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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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과학에세이입니다. 과학 용어 일색으로 딱딱하거나 건조무미한 듯 간결해야만 하는 기존의 과학 글쓰기 방식에서 벗어난 편지글 형식의 과학에세이거든요. 그렇다고 구구절절 감성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과학과 인문의 만남이 참 멋지게 어우러졌답니다. 생물학, 생태학을 바탕으로 문학과 철학이 켠켠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책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멸종된 동물 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릴레이 편지가 담겨있습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생태계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13종의 생명이 주인공입니다.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편견을 가진 이들은 이 글을 보며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될 겁니다. 편지글 형식이라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글에 잘 담겨있는 느낌입니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 예민하고 정확한 온도 감각을 지닌 박쥐. 무시무시하고 바이러스가 득실댈 것만 같은 이미지로 우리에게 인식되어 있는 박쥐였는데 인간이 박쥐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편견을 싹 없애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박쥐가 왜 동굴에서 사는지, 동굴과 박쥐의 긴밀한 관계 등 다양한 과학지식은 물론, 왜 박쥐가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의 힘을 이용하며 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풍력 발전, 조력 발전처럼 생태계에 그다지 문제없어 보이는 발전 시설이 그 지역에 살던 동물에게는 재앙이 된 사례는 충격적이기도 했어요. 게다가 작은 박쥐 하나가 하룻밤에 먹을 수 있는 해충의 수는 3000마리 이상이라고 하네요. 박쥐가 줄면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해충 떼일 테지요.

 

『 사람이 사라진 세상은 특별히 더 좋을 것도 없겠지만, 특별히 더 나쁠 것도 없을 거예요. 세상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스스로 그러한(자연) 모습 그대로 일 거예요. 』 - p84

 

지난달에 읽었던 <생명 시작의 끝과 시작, 멸종> 책에도 나왔지만 생태계를 구성하던 동식물이 사라지는 멸종이 불과 100여 년 만에 엄청나게 이뤄졌습니다. 인간에 의한 선택으로 인한 진화가 동식물에게서 나타나게 되고, 반대로 인간의 선택으로 숱한 동식물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해로운 동물을 쓸어없앤다는 명목으로 인간이 행하는 일들을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과연 '없앨' 권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위험 요소가 되는 대상을 무조건 없애면 된다는 사고방식만이 아니라, 위해가 될 수 있는 동물과도 지구를 나눌 수 있다는 또 다른 사고방식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을 거라 외면하지 말고 시도할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거겠지요.

 

『 어쩌면 인간과 비둘기 둘 사이의 다툼은, 생존력 강한 두 동물이 도시라는 생태계를 동시에 점유하면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분쟁이 아닐까 싶네요. 』 - p191

 

 

다른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야말로 유해동물일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잘못된 편견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나 지능에 대해 과대평가를,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과소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군요.

 

주어진 환경에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인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그 어느 종보다도 탁월한 인간. 하지만 문명화에 성공한 사람은 사자의 위협에서 벗어난 대신, 만성적인 미지의 압박을 받게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피로사회인 현재를 떠올려봅니다.

 

지구의 역사 속 무수한 멸종 동물 목록의 말단에 이름이 올려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 인류였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종(네안데르탈인) 현재 우리 인간, 호모 사피엔스종에게 전하는 글은 더욱 애틋하네요. 닭을 제외하고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종이 호모 사피엔스, 바로 인간입니다. 개체 수가 가장 많은 닭 역시 공장식 축산업이란 이름으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손 댄 결과겠고요. 어쨌든 인간의 번성을 이유로 다른 동물의 살 권리를 억압하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지적합니다.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일원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죠.

 

생태 지식 정보는 물론 그리움이 담긴 편지글 형식의 과학에세이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를 통해 공존의 마음을 가지길 바라봅니다. 생명의 가치에 더 중하고 덜 중함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을 잊는다면 결국 공멸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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