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스스럼이 없다. 시어머니와도 친구처럼 킬킬거리며 수다를 나누고, 찜질방에 가서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며, 자기 집에 아무 때나 손님이 찾아오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그녀에게는 나에게 없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아무 연락없이 갑작스럽게 누군가 내 공간에 찾아오는 것을 '침입'으로 여기며, 홀라당 벗고 같이 목욕하는 것이 너무너무 부끄럽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일 뿐 과연 우리가 한국사회의 시어머니-며느리 간에 기대되는 집단무의식을 뒤엎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절대로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내리고 불가피한 때에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마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다.

 

그래서 불편한 것이다. 경계를 허물고 너와 내가 없이 저쪽으로 갔다가 이쪽으로 올 수 있는 그녀이기에, 나도 그녀의 친구가 되려면 그녀처럼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솔직하고 순진하기도 하지. 남이 그런다고 꼭 내가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는데. 늘 뻔뻔하지 못한 것이 고민인 나는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한다. 상대는 나에게도 그러라고 요구한 적이 없는데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고뇌에 빠진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상대가 나에게 주는 것이 초콜릿이라고 해서 나도 꼭 초콜릿으로 갚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가 무너뜨릴 수 없는 나만의 경계 안에서 자유롭게 놀다가, 마음이 허락할 때 그 사람을 들여도 상관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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