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연습 -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순간
니콜라 노바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사람집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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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관찰은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훈련으로 습득하는 체계적인 기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관찰 연습』.


"저 사람은 눈썰미가 좋아"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듯 우리는 관찰력을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찰 연습』은 반복 가능한 훈련의 문제로 옮겨 놓습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듯 관찰도 방법을 알고 횟수를 채우면 늘어난다는 겁니다.


인류학자 니콜라 노바(Nicolas Nova)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두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며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삶과 문화를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해 온 학자입니다. 스마트폰과 AI, OTT 등 시각 정보가 범람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지각 능력이 심각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이를 감각의 위기와 상상력의 붕괴로 진단했습니다. 2024년 12월 31일 오만 탐사 활동 중 세상을 떠났고, 이 책은 유작이 되었습니다.


관찰이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잘 보세요"라는 말은 사실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적당히 드세요"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관찰 연습』은 무엇을 볼지, 어떤 조건에서 볼지, 어떻게 적을지를 쪼개서 알려 줍니다. 조르주 페렉이 강조한 "작은 숟가락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법"처럼 무심코 지나치던 평범한 일상을 독창적인 창작과 기획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19가지의 프로토콜을 소개합니다.





이 책의 탄생 비화가 재밌습니다. 『관찰 연습』은 저자가 밝히듯 레몽 크노의 명작 『문체 연습』을 시선의 차원으로 옮겨온 결과물입니다. 레몽 크노가 버스 안에서 일어난 극히 평범한 하나의 사건을 99가지 서로 다른 문체와 글의 형식으로 변주해 내며 다채롭게 포착했듯, 니콜라 노바는 이 실험적 방법론을 계승하여 19~20세기 개념예술의 규칙과 조르주 페렉 등의 전략을 바탕으로 일상의 사물과 현상을 다각도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19가지 시선의 프로토콜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레몽 크노의 『문체 연습』이 하나의 상황을 문장의 형식으로 다변화해 독창적인 감각을 깨웠다면, 니콜라 노바의 『관찰 연습』은 동일한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거리와 자세, 기록의 방식을 다각화함으로써 무심했던 일상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과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지적 훈련이라는 점에서 유전적 계보를 공유합니다.


『관찰 연습』은 관찰이라는 행위를 감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자료 생성(Production) → 상호 작용(Interaction) → 편집 작업(Compilation)이라는 단단하고 실용적인 3단계 시스템으로 구축했습니다.


관찰이라고 하면 보통 가만히 지켜보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동물 다큐의 카메라맨처럼요. 그런데 저자는 보는 사람이 장면 안으로 들어가고, 심지어 장면을 건드려 봐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화면 속 세상을 관람하는 데 너무 익숙합니다. 스크롤 하는 손가락은 세계를 건드리지 않고, 세계도 나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안전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관찰은 나도 변하고 세계도 달라지는 쌍방향 행위에 가깝습니다. 관찰자의 자리를 재설정합니다.


출근길, 자주 가는 카페, 책상 위 물건이 곧 관찰의 현장입니다. 우리는 여행을 가야 비로소 눈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낯선 도시에서는 간판 글씨 하나에도 감탄하면서, 매일 지나는 우리 동네 편의점 앞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이 책은 여행자의 눈을 집 앞으로 가져오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비행깃값은 안 들고요.


대화 일람표, 동작과 자세, 구석구석, 사물 데이터베이스 만들기, 관용어 모음. 하나같이 거창하지 않고, 어딘가 귀여운 데가 있습니다. 내 책상 위의 볼펜과 머그컵과 충전기를 학술 대상처럼 취급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이미 관찰은 시작된 셈이니까요.


연습 15 테마 편집 편에서는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버지니아 울프의 비망록을 모델로 삼아 잡다한 수집품에 새로운 미학을 부여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저자가 자신의 스마트폰 메모장에 태양계라는 테마를 만들고, 거기에 태양광 관련 기사, SF 소설 솔라펑크 문구, 노마딕 워커의 인용문 등을 모아두었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관찰된 단편들을 한데 묶어 새로운 맥락과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편집자적 시선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일찍이 감각의 위기와 상상력의 붕괴를 예감했고, 관찰하는 능력을 인간적 감수성의 필수적인 조건으로 강조했다고 합니다. AI 시대의 진짜 위험은 틀린 답보다 대신 봐 주는 편안함일지 모릅니다. 요약본이 있으면 원문을 안 읽게 되고, 이미지 생성기가 있으면 머릿속으로 그려 보지 않게 됩니다. 이때 약해지는 건 지식이 아니라 보는 근육입니다. 계산기가 나오면서 암산이 약해진 것처럼요.


그렇다면 관찰 훈련은 AI와 경쟁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정반대입니다. AI가 못 하는 일, 곧 '나'라는 구체적인 몸이 이 순간 이 장소에서 마주친 것을 감각하는 일을 지키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관찰이란, 우리의 감각이나 기억의 허술함을 벗어나 방점을 찍을 만한 일들을 기록하고 소통하는,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을 찾는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허술함'이라는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저자는 관찰을 눈으로 보기에서 끝내지 않고 지도, 목록, 용어집, 말풍선, 도면 같은 틀에 담는 일까지 확장합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세요"가 아니라 "당신의 기억은 믿을 게 못 되니 적어 두세요"라고 하는 셈입니다. 아날로그적이기도 합니다. 기록하는 순간 흐릿한 인상이 문장이나 표로 바뀌고, 그때부터 비로소 남과 나눌 수 있는 자료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관찰의 궁극이 정보 수집이나 아이디어 발굴이 아니라 실존하는 방식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조금 거창하다 싶었지만, 읽다 보니 이해가 됩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 곁에 있는지를 알아차리며 사는 것, 그게 곧 '여기 있다'는 감각이니까요. 생산성 도구로 포장하기 쉬운 주제인데, 이 책은 끝내 그쪽으로 기울지 않습니다.


최근에 읽은 『패치 인류세』 저자인 인류학자 애나 칭에 대한 언급도 반가웠습니다. 애나 칭이나 바티스트 모리조, 로맹 베르트랑 같은 작가들이 강조하는 생명 세계로의 시선 확장을 끌어옵니다. 오늘날 지구를 채운 생물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며, 이에 대해 애나 칭은 섬세한 관찰을 알아차림의 기술이라 칭하며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할 긴요한 능력으로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니콜라 노바 역시 문제의식을 받아들여, 단순히 사물이나 기계를 관찰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생태계와 주변의 미세한 존재들, 그리고 기계·기술적 환경에까지 주의력을 복원시키는 일이 AI와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다움의 필수 조건임을 일깨워 줍니다.


『관찰 연습』은 한 번 읽고 책장에 꽂는 책이 아니라 자주 펼치며 숙제하는 책입니다. 19가지 과제는 읽는 시간보다 해 보는 시간이 길어야 제값을 합니다. 기록하고 분류하는 습관은 아이디어 발상, 글쓰기, 리서치에 두루 쓰일 수 있습니다. 관찰이 곧 질문하는 기술이라는 깨달음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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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도 매이 매이
이폴 지음 / 글고운그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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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불을 끄고 누워도 "엄마, 조금만 더 놀면 안 돼요?", "물 주세요"며 졸음을 참아내는 아이를 볼 때마다 참 애가 타지요. 아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잠자리에 든다는 것은 신나는 놀이가 끝나는 아쉬움이자, 어둡고 깜깜한 공간으로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은근한 두려움의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폴 작가의 그림책 『오늘 밤도 매이 매이』는 잠을 하루의 끝이나 즐거움의 끊김으로 보지 않습니다. 현실보다 더 환상적이고 상상력이 펼쳐지는 신나는 밤 모험의 시작으로 그려냅니다.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며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은 이 책은, 아이들의 정서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베드타임 스토리북입니다.





『오늘 밤도 매이 매이』는 이제 잘 시간이니 눈을 감아야 한다는 규칙을 은연중에 강조하지 않습니다. 아이 스스로 밤을 기대하게 만드는 감정의 전환을 이끌어냅니다. 달빛 그림자가 소복이 쌓이고 하품 마법이 퍼지면, 방 안의 평범했던 그림자들이 하나 둘 생명을 얻어 살아납니다.


아이는 들판을 달리고 바닷속 축제에 뛰어들며 기쁨을 느낍니다. 그리고 마침내 온 세상을 고요히 감싸 안는 반짝이는 어둠 호랑이를 만나며 안도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면으로 이행합니다. 어둠이 무서운 대상이 아니라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포근한 울타리로 거듭나는 순간입니다.





"몽롱한 달빛 그림자가 방 안에 소복이 쌓여요."라는 문장만으로도 따스해집니다. 달빛을 단순한 빛이 아니라 소복이 쌓이는 질감 있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이어지는 "매이 매이- 간질간질 하품 마법이 퍼지면 그림자 친구들이 살며시 깨어나요." 문장에서는 졸음과 하품을 비밀스러운 친구들을 불러내는 신비한 마법으로 묘사합니다. 풍덩! 풍당. 퐁당. 방울방울 퐁퐁퐁. 다정한 운율감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줍니다.


가장 멋진 장면은 호랑이가 등장하는 페이지였어요. 어둠이란 정말 두려움의 대상이기만 할까요? 작가는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밤의 어둠을 찰나의 반짝임을 품은 호랑이로 탈바꿈시켜 놓았습니다. 왜 이 장면이 제가 손꼽는 하이라이트인지, 그림을 가만히 마주하는 순간 직관적으로 깨닫게 될 거예요. 잠은 신나는 꿈속 모험의 시작이 됩니다. 오늘 밤도 매이 매이와 함께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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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 주렴 - 20년 경력 요양보호사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하라카와 다이스케 지음, 서희경 옮김, 카치 데루히코 감수 / 소보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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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느 날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가 딸에게 건넨 두툼한 봉투. '치매에 걸리면 딸에게 건넬 것!'이라는 글씨와 함께 요양보호사인 아버지가 써 내려간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이 기억을 잃어갈 때 딸이 겪을 상처와 죄책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버지는 자신이 무너지기 전 딸을 위한 가장 따뜻한 방어막을 써둔 것입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치매와 돌봄은 더 이상 타인의 불행이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간병의 무거운 짐을 자식이나 배우자 개인의 온전한 희생으로만 메우려다 가족 해체나 비극적 사건으로 이어지는 현상 역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 주렴』은 돌봄의 주체와 객체 간의 관계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저자 하라카와 다이스케는 2004년부터 요양복지사, 생활상담사, 케어매니저로서 20년간 다양한 돌봄 현장에서 치매 환자와 가족을 돌본 전문가입니다. 동시에 그는 두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현장의 오랜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로서의 통찰과, 언젠가 돌봄을 받게 될 당사자이자 아버지라는 개인적 시선이 교차하며 돌봄에 관한 현실적 준비, 그리고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 주렴』은 돌봄을 받게 될 당사자(부모)가 훗날 돌보게 될 자식에게 먼저 건네는 위로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들려주는 말은 자책 금지입니다.


치매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간병인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죄책감과 분노라는 감정적 혼란입니다. 부모에게 화를 내거나 지치는 자신을 보며 자책하고, 요양원 등 전문 시설에 모시는 선택을 불효나 포기로 여겨 괴로워합니다. 저자는 스스로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되어 딸에게 "너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라는 말을 건넵니다.


어린 자녀를 보육 시설에 보낸 것이 부모의 이기심이나 불법이 아니듯, 치매를 앓는 부모를 요양 서비스나 전문 시설의 도움을 받도록 조치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돌봄의 연장선이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치매가 진행되면 환자는 자신의 가장 가까운 자식의 이름이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나를 완전히 잊었다는 상실감에 절망하곤 합니다. 저자는 기억이나 정보로서의 지식은 지워질지언정, 평생 쌓아온 관계에서 비롯된 따뜻하고 그리운 감정의 수신 체계는 끝까지 작동한다는 걸 짚어냅니다.


치매 환자가 보이는 환각이나 거짓말, 돌발 행동에 대해서도 저자의 조언이 유용합니다. 환자의 행동 이면에 자리 잡은 살아온 삶의 이력과 습관, 자존심을 이해할 때 비로소 진실의 잣대로 비난하거나 다투는 무의미한 갈등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제도적 및 환경적 준비가 필수입니다. 저자는 혼자서 모든 간병을 감당하려는 독박 돌봄을 경계하고, 타인의 도움을 당당하게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책에서는 이 준비를 위한 현실적인 지침들이 꼼꼼하게 소개됩니다.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 주렴』은 치매 진단부터 간병, 시설 이용, 임종 준비에 이르기까지 감정적, 현실적 여정을 모두 다룹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구체적 활용법과 요양 시설 선택 노하우, 주간보호센터 적응 문제 및 운전면허 반납, 가스 불 안전장치 마련 등 물리적·환경적 조치는 물론이고 임종과 연명 치료, 개인의 취향, 생활 습관, 슬픔과 행복을 느끼는 요소를 미리 기록해 둘 수 있는 공유 시트도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읽는 내내 두 가지 입장을 오갔습니다. 부모를 돌볼 자식의 입장과 언젠가 돌봄을 받을 나의 입장이었습니다. 내가 치매에 걸리면 나는 가족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삶과 나의 삶을 동시에 지켜내는 방법에 대한 다정한 안내서입니다. 이 아버지처럼 10년 전에 미리 써둔다는 설정 자체가 와닿았습니다. 정리해 둔다는 건 가족을 향한 배려입니다. 잘 돌보는 법보다 어려운 것은 잘 도움받는 법이 아닐까요? 아버지가 먼저 알려줍니다.


부모의 간병을 맡아 막막함과 죄책감에 밤잠을 설치는 자녀 세대, 언젠가 돌봄을 받게 될 나이가 되어 자녀에게 짐이 될까 두려워하는 부모 세대 모두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노인 복지 현장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치매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정보를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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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 - 계절의 힘으로 몸을 돌보는 회복 레시피
전미란 지음 / 서사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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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갱년기를 참고 버텨야 할 고통이 아닌 몸의 변화에 맞춰 나를 온전히 돌보는 삶의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 사계절 제철 식탁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레시피로 풀어냅니다.


갱년기 식단은 단기적인 칼로리 제한이나 유행 다이어트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체리듬과 대사 기능이 크게 흔들리는 갱년기 여성의 몸을 이해하고, 자연의 흐름에 맞춰 봄에는 깨우고, 여름에는 지키고, 가을에는 채우고, 겨울에는 회복한다는 영양학적인 사계절 식생활 솔루션을 보여줍니다.


건강식 크리에이터 전미란(전선생) 저자는 인스타그램 전선생레시피와 유튜브 전선생스테이를 통해 계절의 맛과 삶의 소회를 나누어 왔습니다. 전작 『전선생의 갱년기 다이어트』에서 달라진 몸의 신호를 읽고 식단을 바꾸는 계기를 열었다면, 이번 신간에서는 일상의 식탁에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116가지 제철 레시피로 확장했습니다.





『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은 단백질 맹신에서 벗어난 장(腸) 중심의 해독 식단과 혈당 요동을 잡는 생체리듬 식사법을 보여줍니다.


살을 빼기 위해 무작정 탄수화물을 끊거나 단백질만 과다하게 섭취하다가 장 건강을 해치고 피로를 키우기 일쑤잖아요. 저자는 갱년기 여성의 몸에서 에스트로겐이 감소함에 따라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지고 간의 호르몬 대사 부담이 극대화된다는 생리적 메커니즘을 짚어냅니다.


무조건적인 칼로리 통제보다 식이섬유를 통한 장 환경 개선,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철 채소 중심의 식단, 그리고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는 식사 순서가 근본적인 회복책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봄에는 겨울 동안 저하된 장 리듬과 대사를 깨우고 혈액 및 피부 회복을 돕는 활력 식단을, 여름에는 급격한 혈당 변화와 더위로 인한 미네랄 손실을 막고 체내 수분을 오래 유지하는 식단을, 가을에는 혈관, 근육, 뼈에 필요한 고단백 및 필수 지방산 중심의 단단한 영양 식단을,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며 면역력과 혈관 흐름을 살피는 영양 회복 식단으로 구성했습니다.


책에 소개된 레시피를 보면 접근성 좋은 식재료와 간결한 조리법을 통해 지속 가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느껴집니다. 구하기 힘든 특이한 슈퍼푸드나 복잡한 조리 과정은 없습니다. 식탁을 다채롭게 채우는 쑥소금, 깻잎소금, 전선생표 만능소스 같은 기본양념에 대해 잘 나와있어 이것들만 준비해도 매일의 한 끼를 부담 없이 할 수 있겠더라고요.


『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은 식단 관리를 넘어선 삶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116가지 제철 식재료로 단기간의 극단적인 조절이나 거창한 목표 대신, 매일 접하는 오늘의 한 끼에 의미를 부여하는 저자의 가치관이 레시피에 잘 스며들어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생활이 결국 미래의 삶과 건강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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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 윌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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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거절을 뜻하는 "아니요"라는 글자가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는 거절이나 부정의 언어를 타인과의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거나 미움받기 쉬운 부정적인 것으로 지레짐작하곤 합니다. 게다가 "안 돼", "아니요"라는 단어는 어른들의 통제적 금지어로 먼저 체험되기 십상입니다.


그렇기에 거절하지 않고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세상은 언뜻 보기에 갈등도 없고 모두가 만족하는 이상적인 유토피아처럼 비칠지도 모릅니다. 다그마 가이슬러의 그림책 『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은 이 달콤한 상상을 완전히 뒤엎는 아찔한 사회적 실험을 선보입니다.





로즈 아줌마는 정성을 다해 구워낸 체리 케이크를 아이들과 이웃인 플로리안 아저씨가 거절하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밤하늘의 별똥별을 보며 엉뚱하면서도 절박한 소원을 빕니다. "이 세상에서 ‘아니요.’라는 말이 사라지게 해주세요. 누구도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고요!"라고 말이지요.


다음 날, 거짓말처럼 세상의 모든 거절과 거부의 표현이 자취를 감춥니다. 거절의 부재가 가져온 풍경은 아이들에게 마치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평소 어른들이 무조건 '안 돼!'라고 대답했을 질문들을 퍼붓습니다. 젤리를 저녁밥 대신 한가득 먹고, 밤이 깊어도 잠들지 않은 채 온종일 놀며, 엄마 목소리가 쉴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떼를 써도 누구 하나 "안 돼"라고 가로막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달콤한 승낙의 연회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거절이라는 최소한의 방어선과 한계선이 사라진 공간은 아수라장이자 위협적인 위험지대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무절제한 허용은 정당한 자율성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방치로 이어집니다.


낯선 이가 수상한 제안을 하거나, 누군가 불합리하게 타인의 물건을 빼앗으려 해도, 심지어 신체적·정신적 위협을 가해 오는 위험한 상황 앞에서도 그 누구도 자신을 보호할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타인의 요구나 사회적 압력에 대해 '아니요'라고 소리쳐 저항할 수 있는 언어를 잃어버리는 순간, 개인의 자아는 부당한 침해 앞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됩니다. 결국 '아니요'라는 단어는 타인을 배척하기 위한 공격 무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율성, 생명을 지켜내는 최소한의 울타리이자 보루였던 셈입니다.


『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은 단순히 "위험할 땐 싫다고 말해라"라는 일차원적 범죄 예방 수칙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가는 거절을 둘러싼 인간관계의 심리적 기제와 관계적 회복탄력성을 짚어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그 거절을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거부나 미움으로 과잉 해석하며 상처받곤 합니다. 로즈 아줌마가 케이크 거절에 상심해 별똥별에 엉뚱한 소원을 빌었던 이유 역시 타인의 거절을 곧 자기 존재의 부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플로리안 아저씨가 케이크를 거절했던 진짜 이유는 설탕 알레르기라는 개인적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거절을 당하더라도 내 존재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구나 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건강한 회복탄력성의 핵심이라는 것을 그림책으로 보여줍니다.


다양한 거절의 표정들을 만나게 된 시간입니다. 고집스럽게, 소심하게, 방어하면서, 화내면서, 부끄럽게, 쾌활하게 던지는 갖가지 '아니요'의 스펙트럼은 거절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다채로운 인간적 맥락과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은 언제든 자유롭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권리가 보장될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던지는 "좋아요"라는 말도 진정성과 빛을 발하게 된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남의 기분과 시선에 맞추느라 정작 자신의 진짜 마음을 가두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울림이 큰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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