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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 울음이 그치고 상처가 아무는 곳, 보건실 이야기
김하준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5월
평점 :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친구를 데려다주느라 한두 번 들렀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엔 학교 보건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학교 보건실과는 인연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보건교사 에세이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의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이 될까 싶었는데, 귀여운 깨발랄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내내 울며 웃으며 뭉클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오히려 부모보다 더 아이의 마음을 보살필 줄 아는 보건교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어린 시절, 우리 아이의 어린 시절의 마음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에서 20년간 보건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하준 선생님. 보건실에 하루에도 꽤 많은 아이들이 드나든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평균 5분 간격으로 아이들이 다녀가는 곳이라니. 그리고 이렇게 찾아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로 아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보건실을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수업을 빠지던 친구가 기억납니다. 당시엔 그저 꾀병 부리는 걸로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도 드러나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있었기에 그곳을 자주 찾았던 건 아닐까 싶어요. 간단한 외상을 치료하러 가는 것 외에도 보건실은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은신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를 읽으며 깨닫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프다고 하는 아이의 말이 반드시 신체적인 아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부모라면 경험할 겁니다. 겨우 그까짓 걸로 그런다며 아이의 아픈 마음을 별것 아닌 걸로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두고 바쁜 아침 시간이라 대개는 윽박지르며 일단 등교시키는데 우선 목적을 두지 차분히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등한시합니다.
아픈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지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에서 수많은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보건교사라고 해서 아이들의 걱정과 고민들을 해결해 줄 만능 능력을 가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들어주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금세 회복되는 유연함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을 볼 땐 그림자도 함께 보기를, 그림자가 얼마나 큰지 알아보기를, 그림자가 너무 커, 그림자가 없는 줄 착각하지 않기를." -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中
아이들 다운 톡톡 튀는(깨는?) 행동을 엿볼 수 있는 유쾌한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며 온 아이는 직전에 밥 먹고 뱅뱅이를 신나게 타고 왔었고, 코피 나서 오는 아이 대부분은 코딱지를 파다가 나는 거지만 슬쩍 모른 척해 줘야 하고, 온 세상이 뿌옇다며 온 아이에겐 안경을 닦아줍니다.
홈질처럼 하루 건너오는 아이, 박음질처럼 매일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최근 보건실에 방문하는 아이들의 양상을 살펴보면 무기력한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나마 고민거리를 털어놓기만 해도 생기를 찾는 아이들이 많지만, 무사히 보건실에 있다 가게 하는 것 외에 더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보건실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아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들여다보는 귀한 일을 하는 그의 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보건실을 찾아오는 아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돌보는 김하준 보건교사. 오히려 이런 일들이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로해 주는 일이었다고 고백하는 저자처럼 아직도 아파하고 있는 우리의 내면아이를 어루만져 주는 시간을 안겨주는 에세이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