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alifonia dreaming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한참 홍콩영화 붐이었다. 나는 특히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좋아했다.  왕정문이 마마스앤파파스의 노래를 들으며 몸을 흔드는 장면, 양조위 집에 몰래 들어가 청소하는 장면,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스쳐가는 양가위의 모습 등. 임청하와 금성무의 이야기는 그냥 어딘론가 흘려보냈고, 언제나 이 영화를 생각하면 빼빼 마른 몸매를 흔들던 무표정한 왕정문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야기에 대한 감동이라기보단 이미지에 대한 잔상이 컸던 영화였다.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 노래가 갑자기 생각나 컬러링을 바꿨다. 그런데 친구가 막 웃으면서 "야, 너 컬러링 들으니까 너 고등학교 때 생각나." 이러는 거다. "응? 왜?" "너 기억안나? 너 대학교 들어가면 중국어 배워서 왕가위 감독 만나러 홍콩 간다며?" "어? 내가 그랬었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고, 아직도 내가 저런 말을 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능 끝나고 내가 제일 처음으로 산 책이 '기초 중국어'였다는 것은 기억한다. 성조 부분에서 겁먹고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지만(지금 그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아, 그랬고나. 그때 나에게 그런 열정이 있었구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작년에 홍콩엘 갔다. 왕정문이 일하던 패스트푸드점은 없어졌고 왕정문과 양조위가 엇갈리며 탔던 에스칼레이터를 탔다. 무덥고 엄청난 쇼핑거리가 늘어선 그곳엔 내가 알던 '중경삼림'은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뛴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다보면 스튜어디스가 돼 돌아온 그녀처럼 나도 내 사랑이 있는 곳에 도착해 있을 것만 같다.

 

#2 C'mon through

지금 컬러링은 린드 라쎄의 노래다. 얼마전 망년회 때문에 오랫만에 연락을 해온 선배가 그랬다. "야, 너 그 컬러링 어떤 노래야?" "그냥... 뭐... 나에게 와주세요... 뭐 그런 거죠." "야, 근데 그거 가슴이 막... 되게 슬픈 노랜 거 같아." "아, 그래요?"

나도 이 노랠 들었을 때 마음이 되게 이상했었다. 드라마 소울메이트로 잘 알려진 이 노래. 사실 유치하다면 유치하달 수 있는 이 드라마 보면서 많이 울었다. 감정이 정화되지 못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 노래가 내 모든 감정을 툭툭 건드리는 바람에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들으면서 계속 울었던 날이 있었다. 그때는 와주었으면 했지만 결국 오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기도 했고 나중에는 내가 갖고 있던 다른 상처들까지 꺼내어 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한 곡의 노래에, 속에 있던 그토록 많은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는 것이. 노래가 슬펐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슬펐던 거다.

이제 슬픈 날들은 갔으니 그대여, 그대여 내게로 와 내 마음 바로 여기를 파헤치세요

C'mon through C' mon you come dig right into my he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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