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2시 기준 88시간 동안 8시간 잠을 잤다. 몇 차례 회의를 참석하고, 여기저기 이동했으며, 사무실에서 문서를 만들거나, 전화를 돌리기도 했고, 워크숍에 참석했고, 교육을 받기도 했으며, 술을 마시기도 했다. 잠을 잔 시간이 대략 8시간 이니, 약 80시간 동안 깨어 있었다. 그리고 난 대략 3시간 가량 술을 더 마시다 잠들었다.


단체로 어디 놀러가면 늘 밤에 잠을 자지 않는 편이었다. 1박2일짜리 엠티나 워크숍 등은 늘 그랬고, 2박3일이나 3박4일이라도 연속으로 계속 밤새 술을 마시거나 토론을 하거나 밤 산책을 하곤 했다. 언젠가 전국을 돌며 10일 가량 교육을 받았을 때는 10일 내내 밤새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땐 이동하는 버스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엊그제는 워크숍을 가서 대략 새벽 2시까지 몇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를 했고, 그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대부분 3시쯤 잠을 잤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이 4시 반쯤 자러 들어갔다. 난 남아있는 술을 다 마시고 5시쯤 잠이 들었고, 3시간쯤 자고 일어나 교육을 받으러 갔다. 8시간 동안 열심히 교육을 받고 저녁 7시쯤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워크숍 끝나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술을 마셨던 선배가 이 술자리에 참여해, 이틀 연속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나에게 "괜찮냐?"고 "교육은 잘 받았냐?"고 물은게 대략 11시 쯤이었던가 싶다. 그래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괜찮다고 했다. 오전 교육은 좀 지루했지만, 그리 졸립지 않았고, 점심을 먹은 후 조금 졸리기 시작했는데, 그땐 조별 논의 후 발표 수업이었는데, 내가 맡은 역할(조장) 때문에 조별 논의를 이끌고, 발표를 4번 가량 해야 했다. 당연히 졸릴 틈이 없었다.


교육이 끝날 무렵인 5시쯤부터 무척 피곤했는데, 다 끝나고 이동해서 7시쯤 술을 마시기 시작했더니 또 거짓말처럼 컨디션이 괜찮아졌다. 처음엔 피곤하니 많이 마시지 말아야지 생각했고, 가볍게 맥주로 시작했는데, 도중에 소주를 섞어 쏘맥을 마셨고, 나중엔 소주를 마셨는데, 점점 컨디션이 좋아져 소주도 제법 많이 마셨다. 아마 엄청 피곤했을텐데 술은 평소보다 훨씬 잘 들어갔고, 평소라면 이미 취했을 주량을 마셨는데, 의식은 또렸했다. 오히려 아주 심각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 평소보다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오늘 5시 전까지 원고 하나를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 오늘 저녁에 인쇄소에 넘겨야해서 반드시 시간을 맞춰야 했다. 계속 바빠서 원고에 대해 고민하지 못했고, 어제 그 술자리가 없었다면 집에서 원고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며칠 연속인지 기억도 안 날만큼 계속 마신 술을 또 새벽까지 마셨고, 잠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인 오늘 아이들이 장난치는 소리에 깼다. 평소 평일엔 모자란 잠을 일요일 낮까지 늦잠을 자며 보충하는 편이라 더 잘 생각이었는데, 아내는 일이 있어 나가고, 아이들이 배고파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를 뒤져봐도 딱히 뭔가 만들 재료가 없었다. 그리고 뭔가를 만들 의욕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아이들 밥을 먹였다. 이제 자야지 싶었는데, 원고가 떠올랐다. 잠시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글의 얼개를 만들어냈다. 쓰는 건 한 두시간 두드리면 되리라 여기고 빨리 끝내고 좀 더 자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두드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마감 시간 보다는 그래도 좀 일찍 보냈지만, 내가 예상했던 시간 보다는 한참 더 늦게 글을 보내고, 알라딘 잠시 살펴보고 이젠 자야지 생각했는데, 알라딘을 또 몇 시간 동안 들여다봤다. 


음 점심도 거르고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결국 낮잠은 못 잤다. 오늘 밤에 푹 자고, 내일은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해야겠지. 언젠가부터 일요일 오후가 되면 출근하기 싫어서 막 기분이 나빠지고 술이 땡기곤 했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다.
















책을 사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다른 책들은 조금씩 손을 댔다가 말다가 하면서 최근에는 완독한 책이 별로 없다. 이반 일리치 책들은 발췌독이 아닌 완독을 하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어서 안타깝다. 주말에 일정이 없어야 진득하게 앉아 책을 좀 볼텐데, 자꾸 일정이 생긴다. 게다가 4월까지는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8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책을 조금씩 야금야금 읽고 있는데, 읽는 동안 자꾸 담배가 생각나서 미치겠다. 책 읽다 담배 피우러 나갔다 돌아오면 흐름이 끊겨 집중이 잘 안된다. 그래서 속도가 느린 책이다. 지궐련이라고 하는 지금의 담배가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역사가 오랜 담뱃대나 엽궐련이라고 하는 시가를 꼭 피워보고 싶다. 오래 전에 김형경의 단편소설 [담배 피우는 여자]를 여러번 반복해서 읽고, 필사도 했었는데, 그때마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원칙을 그때 처음 어기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던 기억이 있다. 앞으로 몇 개비의 담배를 피워야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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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3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술을 좋아해서 그런가요? 글을 읽는데 술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입니다. ㅎㅎㅎ

저는 술을 많이 마시면 평소보다 잠이 잘 오는 체질입니다. 이렇다고 해서 제가 술에 완전히 취해 길바닥에 퍼지는 정도는 아닙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자요.

감은빛 2016-02-01 12:39   좋아요 0 | URL
제 서재는 항상 술, 담배 이야기가 많아서요.
제가 그 두가지를 늘 입에 달고 살아서요.

저는 술을 적당히 먹으면 잠을 못 자는 편이예요.
그리고 술 마시며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 늦게까지 마시는 편이구요.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데, 한번 마시면 늦게까지 마시니까 잠이 늘 부족해요.

아무개 2016-02-0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제 화두가 술. 잠. 담배라고 할정도로
위의 세가지 때문에 여라가지 일들이 많습니다.
줄여야지... 하는 생각만하고 있네요.

감은빛 2016-02-03 11:36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화두라고 하시니 뭔가 심각한 느낌이 듭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저는 잠은 체력이 허락하는 한 상황에 따라 잘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규칙적인 생활은 어울리지도 않고, 잘 되지 않더라구요.
어떤 날은 밤을 새고, 어떤 날은 일찍 자고, 어떤 날은 늦잠을 자면서
체력을 맞춰가야 할 것 같아요.

술과 담배는 뭐 과하지 않은 선에서 원하는대로 할 생각입니다.