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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 -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가족심리학
권수영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감정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안에 불필요한 감정이란 하나도 없다. 다만 과도하게 나서서 기능하는 감정과 숨겨진 감정이 우리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툭하면 짜증만 내는 아이.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강하게 표출하는 감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짜증, 분노, 미움, 무력감, 슬픔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게 되는 감정의 속사정을 가족치료 개념으로 파헤친 책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
가족이란 집단은 독특합니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는 감정이 상호작용한다고 해요.
가족 내 문제발생시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시스템을 살펴봐야 한다는 거죠. 겉으로 보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구성원이 진짜 환자가 아니라 그 사람은 가족 시스템의 패턴을 보여줄 뿐이라는 겁니다. 문제의 당사자가 희생양 역할을 하며 그럭저럭 가족관계를 지탱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감정에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다고 해요. 분노, 미움, 강한 기대감, 짜증, 긴장감처럼 쉽게 표출되는 감정은 강경파. 외로움처럼 유약한 내면의 감정은 온건파라고 부릅니다. 가족 구성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족치료는 숨어있던 온건파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구성원 각자의 불안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감정 하나하나가 소인격체로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감정을 잘 다루고 있다고 하니 기회 되면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강경파 감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나쁘게만 보지 말고, 그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에서는 마음속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마음의 내시경을 작동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가족치료에서 문제 있는 존재로 지목된 '규정된 환자'.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가족 간 균형 잃은 전체 가족 시스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온건파 감정도 가족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진다면, 강경파 감정이 힘들게 나설 필요가 없어진다는군요. 우리는 아이의 모든 감정들을 이해하고 받아주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짜증'처럼 강경파 감정이 자주 출동한다면 강경파 감정이 방어하는 숨은 온건파 감정이 있다는 의미거든요.
부부, 자녀, 형제자매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온갖 감정들.
어떤 감정은 무조건 조절해야 하고 비난할 감정이고 어떤 감정은 착한 감정이라는 식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감정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 그 어떤 감정도 백해무익한 나쁜 감정이란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감정을 따로 떼내 생각하지 않고 가족 시스템의 일부로 바라보게 됩니다.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온건파 감정을 공감하고 수용할 때 진정한 힐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에서는 감정 코칭법 몇 가지를 알려주는데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이었습니다.
나쁜 감정이라 오해하는 감정들을 살펴보는 셀프 코칭에서 중요한 점은 행동만 보고 판단하는 내 편견을 보류하고, 온건파 감정들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었어요. 공감의 힘이지요. 특히 트라우마 경험으로 인한 코칭 사례도 소개되는데 세월호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라 마음이 묵직해지기도 하네요.
마음속 시스템 원리를 이해하면 이유 있는 악역을 자처한 강경파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기질 탓만 할게 아니라 내면의 불안을 들여다보면서 수용하는 것이 가족 시스템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