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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평점 :
신비롭고 기묘한 미생물의 세계. 이름 그대로 현미경으로 봐야만 겨우 보이는 미세한 크기인 미생물은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병, 건강, 기후위기 등 우리 일상과 관련한 100가지 미생물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책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독일어권 가장 인기 있는 과학 팟캐스트 '별 이야기'를 진행하는 천문학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터터, 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오스트리아 생물학자 헬무트 융비르트 두 저자가 함께 쓴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미생물과 우주가 대체 무슨 관계이길래 천문학자와 생물학자가 만났을까요.
오늘날의 지구처럼 행성을 만든 것도 미생물입니다. 행성으로서의 지구 관점에서 천문학자가 등장한 겁니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일도 결국 미생물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생명은 진핵생물, 고세균, 박테리아(세균) 이렇게 세 가지로 크게 나뉩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진핵동물입니다. 체세포의 기본 구조가 같습니다. 고세균에서 오랜 시간 진화 후 갈라져 나온 게 진핵생물이라고 합니다.
모든 생명의 공통 조상은 루카 LUCA입니다. 루카라는 이름은 어떤 구체적인 생명체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최초의 유기체 개체군을 칭할 뿐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가장 처음에 고세균이 있었는지, 박테리아가 있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고세균은 지구의 극한 환경에서도 서식한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외계 생명 발견도 고세균에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에서는 세균(박테리아) 29개, 고세균 23개, 진핵미생물 23개 그리고 생명체는 아니지만 바이러스 24개가 등장합니다.
우리 몸엔 100조 개에 이르는 세균이 있습니다. 관측 가능한 별보다 많은 숫자라고 합니다. 미생물 덕분에 공휴일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미생물이 없었다면 초콜릿, 맥주, 빵, 치즈 등을 맛볼 수 없었을 겁니다. 미생물은 인류 역사, 개인의 일상, 인간의 몸과 건강, 환경, 지구 등에 영향을 주며 우리 곁에 있습니다.
특히 인류세 최대의 고민인 기후위기와 관련한 미생물이 관심을 끕니다. 메탄을 생성하는 단세포 미생물 메타노브레비박터 루미난티움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는 소의 위나 장에 살고 있기에 진짜 주범은 이 미생물이지만, 기후 변화는 여러 복합적으로 맞물린 현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이 뒤따릅니다.
물고기와 인간을 공격하는 지옥 세포라 불리는 피에스테리아 피시시다는 미세 플라스틱을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세상에나, 인간이 이 세포를 기르고 있는 셈입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빙하, 빙산이 지구온난화로 녹으면서 검출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들도 있습니다. SF 공포물이 이젠 현실로 다가오게 되는 겁니다.
반면 기후를 구하는 슈퍼 효모도 있다는 거 아시나요. 원래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균류였는데 흡수하도록 유전자를 살짝 손봤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결국 근본 원인인 인간의 활동에 대한 고찰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태양의 코로나를 본떠 코로나 바이러스로 부르게 된 HCov-B814. 인간도 감염될 수 있는 최초의 코로나 바이러스였습니다. 이후 총 7종의 인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발견되었습니다. 메르스, 사스 그리고 코로나19 같은 것들입니다. 원래는 무해했던 감기 바이러스가 세계적 재앙으로 변모한 겁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지자 인간과 접촉하며 우리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들이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생물인지 아닌지는 생물학에서 논쟁거리입니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의 도움 없이는 번식을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은 포유류, 조류, 식물, 곰팡이, 박테리아, 고세균을 가리지 않고 알려진 모든 형태의 생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까지 발견되었습니다. 지구상의 유기체 가운데 수적으로 단연 우세한 그룹인 바이러스. 진핵생물, 고세균, 세균이라는 생명의 카테고리에서 바이러스의 지위가 공고해질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금속 채굴 광부와도 같은 미생물도 있습니다. 광물로부터 금속을 용출하는데 활용합니다. 중력이 약해져도 월등한 능력을 선보이는 미생물도 발견되었다니, 채굴 가치 높은 금속 소행성에 이 미생물을 활용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우주여행 시 문제 되는 우주방사선을 막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 중 하나로 곰팡이를 방사선 차폐 재료로 활용하자는 것도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클라도스포리움 스패로스페르뭄을 우주방사선에 노출시켰더니 페트리 접시의 아주 얇은 곰팡이층이 주변 방사능을 2퍼센트 정도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화성에서 주거지를 보호할 목적이라면 곰팡이 층의 두계가 21센티미터 정도 되어야 한다고 하니 꺼림칙하긴 하지만 어쨌든 미생물은 우주에서도 적극 유용하게 활용될 것 같군요.
미생물계의 스타들을 만나는 시간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인류 최악의 재앙을 안겨준 페스트 세균과 같은 치명적인 미생물도 있지만, 인간 삶에 여러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미생물도 있듯 이상하고 수수께끼 같은 미생물 세계입니다. 생물학에 문외한이어도 일상생활과 관련 깊은 이야기들이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