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공산당 트로이카


꽤 오랫동안 일제시대 조선 공산당 남성 트로이카인 김단야, 박헌영, 임원근 그리고 여성 트로이카인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이 여섯 명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위 세 명이 개울물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진을 시작으로 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었던 날 이후로 줄곧 생각해왔다. 물론 나는 작가도 아니고 역사학자도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긴 시간 자료를 조사하고, 그 자료들 사이의 비어있는 시간을 추적해나갈 재주도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여유가 되면 그 지난하고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작업을 한 번 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선수를 뺏겼다. 여성 트로이카 세 명의 삶을 담은 책이 나왔다. 당연히 그들과 얽힌 남성 트로이카 세 명의 삶도 일정부분 담았을 것이다. 선수는 뺏겼지만, 내가 과연 미래에 저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그리고 이들의 삶을 담은 책을 내줬으니 아주 고마운 마음으로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긴 시간동안 이 여섯명의 삶은 나에게 여러모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들이 처했을 그 엄혹한 시절의 운동과 현재 나태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나의 운동을 비교하며, 조금 더 힘내야지 격려하기도 했고, 신출귀몰했던 또 모진 고문을 이겨냈던 그들의 운동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자 노력했다.


자, 이제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이들의 삶을 돌아보자.

(아직 세남자는 안 나왔으니, 김단야, 박헌영, 임원근 이야기는 언젠가 내가 써볼까?)















찢어진 옷 꿰매 입기


1. 검은색 면 바지

 2년 전 가을 비탈길에서 뛰다가 콘크리트 균열에 발이 걸려 넘어져 찢어짐. 멀쩡한 옷이었고, 입고 다니기 편한 옷인데, 버리기 아까워 손 바느질로 꿰매 입었음. 당시에 귀찮아서 아니 갈갈이 찢긴 부위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꿰매다 보니 구김이 생기고, 삐뚤빼뚤 엉망으로 실밥이 드러남.



2. 분홍색 셔츠 

역시 2년 전쯤(아마도) 여름, 저녁에 집에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벗는데, 몸에 붙어 잘 벗겨지지 않아, 억지로 잡아당기다가 상표를 붙여놓은 실밥 있는 부분이 살짝 찢어짐. 처음에는 별로 표가 나지 않아 그 상태로 계속 입고 다녔는데, 올해 여름 입으려고 보니, 그동안 옷 벗고, 세탁할 때마다 점점 더 찢어지면서 이젠 안 되겠다 싶을 만큼 찢어짐. 속이 다 들여다보이고, 찢어진 부위도 보기 싫어서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좋아했던 옷이기도 하고, 아직 멀쩡하기도 하고, 꿰매 입기로 결심함. 이번에는 좀 더 신경써서 꿰매려고 노력했으나, 바느질도 역시 기술이라 경험과 노력이 필요한 듯. 초보 솜씨로는 아무래도 삐뚤빼뚤 실밥 자국을 벗어나지 못함. 




 얼마전 저 검은 바지를 입고 어딜 가는데, 동행한 여성이 직접 꿰맨 거냐고 물었음. 당연히 삐뚤빼뚤 못난 실밥 자국 때문에 내 솜씨라고 알고 물었을 것으로 추정함.

그 전까진 별로 신경쓰이지 않던 꿰맨 자국이 이후로 신경쓰이기 시작함. 바느질을 좀 더 신경써서 잘 할걸 하고 후회했음


과소비


며칠 전 몇 달째 고민하던 걸 저질렀다. 지난 겨울 뱃살을 쏙 빼서 이제 공복에는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복근이 드러나는데, 그동안 운동을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아 전반적인 몸의 느낌은 별로였다. 요즘은 운동도 안 하면서 가끔 운동 동영상을 찾아보는 버릇은 여전해서, 볼 때마다 스냇치와 풀업이 정말 하고 싶었다. 스냇치를 하기 위해 헬스클럽을 끊자니 돈이 아깝고, 풀업을 하려고 철봉을 찾으니, 동네에서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뭔가를 사려고 온라인 쇼핑몰을 뒤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실내용 철봉(디핑 치닝 머신이라고 적혀있었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런 것도 있구나. 그래서 폭풍 검색을 시작. 몇 시간 동안 가격대와 규격과 기능을 살폈다. 대체로 10만원 초반대에 괜찮은 상품들이 있었다. 좀 저렴한 것은 8만원에서 9만원 사이도 있는데, 아무래도 조잡했다. 이왕 사려면 몇 만원 더 주더라도 괜찮은 걸 사야했다.


하지만 지금 생활비와 애들 양육비로 달마다 마이너스 재정인 상황이라, 섣불리 10만원 넘는 과소비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집이 좁아 이걸 들여놓을 수 있을까 싶었다. 또 한 편으로는 이 집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왠만하면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은데, 짐을 늘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만큼 싼 집을 찾기는 어렵고, 한동안 이사를 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결정적으로 내 맘이 움직인 건, 아침마다 거울을 볼 때, 점점 근육이 줄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과 "10만원짜리 빨랫대로 전락하면 어때? 가끔 매달려서 용쓰면 그걸로 된 거 아냐?"라는 친구의 말이었다.


그래. 당장 좀 쪼들리더라도, 평소보다 술 좀 덜 먹고, 그만큼 운동하자 하는 마음에 질렀다. 지르기 위해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제품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또 바벨에 눈이 갔다. 스내치를 하기 위해 비싼 돈 주고 헬쓰클럽을 끊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가 막심하다. 나는 사용하지도 않는 값비싼 머신 이용료를 내고서, 머신 때문에 저 한 구석에 아주 좁게 자리 잡은 프리웨이트 공간에서 몇 개 되지도 않는 바벨을 찾아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몇 개 되지도 않는 바벨을 벤치프레스 혹은 각종 변형된 벤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먼저 쓰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바벨도 같이 사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바는 대봉으로 사고 싶었지만, 집이 좁으니 할 수 없이 중봉으로 고르고, 원판은 이왕이면 내 몸무게 이상 장만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한 번에 지출이 너무 컸다.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35kg만 샀다. 봉 무게와 합치면 42kg. 이 정도면 스냇치 연습하기에 괜찮은 무게다. 아니 이 년 정도 스냇치를 하지 않아서, 아마 저 무게도 다시 들어올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른다.


실내 철봉을 고르다말고 한참 바벨을 놓고 고민하다가 다시 철봉을 골랐다. 레그레이즈를 위한 등 받침이 있는 모델이 대부분이었는데, 경험상 저렇게 등 받침에 등을 대고 레그레이즈를 하면 자꾸 등이 굽더라. 차라리 등 받침이 없는게 훨 나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모델이 없더라. 풀업과 그에 이은 여러 응용동작을 위해서도 봉과 봉 사이가 뚫려 있는 것이 좋았다.


꽤 오랜 검색 끝에 등 받침도 없고, 가운데가 완전 뚫려 있는 모델을 찾았다. 게다가 이건 바닥 4면에 흡착판이 달려 있어서 훨씬 안정감 있게 철봉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오래 검색한 보람이 있었다. 완전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아 결제했다.


그리고 토요일 낮, 둘 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철봉을 받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바벨(그러니까 바와 원판)을 배송한 기사님 표정은 그야말로 죽을 표정이었다. 이 더위에, 하필 이 무거운 걸 택배로 시켰냐? 뭐 이런 표정이었다. 생각해보니 진짜 기사님께 미안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다.


암튼 토요일 저녁엔 완전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스냇치와 클린 앤 저크, 데드리프트, 오버헤드 스퀏 등을 했고, 실내 철봉을 조립해서 풀업, 디핑, 레그레이즈를 비롯해 여러가지 응용동작을 해봤다. 한 두어시간 땀 흘린 뒤 온 몸이 나른하면서 근육이 땡기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한 동안 빡세게 운동하지 않아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


실내 철봉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마침 토요일이라 우리 집으로 온 아이들과 함께 조립했는데, 이것저것 미션을 주니, 신나게 참여했고, 다 만든 후에도 이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막 묻기도 하고, 내 동작을 보고 따라해보려고 애쓰기도 했다. 특히 작은 아이는 집안에 새 놀이터가 생긴 것처럼 철봉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일요일인 어제도 저녁 나절 한 시간 정도 땀을 흘린 후, 빨래를 널었다. 비가 와서 습한 날씨라 제습기와 선풍기 두 대를 모두 빨래에 양보했다. 그리고 빨랫대 만으로 공간이 모자라서 실내 철봉에 빨래 몇 개를 걸었다. 크기가 커서 빨래를 걸 수 있는 공간도 많았다. 친구 말처럼 10만원 넘는 빨랫대 처지가 되었다.


월요일인 오늘은 운동을 하루 쉬고 술을 마셔야지. 이렇게 비가 오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술잔을 기울여줘야 한다. 암,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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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1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1년에 감은빛님이 선물하신 김성동 씨의 <현대사 아리랑>, 소중히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감은빛 2017-07-12 18:36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잘 간직해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7-07-1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여자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아이이름 단야로 짓고 싶었더랬는데 ㅋㅋㅋㅋㅋ
자자 실내철봉 URL도 공개하셔야죠

감은빛 2017-07-12 18:39   좋아요 1 | URL
아래 주소로 들어가면 4개 버전의 전신운동기구가 있어요.
저는 그 중 3번째 상품을 구매했어요.
1번과 2번은 바닥 흡착판이 없어요.
4번은 벤치까지 딸린 제품인데,
저는 이미 벤치가 있어서 필요가 없고,
여기 딸린 벤치는 좀 부실해보였어요.

며칠동안 사용해보니 흡착판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 차이인 것 같아요.

http://www.wemakeprice.com/deal/adeal/2214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