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 아주 작은 수고로 생애 최정점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이승훈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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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로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제의 인물 이승훈 교수의 첫 교양서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전공 분야인 뇌졸중의 정체는 물론이고 암과 감기까지,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흔히 걸리는 세 가지 병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내용들, 터부시돼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 가득합니다. 그의 첫 대중 교양서인 만큼 영혼을 갈아 넣어 쓴 책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읽는 내내 저자의 자신감에 공감하게 됩니다. 질병의 본질을 고찰하고 이를 받아들여 최대한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 몸에 바로 적용 가능한 건강 매뉴얼을 만나보세요.


우리는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위가 탈 나고 복통에 설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곳 세포들은 예민하거든요. 반면 폐, 간, 비장, 심장, 신장의 감각세포들은 둔해서 병이 상당히 진행돼도 별다른 신호를 안 줍니다. 우리 몸은 감각 불균형이라는 걸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진화적으로 외부물질에 대한 방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진화된 우리 몸의 평소 상태를 제대로 인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승훈 교수는 다양한 질환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기초가 되는 지식을 먼저 알려줍니다. 우리 몸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잘못된 상황에서의 병적 원리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정상 구조에 어떤 식으로 질병이 발생하는지 설명할 때는 이승훈 교수가 직접 만든 새로운 질병 분류법으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크게 외부의 공격에 의해 발생하는 외인성 질환과 신체 내부에서 내재적으로 발생하는 내인성 질환으로 구분합니다. 내 몸이 불편할 때 무슨 과에 가야 할지 어떻게 정하나요? 환자가 내 증상이 어떤 질환군에 속해 있는지 개략적인 지식을 알아야 합니다.


5분에 한 명씩 발병하고 15분에 한 명씩 사망하는,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뇌졸중 파트를 읽을 땐 그동안 제대로 모르고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정보가 가득합니다. 뇌졸중은 단일 질환이 아니라 합병증이라고 합니다. 뇌졸중 하면 반신불수되는 후유증만 떠올릴 텐데 과장되고 왜곡된 이야기가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90퍼센트 이상이 수술없이 내과적 치료를 받으며, 상당수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매우 희귀한 유전적 뇌졸중을 제외하면 아무 이유 없이 홀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겁니다. 위험요인을 관리하지 않을 때 생기는 합병증인 뇌졸중. 그렇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위험요인을 관리한다면 말이죠.


뇌졸중에는 뇌경색이라 부르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출혈이라 부르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크게 구분하고 그 안에 동맥경화증, 지주막하 출혈 같은 이름 한 번쯤 들어본 뇌졸중들이 몇 가지 세분화된다고 합니다. 각각의 뇌졸중마다 자세히 그 의미를 짚어주며 위험요인을 알려줍니다. 대체로 공통적인 위험요인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이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 약이 좋아져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병이 되었음에도 환자들은 임의로 처방약을 줄이고 되레 비싼 영양제에 투자하면서 질병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뇌졸중이 어느 날 갑자기 순식간에 발생하는 겁니다. 이전부터 불편한 두통, 어지럼증이 심했던 증상은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는군요.


뇌졸중 발생 양상을 이해하고 나니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전자 혈압계와 친해지고, 심방세동도 자주 체크하는 등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 위험요인 각각을 세세하게 짚어가며 관리법을 설명합니다. 그 외 우리가 쉽게 놓치거나 당황해서 잘못 행동하는 것들도 짚어줍니다. 뇌졸중이 왔을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나 골든아워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반신마비가 잠깐 왔다가 다시 회복되었다고 일시적인 증상으로 무시하면 큰일 난다고 합니다. 119를 불러 뇌졸중 응급센터로 가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뇌졸중의 골든아워는 6시간 이상으로 늘어났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합니다. 예후 때문입니다. 시냅스 재생 촉진 때문에라도 최대한 빠르게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겁니다.


백혈병으로 아버지를 잃은 경험 때문에 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이승훈 교수입니다. 암에 관련한 건 대략적으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그 본질부터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암은 대표적인 노화성 질환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은 몇몇 세포를 제외하고는 7~8년이면 새로운 세포로 대치되는데, 반복적인 자기재생을 거치며 노화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세포의 무한 증식만이 목적인 세포인 암세포가 실수로 생기는 겁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발병률 1위 암이 유방암이고 남자들의 전립선암도 대단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을 제외하면 자본주의 폐해로 생기는 암으로 발병률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암세포가 반드시 암으로 진행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정상인의 건강검진에 CT를 활용하는 시스템의 문제, 임상적으로 평생 발현되지 않는 암까지도 진단받는 과잉진단 등 우리나라 건강검진 시스템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중요한 날 컨디션을 좌우하는 가장 흔한 원인인 감기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쉽게 낫는 병이면서도 인생의 중요한 일정을 망칠 수도 있는 감기. 하지만 의대에서 감기를 배운 적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증상 치료만 할 뿐입니다. 특별한 의학적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최우선인 감기입니다.


상기도 감염증인 감기는 바이러스의 침입에 의해 발생합니다. 감기는 리노, 코로나, 인플루엔자 3종의 바이러스가 대표적인데 공기 중에 최장 18시간까지 생존해 비말뿐만 아니라 에어로졸에 의해 전염이 됩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위생 관리에 철저해지고 나서는 감기 환자가 뚝 줄었다는 기사도 봤을 겁니다. 우리 아이도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약을 달고 살았는데 마스크 착용 이후부터는 한차례도 병원을 가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이승훈 교수는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에서 단 며칠 만이라도 감기를 막기 위한 절대 예방법을 알려줍니다. 말 그대로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일주일 만이라도 지킨다면 감기로 인한 컨디션 난조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2년이 넘게 진행 중인 코로나19. 다행히 판타지 같은 신약이 대성공해 백신이 개발되었습니다. RNA 백신은 처음 개발된 건데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끝판왕이라고 합니다. 아마 노벨 생리의학상의 강력한 후보가 될 거라고 합니다. 백신 맞고 갑자기 뇌졸중이 왔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셨을 텐데요. 이 책을 읽은 분이라면 이제 그 말에 갸우뚱할 겁니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은 원래 갑자기 생깁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위험 요인에 노출된 것이 원인인 '합병증'이라고 이 책에서 내내 알려줬습니다. 이 경우는 백신이라는 스트레스가 방아쇠 역할을 했을 테고, 백신이 아니었더라고 가까운 시간 내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뇌혈관 상태일 거라고 합니다. 즉 백신이 원인 그 자체는 아닌 겁니다.


이처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질병 지식으로 무장해 과잉대응하지도 무대응하지도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 알려주는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말처럼 허황된 말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상식이라 익히 알던 많은 것들이 무모한 생각이었음을 짚어줍니다. 이번에는 뇌졸중, 암, 감기와 같은 질병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짚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이 책으로 내 몸 챙기는 요령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승훈 교수의 전공 분야인 뇌졸중만 집중적으로 다룬 교양서적도 꼭 출간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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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평짜리 공간
이창민 지음 / 환경일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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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의 문을 두드리며 꿈과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국내 1호 SNS작가 이자 SNS 문화분야 최초 사단법인 SNS문화진흥원 이사장 이창민의 작은 집과 공간에 대한 생존 스토리 <열 평짜리 공간>. 월세방에 사는 청년 작가로 공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집필한 책입니다.


이 책은 최저소득 취약계층과 폐지수거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나눔 및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친환경 종이 나눔페이퍼로 만들어졌습니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곳곳에 있고, 대한민국 1호 캘리그래피 작가 이상현의 타이틀과 선한 영향력을 품은 편집디자이너 장은진의 손길이 닿은 예쁜 책입니다.


"혼자 지내야 할 공간과 상황을 마주할 땐 최대한의 긍정과 설렘이 필요하다." - 책 속에서


1인 가구로 살면서 1인 가구의 공간에 대한 경험과 메시지를 담은 <열 평짜리 공간>. 내 한 몸 누일 곳 없는 현실 속에서 주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갇힌 청년, 독거노인, 미래 세대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집을 구할 때는 안목도 부족하고 경험이 없어 나중에 후회할 일이 많이 생깁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비교할 만큼 넉넉한 자금도 없죠. 생존 게임과도 같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의 첫날은 잠이 안 오기도 합니다. 긍정적 기억이 남도록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그런 걸 알려준 사람은 없습니다. 공간이 의식주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다양합니다. 빨래를 널 때 집이 좁다는 걸 인식하기도 하고, 계절마다 갖춰야 할 옷이 은근 많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물건을 관리하고 소비를 밸런스 있게 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간 정리와 청소를 얼마만큼 잘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가치와 효율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생존에 필요한 비용이나 사회생활에 드는 비용이 꽤 많다는 것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원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고 현실 자각에 따른 현타가 쌓여갑니다.


<열 평짜리 공간>은 공간에 대한 시대정신과 기본 생존을 위해 다 같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며 노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책입니다. 1인 가구, 부동산, 주거 환경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다가 열 평도 안 되는 집을 구할 때에서야 현실로 다가옵니다. 공간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 열악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다음 시대에도 이어질 것 같아 암담하기만 합니다. 남들은 번듯하게 잘 사는 것만 같은데 내 집을 보면 우울해집니다. 심리적 마음의 격차가 커집니다. 혼자 지내는 공간과 집 밖 세상과의 괴리가 큽니다. 환경과 주변은 발전하는데 내 집만 동떨어진 느낌입니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공간의 가격은 자꾸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그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공간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도 주거 대혁명과 혁신은 필요합니다. 이창민 작가는 작은 공간 해소와 공간의 대혁명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의식주 중에서 주는 내 노력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조과합니다. 불가능한 금액인 만큼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주거 불평등과 불균형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이때도 격차는 상당히 컸습니다. 홈트를 하고 싶어도 제한적입니다. 밀폐되고 좁은 공간일수록 건강에 대한 대처도 힘들어집니다. 이창민 작가는 최저시급처럼 주거를 위한 최소한의 주거비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공간 문제가 해소되면 다양한 사회 문제가 축소될 거라고 합니다. 공간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결혼과 출산율에도 영향을 끼치고,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가치를 만드는 부분에서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1인 1집이라는 주거 기본권을 경제력과 상관없이 보장한다면? 같은 상상도 해봅니다.


피부에 와닿는 직접적인 부분부터 우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사는 공간이 나아져야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주거와 환경은 분리된 게 아니라 공생관계라고 합니다. 집안 환경이 나아지면 주변 환경, 세계적인 환경 문제 해결에 관심이 높아집니다. 행정이 아닌 경험과 현장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사무실이나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의 가치는 줄어드는데 주포자(주거를 포기하는 사람)는 MZ세대 6명 중 1명꼴이고, 수도권 이외의 지역엔 공실이나 빈 주거 공간이 많이 남아돕니다.


<열 평짜리 공간>이 말하는 주거 판갈이, 주거 대혁명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개인의 이익과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시장 구조이지만 공동체를 위한 시장으로 변해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본주의에서도 최소의 권리이자 가치인 주거권과 1인 1집의 보장을 실천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2021년 서울 청년 정책 대토론에 참가한 이창민 작가는 세계 최초 주거보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창안, 기획해 서울연수원 우수 정책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주거보험에 대한 제안은 이 책에 소개됩니다. 기존 정책과 비교하며 조목조목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공간에 대한 가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변화할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주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펼쳐 보인 <열 평짜리 공간>. 1인 가구의 주거 공간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짚어내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하는 이창민 작가의 목소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다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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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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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보내며 2021년 드디어 2년 만에 개방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톨릭 순례길입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죠. 해시태그 여행가이드북 <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은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섯 차례 걸었고, 2021년 개방 후에도 다시 찾아 일곱 번째 걷는 여행을 한 조대현 작가의 생생한 정보가 담겨있는 가이드북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남부 생 장 피드포트에서 시작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에 이르는 약 800km에 달하는 길입니다. 완주까지 한 달여 남짓 걸리는데, 해시태그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에서는 총 33일차에 걸친 순례길 코스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걷기 여행을 앞두고 언제 떠나면 좋은지, 어디서 먹고 잘 수 있는지, 내 체력에 맞는 일정을 안배하는 법 등 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든든하게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들의 사진을 보니 대부분 짐이 가벼워 보였어요. 오랜 기간 걷기 때문에 배낭이 무거울수록 손해라고 합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왔다면 다음 목적지로 배낭을 옮겨주는 서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애초에 최소한의 짐만 준비하는 게 최선이라고 합니다. 숙소가 있는데 굳이 침낭을 들고 가야 하나 고민한다면, 저자는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라고 조언합니다. 베드버그를 피하기 위해, 난방이 안 되는 숙소가 많기 때문에 가벼운 침낭을 준비하라고 권유하네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경쟁을 하며 걷는 길이 아닙니다. 여행자에서 순례자의 시간으로 들어서는 겁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걷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걷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삶을 찾아가는 원동력을 배운다는 점은 같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만나는 도시에서 잠시 머물며 여유 있는 걷기 여행을 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체력이 저마다 다르고 날씨 상황도 다르기에 마음가짐이 그 어떤 여행보다도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1일차 생 장 피드포트에서 출발해 26.3km를 걷는 여정으로 시작합니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 여권(크레덴시알)을 만들고 이후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 등 지정된 장소에서 도장을 받으며 걷습니다. 스탬프를 받아야 완주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발고도 그래프로 이동경로를 표시해뒀기 때문에 오르막인지 평지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첫날부터 만만찮은 코스로 시작하다 보니 많이 힘들 거라고 합니다. 매일 이렇게 힘들게 걸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 쉬운 첫날인 만큼 완주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여정마다 조대현 작가의 생생한 노하우가 실려있어 그날 식사는 언제 어디서 먹어야 하는지, 다음 숙소에 제때 도착하려면 언제 출발해 얼마큼 속도를 내야 하는지 등 상세하게 나와있어 그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코스를 5km 내외로 세밀하게 나눠 소개하고 있어 길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리막길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오히려 내리막길은 무조건 천천히 걸어야 부상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식수대 위치도 소개하고 있고, 식사를 할 장소가 마땅찮은 코스라면 그 부분도 미리 짚어주고 있어 걷는 중에 생길 수 있는 세세한 걱정을 덜어줍니다.


숲길, 포도밭, 강 등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전 세계인들과의 인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매년 3일씩 조금씩 걷는 가족도 있었고, 배낭이 한쪽으로 기울어 엎어질 것만 같은 자세로도 꾸준히 천천히 걷는 노인의 사연 등 순례길을 걷는 동안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이드북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순례자들의 사진만으로도 생생한 현장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나긴 일정의 끝,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지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합니다. 산티아고 대성당 미사를 보고 싶어 하는 순례자라면 시간에 맞춰 그 전날의 일정까지 잘 안배해서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꼼꼼히 짚어줍니다. 한 달 남짓한 여정 동안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길에 풀어놓는 순례자들.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에 가득한 희망은 돌아와서도 오래도록 긴 울림을 남길 것 같습니다.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산티아고 순례길, 해시태그 가이드북으로 준비하면 든든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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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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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산티아고 순례길, 해시태그 가이드북으로 준비하니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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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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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숲속 수의사의 자연 교감 에세이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홋카이도 동부 고시미즈에 자리한 진료소 수의사 다케타즈 미노루는 산업동물 수의사이지만, 야생동물의 보물창고인 홋카이도 지역인 만큼 상처 입은 야생동물들도 돌보게 됩니다. 40년여에 걸쳐 경험한 홋카이도 동부의 자연에 대한 보고서이자 즐거움에 대한 기록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위트 넘치는 말솜씨가 더해져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본 안에서도 외국이라 부를 만큼 독특한 자연을 이루고 있는 홋카이도의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북쪽 고장 원주인 아이누족의 이야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오호츠크해에 사는 동물들과 유빙 이야기를 가까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접할 수 있다니. 아열대 기후의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천연기념물 푸르푸르소라게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남북으로 긴 영토여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숲속 수의사가 사는 마을은 인구 6천 명이 채 안 되는 마을로 차가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북쪽 땅입니다. 겨울이면 유빙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꺼꺼꺼꺼껑 하며 우는 청자색의 크고 작은 얼음덩어리가 해안을 메운다고 합니다. 오호츠크해에 사는 바다표범에게 유빙은 얼음의 요람이고, 그곳에 새끼를 낳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기압이 북상하는 시기엔 폭풍우에 휩싸여 새끼 바다표범이 표류하기도 합니다. 수의사가 있으니 사람들은 매번 이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래서 수의사의 한 해는 어김없이 새끼 바다표범 기르기로 시작된다고 투덜댑니다.


얼떨결에 납치를 당해 수의사집에 오는 동물들도 많습니다. 어미가 사람을 피해 잠시 숨은 사이 버려진 새끼라 판단하고 덜컥 데려와버리는 겁니다. 풀베기가 끝난 시기에는 제초기에 다친 어린 눈토끼들이 대거 입원합니다. 다양한 야생동물이 입원해 있으니 동물들의 먹이를 구하는 것도 큰일입니다. 큰고니는 야채 지스러기, 옥수수, 밀을 먹고 너구리는 과일과 고리를, 청설모는 호두와 소나무씨를, 하늘다람쥐는 꽃눈과 낙엽송 그리고 겨울눈을 챙겨줍니다. 섬올빼미에게는 한겨울에도 펄떡거리는 살아 있는 생선을 줘야 했습니다. 야생 상태에서 먹던 먹이를 주어야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적응이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긴급 피난을 위한 진료소일 뿐인데 식객들이 평소에도 참 많은 숲속 수의사의 집. 수렵금지가 해제되는 시기에 사냥한 오리가 날개만 부러지고 멀쩡하자 먹을 수 있는 오리냐 상처 입은 동물이냐를 두고 논쟁이 오가다 결국 환자 동물설을 주장한 아내와 딸들의 기세에 졸지에 입원 환자가 되어버린 에피소드처럼 숲속 수의사의 집에서 벌어진 다양한 이야기들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바다표범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큰곰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홋카이도 붉은여우는 수의사집에 상주하며 살 정도입니다. 일본에 사슴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야생의 사슴 떼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 이 책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게 사슴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사슴도 뿔이 약한 시기엔 캥거루처럼 뒷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권투하듯 싸움을 한다는 거였어요.


"선생님, 올해에도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활짝 핀 꽃이 있어요." 하며 시시때때로 연락 오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동물들의 동향을 발 빠르게 알게 되기도 합니다. 다들 유능한 생태학자가 된 듯 자연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유명한 홋카이도 원시림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한 번도 도끼를 대지 않은 천연림이 많은 곳입니다. 동부 해안선에는 2백 년도 더 된 떡갈나무숲도 있다고 합니다. 농지를 종횡단 하는 방풍림의 존재도 기특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도 산악지대와 바다를 오가는 통로로 잘 활용합니다.


"자연이란 무대는 관객만 나타나면 언제든지 내보낼 배우와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었다." - 책 속에서


사진을 찍으러 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야생동물들. 겨울에 눈이 쌓이면 너무나 많은 흔적에 놀라게 된다고 합니다. 눈 위의 작은 흔적에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눈은 자연의 이야기꾼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습니다.


농사를 짓는 곳이기에 자연의 존재에 대해 되새길 수 있는 사건들이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일찍 눈이 내려 수확량이 제로였던 해도 있었고, 눈이 늦어진 해에는 위장용 흰 털을 가진 눈토끼가 많이 사냥당하기도 했습니다. 납중독으로 천연기념물이 대거 폐사하고 농약 친 땅에 머물다 순식간에 죽어나간 조류들 등 환경과 관련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천연기념물 보호가 산업을 창출하지만 반면 이름 없는 것들은 소외되는 현실도 짚어봅니다. 그 많던 반딧불이, 뻐꾸기는 이제 보기 힘듭니다.


쉴 새 없이 진료소를 찾아오는 야생동물, 숲속에서 만나는 자연 속 이웃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홋카이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자연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있어 읽는 내내 포근해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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