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괴담 - 오류와 왜곡에 맞서는 박종인 기자의 역사 전쟁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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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의 땅의 역사 시리즈를 통해 한국사의 숨은 진실을 많이 배우게 되었는데 박종인 기자의 신간 <광화문 괴담> 역시 읽는 내내 충격파가 꽤 큽니다.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이 가짜뉴스였다는 걸 알게 되니 배신감이 진하게 몰려옵니다. 


우리 아이가 즐겨보는 프리한19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괴담을 파헤치는 내용이 많아서 가끔 호기심 끌려 봤는데, <광화문 괴담>에 비하면 애교 수준입니다. 전설이나 귀신 이야기처럼 그저 웃고 넘어가기 힘든 진실들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


역사의 민낯을 밝히는 박종인 기자. 진실의 탈을 쓴 거짓 역사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대한민국 근대사 괴담 열일곱 가지는 일본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돌리는 데서 시작된 괴담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에 의해 반복되고 오래된 거짓말들이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전문가, 반복, 오래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전문가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버젓이 지도, 사진 등 역사적 기록이 있는데도 왜 그들은 그렇게 믿고 대중을 속이는 걸까요. <광화문 괴담>을 통해 그 비밀이 속시원히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어도 너무 넘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괴담도 많았습니다. ​


권력 집단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 풍수지리는 빠지지 않습니다. 청와대 명당설처럼 말입니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시기에 공사의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누군가가 새긴 돌을 가지고 명당설 근거를 대고 있습니다. 풍수지리에 의한 한양 천도 이야기도 진실한 역사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시작은 지관을 통한 풍수지리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무학과 정도전 논쟁은 가짜뉴스이고, 조선 수도 한성은 실용적 기준에 따라 건설된 도시라고 합니다. 풍수지리 해석은 후대의 신화일 뿐입니다. ​


풍수설에 입각한 대표 역사 중 하나인 광화문 광장에 얽힌 이야기도 진실을 알게 되면 어이 없어집니다. 일제에 의해 국가 축이 훼손되었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총독부 건물 없앨 때도 얘기가 나왔고, 풍수설에 입각한 한성의 축선을 복원하겠다며 광화문 광장 새로 조성할 때도 나왔습니다. 광화문 월대 복원도 논란이지요. 하지만 있지도 않은 축을, 월대를 어찌 복원하겠다는 걸까요. 관련 사업 계획 근거로 알뜰하게 사용한 그 근거라는 것들이 지도와 사진으로 다 거짓이라는 게 밝혀지는데도 말입니다. ​





역사적 사명을 띤 숭고한 사업을 하고 싶다면 그 근거는 진실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퍼트린 가짜뉴스에 대중은 기만당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진실로 탈바꿈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 가장 흔해빠진 고질적 괴담 중 하나인 남대문 괴담(임진왜란 일본군의 개선문이라는 가짜뉴스에 국보 1호 취소 운동이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밝혀줍니다. 국뽕사관에 매몰되다 보면 확증편향이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기 쉬워집니다. 엉터리 논문과 언론의 선동으로 가짜뉴스를 진실로 알고 있는 역사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가짜뉴스가 밝혀질 때마다 어이가 없었던 건 기초적 고증도 없이 퍼진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다는 겁니다. 조금만 살펴봐도 가짜라는 걸 알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토록 괴담의 힘은 셉니다. 지식인의 오만과 무책임이 생산한 가짜뉴스는 일반 대중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에게도 많이 나타납니다. 믿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혹하기에 덜컥 걸려들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극적인 드라마 감동은 가짜뉴스라고 의심을 해보면 됩니다. ​


문화정치를 완성했다는 정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면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현빈 정조에 반해서인지 저도 정조에 대한 이미지는 좋거든요 ;;) 물론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성리학 이외 모든 학문을 이단이라 규정하고 탄압해 학문의 암흑기였다고 합니다. 애국심이 눈을 가리기도 합니다. 아사순국한 최익현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이고, 헤이그 밀사 이준 할복자살은 어떻게 미화되었는지 보여줍니다. ​


신화가 되고 괴담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가짜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박종인 저자의 <광화문 괴담>. 위로를 위한 괴담이나 조작 대신 오히려 뼈아픈 각성이 필요하다는 걸 알립니다. 분명 괴담은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우리의 역사일 때는 소름 끼칩니다. 왜곡된 역사에 무감한 대중을 일깨우는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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