사회적 관계에서 작은 변화를 만드는 간단한 실천법을 알려주는 책 <그러니까, 친환경이 뭔가요?>. 그동안 무관심했거나 게을리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작은 변화로 가능한 친환경적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우리의 지구는 지구 온난화, 산림 파괴, 물 안보, 오염, 쓰레기, 생물 다양성, 해양 산성화, 토양 침식, 자원 감소라는 9가지 중대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너무나도 거대해서 오히려 개개인의 무관심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당신이 시작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그러니까, 친환경이 뭔가요?>는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친환경 딜레마들을 다룹니다. 소비의 경험과 즐거움에 대한 욕망은 기업들로 하여금 계속 지구의 자원들을 남용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을 합치면 세계적 브랜드들이든, 정부든 압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CSR, 2030을 만나다>에서도 지속가능한 세상을 고민하는 MZ세대의 영향력에 대해 언급했듯 우리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대화하고, 질문하며 친환경적 삶으로의 변화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하는 편이 더 기분이 좋다고 하는 저자. 운동가 딱지 붙일 필요 없이 개인이 할 일을 선택하면 된다고 응원합니다. 의식적으로 내가 힘들게 번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친환경이 뭔가요?>는 주방, 음식, 욕실, 옷장, 쇼핑, 기술, 정원, 일과 놀이, 가족과 인간관계, 여행과 교통 등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서 친환경 실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친환경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심심찮게 등장했고, 상식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했던 게 틀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친환경이 아니라도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더 나은 방법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채식 식단이 탄소 발자국을 적게 남기지만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식품들도 많다고 지적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제철 식단이 가장 친환경적입니다. 유행하는 슈퍼푸드들이 환경에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똑같은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손설거지가 언제나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요즘 나오는 최신형 식기세척기가 물 사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신형 식기세척기가 훨씬 친환경적이라며, 이렇게 포인트 한두 가지만 보고 친환경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식기세척기 사용 전에 애벌 헹굼 하는 습관이 있다면 오히려 물 낭비를 하게 됩니다. 건조 과정까지 하면 에너지 낭비가 더해진다는 사실을 놓칩니다. 그 기계의 제조와 처분 과정 문제는 또 별개입니다. 물론 손설거지도 물을 계속 틀어놓고 한다면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한두 가지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놓치기 쉬운 점을 짚어주며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데 고려할 관점을 알려줍니다.


분별력을 갖고 소비자의 힘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그러니까, 친환경이 뭔가요?>. 내가 매일 마시는 커피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켜야 할 건 무엇인지, 퇴비화가 가능한 재질로 만든 상품이나 생분해된다며 광고하는 제품이 사실은 그 처리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갖춘 곳이 드물어 여전히 매립지로 보내진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과소비 문제만 해결해도 소비자로서 친환경적 삶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사용한 작은 물건들까지 꼼꼼히 짚어줍니다. 친환경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을 알면 알수록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1인당 매년 탄소 배출량이 선진국과 가난한 국가 간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미국은 약 16톤, 개발도상국은 0.1톤가량 된다고 합니다. 환경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육아 방법을 고민하고, 한 사람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2톤으로 줄이려면 가정에서의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생각보다 엄청난 탄소 배출원입니다. 생각 없이 방 온도를 1도 올리는 것만으로도, 일 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350킬로그램이나 늘어난다고 합니다. 디지털 작업을 많이 하는 요즘 온라인 활동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데이터 저장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물리적이든 가상이든 잡동사니를 처리하는 게 답입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닌 원료, 생산, 운송 문제까지 고려하면 꽤 복잡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종이봉투가 비닐보다 더 친환경적인지, 비건 가죽은 진짜 가죽보다 더 친환경적인지, 전자책과 실물 책 중 어느 쪽이 더 친환경적인지,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는 친환경적인지, 에어컨을 켜는 것과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친환경적인지 등 140여 가지 질문을 생각해 보며 개인이 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실천법을 소개한 <그러니까, 친환경이 뭔가요?>. 나와 지구를 위한 친환경적 삶을 위해 함께 노력해보자고 독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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