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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다소 자조적인 느낌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란
제목에 팍, 꽂히는 바람에 충동 구매한 책.
나도 언제나 허둥지둥, 갈팡질팡하는 인간 중의 하나이니까,
뭔가 통하겠지,란 본능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중간 정도까지 읽었을 때의 느낌은
이 작가, 되게 웃긴다,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였다.
이런 작가를 이제야 만나다니 좀 아쉽군,하는 마음도.
그러다가 버뜩 알아버렸다!
아,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다 외롭구나.
외로워서 책을 읽어 줄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외로워서 흙을 파먹고
외로워서 중얼중얼거리고
또 외로워서 국기게양대와 사랑에 빠지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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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마지막에 알았다.
작가도 외로워서 쓰기 시작했다는 걸.
언제나 불운의 늪에서 허덕거리던 소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무작정 쓰기밖에 없었던 게다.
세상에 외롭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며,
갈팡질팡 버둥버둥대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재밌고, 유쾌하고, 신선한데
그만큼 슬프고 따듯해서 나도 모르게 위로 받았다.
나만 흔들리고, 나만 외롭고, 나에게만 불운이 덕지덕지 달라붙는 것 같은 사람에겐
최고의 소설이 아닐까.
이제부턴 국기게양대가 예사로 보이지 않을 듯하다.
작가도 말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국기게양대도 있는 겁니다.
외로운 사람들을 껴안아주려고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