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쫓기고, 다치고, 떨어지는 꿈. 반복되는 꿈. 전생이라는 것이, 윤회라는 것이, 천국이나 지옥이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가끔 믿고 싶을 때가 있다. 난 전생에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자주 일제 경찰에 쫓기는 꿈을 꿀까? 뭐 어차피 전생이란 건 없는 거다. 그저 뇌의 작용에 의한 착각일 뿐. 친한 형은 (이렇게 속된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어린 여성과 결혼했고 애도 셋이나 낳아서 전생에 나라는 구한 장군이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럼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뭐 같은 삶을 사는 걸까?
아니, 그런 말을 하려던 건 아니고, 이 새벽 시간이 참 좋다! 마시려다가 피곤해 잠들어 버려 못 마신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고, 아직 밝아지지 않은 어둠에 쌓인 창 밖 풍경이 좋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심지어 평소라면 짜증 났을 밖에서 들려오는 기차소리, 차소리조차도 좋다.
와인을 홀짝이며 생각한다. 어쩌면 이 반복되는 꿈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내 의식의 반영이 아닌가? 소설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만들어 봐야겠다.
해가 뜨면 책을 읽어야겠다. 지금은 그저 기차 소리 들으며 와인을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