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떠나는 해시태그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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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책 <드디어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들이 찾습니다.  


순례길 루트가 다양하게 있더라고요. 이 가이드북에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프랑스길을 소개합니다. 프랑스 남부 생 장 피드포트에서 시작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에 이르는 완주까지 한 달 여 걸리는 약 800km에 달하는 길입니다. 가이드북에서는 총 33일차에 걸친 코스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로 입국하는 경우라면 순례길의 첫 시작부터 온전히 출발 가능하지만, 스페인에서 출발한다면 코스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로 입국해 생 장 피드포트에서 출발하는 루트가 33일차 일정이고요. 입국을 스페인 마드리드로 한다면 산티아고 순례길 3일차에 해당하는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보다 짧은 거리를 걸을 수도 있습니다. 단기 코스는 어느 도시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은지 해당 정보가 모두 소개되어 있습니다. 최소 110km를 걸으면 완주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없이 완주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매일 얼마큼 걷고 어디서 먹고 자야 하는지 세세한 팁을 원했다면 도움되는 팁이 많습니다.


매일의 이동 경로를 상세하게 다룹니다. 그날 이동해야 하는 길을 해발고도 그래프로 표시해뒀기 때문에 오르막인지 평지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코스를 5km 내외로 세밀하게 나눠 소개하고 있어서 길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식수대 위치도 소개하고 있고, 식사를 할 장소가 마땅찮은 코스라면 전날 미리 간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길이 나오면 미리 알려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경쟁을 하며 걷는 길이 아닙니다. 여행자에서 순례자의 시간으로 들어서는 겁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걷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걷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삶을 찾아가는 원동력을 배운다는 점은 같습니다. 


숲길, 포도밭, 강 등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평지, 오르막길, 내리막길, 시골길, 차도 옆, 숲길 등 여러 형태의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만나는 도시에서 잠시 머물며 여유 있는 걷기 여행을 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체력이 저마다 다르고 날씨 상황도 다르기에 마음가짐이 그 어떤 여행보다도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 달 남짓한 여정 동안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길에 풀어놓는 순례자들.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에 가득한 희망은 돌아와서도 오래도록 긴 울림을 남길 것 같습니다.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산티아고 순례길. 옛 순례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스페인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지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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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버즈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9
전춘화 지음 / 호밀밭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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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한인이나 소수민족의 디아스포라를 다룬 소설과 인문 도서는 읽어봤지만 정작 한국에 거주하며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한, 전춘화 작가 소설집 <야버즈>.


2011년에 한국으로 들어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중국 조선족 문예지에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하는 전춘화 작가는 조선족입니다.


조선족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아마도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편견과 혐오를 바탕으로 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뉴스에서는 조선족 칼부림 사건처럼 자극적인 것만 보여주고, 영화에서도 조선족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범죄인 취급을 할 때가 많습니다.


<야버즈>는 머릿속에 자리 잡은 조선족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무참히 깨뜨립니다. 기대하고 읽으셔도 좋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모여있습니다. 표제작이 된 단편 『야버즈』는 단어조차 낯설었는데요. 야버즈가 먹고 싶어 배달 앱을 뒤적거리는 주인공의 모습에 그제야 음식 이름이구나 알게 됩니다. 저도 배달 앱을 열어보고 검색해 보니 정말 있더라고요.


"야는 오리, 버즈는 목". 오리 목을 이용한 요리입니다. 그런데 저를 더 놀라게 한 건 오리 목만 있는 게 아니라 오리 창자, 오리 간, 오리 식도, 오리 혀... 메뉴가 다양합니다. 소설 속 기범이가 "오리를 아주 그냥 샅샅이 분해했네."라고 말한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야버즈를 먹을 땐 뼈 있는 치킨을 먹을 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발골 재주가 좋은 주인공이 뼈만 밖으로 뱉어내고 고기를 훑어내는 장면에선 군침이 꼴딱~


주인공은 한국의 맛으로 순화된 것보다 오리지널 본토의 맛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마라탕도 순화된 맛이라고 합니다. 마라탕보다 쏸라펀이 더 맛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의아해하기도 합니다. 『야버즈』는 한국에 동화되지 못한 야버즈나 쏸라펀처럼 한국에서 생활하는 젊은 조선족의 처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고민이 생각했던 방향과는 약간 다르더라고요. 임신으로 번듯한 직장을 휴직해야 하나 고민하는 아내와 중국 도심지에 아파트 한 채가 있는 역사 연구원인 남편. 중국 국적을 가진 채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생기는 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밤에 잠을 못 자는 동창과의 통화를 통해 삶의 존재 이유를 곱씹어 보는 『낮과 밤』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직장을 다니며 작가 생활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전춘화 작가의 경험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듯합니다. 


저는 『블링블링 오 여사』 편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간병인으로 일하는 엄마의 한국 생활 생존 노하우를 엿볼 수 있습니다. 환상이 깨지는 코리안 드림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오 여사님의 지혜에 감탄하게 됩니다.


『잠자리 잡이』와 『우물가의 아이들』은 중국 연변 조선족 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적당히 부지런하게, 크게 분발하지도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이 자연스럽다 여기는 동네 사람들. 수고스럽긴 해도 친근한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조선족의 역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한국인 관광객이 드나드는 마을에서 자란 주인공을 통해 중국에 사는 조선족의 일상을 만나봅니다. 6·25 전쟁을 항미원조로 배우는 중국 역사, 문화대혁명과 함께 주체적이었던 적이 없었던 소수민족의 정체성 등을 건드리기도 합니다. 한국이기에 내놓을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일찌감치 코리안 드림으로 한국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조선족 윗세대들의 감정과 오늘날 조선족 젊은 세대 간에도 분명히 온도 차이가 있습니다. 편집자와의 인터뷰와 작가의 말에서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작은 물줄기"를 소설에 담아낸 전춘화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족 이야기는 우울하고 밑바닥 인생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면 그 선입견을 깨뜨리는 소설집 <야버즈>. 기존에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조선족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날려버려야 할 묵은 사고를 이번 기회에 청소한 기분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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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오스트리아 & 부다페스트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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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도시 빈, 잘츠부르크는 익숙하게 알지만 그 외에는 전혀 몰랐던 오스트리아. 방송프로그램에서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전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어요. 게다가 다른 책을 읽다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를 알고 나니 오스트리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주국을 형성한 역사가 있는 만큼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연계한 가이드북입니다. 동유럽의 파리라 부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온천이 발달해 겨울 여행으로 좋은 도시라고 하네요.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나라인 만큼 합스부르크 왕가의 빛나는 유산이 가득한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가 낳은 수많은 위인들의 흔적을 만나는 즐거움도 큽니다. 수도 빈의 트램 풍경도 예뻐서 한 달 살기하고 싶어집니다.


빈에는 꼭 들러야 할 박물관도 많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위엄에 걸맞은 예술 작품들이 비엔나로 들어왔었던 만큼 유럽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 작품도 빈 시내에 자리한 벨베데레 궁전에서 만날 수 있어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이었던 쇤부른 궁전은 베르사유와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입니다. 광대한 정원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 들 만큼 멋진 이 궁전에는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오스트리아에도 알프스 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알프스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 인스부르크는 스위스의 알프스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요들송의 본고장이라는 티롤 마을도 이곳에 있더라고요. 중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스트리아 북부 소도시의 매력까지 담은 가이드북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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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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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제8대 대통령 메리 매컬리스는 교황청에 방문했을 때 교황 요한 바오르 2세는 대통령을 그대로 지나치고 대통령의 남편에게 "대통령의 남편이 되느니 차라리 대통령이 되는 게 더 낫지 않나요?"라는 말을 건넵니다. 교황은 농담이라고 얼버무렸지만 남성 대통령이라면 듣지 않았을 농담입니다.


저자 메리 앤 시그하트가 기자 생활을 할 때의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기자라고 하니 상대방은 프리랜서 기자냐고 묻습니다. <더 타임스> 정치부 기자였던 저자는 자신이 남성이었다면 프리랜서라고 물었을지 반문하자 상대방은 겸연쩍어합니다.


<더 타임스> 편집자 및 칼럼리스트로 20년간 근무했고, 싱크탱크 의장을 비롯해 수많은 곳에서 연구원 및 교수, 이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메리 앤 시그하트의 21세기 여성 차별 보고서 <평등하다는 착각>. 남녀 간의 권위 격차에 대해 다루는 책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여성의 견해에 영향받기를 꺼려 하고, 여성이 권위를 행사하는 상황에 거부감을 갖는 현실입니다. 저자는 미투 운동 이후 일어나는 건 립 서비스 페미니즘이며, 무의식적 편향은 여전히 같다고 말합니다. 무의식적 편향은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조차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평등하다는 착각>은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성공한, 권위 있는 여성 50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은 권위 격차 사례를 보여줍니다. 고위직 여성조차 그런 경험을 하는데, 나머지 여성들의 상황은 어떻겠나요. 저자는 연령, 인종, 계층을 불문하고 다양한 평범한 여성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1,000편이 넘는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권위 격차를 만드는 수많은 요인들을 살펴봅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성별에 따른 권위 격차 문제의 해법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권위는 지식과 전문성의 결과로 얻는 영향력, 권력과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해당 분야의 귄위자이며 책임을 맡은 결과로 얻는 권한입니다. 대다수 남성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의식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최고위직에 임명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이런 주장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도 합니다. 여성이 특혜를 받아서 오히려 남성이 손해를 받았다고도 합니다.


과거로부터 지속되어온 편향이 여성의 눈에는 보이지만 남성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의 권위와 전문성이 과소평가되거나 의심받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기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더 많은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도, 연구실 관리직 지원서를 보낼 때도 권위 격차는 생깁니다. 유리천장을 깬 고위직 여성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성차별을 당합니다. 과학, 기술, 공학 분야에 용기를 내어 도전한 여성들은 여성을 밀어내는 사회적 힘에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성별 임금격차로 인해 남편이 받는 보수가 더 크기 때문에 임신하면 여성이 경력을 포기합니다. 직장을 떠난다는 이유로 고용 회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실제 직장을 떠나는 비율을 보면 남녀 간 차이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오히려 관리직은 남성이 이직하느라 떠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편향되게 행동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당하는 여성들은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다." - 책 속에서


권위 격차를 드러내는 모든 행위의 바탕에는 여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자리한다고 합니다. 여성이 말할 때면 주의를 덜 기울이고 말허리를 자릅니다. 더불어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편향을 보이는 행위 '내면화된 여성 혐오'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다는 걸 일깨웁니다.​​


은밀한 편향 사례를 조목조목 짚어주는 <평등하다는 착각>. 지금의 세계는 권위 격차의 누적 효과로 만들어졌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그 반대도)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례도 등장하는데요. '빌어먹을 똑같은 연구'가 남성 연구자의 성과물이 되자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남성은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하기 전까지 유능하다고 평가받지만 여성은 자기 능력을 증명하기 전까지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아요." - 책 속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편향을 알아차리고 능동적으로 개선하려고 할 때만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데다가 여성작가의 책인데도 이 책을 선택한 남성들을 위한 파트도 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성평등이 왜 남성에게도 유익한지 알려줍니다.


<평등하다는 착각>은 개인, 배우자, 부모, 직장 동료, 고용주, 교사, 언론, 정부, 사회가 권위 격차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몇 가지를 선택해 실천해 보고, 가끔 한 번씩 다시 들춰 보면서 스스로를 점검하고, 실천 항목을 점차 늘려보자고 응원합니다.​​


기성세대는 성장기에 습득했던 편향과 싸워야 하는 까닭에 권위 격차를 해소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는 편견에 시달리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바깥세상의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줄 수 있는 부모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배타적이지 않고 힘을 합칠 때 좋은 성과를 내고 서로를 보완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관점이 합쳐지면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이 나온다고 합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권위 격차가 정말 존재하는지 의심되거나 존재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평등하다는 착각>을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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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정지현 옮김 / 앤페이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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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이론, 루시퍼 이펙트, 타임 패러독스... 심리학 책에서 한 번쯤 접할 수 있는 바로 이 이론들의 창시자, 심리학계의 살아있는 전설 필립 짐바르도 자서전을 만나봅니다.​​ 질문과 답변 형식의 인터뷰 기록으로 구성된 자서전이어서 생생하게 직접 목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을 안겨줍니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는 입담을 가진 분이시더라고요.​​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은 필립 짐바르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에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해나갔다고 합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2세로 파란 눈에 큰 코, 큰 키와 마른 체형... 이런 신체 특성은 또래 아이들에게 유대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지독한 차별을 받게 됩니다. 그는 힘센 리더의 행동과 특징을 관찰하며 흉내 내기 시작했고 성장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학생으로 변하게 됩니다. 직관적인 어린 심리학자의 면모를 일찌감치 보인 겁니다.​​


그의 생김새로 인한 오해는 이후에도 이어집니다. 고등학교 시절엔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라 여기질 않나, 누군가는 그를 푸에르토리코인이라 여깁니다. 싸구려 사진관에서 찍은 어두운 사진과 재즈를 좋아한다는 취미를 쓴 지원서는 그를 흑인일 거라 생각하게 만들었고 당시 흑인 대학원생을 뽑지 않았던 예일대 심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하지 못할 뻔했습니다.


사회심리학자로서의 이력에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게 된 건 심리학계의 거장들이 모인 스탠퍼드대학교에 정교수직을 제안받으며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그 유명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이뤄집니다. 처음엔 기숙사 학생들과 3일간 경찰과 도둑 놀이라는 모의실험으로 시작했는데 흥미로운 결과를 낳는 걸 보고 본격적으로 실험에 돌입합니다. 심신이 건강한 청년들을 모집해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임의 배정하고, 실제 경찰의 도움으로 입건 절차를 따르며 교도소(조던홀 건물 지하)로 이송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죄수복으로 갈아입고 번호를 부여받는 순간부터 제도적 비개인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권력이 지배하는 교도소 실험의 탄생 비화를 짐바르도의 목소리로 들으니 더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신체적 처벌은 금지하지만 심리적 형벌은 막지 않았던 그 실험은 뜻밖의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교도관의 '힘'을 가진 자들은 억압적인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게 됩니다. 너그러운 교도관이라 할지라도 지배적인 교도관의 결정에 따라갑니다. 죄수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각자도생의 태도를 보입니다. 점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집니다.


모두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합니다. 실험 36시간 만에 신경쇠약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나타납니다. 짐바르도조차 연구자가 아닌 교도소 감독관의 역할에 매몰되어버린 바람에 더 일찍 개입하지 못한 것을 자책했을 정도입니다. 결국 원래 2주 예정이었던 실험은 일찍 종료하게 됩니다.​​


1971년에 진행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유일하게 하루 24시간 내내 진행된 사회과학 연구이자 사회심리학에서 행해진 가장 극적인 실험입니다. 선량한 사람이 얼마나 악하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모든 면에서 '상황의 힘'이 극적으로 드러난 실험이었습니다. 상황의 힘이 어떻게 개인의 성격과 사회적 행동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이 실험은 맡은 역할이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역할놀이에서조차 우리는 그 경계를 넘을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상황의 힘에 취약하다는 걸 의식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자서전에서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에 쏟아진 비판과 오해에 대해 답하는 파트도 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강력한 상황의 힘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저항 지침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이 내용은 그의 저서 <루시퍼 이펙트>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 교소도 실험 덕분에 탄생한 후속 연구가 많습니다. 수줍음 프로젝트, 시간관, 마인드컨트롤, 광기 등이 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시간대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삶의 태도가 결정되는 '짐바르도 시간관' 연구가 특히 인상 깊습니다. 이 이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기애성 인격장애와 현재 지향적 쾌락주의자 면모를 설명할 때에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의 심리적 반응이 극에 달했기에 그의 실험 이후 스탠퍼드는 물론 모든 기관이 실험에 대해 보수적으로 돌아섰을 정도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낳은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후 연구 실험부터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일부 사회심리학자들이 fMRI 기계를 이용해 뇌 연구로 전환하게 되는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TED 강연 당시 시간이 촉박했을 때 머릿속에서 벌어진 상황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선 배꼽 잡고 웃을 정도로 솔직한 그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학창 시절부터 시작한 반전운동은 물론이고 소수집단과 여성 교수 임용에 앞장선 짐바르도의 인생을 엿볼 수 있습니다.​​


26부작 TV 시리즈 <심리학의 발견> 프로젝트에 참여해 심리학의 모든 것을 다루며 대중에게도 익숙한 스타 교수 필립 짐바르도가 들려주는 심리학자로서의 성장기 <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수많은 어젠다를 제기하며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 필립 짐바르도의 이야기는 심리학을 좋아하는 일반인과 심리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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