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러몰로지스트 3 - 피의 섬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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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사냥꾼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는 괴물학자다.

 

마지막 권이 남아있지만 3권 정말 최고였어요! 제대로 웃기다가도 제대로 잔혹포텐 터뜨리는 릭 얀시 작가. 2권은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의 과거에 치중했다면, 3권 <피의 섬>은 박사의 제자이자 조수인 윌 헨리의 성장기와도 같습니다.

 

 

 

이번엔 괴물도 그냥 괴물이 아닙니다. 괴물학의 성배, 괴물의 아버지, 심연의 군주라 불리면서도 그 누구도 괴물의 본 모습은 발견하지 못한 괴물 중의 괴물 티포에우스 마그니피쿰. 그 괴물이 식사할 때면 잘게 다져진 부스러기들이 하늘에서 쏟아진다는군요. 이번에 등장한 괴물도 식인이니 상상은 자유.

 

 

 

1권에서 등장한 괴물사냥꾼 존 컨스 박사가 (무려 잭 더 리퍼!) 워스롭 박사에게 작은 상자를 보냈습니다. 그 상자를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하기 이용된 배달원의 사연도 초반엔 어찌나 웃기던지. 생각보다 유쾌하게 시작합니다.

 

그나저나 상자 속 물건의 정체는 괴물학의 성배라 불리는 마그니피쿰의 흔적이었어요. 절대 직접 손을 대면 안되는 물건이지만, 그런 걸 알 리 없는 배달원은 이미 손을 댔던 겁니다.  워스롭 박사의 집에서 한순간에 증세가 악화되면서 기이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윌 헨리마저 손가락 하나를 잃게 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윌 헨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워스롭 박사. 평소 윌 헨리를 거의 노예 수준으로 대했지만, 앓아누운 윌 헨리 곁에 머물러 보살핍니다.  "너는 나를 인간으로 지탱해 주는 유일한 존재"라며 "날 두고 떠나는 건 허락할 수 없다"라고 읊조리는 박사의 모습은 측은하더라고요.

 

이런 박사의 마음은 윌 헨리에게 오히려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마그니피쿰의 실체를 찾아 떠나면서 윌 헨리를 남겨두고 다른 사람을 조수로 데려간 겁니다. 박사의 배려가 윌 헨리에게는 수치심, 혼란, 분노를 안겨줍니다. 윌 헨리는 실존의 의미가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고 했나요. 윌 헨리를 두고 떠난 박사는 어이없게 영국의 한 정신병원에 감금되어버리고, 마그니피쿰을 쫓는 영국과 러시아의 알력 사이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윌 헨리가 합류하게 되고, 아프리카로 간 그들은 본격적으로 괴물 사냥에 돌입하는데.

 

<피의 섬> 편에서는 워스롭 박사와 윌 헨리의 관계를 철학적 수준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네요.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독자에게 보여주는데 집중합니다. 어떤 장면에선 눈물도 찔끔할 정도였어요. 릭 얀시 작가의 문체도 이번엔 좀 더 시적인 분위기를 풍겨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윌 헨리는 폭풍 내면 성장을 보여줘 이젠 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쫓는 이들을 해치우는 윌 헨리의 모습은 괴물사냥꾼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서는 나 아닌 내가 빠르게 풀려나고 있었다"라고 깨달은 윌 헨리. 이 사건을 통해 우리 각자의 내면에 숨어 있는 괴물, 얼굴 없는 존재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심연과 우리를 가르는 경계가 얼마나 약하고 가는지 알게 됩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중

 

 

 

무서우면서도 욕망했다. 욕망과 두려움은 내가 괴물학자에게서 가장 크게 물려받은 것이다.

 

붉은 비, 핏빛 강을 이루는 피의 섬에서 욕망이 절망을 만나는 순간, 괴물과 인간의 구분이 사라져 버립니다. 3권 <피의 섬>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으며 숙연해지는 기분까지 맛보았네요.

 

그나저나 매권 카메오 인물을 내세워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릭 얀시. 이번에 등장한 카메오는 순간 제가 꺄악~! 소리쳤을 만큼 깜짝 인물이었어요. 셜록 홈즈의 창조주 코난 도일 박사입니다. 후반에는 아프리카에서 삶을 마감한 프랑스 시인 랭보까지 등장합니다. 그들의 깨알 대사와 행동, 무척 재미있답니다. 1권에 등장했던 잭 더 리퍼로 알려진 존 컨스 박사가 왜 갑자기 연쇄살인을 멈추고 사라졌는지를 짐작게 하는 충격적인 장면도 등장하니 기대하시라!

 

윌 헨리의 일기장을 옮긴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일기장은 이제 세 권만 남았고, <몬스트러몰로지스트 4 최후의 내리막길> 편은 제목부터 마음이 아릿아릿해질 정도여서 벌써 슬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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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김은하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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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행은 길을 잃은 후 시작된다. 보물찾기는 그때부터다.
구시가지 골목골목을 지도 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 사는 풍경은 가까워지고, 당신만의 새 지도 한 장이 만들어진다.

 

 

 

드넓은 영토 덕분에 남쪽의 온화한 지중해와 북쪽의 거친 자연 절경 등 다채로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유대, 이슬람, 가톨릭 문화가 공존하고 20세기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 스페인. 스페인의 현재와 과거 모두 볼 수 있는 중남부 코스, 가우디와 소도시 여행하기 좋은 동부 코스 등 스페인의 역동성과 여유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자유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있어요. 산티아고 순롓길도 있죠.

 

 

 

<셀프트래블 스페인>에서는 수도 마드리드보다는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집중했습니다. 김은하 여행작가는 스페인 로컬 문화에 푹 빠져보는 것을 강조합니다. 언제나 축제인 스페인에서 여행자처럼 굴기보다는 현지 행사와 음식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말이죠. 바르셀로나는 일주일 정도의 일정 혹은 한두 달 살아 보기에도 무척 좋은 도시라고 해요.

 

 

 

스페인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가 가우디의 멋들어진 건축물 때문인데요.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가우디의 후원자 구엘 저택, 동화 속 집처럼 아름다운 카사 바트요, 나선형의 몸체에 투구를 쓴듯한 카사 밀라, 봄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타일이 돋보이는 카사 비센스, 전원도시를 조성하려다 중단되어 현재 공원으로 된 구엘 공원, 가우디가 말년에 매달린 성 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을 하나하나 소개합니다.

 

가우디 건축 여행 외에도 보케리아 시장, 구시가지 산책, 지중해 해변에서의 여유 등 들를만한 곳이 꽤 많았어요. 특히 바르셀로나에 가서 유명 재즈 공연을 관람하는 즐거움을 놓치기엔 아깝겠더라고요. 다양한 라이브 공연으로 예술과 문화가 꽃 피는 밤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스페인 사람들이 지닌 여유로움과 무한 체력은 정말 최강이라고 하는군요. 의자 없는 바에서 몇 시간고 서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춤과 음악을 함께하며 밤새 놀기도 하고. 노천 클럽 등 다양한 대표 클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집중했기에 나머지 3분의 1 분량은 스페인의 또 다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곳을 콕콕 짚어주고 있어요. 절벽 위에 펼쳐진 하얀 도시 론다, 예술 과학의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건축물이 있는 스페인 제3의 도시 발렌시아, 거칠고 푸른 바다와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는 유럽의 봉우리들을 만날 수 있는 북부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스페인 하면 가우디 건축 여행이나 여러 문화가 혼재한 톨레도 여행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셀프트래블 스페인>을 읽고 나니 코스가 훨씬 더 늘어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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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부자들 - 무일푼에서 100억 원대 회사 만든 61인의 현재 진행형 성공기
이신영 지음 / 메이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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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은 뭐가 다를까요.

돈, 경험, 기술, 학벌이 빵빵해야 할까요. 이런 고정관념을 확 깨뜨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에 소개된 사람들은 출발점이 특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 성공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가들을 인터뷰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 의문을 품었다는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이신영 저자. 네이버 JOB& 기사를 위해 한국의 젊은 부자 100여 명을 만난 후 고정관념은 깨졌습니다. 특출난 스펙이 아닌데도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지 젊은 부자들의 창업 스토리와 성공 비결을 소개한 <한국의 젊은 부자들>에서 확인해보세요.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결국 성공 창업의 결정적 요소는 우리가 평소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우리는 보통 젊은 창업자가 성공할 만한 일이라 하면 주로 IT 분야부터 생각하게 되는데, 책에 등장한 젊은 부자들의 업종은 무척 다양했습니다. 첨단이든 전통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죠.

 

스펙은 어떨까요. 중졸에서부터 해외 대학원생까지 출신학교도 다양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어렵다는 시기에 대부분 시작했고, 사업이 정상 궤도에 돌입하기까지 최소 2년에서 평균 5~6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그동안 숱한 실패를 했고, 이들의 성공은 현재 진행형일 뿐입니다. 지금의 성공 역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사고방식이 공통적이었어요.

 

 

 

이 책을 보면서 이토록 젊지만 쟁쟁한 업체가 많았구나 새삼 놀랐어요. 기사로 접했던 곳도 있고, 제가 이용하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낯선 업체가 많긴 했습니다. 헬스케어 분야 토종 스타트업이 미국 정부의 대규모 사업을 따낼 정도로 글로벌 행진을 하는 곳도 있었고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스베누 몰락 사태. 출혈 마케팅과 불량으로 3년 만에 대박 신화와 몰락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젊은 부자들로부터 그들이 가진 가치와 철학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중요했습니다. '돈만 추종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진정한 성공이 따라온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자투리 원단을 이용해 옷을 만든다는 발상으로 비용 절감에 성공한 SYJ, 모두가 망할 거라며 반대하는 아이템으로 성공 신화를 세운 제이준, 스크래치펜 나이트뷰를 만든 공대생의 라고디자인, 열등감을 기회로 만들어 탈모샴푸를 개발한 휴메이저. 정리해고 이후 취미생활하다 뒤늦게 재능 발견한 마망갸또 등 남들이 다 가는 길, 스펙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창업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젊은 부자들. 접근 방식을 다르게, 단점을 성공을 위한 기회로 삼는, 코뿔소처럼 나아가는 정신력이 대단한 사람들이었어요.

 

 

 

<한국의 젊은 부자들>에서 들려주는 생각법, 창업기, 성공 비결, 실패 극복법까지 61인의 현재 진행형 성공기는 용기와 에너지를 줍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이들처럼 하라는 게 아니라고. 그들이 보여준 가능성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다음 젊은 부자는 당신 차례일 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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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트러몰로지스트 2 - 웬디고의 저주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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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망치고 있었지만, 우리가 피해 도망치는 그것은 실은 우리와 함께 있었다."

 

1권에서는 괴물학자와 제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괴물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맛보기를 보여줬다면, 2권 <웬디고의 저주> 편에서는 북미 대륙에서는 익숙한 전설의 괴물 웬디고를 소재 삼아 흥미를 돋웁니다.

 

괴물학자의 조수 윌 헨리가 1988년에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일기장 내용이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 스토리입니다.

 

 

 

열두 살인 윌 헨리와 괴물학자의 관계는 여전히 투닥투닥. "너 때문에 내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 너와 얘기를 하느니 차라리 미노스 방의 미궁에서 헤매는 게 낫겠어."라는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의 말은, 둘의 대화를 보고 있는 독자가 그 둘에게 딱 하고 싶은 말입니다.

 

툭하면 "윌 헨리이이이이이이!" 호출하니 한밤중에도 달려가야 하고, 말끝마다 "냉큼 움직여라, 윌 헨리!"가 입에 붙은 괴물학자. 심각한 상황에서도 독자를 웃기는 능력자이기도 해요. 어쨌든 저도 모르게 측은지심으로 윌 헨리를 보고 있더라고요. 어떨 땐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몰아붙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윌 헨리에 대한 정을 슬쩍 엿볼 수 있어 미워할 수 없는 괴물학자입니다.

 

 

 

1권에서는 워스롭 박사를 그저 괴팍한 성정의 괴물학자로만 인식했다면, 2권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바로 사랑을 하는 워스롭 박사. 사랑이라니! 흉측한 괴물을 다루면서 (무엇보다 워스롭 박사라고!) 사랑이라는 주제? 도통 어울리지 않지만 그걸 엮은 릭 얀시 작가, 대단하더라고요. 

 

 

 

워스롭 박사는 웬디고를 전설의 미신으로 생각합니다. 웬디고는 평범한 토착 생물일 뿐인데 신화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치부하죠. 뱀파이어나 요정처럼 괴물학의 연구 분야로 치지 않습니다. 그러던 차에 오랜 친구가 웬디고를 쫓는다며 산으로 들어갔다가 실종되자, 박사와 윌 헨리는 캐나다로 향하는데.

 

깊은 숲 속으로 친구의 발자취를 뒤따르며 결국 그를 구해내지만, 이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전설 속 괴물 웬디고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일어나는 기이한 살인사건들은 웬디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박사에게 혼란만 줍니다. 그저 미치광이가 된 친구가 벌이는 짓인지, 진짜 웬디고가 존재하는 것인지. 숲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박사마저도 정신적 공황에 빠질 정도로 험난했습니다. 박사와 조수 간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어요.

 

 

 

렙토 루르코니스.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이름은 웬디고. 5미터의 키, 종잇장처럼 얇은 몸, 얼음 심장, 노란 눈을 가진 웬디고 역시 식인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식욕 때문에 언제나 굶주림 상태인 웬디고. <몬스트러몰로지스트>에서는 특히 심장을 목표로 하는 웬디고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먹고 또 먹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더 허기를 느끼지. 결코 채워지지도 않고 만족시킬 수도 없는 굶주림이다."

 

한편 괴물학 협회 회장 폰 헬룽 박사가 신화 속 존재들을 괴물학 사전에 포함시키려 하자, 반대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박사와 조수. 친구가 웬디고를 쫓아 숲 속으로 들어간 것도 웬디고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는 폰 헬룽 박사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친구와 친구의 아내 그리고 워스롭 박사. 이 세 명의 관계는 뜬금없는 삼각관계 로맨스가 아니라, 워스롭 박사를 이해하는데 무척 중요한 배경이었어요. 그리고 웬디고를 쫓은 친구의 비밀과도 얽혀 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 웬디고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웬디고에게는 끝없는 허기만 존재합니다. 한 모금 들이키면 채워지기도 하는 사랑과는 다르죠. 그런데 결코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과 닮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뒤틀린 과거를 바로잡고 싶었던 친구의 속내도 애잔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신념 때문에 많은 것을 잃은 박사의 스토리도요.

 

그나저나 1권 읽으며 잔혹한 묘사에 면역력 생겼다 싶었는데... 아니군요. 2권에서도 만만치 않은 수준의 잔혹 포텐 터집니다.

 

"이 세상 모든 신성한 자들이여 대답해 다오.

신은 어째서 지옥을 만들었는가. 이미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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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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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어벤져스, 토르, 반지의 제왕 등에 나오는 북유럽 신화의 오리지널을 만날 수 있는 책 <북유럽 신화>. 무엇보다 천재적 이야기꾼 닐 게이먼이 다시 쓴 북유럽 신화라니 저자 명성만으로 이미 기대 지수 폭발합니다.

 

 

 

닐 게이먼은 유명한 그래픽 노블 <샌드맨>의 저자이고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홀딱 반해 수십 번을 돌려 본 애니메이션 영화 <코렐라인>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그림책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 그림책보다 제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고 엄청난 호러와 찌릿함을 느끼며 바로 구입했던 그림책 <벽 속에 늑대가 있어>가 더 인상 깊었는데  이 책도 닐 게이먼 작품이네요. 최근에는 <잠자는 미녀와 마법의 물렛가락> 그림책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났고, 이번 <북유럽 신화>를 읽으며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여러모로 우리 모자의 취향저격 작가입니다.

 

 

 

그리스 신화와 함께 서양 신화의 양대 산맥인 북유럽 신화. 그리스 신화에 비해 북유럽 신화는 전해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산문과 시에 등장하는 여러 버전 신화들을 혼합해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가 탄생되었습니다. 이 책은 원전 완역본이 아닌, 원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닐 게이먼의 필력을 담은 개작한 북유럽 신화입니다.

 

궁금해서 인터넷 서점에 검색해봤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국내 서적은 약 1000여건 검색되는 반면, 북유럽 신화는 50건을 갓 넘어선 수준이더라고요. 그만큼 북유럽 신화는 아직 우리에게 낯선 신화입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를 원형으로 한 미드나 히어로 영화를 통해 이미 익숙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토르, 로키 정도는 이제 누구나 다 알법한 존재감을 가졌죠. 북유럽 신화의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셋입니다. 최고의 신 오딘, 오딘의 아들 토르, 오딘의 의형제 로키. 이 셋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북유럽 신화에서는 이그라드실이라 부르는 물푸레나무(세계수)가 세계의 중심입니다. 9개 세상을 연결합니다. 모든 신화에는 우주와 신과 인간의 탄생이 있듯 북유럽 신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텅 빈 공간에서 거인족이 먼저 탄생하고, 그들에게서 오딘과 그의 형제들이 탄생합니다. 이후 오딘 형제들이 태초의 거인을 죽임으로써 우주와 생명의 시작이 본격화되는데요, 거인의 살이 흙으로, 뼈는 산과 절벽으로, 피와 땀은 바다로 변합니다.

 

북유럽 신화 속 신들도 인간처럼 죽을 수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만의 특징이라면 세상의 종말이라는 라그나로크 개념이었어요. 그런데 라그나로크 이후는 말 그대로 끝이 아닌 놀라운 반전이 도사리고 있으니, 북유럽 신화 자체가 한 편의 거대한 미스터리 소설 같은 느낌이랍니다.

 

 

 

북유럽 신화 세계관과 주요 인물 소개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신화 속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토르의 아내 시프의 아름다운 금발 머리를 대머리로 만든 로키. 술에 취해 재미 삼아 했다는 로키를 잘근잘근 씹어버려도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난 토르에게 로키는 자기가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로키의 술수로 아내의 금발머리는 물론, 그 유명한 묠니르 망치를 얻게 됩니다. 아무리 세게, 멀리 던져도 되돌아오는 무기 묠니르 망치. 그런데 손잡이가 짧죠. 그 이유도 에피소드 속에 나오더라고요. 토르와 로키의 투닥거림은 은근 재미있어요. 둘이 대화할 때면 코미디가 됩니다. 토르가 망치를 도둑맞아 되찾으러 갈 때 여장을 하게 만든 것도 로키였고요.

 

 

 

로키는 이처럼 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운,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입니다. 교활, 영리, 음험, 사악, 자기중심적 등 온갖 부정적인 성정을 다 갖다 붙이면 로키라는 인물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딘의 의형제이자 토르의 친구이면서 결국 배신자인 로키.

 

북유럽 신화 속 로키의 최후는 인과응보적인 성격이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신들의 정당성에 무조건 찬성할 수만은 없을 만큼 독자로부터도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참 독특한 인물입니다.

 

 

 

세상의 종말과 신들의 죽음 라그나로크. 로키의 자식들이 벌이는 종말의 시작입니다. 그들과 신들의 치열한 전쟁신은 좀 더 길게 다뤘다면 더 흥미로웠을 텐데 조금 짤막해서 아쉽긴 했어요. 9개 세상 중 인간이 살던 미드가르드 역시 파괴됩니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헤임달이 마지막 한 수를 준비해놨죠. 대단한 반전이에요.

 

"그리고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천재 이야기꾼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가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아니면 닐 게이먼 작가가 이토록 재미있게 쓴 건지, 어린이책으로 이미 북유럽 신화 책을 읽어봤지만 역시... 결론은 닐 게이먼이어서 더 재미있었던 겁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감칠맛 나는 대화 장면으로 흡인력은 최고입니다. 북유럽 신화는 닐 게이먼 책으로 시작해 보세요. 게르만 민족 신화인 북유럽 신화의 매력, 단숨에 끌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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