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아마도 4층짜리인 빌라 2층이다. 어느 날 빌라로 들어가는 문에서 예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길냥이같이 생겼으나, 어쩜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예쁜 눈을 가진 고양이. 쓰다듬어 주었더니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비벼대는 것이, 아마도 사람 손을 탄 고양이인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고딩정도로 보이는 남학생이 고양이를 데리고 지하로 내려간다.
-저 집 고양인가 보다.
며칠 후 같은 고양이가 또 놀고 있는 게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예뻐라 해줬더니. 집 앞까지 따라온다. 언젠가 키우지 않을 거면 동물을 집안에 들이지 말라 했던 기억이 퍼뜩 나서 살살 달래 나만 쏙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어느 날은 집으로 가는 언덕배기쯤에서 니야옹, 니야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나를 부르는 것처럼. 옆을 쓰윽 보니 검은 자동차 아래에서 요 녀석이 나오더니 마치 자기가 앞장서듯 빌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어제. 문 앞에 우아하게 앉아 있던 냥이가 내 손에 든 마늘빵 냄새를 킁킁 맡길래 부숴서 나눠주고 쓰다듬어주고, 그러고 자리를 일어섰다. 먹는 데 집중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요 녀석 또 내 앞을 막으며 계단을 오른다. 내가 그냥 갈 기미였는지, 이 녀석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하는 게 아닌가.
벌러덩. 요 이쁜 녀석이 1층 집 앞에서 배를 보이며 누워버린 것이다.
-배 째라는 거야?
배를 보여주는 건 충성의 표시라지만, 고양이가 그러는 것은 처음 봐서 귀엽기도 하고 매정하게 돌아설 수가 없어서 또 예쁘다며 쓰다듬어주었다. 그러고 다시 계단을 올랐고 초인종을 눌렀다. 자꾸 가라는 데도 야옹거리던 이 녀석 또다시 필살기를 보여준다.
벌러덩. 아이쿠야. 사채업자가 돈을 안 줄 기미가 보이면 배 째라며 드러눕는 것과 다르지 않은 모양. 자꾸 받아주면 결국엔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서 돌아섰지만, 난 왠지 그토록 처절한 애교가 슬펐다.
-나를 봐주세요. 나를 사랑해주세요. 나 이쁘지 않아요?
하는 것 같아서. 그리 하지 않아도 예쁜데,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