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 - 의심 많은 심리학자 최승원의
최승원 지음 / 책사람집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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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 어렸을 땐 심리학자라고 하면 이야기만 나누면 곧바로 내 속마음 다 들키는 줄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심리는 좀 이어지긴 했습니다. 심리학자는 일상적으로 대화 상대를 분석하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최승원 교수는 점쟁이도 아니고 초능력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서 후회, 실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합리적 의심이 더 많아진 덕분입니다. 여기서 그 능력은 자신에 한 해 적용됩니다. 타인의 심리를 뚝딱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심리학과 관련된 온갖 편견, 오해를 바로잡는 <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 심리학 콘텐츠의 인기는 반갑지만, 장사꾼이 개입하면 별의별 상황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그 별의별 것들을 살펴봅니다.





모차르트 음악 CD로 태교하고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유아에게 보여준 엄마들이라면 기억할 겁니다. (저도 손!) 마음 한편으로는 굳이 모차르트 음악이 창의력을 향상시킨다는 게 맞지 않는다는 걸 의심하고 있었을 테지만 애써 외면합니다.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한 채 상술에 홀랑 빠집니다.


이 유행은 유명 학술지에 짤막하게 실린 연구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오류를 무시한 채 장사꾼이 끼어들어 상업적 열풍을 일으킨 결과입니다.


이처럼 심리학 연구가 왜곡되는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전설의 학술지에 게재된 유명 실험인 마시멜로 실험도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그 누구도 인용처를 모르는 유명한 문구도 있습니다. '인간은 평생 자기 두뇌의 10퍼센트도 채 쓰지 못하고 죽는다'입니다. 자기계발서에서 필수로 등장하지요. 그런데 두뇌의 10퍼센트만 쓰면 우린 뇌 장애를 일으킬 겁니다. 차라리 우리의 무한한 잠재력을 계발하자는 뜻의 더 나은 문장을 만드는 게 좋겠습니다.


MBTI의 매력은 끊기 어려운 약물과도 같습니다. MBTI는 유형 검사입니다. 주류 심리학에서는 심리학적 검사도구로 보지 않습니다. 저자는 혈액형과 마찬가지로 성격을 유형으로 나누려는 모든 시도가 가진 한계를 짚어줍니다.


MBTI는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솔직히 타인의 MBTI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부터 드나요? 선입견, 편견... 바로 그겁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시적으로 겪는 스트레스처럼 바라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두드립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재난을 겪은 PTSD 환자에게 외상 후 '성장'을 강요하는 분위기거든요.





회복에서 더 나아가 심리적으로 성장한다는 외상 후 성장. 여기서 말하는 성장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세월호 참사 사고자가 일상에 복귀하면 성장인가요? 그들은 평생 고통스러워합니다. 그 사건은 어떤 긍정적 의미도 없습니다. 성장을 강요하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저 일상 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을 응원해 주자고 합니다.


우리가 심리학 연구 결과를 가지고 얘기할 때 주의할 점을 일러둡니다. 실험은 그저 실험일 뿐이라는 것, 실험 결과는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에 대한 이해 없이 일상생활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는 사례들이 이어집니다.


심리 치료는 부작용이 없을까? 한바탕 웃음으로 뇌를 속일 수 있을까? 왜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살까? 소확행으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등 무심코 그냥 믿어왔던 것들과 평소 궁금했던 내 행동과 관련한 심리학을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자폐, ADHD,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증 등 질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아예 모르는 가면 우울증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오히려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라도 합니다. 가면 우울증 환자는 그만큼 발견도 힘들지만 몇 가지 단서를 알려주고 있으니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신체 통증으로 발현하는데 가면 우울증 환자는 치료에 대한 협조도가 낮다고 합니다. 병원 방문을 미루고 처방받은 약을 먹지 않으려 하고요. 아프면 병원 가는 평범한 사람과는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심리학이 비즈니스와 만나 자극적인 편집으로 둔갑해버리면 진실은 사라지고 과장된 메시지만 유통된다고 합니다. <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반복되는 사기극, 과잉 해석 사례 등 심리학과 관련한 대중적인 신화와 오해를 파헤칩니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연구의 진위를 추적하는 데서 시작된 저자의 행보가 재미있습니다. 평소 심리학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 책 읽어보세요. 건전하게! 상식적으로 심리학을 일상에 활용하는 올바른 마인드를 배울 수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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