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이 기가 세요 - 유쾌한 여자 둘의 비혼 라이프
하말넘많 지음 / 포르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하말넘많! 여성미디어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을 운영하는 강민지, 서솔 두 여자의 비혼 라이프 <따님이 기가 세요>. 성격도 스타일도 정반대이지만 영화 전공 동기 간의 케미가 정말 좋습니다.


자동완성 검색어에서 '기가 센 여자'만 나오는 현실. '기가 센 남자'는 없습니다. 기가 세다는 건 어떤 의미로 하는 걸까요. 물리적으로 폭력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때 이런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심기가 거슬린다는 거죠. 여자가 너무 기가 세면 남자들이 싫어한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크게 됐을 애인데, 이래서 집안에 남자가 있어야 해... 낯설지 않은 말들입니다.


<따님이 기가 세요>는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탄생 계기와 현황 그리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들려줍니다. 한국 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마주했을 때 욕하는, 딱 그 정도의 관계에서 어떻게 저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깨닫게 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명명하게 되기까지 하말넘많 탄생 이전의 에피소드들은 여성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본 것들일 겁니다.


거창한 대의보다 당장 살면서 하고 싶은 말과 이미지를 삶 속에 녹여보고 싶었다는 하말넘많. 터닝포인트는 인스타툰을 하다 전공을 살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시점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아 채널이 성장했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를 할 만큼 영향력을 넓히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각성하는 여성은 많습니다. 하지만 각성 이후의 선택지는 너무나 부족한 현실에서 '하말넘많'은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페미니즘을 이 땅의 여성들의 삶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즘과 관련된 곳이라면 언제나 옵니다. '올 게 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공격당하는 게 일상이고, 하말넘많 역시 이슈 사건이 있었지만 여성들의 삶을 응원하는 채널로서의 가치는 건재합니다.


<따님이 기가 세요>에는 전국 곳곳 페미니스트를 찾아가 인터뷰 진행한 전국비혼지도, 경제 전문가와 함께한 당신의 가계부, 캠핑 시리즈 텐트 하우스, 소통을 위한 토크 콘서트, 꾸밈노동 없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디폴트립 등 2년간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올렸는지 비하인드스토리가 담겼습니다. 이미 채널을 알고 있는 분이라면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고, 책을 통해 이 채널을 알게 된 분이라면 생각보다 다양한 영상으로 채워진 하말넘많의 매력에 빠질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 채널이지만 페미니즘 주제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여행, 경제, 콘서트, 예능, ASMR 등 종합선물세트처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튜브에서 하지 말아야 할 금기 사항인데도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어 저도 처음 채널을 찾아봤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대한민국에서 비혼 여성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집을 구할 때부터 비혼 여성은 이미 사회적 감점 요소가 많다는 걸 경험합니다. 제도 안에 머물기만을 강요하는 사회 제도 속에서 그들은 사회의 이방인처럼 느꼈다고 고백합니다.


욜로의 쓴맛도 경험했지만 비혼 여성 경제백서 콘텐츠가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어 요즘은 N잡러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여성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하말넘많. 여성에게는 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버텨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야망 없이 이루어내기 어려운 문장이라는 말에서 여성에게 평범한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여성인 내가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데 겁을 먹었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결국 할 말을 하기까지, 스스로를 의심하며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태도에서 이제 벗어나길 응원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하말넘많의 에세이 <따님이 기가 세요>.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것을 유쾌한 목소리로 펼쳐나가는 그들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