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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 미국 동부 - 미국은 어떻게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었나 ㅣ 부자와 미술관
최정표 지음 / 파람북 / 2023년 2월
평점 :
미술애호가이자 경제학자 최정표 교수의 미국 미술관 순례 <부자와 미술관>. 이 책은 작품보다 미술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본 미술관 비하인드 스토리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더라고요.
"미술관은 경제법칙이 가장 잘 반영된 발명품이다."
<부자와 미술관>은 두 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권 동부지역 15개, 2권 중·서부지역 16개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미국 대표 명품 미술관들입니다. 미국 미술관 역사의 시작점부터 흥미진진합니다. 대영박물관, 루브르 박물관과 같은 미술관이 없던 미국은 문화적 열등의식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미국에도 만들고자 나선 이들은 바로 대부호들이었습니다.
미국의 부흥에 기여한 부자들은 미술품 수집에도 적극적이었고 결국 대형 종합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탄생합니다. 그들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하거나 현금 기부 방식으로 문화적 자존심을 세운 셈입니다. 그중 중독자 수준의 예술품 수집광 면모를 보인 모건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며 운영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사를 살펴보니 당대 부호들이 총망라됩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 산업혁명과 함께 급성장한 경제에서 재벌들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미국 최고의 부자 가문들은 예술품 수집에 진심이었습니다. 악명 높은 기업가로 평가받는 인물도 아름다운 미술관을 남겼습니다. 악덕 기업가든 자선사업가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예술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미국 역사상 록펠러 다음의 두 번째 부자로 일컬어진 밴더빌트는 25년간이나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 700여 점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려 했지만 거절당하자 직접 미술관을 만들기로 작심합니다. 미국 미술의 보고라 불리는 휘트니 미술관의 탄생 비화입니다. 이 미술관에 미국 미술사의 한 장을 장식한 에드워드 호퍼 작품이 2,500점 이상 있지요.
이니셜로 모마(MoMA)로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발전했는지, 대형 조각 작품용 맞춤형 전시실까지 마련한 디아비컨 미술관은 왜 초대형 작품을 전시하는지,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통틀어 오직 단 한점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이 어떻게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지 등 미술관의 탄생과 발전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미술관마다 대표작을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미술관이 작가들의 인큐베이터가 되는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 <부자와 미술관>.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 작품을 매각하는 사연도 종종 등장하는데요. 아무리 값진 것이더라도 미술관마다 전문성과 특성에 맞는 작품들을 소장하기 위한 쉽지 않은 결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술관은 돈의 힘이 작용하는 곳이었습니다. 경영전략이 없다면 유지할 수도 없었을 테지요. 재벌들의 예술품 수집은 투자 결정처럼 기업가정신으로 행해졌습니다. 미술관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유지했고, 신진 작가들의 현대작품들을 재벌들이 후원합니다.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역시 수많은 해외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통해 선진국의 지평이 되는 문화대국으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만나는 <부자와 미술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