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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임상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조던 피터슨의 인생 강의 <질서 너머>. 카리스마 있는 프로필 사진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만만하게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단 첫 인상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어집니다.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묵직함이 있는 책입니다.
표지의 압도적인 강렬함에 비하면 친근한 일상 사례가 많아 어느정도는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루는 주제별로 조금은 뇌가 휙휙 가동되지 않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구약 성경 이야기를 사례로 든 부분도 많으니 참고하세요.
예기치 못한 인생의 비극에서 과거의 확신과 지식은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경직된 질서와 통제의 위험을 넘어설 때 비로소 놀라운 지평이 펼쳐진다는 조던 피터슨 교수. 그의 경험이 이 말을 뒷받침합니다.
몇 개월 간격으로 딸과 아내의 수술을 겪었고, 본인은 몇 년간 극심한 불안 증세로 먹었던 벤조디아제핀 금단 증상 치료로 극한의 고통을 경험합니다. 모스크바에서는 한 달 간 의학적 혼수 상태로 실험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가족, 친구 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결국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불행이 닥쳤을 때 기댈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구원의 토대가 되는 이야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질서 너머>는 안전과 통제가 지나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떻게 피해야 할까에 초점 맞춥니다. 질서는 탐구된 영역입니다. 우리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으로 목표하는 결과를 얻을 때 그것은 질서의 영역 안에 존재합니다. 즉, 예측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세계는 결코 질서정연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예상 밖으로 변합니다. 쉼 없이 변하는 세계에 적응하려면 질서 너머 혼돈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혼돈은 파격, 새로움, 예상치 못함, 변화, 붕괴, 추락까지도 안고 있습니다. 이런 혼돈은 대개 갑자기, 끔찍하게, 우발적으로 튀어나옵니다. 대부분은 정신 못차리고 허우적거립니다. 그렇다면 이 혼돈은 제거해야 하는 대상일까요. 아닙니다. 새로운 것과 접촉하지 않으면 정체됩니다.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면 삶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꿰어야 할 단추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겸손함을 갖추는 것" - 책 속에서
조던 피터슨 교수는 타로 카드 중 바보카드로 알려진 그림을 보여주며 기꺼이 초보자가 되어 배우려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합니다. 바보의 부족함을 긍정적인 의미로 바라봅니다. 위계 구조의 밑바닥에 있을 때 유용한 마음가짐입니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신중하고 겸손하게 현재의 게임에 참여하고, 다음 행보에 필요한 지식과 자제심, 수련을 개발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초보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들려주는 첫 번째 법칙은 개인의 정신 건강과 관련 있습니다. 지위에 대한 고민 뿐이었던 것에서 주어진 구조와 위치를 받아들이면, 전에는 자존심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던 기회와 가능성이 보이게 된다는 걸 알려줍니다. 겸손함이 쌓이자 성공의 길이 열린 사례와 함께 말이죠.
위계 구조를 이기적으로 경멸하는 대신 기존의 사회구조와 창의적 변화를 균형 있게 존중하는 인격을 갖추길 조언합니다. 삶의 안전한 울타리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문제는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존중'하는 인격이라는 말에서처럼 아무 생각 없이 기존 구조를 따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복종이 아닌 겁니다. 기존 질서의 가치를 폄훼하지는 않되, 다른 한 발로 혼돈의 세계를 디뎌야 하는 게 질서 너머의 제 1법칙입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기 기만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는 제 3법칙입니다. 안개 같은 마음 속 두려움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강력한 조언입니다. 무지, 부족함, 나약한 나의 감정을 인정한다면 안개를 걷어내는데 도움된다고 합니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내 감정과 동기 상태를 그때그때 알아차리라고 합니다.
우리가 희망을 품고 전진할 수 있는 힘은 진심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어떤 것에 다가가는 경험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목적이 없다면 우리는 견디기 어려운 불안에 항상 시달리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평생을 자기 자신과 살아야 한다." - 책 속에서
직장을 포함해 어느 집단에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아무도 하지 않는 유용한 일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진정한 이타주의가 선사하는 인생의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길입니다.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주는 의미를 자기 자신과 타인을 자발적으로 책임지는 성숙함에서 찾도록 하고 있습니다.
절망, 부패, 허무주의에 찌든 삶은 이제 그만. 양심의 부름을 거부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개인과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바라보는 법에 대한 조언은 더욱 묵직합니다. 낡은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더 작고 정확하게 정의한 문제를 다루라고 합니다. 남 탓 대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크기로 쪼개는 겁니다.
그 외 <질서 너머>에서는 참을성 있게 한 방향으로 매진하는 태도와 역경에서 일어서는 법, 두려운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는 법, 부부 사이에서 필요한 관계 개선법, 흔하지만 정말 위험한 실존적 공포에 맞서는 법을 들려줍니다.
밀리언셀러인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는 법칙이 등장했는데, <질서 너머>에서는 한 단계 넘어서 미적 경험이 갖는 중요성을 다룹니다. 청소를 넘어 방 하나를 아름답게 꾸미라고 합니다. 이 법칙이 인생의 비극을 넘어서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 냉소주의와 관련해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순진한 낙관주의는 쉽게 흔들려 허물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 냉소주의가 자라나게 됩니다. 하지만 어둠을 최대한 깊이 꿰뚫어보고 실존의 무게를 뼛속 깊이 느껴보면, 우리가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인기만큼 논란도 많은 조던 피터슨 교수. 이분법적으로 그를 판단하는 목소리가 나뉘어져 있지만, 분명 귀 기울이게 만드는 날카로운 한방의 매력이 있는 저자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