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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자기 발견의 심리학
일레인 아론 지음, 노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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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계 최초로 '민감함'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심리학자의 책,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자기 발견의 심리학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제목만으로도 내 얘기라며 공감할 분이 많을 텐데요, 10명 중 2명꼴로 극도로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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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성 TEST에서 12개를 넘으면 극도로 민감한 타입이라고 해요. 아주 강한 반응을 보이는 한두 가지만으로도 민감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12개를 넘지 않지만 강한 반응이 나타나는 두어 가지가 있는데, 냄새와 소음에 민감하고 외출하고 오면 반드시 조용하게 쉬어야 한다는 것. 이게 안 되면 폭발합니다.
민감성은 내향성, 숫기 없음이라는 말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르다고 해요. 물론 민감성인 사람이 내향성인 경우가 많긴 합니다. 읽다가 재미있는 단어를 발견했는데, '그냥 안다'는 것. 육감이죠. 실제로는 감각이 극도로 발달한 겁니다. 대신 강한 자극에는 취약하기에 적당한 긴장감을 넘어서면 기진맥진하는 거죠.
불안, 어색, 두려움, 억압된 상태의 부정적인 감정과 신중, 침착, 사려 깊음 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서의 민감성. 사회, 문화적 시선에서는 민감성을 까다로운 기질로만 집중했기에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 치부하곤 했습니다. 예컨대 한두 명에게만 의지하는 민감성 타입의 인간관계를 무시하고 '함께'를 강요하는 획일적인 육아, 교육 문제처럼요.
그래서 민감성을 유지하길 원하는가, 극복하기를 원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 와 닿더라고요. 부모 양육 태도에 따라 민감한 특성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부정적으로만 대한다면 성인이 되어서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합니다. 민감성 특성이 안정적인 환경과 만나면 긍정적이고 활달한 생활이 가능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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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정상적'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사회.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외향적인 면과 내성적인 면을 숨 쉬는 것처럼 번갈아 가면서 취한다고 해요. 민감성이든 외향성이든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적당히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게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혹사시키지 말라고 해요. "생각해보면 우리 삶에는 안전한 피신처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숲, 해안, 도서관 같은 유형의 피신처도 있고, 명상과 기도 같은 무형의 피신처도 있습니다. 영적 스승들처럼 깨달음의 경지에는 다다를 수 없지만 내 몸이 하는 말을 들을 줄 알아야겠어요.
심리학, 인간관계 관련 책은 어떤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에 불만이 있거나 서툴러서, 혹은 내 주변의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을 때 찾지 않나요? 특성과 관련지어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나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기도 하고요. 제 경우엔 민감성이 '문제'가 될 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남을 의식했을 때 그런 경향이 큰 것 같았어요. 저자는 누군가의 기대와 요구에 따라가기보다는 본연의 자신을 발견하는 해방을 누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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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이 자극에 대처하는 수준을 보면 움츠러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민감하다 해서 사교술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민감성의 30퍼센트 정도는 외향적이기도 하거든요. 다만 대인 기피, 대인 공포증 등 문제점이 있는 경우 특히 이 책이 자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될 겁니다.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훌륭한 페르소나를 만들어 의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사회성을 키우라고 조언하는데, 개인적으로 저도 이걸 처방전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긴장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땐 에너지를 탈탈 소진시킨 느낌이라 무척 힘듭니다.
후반부에는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면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랑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세부적으로 들어가 상황에 맞게 설명합니다. 어떤 성향이든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터득해야 할 요령은 있기 마련이죠.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 무심결에 하는 행동이 남들이 보기엔 문제 될 거리라면 좀 더 영악해지고 '정치적'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마음에 들었어요.민감성을 보이는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 된 책입니다. 저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일찍 이 책을 만났더라면 수월했을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