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우 - 비밀을 삼킨 여인
피오나 바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기자 출신 작가 피오나 바턴의 심리스릴러소설 THE WIDOW 위도우, 비밀을 삼킨 여인.

기자 시절 법정사건을 많이 다루면서 당시 피의자 아내를 관찰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해요. 남자의 아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정말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남편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어떤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위도우, 비밀을 삼킨 여인>에서는 기자 케이트가 살인마의 아내를 통해 진실을 알아내려는 전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동유괴살해범 용의자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은 후 아내가 기자와 만나는 현재 시점으로 시작하면서 점점 과거로 돌아갑니다.


남편에게 순종하며 아니 지배받는 삶을 살아온 아내. 지배받는 걸 못 견뎌 하지도 않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당연하게 여기며 무던하게 순응합니다. 아내의 심리 상태를 보면 자존감 제로인 것처럼 느껴져요. 소름 끼칠 정도로 주도권이 없었던 아내였습니다. 남편이 주먹을 휘두른다거나 큰소리 내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이성적인 말투에 조용히... 제삼자 눈에는 오히려 그게 더 무섭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는 내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도와줬다. 내가 어른이 되는 것을 도와줬던 것 같다." - 책 속에서


그런데 이제는 그런 남편이 사고로 죽어버렸습니다.

기자와의 만남에서 남편이 없어졌으면 했다는 속내를 묘사하는 장면에선 오히려 아내가 더 싸이코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처음부터 한 방 먹이고 들어가네요. 기자와 대화하면서도 기자가 모든 상황을 주도하는 듯 이끌어나가는 상황을 반기면서도 말이죠. 다시금 누군가가 뭘 해야 할지 지시해준다는 걸 기뻐하는 아내의 속마음에 당황하기도 했네요.


"그가 '고집했다'. 이제 다시 저지방 우유를 먹어도 되는구나. 나는 미소를 지었다." - 책 속에서


"그가 죽어서 기쁘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그의 허튼 짓거리를 견디지 않아도 된다." - 책 속에서

 


 


기자의 시선에서 진행하는 장면은 기자 출신 작가답게 생생함이 살아있어요.

완벽한 연기 모드로 돌입하는 기자의 심리 묘사, 언론 플레이 등 전직 기자의 노하우가 과감히 선보입니다. 비하인드스토리에나 나올법한 불명예스러운 모습까지 끄집어내 더 리얼했어요. 


<위도우, 비밀을 삼킨 여인>은 어린아이의 유괴 사건을 두고 유괴살해범 용의자, 용의자의 아내, 그리고 진실을 알아내려는 형사와 기자의 입장에서 진행됩니다.

남편은 결국 무죄로 풀려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편의 추악함을 알게 된 아내. 불임이었던 남편은 몰래 아동 학대 사진을 보는 성도착자였습니다. 중독이 심각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만 한정되어 있긴 했었죠.


유괴에 대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던데다가 경찰의 함정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버려 사건은 미제로 남아버리게 될 지경입니다. 경찰이 사건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이 정도면 멀쩡한 사람도 범죄자로 만들겠다 싶을 정도로 과한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 

 

 

 

어쨌든 남편은 무죄로 풀려났지만, 남편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아내.

다정한 남편의 뒤에 감쳐진 모습에 진저리난 아내의 기이한 행동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해서 평소와는 다른 의견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익명으로 원하는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다는 만족감을 맛보게 되지요. 이때만 해도 아내의 반항(?)은 애교 수준입니다.


"비밀을 갖는다는 것은 묘한 기분이다. 배 속에 돌덩이가 있어서 내장을 짓누르고 생각할 때마다 속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것만 같다." - 책 속에서


남편의 비밀을 자기 것처럼 지킨 아내. 하지만 지배받고 순응하는 모습의 끝은 어디일까요.

책장을 넘길수록 저는 아내 쪽이 더 소름끼쳤어요. <나를 찾아줘>에서만큼 아내의 강렬한 행동은 없었지만, 그저 심리 변화를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위도우>의 아내, 만만찮았습니다.


남편이 정말 유괴범인지, 그렇다면 유괴된 아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내는 정말 진실을 알고 있는 걸까... 읽는 내내 궁금해했네요. 용의자 남편의 아내로 생활하면서 겪은 괴로움에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요. 찝찝하게 뭔가 남은듯한 의문은 한 두 가지 있긴 한데, 그래도 나름 결말은 시원하게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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