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사건은 다만 순간적인 '있다'이며, 다음 찰나에 영원히 '있었다'로 되어 버린다. 우리는 저녁 때를 맞이할 적마다 우리의 인생은 하루씩 짧아져 간다. 그나마 이 가난한 생애가 이토록 급속히 흘러가버리는 데 대하여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지만 천만다행으로 우리들의 가슴 한복판에서 흘러나오며, 이 샘으로부터 생존을 위한 시간이 무진장으로 넘쳐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소근거리고 있다. 이렇게 보면 현재를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세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만이 실재하며, 그 밖의 다른 것은 다만 시간 속에 간직된 표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현재를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순간에 무로 돌아가, 꿈과 같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리는 것은 결코 진정으로 추구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 인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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