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쫓기고, 다치고, 떨어지는 꿈. 반복되는 꿈. 전생이라는 것이, 윤회라는 것이, 천국이나 지옥이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가끔 믿고 싶을 때가 있다. 난 전생에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자주 일제 경찰에 쫓기는 꿈을 꿀까? 뭐 어차피 전생이란 건 없는 거다. 그저 뇌의 작용에 의한 착각일 뿐. 친한 형은 (이렇게 속된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어린 여성과 결혼했고 애도 셋이나 낳아서 전생에 나라는 구한 장군이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럼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뭐 같은 삶을 사는 걸까?

아니, 그런 말을 하려던 건 아니고, 이 새벽 시간이 참 좋다! 마시려다가 피곤해 잠들어 버려 못 마신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고, 아직 밝아지지 않은 어둠에 쌓인 창 밖 풍경이 좋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심지어 평소라면 짜증 났을 밖에서 들려오는 기차소리, 차소리조차도 좋다.

와인을 홀짝이며 생각한다. 어쩌면 이 반복되는 꿈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내 의식의 반영이 아닌가? 소설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만들어 봐야겠다.

해가 뜨면 책을 읽어야겠다. 지금은 그저 기차 소리 들으며 와인을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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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1-20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집도 기찻길옆 오막살이 입니까? 우리집도 그래요 ㅠㅠ 비행기가 하루종일 날고 기차는 쉬지도 않고 달리며 차들은 쌩쌩 달리는 변두리에서 사는 고충을 살아본 사람만이 알지요.

감은빛 2016-11-22 00:41   좋아요 0 | URL
이 글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썼어요.
한때 기차길 근처에 산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기차가 많이 다니는 노선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새벽에 기차 소리에 종종 깨긴 했었죠.
소음 피해는 진짜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매일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 밖에 없고,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요. 힘드시겠어요!

yureka01 2016-11-20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은 현실의 반영,,내면의 투영,,,체게바라처럼 살고 싶었던건 아니었을까요...

감은빛 2016-11-22 00:43   좋아요 1 | URL
체 게바라 보다는 이 책에 나온 몇몇 선배 혁명가들의 생애에 관심이 많아요.
과연 내가 저 시대를 삻았다면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