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만큼 큰 미소
마이클 커제스 지음, 조혜진 옮김 / 홍익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달만큼 큰 미소'라니. 어떻게 웃는 게 보름달처럼 크고 넉넉하게 웃는 걸까. 제목이 좋았듯 내용도 내가 좋아하는 류의 이야기였다. 세상이 아무리 비웃고 멸시해도, 그 편견에 맞서서 보란 듯이 웃어보이는 약자들의 이야기말이다. 게다가 이 책은 새해 들어서 '전철에서 하는 독서 끊기'를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 '금단증상'을 일으켜 그 결심을 무너뜨리게 한 첫 번째 책이기도 했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재밌는 책은 '읽어 해치우는 경향'이 있는데,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났다.

이렇게 "마음에 들어, 좋아. 정말 좋아."라고 해놓고서 막상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스토리 자체는 흔히 말하는 '감동실화'와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학습장애아 스무 명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한 아이'가 이룬 성과가 아니라, 학습장애를 가진 스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옆의 친구를 돌보고, 그들과 협동하여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이 아이들이 해낸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우주로켓센터가 매년 주최하는 '스페이스 캠프'에 참가한 최초의 장애아들로서, 스페이스 캠프에 참가하여 실제 우주비행사들이 우주공간에서 수행하는 각종 임무를 직접 수행하고 첨단 우주과학에 관한 각종 지식을 테스트 받는다. 게다가 이 스페이스 캠프는 미전역의 과학영재들이 참가하는 코스다. 천문학, 우주공학, 수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기초가 있어야 하며, 1000가지의 이니셜부호를 외워야 하고, 변형된 위급상황에도 빠르게 대처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들의 선생님인 마이클과 로빈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미녀 아이들이 이 캠프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동의를 얻고, 수많은 자료들을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맞게 변형시켜 교육시키고, 이러 저러한 사람들의 도움을 얻고 '스페이스 캠프'에 발을 들여놓기까지의 과정은 내내 내 일처럼 가슴이 뛰었다. 마이클과 로빈이 고민했듯 일단 밀어붙이기는 했지만 '과연 이 아이들이 잘해낼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을 스페이스 캠프에 참가시킨 일이 잘한 일일까?'라고 고민했듯 나도 같이 두근거리며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정말 글이 어찌나 구성이 탄탄하고 스피디있게 전개되는지,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날 걸 알면서도 내내 마음을 졸였다. 결국 아이들은 해냈고, 사람들의 시선은 따듯해졌다.

다시 한 번 아이들은 어른들이 진심으로 믿어주기만 한다면, 조금만 도와준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확인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욕을 먹고, 무시당하고, 편견의 벽에 부딪혔던 아이들이지만 괌심과 기회를 주자 얼마나 잘해냈는가. 이 아이들은 운이 좋았다. 장애아라고 편하고 쉬운 길을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록 상처를 받아가면서도 세상 속으로 들여보내고자 한 든든한 선생님이 뒤에 있었으니까. 후기를 읽어보니 이 아이들은 그 선생님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각자 사회에서 제몫을 다 해내고 있다고 한다. 아, 행복해라!

"그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날들을 자기파괴로 일관하며 살아왔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수학교를 거쳐 간 수많은 아이들이 세상 밖의 낙오자가 되어 떠도는 모습을 지겹도록 보아온 나는 이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느끼는 바가 참 많았다. 세상은 그 아이들에게 변변한 기회 한 번 주지 않으면서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운명이 마치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라도 되는 양 몰아세웠다. 하지만 그들의 눈을 보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의 얼굴에 머물고 있는 달만큼 커다란 미소를 한번 보면, 이 세상에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는 없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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