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국인 -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허태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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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랬고 어떻게 내 문제를 해결하느냐만 다루는 개인적인 심리학에서 벗어나 '그런 내가 모여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책 <어쩌다 한국인>.


헬조선, 7포세대, 불신 만연한 현재 한국 모습을 청소년의 질풍노도 시기로 비유하며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이란 부제를 단 <어쩌다 한국인>은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본질을 문화심리학적으로 접근,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자 허태균 교수님은 한국인들의 특성 여섯 가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주체성, 가족확장성, 관계주의, 심정중심주의, 복합유연성, 불확실성 회피로 대표하는 한국인의 특성은 곧 한국사회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발전시켜온 특성이었지만, 사춘기 시기에는 과거의 존재에 대한 강한 인식과 함께 부정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이 특성을 이제는 어떻게 조화롭게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무시 받고 못 사는 주체​성 강한 한국인은 결정권과 통제감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합니다.

한턱 쏜다의 진짜 의미, 갑질 하는 이유 등을 통해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누리지 못하는 환경이 되면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고 해요. 그냥 시키는 대로, 정해진 대로 무조건 따르기에는 너무나 주체적인 특성을 어떻게 현실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만족하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이유입니다.

 

 

 

가족확장성이란 특성은 가족처럼 원칙을 적용한다는 뜻인데요.

엄마 친구도 이모, 아빠 친구는 삼촌, 식당이나 가게 주인은 이모, 언니. 친구 엄마는 곧 내 엄마. 이렇게 주변 아무하고나 가족을 만드는 사고방식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심지어 정부조차 부모처럼 믿고 따르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관계주의 특성은 흔히 동양은 집단주의라고 말하는 것에서 벗어나는데요. 동서양 심리학 연구에서 일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었기에 동양은 집단주의라는 결과가 나왔을 뿐, 실제 우리나라는 오히려 관계주의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단기적, 피상적이 되면서 관계주의적 한국인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통과 불통의 문제도 한몫하고요. 나쁜 놈, 책임질 사람을 찾으면 쉽게 해소시키는 경향이 생기게 된 원인이라고 해요. 구조적, 제도적 문제는 간과한 채 말입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건이 여기에 해당하죠.

 

 

 

 

최근에 <일본 엄마의 힘  (황소북스, 2015)> 을 읽으며 일본인의 특성 중 하나가 그렇게도 타인에게 폐 끼치기 싫어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알고 그때 든 생각이... 그러면서도 침략에 몰두한 역사라든지, 과거사 반성과 사과는 없는 만행이 의아했다고 했는데요. <어쩌면 한국인>에서 그 점을 제대로 해소해주네요. 일본인의 문화심리적 특성상 군국제국주의 시대 일본인의 만행을 가능하게 했음을 알 수 있는 이야기를요.

 

 

일본인은 수직적 집단주의에다가 한국인보다는 약한 주체성을 가지고 개인적 판단보다는 소명에 따라, 순응, 복종 등 집단의 한 부분으로 남는 개인이라는 사고방식이 강하다고 해요. 이는 완벽에 대한 집착, 조직 충성, 대를 잇는 장인정신을 낳았고요. 다만 예외를 인정해야 할 개인적 이유를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즉 그때는 전쟁 중이었으니까. 이 한마디로 개인의 판단은 넘어가는 거죠.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벗어나는 규범에 의해 쉽게 지배받을 수 있는 일본인 특성과는 달리 ​심정주의적인 우리는 마음을 중요시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어 행위보다 마음에 중요성을 둡니다.

행동 뒤에 숨겨진 마음을 중요시한다는 거죠. 이는 체면, 배려, 눈치라는 것을 낳습니다.

 

 

 

 

불확실성 회피 성향은 왜?라는 이유를 모른 채 결과에 집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무엇인가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고, 단기 성과를 원하게 되죠. 성공지상주의, 결과주의, 물질주의, 장기적 전략 부재를 낳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지켜야 할 가치는 사라지고 생존만 남은 상황에서 빚어진 가치관이기도 합니다. 도전을 꿈꾸기보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는 문화를요. 그렇다 보니 행복지수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사태를 만든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분석이 냉철한 <어쩌다 한국인>.

사건, 이슈 때마다 보이는 한국인의 반응을 사례로 드는데 격공감되더라고요. 물론 이런 반응이 옳다, 틀리다의 근거는 없습니다. 그저 이것이 한국인이고 한국의 문화라는 것을 분석한 책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본질과 한계를 명확히 알 때, 우리가 그런 모습으로 변해가는 데 가장 최선의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으냐고 묻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모습과 지금 우리 모습이 다르다면, 우리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그 시작 아니겠느냐고요.


술술 읽어나갈 수 없는 책이었어요.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격공하다보니 찬찬히 읽게 되는 책이었어요. 문화심리학적 접근방식이어서 예전에 <문화심리학 (학지사,2015)> 책을 읽어둔 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됐네요.

 

 

"이래서 우리나라는 안 돼." 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하고 생각하게 되는 현재 한국사회.

하지만 그 나라를 만들고 구성하고 있는 건 바로 우리, 나 자신이라는 것. 현실적 문제를 그저 나 빼고 남의 탓으로 치부하지 말자는 의도가 다분한 책이네요.

이제는 벼락부자, 개천에서 용 난다, 인생역전 같은 기대는 사라진 사회. 그만큼 느려진 사회에서 질풍노도 사춘기 한국사회를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고,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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