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1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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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Fact Check. 손석희 앵커와 김필규 기자의 팩트체크 방송 보면 속 시원할 때가 많은데요. 정보를 뛰어넘는 '진실'을 향한 팩트체크가 책으로 나왔네요.

 

워싱턴 포스트는 정치인 거짓말 정도에 따라 피노키오 개수 부여하며 진실과 거짓을 체크하지요. 그런데 TV 방송용으로 매일 이런 팩트를 체크하는 것은 JTBC 뉴스룸 코너의 <팩트체크>가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그것도 정치 외 국내 이슈, 경제, 사회, 법,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그 정보성도 폭넓고요. 거짓 정보의 공해 속에서 책임 저널리즘의 모델인 셈입니다. 


<팩트체크>는 오늘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5가지 질문을 합니다. 무엇에 눈 뜨고 귀 기울여야 하는가. 알수록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이 사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 이 사회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머리와 마음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2015년 핫이슈 체크에서는 장그래법, 어린이집 학대, 땅콩 회항, 담뱃값 인상, 메르스, 세월호 이후 현황 등에 대해 다룹니다. 장그래법이 기회의 연장이 아닌 고통의 연장인 이유를 비정규직 기간 연장, 정년 60세 연장, 해고 요건 완화 등 상반된 다양한 쟁점을 함께 따져보면서 숨겨져 있는 꼬리표가 무엇인지 파헤칩니다.

 

전염병 공포를 일으킨 메르스 사태는 무지에 의한 유언비어, 정부 대책 방식 등을 3주간에 걸쳐 집중했던 것을 정리해두기도 했고요.​ 세월호와 9.11 테러 사건을 비교하며 국가적 재난 예방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놓쳐서는 안 될 구멍을 짚어줍니다.

 

 

 

가계통신비 지출 비율이 높은 요즘. 데이터 시대가 열리긴 무슨~! 실질적 혜택 없는 말뿐인 데이터 시대, 그리고 청부입법 단통법의 문제점을 짚어줍니다. 간편해서 애용한다는 청부입법 사례를 보니 "단통법은 의원님들 입법으로 제정된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변명한 미래부 장관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정치인들의 말이 팩트체크의 주요 대상이긴 합니다. 문제 제기만 하면 정치 공세로 치부해버리는 작태, 말 바꾸기 등...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따끔하게 꾸짖던 사항도 정치인이 되면 돌변하더군요. 자리가 그렇게 만든다는 최악의 사례가 정치인인 것 같아요. 

 

 

 

<팩트체크>는 그리스 위기를 복지 과잉으로 본 여당의 잘못된 인식도 걱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원인을 잘못 찾으면 해법도 잘못 나올 수밖에 없다고요. 그리스 위기를 두고 한국의 과잉 복지를 언급한 사태에 대해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한 말이 언급됩니다. "4대강이나 자원 개발에 몇십조 원을 쏟아부은 정부가, 무상급식 2조 원이 아깝다고 호들갑 떠는 모습은 가관이다."

 

 

 

실생활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정당방위, 도촬 기준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요.

특히 도촬 기준을 소개하며 마지막에 던진 한마디가 재밌었어요. '이 정도면 처벌받을까, 아닐까' 고민하지 말고 의심받을 만한 일은 애초에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고요 ㅎㅎ

 

 

​올 한해 이슈를 보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을 때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느냐, 이 사건의 구멍은 무엇인가를 살펴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팩트체크>.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제공하지 않는 우리나라 미디어 매체 실태. 그저 지난 뉴스 정리해보는 게 뭐 중요할까 넘겨버릴 게 아니라 앞으로 정확하게 보는 노력, 번지수 잘못 찾지 말고 눈 뜨고 귀 기울여야 보이는 진실을 잘 체크해보자는 의미가 큰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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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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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형 에세이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어요.

라디오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야밤에 조곤조곤 듣는듯한 분위기가 섬세한 문체와 어우러져 글이 참 아름답단 생각을 했네요. 사실 표지와 제목만 보고는 심리 관련 이야기인가 생각하고 책장 넘겼다가 폭 빠져 읽어버렸네요.

 

나이가 들수록 합리화도 쉬워지고, 모르는 척도 쉬워지고... 생물학적 나이에 벗어나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어려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선 어떡해야 하나 고민으로 시작합니다. 그녀는 '나를 의심하지 않은 어른'이 되기 싫다고 합니다. 나, 세상에 대해 의심도 하지 않는 어른들 세상에서 말이죠. 

 

 

 

 

"나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안정된 어른이 될까."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전히 불안한, 그러면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는 끝내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사실 크긴 합니다. 하지만 더는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게 없는 어른 쪽은 영 재미없지 않으냐는 말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하게 합니다. 마음이 늙은 어른만큼은 되고 싶지 않지만, 어느새 현실과 삶은 어른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나를 의심한다>는 크게 일상, 환상, 음악 세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일상 파트에서는 지인들과 나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환상 파트에서는 특별히 파란 글씨로 구분해 몽환적인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음악 파트에서는 김동률 <동행> 앨범 수록에 에세이를 붙인 사랑, 이별, 추억에 관한 글을.

 

특히 김동률, 엄정화 등의 나래이션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읽다> 코너는 Youtube로 들을 수 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어떤 건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슬픔을 ㅠ.ㅠ

환상 파트의 글도 이게 정말 진실일까, 거짓일까 싶을 정도로 픽션 요소가 강해서 독특한 에세이였어요.

 

 

 


강세형 저자가 말하는 나를 의심한다는 것은 사실과 거짓, 진실과 환상, 현실과 꿈을 오가는 속에서 내면의 상처를 꺼내보는 일이었어요. 수많은 기억, 수많은 추억의 파편을 들춰보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의심해보는 것으로 모든 것의 의심을 멈추는 어른의 세계를 경계합니다.

 

현재의 내 삶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현재의 내 기쁨마저 스스로 망쳐버리지 말자며 현재의 나에게 관대해지고 싶다는 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니 가장 좋아하는 것이니... 적어도 어떤 한순간에는 내 마음을 다했기에 가장, 최고... 이런 걸 잘 꼽지 못하겠다는 글... 등 강세형 저자와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도 많아서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괜찮은 에세이 한 권 찾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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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로 유전의 비밀을 풀어라 - STEAM 수학.과학 창의 스토리 수학으로 통하는 과학 5
강호진 지음, 최은영 그림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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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을 통해 유전 법칙을 공부한다고?
가능성을 따지고 경우의 수를 세고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구하는 것은 곱셈과 분수를 알면 되는 문제!


<확률로 유전의 비밀의 풀어라>는 유전자의 역할, 특징, 돌연변이, 재조합 등 유전자에 관한 정보를 소개합니다.
이 엄마도 몰랐던 신기한 유전의 비밀! ^^

우성과 열성 유전자 사례에서 손가락이 6개인 다지증이 우성 형질이라더군요.

세상에 이럴수가! 다만 다지증 유전자 비율이 매우 낮아 다지증이 많이 나타나지 않는 것일 뿐이라는군요. 우와~


<확률로 유전의 비밀을 풀어라!>를 읽으면서 신비로운 유전자 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경우의 수와 확률로 살펴보며 수학과 과학의 융합을 제대로 실감하기도 하고요.

과학 지식과 함께 수학 실력도 업~!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며 읽어나가는 방식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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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승부하라 - 대한민국 대표 중국어 강사, 문정아의
문정아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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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었던 트렌드 에듀 2016 책에서 중국어 교육을 크게 한 파트 다룰 정도로 이제는 중국어 필수 시대입니다. 조기 중국어, 중국어 유치원까지... 그 열성과 정보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네요.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중국어를 접해봤는지라 저보다 덜 낯설어하는 정도니 이 엄마만 뒤처지는 느낌이군요 ^^;


중국어 한번 공부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도 지긋지긋한 한자, 병음, 성조의 까다로움에 겁먹어 선뜻 발을 못 넣었는데 <중국어로 승부하라!>를 읽고 자신감이 좀 더 차오르네요.


우리 세대 영어 공부한 것처럼 해봤자 중국어도 영어 꼴 나겠다 싶어 어떻게 중국어를 공부해야할까... 이 부분이 사실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어로 승부하라!>는 누구나, 마음껏, 제대로 중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문정아 중국어연구소를 설립한 HSK 최고 강사 문정아의 에세이입니다.

중국어 공부하며 쌓은 노하우, 슬럼프 극복기, 잊지 못할 제자들 이야기 등... 중국어와 10년 넘게 함께하며 쌓아 온 기억을 풀어놓기도 하고,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되는 팁도 알려주고 있답니다.


 

요즘은 중국진출이 필수코스다 보니 기업에서도 중국어 관심이 상당히 높더군요.

취업, 승진, 입시 등 다양한 이유로 중국어를 공부하고, HSK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의 성공사례를 들려줍니다. 한결같이 성실함과 끈기가 돋보이는 사례였어요.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을 갖고 공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강생들이 어찌 이뻐보이지 않을 수 있겠어요. 글을 읽다 보면 제자들을 향한 애정이 넘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최고의 HSK 강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10년의 세월이 담긴 강의일지 일부도 공개합니다.

좋은 강사가 되기까지 유명강사들을 벤치마킹하며 장단점을 파악해보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싶어 본인 건강관리도 철저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무엇보다 자만심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자세를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도요.


 

 

그런데 이렇게 최고의 HSK 강사가 된 그녀는 중국어 전공자가 아니었네요.

중국 유학생활을 5년간 했지만, 중의학을 공부하기 위한 유학이었더군요. 중의학과 중국어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했기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듯 합니다. 그때 겪은 경험이 현재 문정아표 중국어 학습 도구로 발전한 것도 있더라고요.


 

중국어는 어렵다?

그런데 문정아 샘이 알려주는 중국어는 생각보다 매력적이네요. 짧은 단어, 시제에 따른 동사 변화 없고, 의문문도 도치법이 아닌 단어 하나 붙이면 되고, 정관사도 없고.


글자마다 지닌 음의 높이를 뜻하는 성조, 알파벳 표기와 비슷한 중국어 발음기호인 병음, 그리고 기본적인 한자. 이 세 가지가 발목 잡지 않게 중국어 공부 제대로 시작하는 법. 문정아표 중국어라면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중국어는 언어! 언어는 철저히 소리 내서 익히는 것이 좋다고 강조합니다.

처음부터 성조와 병음을 완벽하게 익히려들면 언어가 아닌 공부가 되는 거죠. 대신 문정아표 중국어 학습은 소리훈련과 반복이 기본입니다. 많이 듣고 읽다 보면 성조 원칙은 자연스럽게 익혀지게끔 하는 게 목표군요. 언어를 익힐 땐 꼭 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중국어 공부는 독학? 현장강의? 인강?

나에게 맞는 정말 좋은 강의를 선택하는 법, 인터넷 강의 제대로 활용하는 법도 깨알 팁으로 알려주고요.


'문정아의 약속'이라며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고 값싸게 배울 수 있게 한다는 다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인터넷에서 무료 강의만 들어도 기초 중국어는 완성할 수 있다고 해요. 본인 의지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HSK 3급까지는 거뜬하다고도 하고요. 문정아 샘은 비싸서 못 배우는 일은 없게 한다는 점이 넘 좋네요. 지겹지 않은, 중독성 있는 동영상도 매력적이고요. 중국어를 무기로 더 큰 무대에서 성공 거둘 수 있도록 도움 주는 문정아 샘을 등에 업고 중국어 시대를 준비해 봐야겠습니다.


"중국어를 단순히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국어를 경험하도록 하라."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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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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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

14권 중 11번 째 책, 행인을 읽으며 3차분 출간된 분량까지 모두 읽었습니다.

이제 몇 개월 후 마지막 세 권만 더 나오면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은 완간되는군요.

 

 

 

 

<행인 行人>은 읽으면서 좀 놀랐던 작품이었어요.

출간 순으로 쭉 읽어오다보니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심적 변화, 문학관을 동시에 엿보며 읽어올 수 있었는데, 소세키 후기 3부작이라 일컫는 <행인>은 그야말로 존재론적 질문으로 가득합니다.


1912년 12월부터 약 1년 간 아사히 신문 연재된 <행인>.

그런데 위궤양과 신경쇠약으로 연재중단을 했을 정도로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건강악화가 있었는데요. 이때 5개월 정도 중단된 시점에 나쓰메 소세키의 심적 변화가 특히 크게 작용했는지... 완결을 거의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분량이 대폭 늘어난 소설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4장은 그래서 좀더 작가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노력하면서 책장을 넘기기도 했네요.


<행인>에서는 사랑의 여러 형태가 등장합니다.

뭔가 화끈함을 예상할만한 묘한 관계도 나와서 어어? 갸웃거리며 읽기도 했어요.

친구 미사와와 '나'의 경쟁구도, 친구 미사와의 옛 사랑 이야기, 어머니의 친척 오카다 부부 이야기, 아버지가 들려준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가장 직접적 관계를 맺는 형 부부 이야기. 특히 형과 형수 관계에 '나'가 엮이면서 '나'는 그저 관찰자 입장이 되고, 형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형이 '나'에게 질문한 "넌 남의 마음을 알 수 있어?"에 담긴 형의 속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형의 심적변화를 흥미진진하게 이끌고 있어요. 체면불구하고 동생에게 물은 저 말은 영혼 즉 정신도 얻지 못한 여자와 결혼한 자신을 드러낸 말입니다. 정신을 얻지 못하면 만족할 수 없다는 조지 메러디스 작가의 글을 인용하면서 형 부부관계의 불안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형이 '나'에게 형수의 정조를 시험해달라는 제안입니다.

형의 최대 관심사는 아내의 진실을 아는 것이죠. 남편을 사랑해야 할 아내가 시동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을 가졌던 형. '나'는 형이 말하기 전까지는 형수를 그렇게 생각해본 일조차 없다가 갑자기 사건의 중심에 엮여버리네요. 형이 궁금한 것은 과연 아내가 누구를? 입니다.

그렇다고 아니, 형수와의 하룻밤을 제안하는 형이라니. 이런 어이상실하게 만드는 사건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서 나오다니! 드디어 소세키 작가의 소설에 19금 등장하는가! 


 

그러다 정말 본의아니게 형수와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천재지변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된 사건이 생깁니다.

두려움과 흥분의 마음을 오가는 '나'를 그린 묘사는 독자들을 제대로 낚아버립니다. 갈팡질팡하는 사고의 흐름을 고스란히 묘사했던 소설 <갱부>를 다시 만난 느낌입니다. 실망스럽게도(?) 예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ㅋㅋ

​형수의 마음은 솔직히 끝까지 모르겠더라고요. "남자들은 패기가 없어요, 막상 일이 닥치면요." 라고도 말하는 형수. 친절을 가장한 교태인지.


'나'는 사실 뚜렷한 연애관이 없습니다. 친구 미사와와의 경쟁에서도 딱히 연애관과 결혼관이 없는 상태로, 막상 부딪히면 현실을 회피하는 성향의 인물입니다. 이런 '나'가 형 부부의 갈등에 휘말려가는 과정이 흥미롭더라고요. 

형은 '나'에게 신곡의 파오로와 프란체스카의 불륜을 이야기하며 "인간이 만든 부부라는 관계보다는 사실 자연이 만들어낸 연애가 더 신성하니까" 라는 말도 합니다. 이런 형을 두고 있는 '나'는 얼마나 가시방석일까요. 정작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위축되는 상황입니다.

 

 

 

​후반에는 H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동안 관찰자 입장이었던 '나'에서 H가 형을 관찰하는 입장으로 바뀌는 구도를 보여줍니다.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점점 이상해져가는 형과 여행을 하면서 관찰한 것을 적은 장문의 편지가 마지막 장을 상당히 차지하네요. 이때 비로소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자의 불안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자네 마음과 내 마음은 도대체 어디까지 통하고 있고 어디서부터 떨어져 있을까?"라는 형의 질문에 H씨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는 다리는 없다"며 독일 속담을 인용합니다.


자신에게 성실하지 못한 자는 결코 타인에게 성실할 수 없는 거라며, 성실을 가장한 거짓을 비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도 아내에게 얼마나 성실했는가 하는 자기반성의 모습은 그동안 없었죠.

하지만 이제 불안장애가 극에 달한 형은 ​"죽거나 미치거나, 아니면 종교에 입문하거나, 내 앞에는 이 세가지 길 밖에 없네." 라는 말로 연구적인 내가 실행적인 나로 바뀔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쉽게 자극 받으면서 어떤 자극에도 끝까지 견디지 못하는 약점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인>.

정답은 없지만 삶의 의미와 살아가는 이유를 고민하는 존재론적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보려는 과정을 형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 같아요. 불안장애를 겪는 형의 모습은 신경쇠약으로 고생한 소세키 작가 본인의 모습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소세키의 에고 ego 3부작이라 불리는 <춘분 지나고까지>, <행인>, <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전집 마지막 4차분에서 출간될 <마음>에서는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됩니다.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진실이라는 주제 자체가 어렵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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