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타워즈, 어벤져스, 토르, 반지의 제왕 등에 나오는 북유럽 신화의 오리지널을 만날 수 있는 책 <북유럽 신화>. 무엇보다 천재적 이야기꾼 닐 게이먼이 다시 쓴 북유럽 신화라니 저자 명성만으로 이미 기대 지수 폭발합니다.

 

 

 

닐 게이먼은 유명한 그래픽 노블 <샌드맨>의 저자이고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홀딱 반해 수십 번을 돌려 본 애니메이션 영화 <코렐라인>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그림책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 그림책보다 제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고 엄청난 호러와 찌릿함을 느끼며 바로 구입했던 그림책 <벽 속에 늑대가 있어>가 더 인상 깊었는데  이 책도 닐 게이먼 작품이네요. 최근에는 <잠자는 미녀와 마법의 물렛가락> 그림책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났고, 이번 <북유럽 신화>를 읽으며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여러모로 우리 모자의 취향저격 작가입니다.

 

 

 

그리스 신화와 함께 서양 신화의 양대 산맥인 북유럽 신화. 그리스 신화에 비해 북유럽 신화는 전해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산문과 시에 등장하는 여러 버전 신화들을 혼합해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가 탄생되었습니다. 이 책은 원전 완역본이 아닌, 원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닐 게이먼의 필력을 담은 개작한 북유럽 신화입니다.

 

궁금해서 인터넷 서점에 검색해봤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국내 서적은 약 1000여건 검색되는 반면, 북유럽 신화는 50건을 갓 넘어선 수준이더라고요. 그만큼 북유럽 신화는 아직 우리에게 낯선 신화입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를 원형으로 한 미드나 히어로 영화를 통해 이미 익숙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토르, 로키 정도는 이제 누구나 다 알법한 존재감을 가졌죠. 북유럽 신화의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셋입니다. 최고의 신 오딘, 오딘의 아들 토르, 오딘의 의형제 로키. 이 셋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북유럽 신화에서는 이그라드실이라 부르는 물푸레나무(세계수)가 세계의 중심입니다. 9개 세상을 연결합니다. 모든 신화에는 우주와 신과 인간의 탄생이 있듯 북유럽 신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텅 빈 공간에서 거인족이 먼저 탄생하고, 그들에게서 오딘과 그의 형제들이 탄생합니다. 이후 오딘 형제들이 태초의 거인을 죽임으로써 우주와 생명의 시작이 본격화되는데요, 거인의 살이 흙으로, 뼈는 산과 절벽으로, 피와 땀은 바다로 변합니다.

 

북유럽 신화 속 신들도 인간처럼 죽을 수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만의 특징이라면 세상의 종말이라는 라그나로크 개념이었어요. 그런데 라그나로크 이후는 말 그대로 끝이 아닌 놀라운 반전이 도사리고 있으니, 북유럽 신화 자체가 한 편의 거대한 미스터리 소설 같은 느낌이랍니다.

 

 

 

북유럽 신화 세계관과 주요 인물 소개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신화 속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토르의 아내 시프의 아름다운 금발 머리를 대머리로 만든 로키. 술에 취해 재미 삼아 했다는 로키를 잘근잘근 씹어버려도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난 토르에게 로키는 자기가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로키의 술수로 아내의 금발머리는 물론, 그 유명한 묠니르 망치를 얻게 됩니다. 아무리 세게, 멀리 던져도 되돌아오는 무기 묠니르 망치. 그런데 손잡이가 짧죠. 그 이유도 에피소드 속에 나오더라고요. 토르와 로키의 투닥거림은 은근 재미있어요. 둘이 대화할 때면 코미디가 됩니다. 토르가 망치를 도둑맞아 되찾으러 갈 때 여장을 하게 만든 것도 로키였고요.

 

 

 

로키는 이처럼 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운,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입니다. 교활, 영리, 음험, 사악, 자기중심적 등 온갖 부정적인 성정을 다 갖다 붙이면 로키라는 인물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딘의 의형제이자 토르의 친구이면서 결국 배신자인 로키.

 

북유럽 신화 속 로키의 최후는 인과응보적인 성격이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신들의 정당성에 무조건 찬성할 수만은 없을 만큼 독자로부터도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참 독특한 인물입니다.

 

 

 

세상의 종말과 신들의 죽음 라그나로크. 로키의 자식들이 벌이는 종말의 시작입니다. 그들과 신들의 치열한 전쟁신은 좀 더 길게 다뤘다면 더 흥미로웠을 텐데 조금 짤막해서 아쉽긴 했어요. 9개 세상 중 인간이 살던 미드가르드 역시 파괴됩니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헤임달이 마지막 한 수를 준비해놨죠. 대단한 반전이에요.

 

"그리고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천재 이야기꾼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가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아니면 닐 게이먼 작가가 이토록 재미있게 쓴 건지, 어린이책으로 이미 북유럽 신화 책을 읽어봤지만 역시... 결론은 닐 게이먼이어서 더 재미있었던 겁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감칠맛 나는 대화 장면으로 흡인력은 최고입니다. 북유럽 신화는 닐 게이먼 책으로 시작해 보세요. 게르만 민족 신화인 북유럽 신화의 매력, 단숨에 끌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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