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삶을 사랑할 수 있다

피티 이야기 ㅣ 카르페디엠 9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8년 1월

이 책은 뇌성마비라는 것을 몰랐던 시대에 ‘백치’라는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평생을 요양원에서 살아간 피티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기 때부터 줄곧 구부러진 몸뚱이에 갇혀 노인이 될 때까지 요양원에서 삶을 보낸다고 생각해보라. 여행은커녕 쇼핑도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인생. 우리는 아마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피티는 살아서 뭐하나 하고 단정지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삶이란 것은 긍정하고자 하는 자, 그 삶을 끌어안고 사랑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아름다운 것이다.

피티는 온몸이 구부러지고 비틀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혼자서는 먹지도 마시지도 움직일 수도 없었지만,

초컬릿 한 조각이 주어졌을 때,

불분명하지만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창밖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답답한 병실을 나가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을 때,

난생처음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것을 받아보았을 때,

피티에게 삶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일들이 그에게는 또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였기에

그는 더욱 하나하나 온 신경을 집중해 그것들을 만끽했다.

피티 이야기를 읽고 느즈막히 일어나 근처의 분식집에서 밥을 먹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예뻤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는 사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며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 내 두 다리로 어디든 걸어가볼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만큼 소중하고 감사했던 적이 없다.

사실 삶이란 처음부터 불공평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적어도

내게 주어진 불공평함을 평생 불편하게 여기며 원망으로 얼룩진 삶을 살지,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해하며 내가 가진 안에서 긍정하며 살지,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있는 것 아닐까.

좀 더 삶을 사랑할 수 있게 해준 피티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