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아
에이미 블룸 지음, 신혜빈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임 선정 2022 최고의 논픽션 1위 <사랑을 담아 In Love>. 작가이자 심리치료사 에이미 블룸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의 선택을 지지하고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기록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자발적 안락사, 조력 자살, 동행 자살이라 부르는 존엄사를 결정한 사람이 있습니다. 에이미 블룸의 남편 브라이언은 알츠하이머병에 동반되는 긴 작별을 원치 않았습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확고했습니다.


<사랑을 담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휴가를 가는 게 아니라 목적지는 스위스 취리히의 디그니타스입니다. 버리고 와도 될만한 가방에 짐을 싸서 출발합니다. 돌아올 땐 에이미 혼자입니다. 그곳은 고통 없고, 평화롭고, 합법적인 자살이 가능한 장소입니다.


에이미 블룸은 이날에 이르기까지 남편의 병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디그니타스를 결정하기까지 어떤 상황들이 벌어졌고 마지막 면담을 위해 취리히에 도착하기까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들려줍니다.


지나고 보면 그토록 자명했는데 진단을 받기 전에는 그저 집중력을 잃은 중년 남성의 게으름과 조기 퇴직(사실상 해고), 은퇴 이후 우울감, 잔소리에 대응하는 남자들의 흔한 반응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남편의 병이 진행되면서 서로 간의 대화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추억을 이야기하기 꺼리는 에이미의 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남편이 기억하지 못할까 봐 혹은 기억하지 못해도 기억나는 척할까 봐 두렵고,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자신이 알아차릴까 봐 두렵습니다.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버릴 때가 점점 많아집니다.





서로 이혼 후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함께 한 지 15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아름다웠고 여전히 따스했습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꾸준한 상실, 꾸준한 흐트러짐을 안겨줬습니다.


"아직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 이 삶을 끝내고 싶을 뿐"이라는 남편에게는 디그니타스가 최선의 선택지이자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그곳이 원한 건 분별력이었습니다. 온전한 판단력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건 온갖 서류, 서류, 서류... 그 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취리히에서 의사와의 마지막 면담 후 최종 승인이 이뤄지고나면 끝입니다. "목요일에 삶을 중단하기로 정말 원하십니까?"라는 의사가 질문을 마주하면서 죽음이 내 눈앞에 다가오는 기분입니다.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마지막이 아닐까 봐 두려워하는 에이미의 양가적인 심정이 아릿하게 다가옵니다. 에이미의 선택은 평화롭게 삶을 끝내려는 남편의 선택을 지지해 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온갖 방법을 알아보는 여정은 서글픕니다. 감옥에 가지 않고는 구하기 힘들고 실패로 끝날 방법들까지 찾아봅니다. 좋은 날은 더없이 달콤하지만 나쁜 날은...  


"가을 내내 나는 손 떨리는 두려움과 단호한 결단력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 책 속에서


"이제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게 뭔지 더 잘 알게" 됐다는 에이미와 남편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사랑을 담아>. 담백하고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펼쳐내는 에이미 블룸의 문체 덕분에 문장과 행간에 담긴 여운이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 행동 하나만을 앞둔 남편이 "당신 비행기 시간이 언제지?"라고 묻는 장면만큼이나 가슴 저릿한 장면을 또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